계방산 산행기
◈ 일시: 2009년 2월 14일 토요일
◈ 장소: 계방산 1577.4m / 강원 평창
◈ 코스: 운두령 → 1492봉 → 계방산 → 주목삼거리 → 이승복생가 → 주차장
◈ 시간: 5시간 4분
◈ 회원: 청주 토요산악회 안내 산행
07:30 오늘은 원래 아내와 옥천에 있는 월이산을 갈 예정이었으나, 아내에게 일이 생겨 혼자 산행을 떠나게 되었다. 어제 홍세영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오늘 청주토요산악회에서 계방산으로 산행을 간다기에, 함께 갈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7시 20분까지 실내체육관 앞으로 오란다. 택시를 타고 실내체육관 앞으로 가서 새한관광 버스에 올라탔다. 오늘 산행을 함께 하는 회원 중에는, 홍세영 선배 외에, 함께 근무를 했거나 안면이 있는 회원이 두 명이나 더 있었다. 안내 산행에 참가하는 것은 예전에 사천에 있는 와룡산을 다녀온 이후로 처음이다.
실내체육관 앞을 출발한 버스는 서청주 나들목으로 중부고속도로에 진입, 진천 나들목에서 회원을 한 명 태운 다음 음성휴게소에 들렀다. 토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도로나 휴게소에 차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중부고속도로 호법 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에 접속, 한참을 달려 평창휴게소에 다시 들렀다. 그렇게 밀리는 편은 아니었지만 영동고속도로에는 꽤 차들이 많았다. 강원도 쪽으로는 사시사철 사람들이 많이 간다.
속사 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난 버스는 31번 국도를 타고 운두령으로 달렸다. 눈꽃을 기대할 수는 없고 혹시 상고대라도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운두령이 가까워지자 상고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산행객을 내려놓고 내려오는 버스들이 줄을 잇고 있다. 계방산은 겨울의 눈꽃이나 심설 산행지로 태백산이나 선자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산이다. 오늘 사람깨나 구경할 것 같다.
▲ 음성휴게소 전경 [08:08]
▲ 평창휴게소 전경 [09:52]
10:37 아니나다를까 운두령에 도착하자 주차장은 버스로 만원이다. 계방산은 높이가 1577.4m로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다음으로 높다. 가리왕산(1567m)보다 10m 더 높고, 오대산 비로봉(1563m)보다 14m보다 더 높다. 그래도 산행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남한에서 자동차로 넘는 고개 중에서 정선의 만항재 다음으로 높은 고개가 바로 운두령이다. 해발이 1089m이니 계방산 정상까지는 488m만 고도를 올리면 된다. 여성 산행객들이 계방산을 많이 찾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10시 40분, 도로 오른쪽에 철도침목으로 만든 계단을 오르는 것으로 산행이 시작되었다. 밀려드는 산행객으로 계단은 만원이다. 전국에서 모여 들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옅은 운무가 퍼지고 있는 계단을 올라서니, 상고대가 하얗게 핀 나무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바닥은 얼어 있기는 하지만 눈은 없다. 좌우로 피어 있는 상고대를 구경하며 경사가 별로 없는 길을 계속 걸었다. 바람이 불지 않아 춥지도 않고 대신 땀이 슬슬 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올라온다.
▲ 운두령 정상 표지판 [10:37]
▲ 산행을 떠나기 전에 단체로 기념사진 [10:38]
▲ 도로에서 계방산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길에 사람이 빽빽하다 [10:40]
▲ 계단길을 올라서자 나뭇가지에 상고대가 하얗다 [10:43]
▲ 바닥은 아직 약간 얼어 있다 [10:44]
▲ 끝이 없이 이어지는 산행객들 [10:49]
▲ 아직은 별로 경사가 심하지 않다 [10:50]
▲ 상고대가 없는 지역도 있고 [10:53]
▲ 무엇 때문에 저렇게 걸어가는 걸까? [10:55]
▲ 옅은 운무가 퍼지고 있는 산행로 [10:56]
▲ 바람이 불지 않아 걷기에 좋다 [11:02]
11:08 이정표를 보니 운두령에서 1km를 걸어왔는데 28분이 걸렸다. 계방산까지는 2.9km가 남았네. 눈과 얼음이 녹은 산행로가 질척거린다. 어차피 버린 등산화, 그냥 신경 안 쓰고 걷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11시 23분, 한 회원이 가져온 더덕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두어 잔 마셨더니 속이 짜릿해져 온다. 계속 완만한 길이다. 사람들은 끝이 없다. 상고대는 올라갈수록 화려해졌다. 땀이 너무 나서 겉옷을 하나 벗었다. 바람이 불지 않아 티셔츠 하나 만으로도 충분한 날씨다.
▲ 운두령에서 1km 떨어진 지점에 있는 이정표 [11:08]
▲ 산행 중에 잠깐, 홍세영 선배 [11:15]
▲ 산행로 양쪽 작은 나무에도 상고대가 피었다 [11:16]
▲ 더덕주 한 잔으로 속을 데우고 [11:23]
▲ 길이 녹아 질척거리기 시작한다 [11:27]
▲ 상고대 터널로 들어가고 있는 산행객들 [11:35]
▲ 가는 나뭇가지의 상고대가 아름답다 [11:39]
11:40 운두령과 계방산 정상의 중간 지점에 이정표가 서 있다. 2km를 걸어 올라오는데 딱 한 시간이 걸렸다. 여기시부터 경사가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가끔 보이는 조릿대 사이로 난 길이 곤죽이 되어 있어 자꾸 발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힘들여 25분 정도 올랐더니 조릿대가 많아지고 길도 완만해졌다. 대신 상고대가 사라졌다. 10분 정도 더 올라가니 헬리콥터 착륙장이 나왔는데 조망이 트이면서 주변의 능선들이 그런대로 잘 보인다.
▲ 운두령에서 2km 떨어진 지점에 있는 이정표 [11:40]
▲ 제법 가파른 경사길이 시작되었다 [11:44]
▲ 산죽이 보이는 경사진 길을 올라오는 홍세영 선배 [11:45]
▲ 경사는 심하고 길은 미끄럽고 [11:47]
▲ 바닥이 영 장난이 아닙니다 [11:50]
▲ 경사가 점점 심해집니다 [11:59]
▲ 산죽이 많아지고 상고대는 없어지고 [12:04]
▲ 경사가 조금 완만한 지역 [12;07]
▲ 헬리콥터 착륙장 주변 풍경 [12:16]
▲ 헬리콥터 착륙장 부근의 다소 황량한 겨울 풍경 [12:17]
▲ 헬리콥터 착륙장에서 [12:18]
12:27 착륙장 오른쪽 사면에서 점심을 먹었다. 비탈진 사면이라 넓은 공간이 없어 회원들이 자리를 함께 할 수는 없고, 삼삼오오 모여 먹는 것이 상책이었다. 고맙게도, 홍세영 선배가 라면을 준비해 와 따끈한 국물을 곁들여서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점심을 마친 다음 다시 산행 시작. 조금 경사진 길을 조금 올라가니 1492봉이다.
▲ 라면을 끓이고 있는 홍세영 선배 [12:27]
12:57 바로 아래에 헬리콥터 착륙장이 있는 1492봉은 전망이 아주 좋은 곳이었다. 계방산 정상에서 소계방산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 능선이 뚜렷하고, 오대산 방면과 운두령 방면의 능선도 잘 보인다. 드문드문 서 있는 주목들이 황량한 겨울 산의 풍경을 조금이나마 완화시켜 주고 있었다. 1492봉에서 경사가 거의 없는 길을 조금 걸어가면 다시 헬리콥터 착륙장이 나온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10분 거리, 올라가는 길 양쪽의 나무에 상고대가 곱게 피었다.
▲ 1492봉과 헬리콥터 착륙장 [12:57]
▲ 1492봉에서 바라본 주목과 설능 [12:58]
▲ 1492봉에서 바라본 상고대와 주목과 설능 [12:58]
▲ 1492봉에서 바라본 오대산 방면 [12:59]
▲ 1492봉에서 바라본 운두령 방면 능선 [12:59]
▲ 계방산 정상을 배경으로 홍세영 회원 [13:00]
▲ 1492봉에서 계방산 정상을 배경으로 [13:00]
▲ 계방산 정상부의 상고대 [13:05]
▲ 계방산 정상부의 상고대와 주목 [13:07]
▲ 헬리콥터 착륙장에서 바라본 정상 [13:11]
▲ 헬리콥터 착륙장에서 홍세영 선배와 [13:12]
▲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만난 상고대 [13:14]
▲ 계방산 정상길에서 만난 상고대 [13:18]
▲ 계방산 정상길에 만난 화려한 상고대 나무 [13:19]
13:21 계방산 정상에 도착하니 바람이 세다. 원래 이곳은 겨울 바람이 센 곳인데 그래도 오늘은 평소보다는 많이 양호하다. 사방이 트인 계방산 정상은 원래 조망이 좋기로 소문이 난 곳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야? 서로 정상 표지석을 차지 하겠다고 아우성이다. 나만 안 찍으면 뭔가 손해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20분 간의 사투 끝에 간신히 사진을 찍고 주목삼거리 쪽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우리 회원들은 시간이 덜 걸린다는 1275봉 능선으로 내려갔단다.
▲ 계방산 정상에서 바라본 1492봉 방면 [13:22]
▲ 계방산 정상에서 바라본 운두령 방면 능선 [13:22]
▲ 계방산 정상에 있는 이정표 [13:23]
▲ 계방산 정상의 상고대 [13:24]
▲ 계방산 정상에서 [13:32]
▲ 계방산 정상에서 바라본 1275.7봉 방면 능선 [13:37]
▲ 계방산 정상 표지석과 함께 [13:37]
▲ 계방산 정상 돌탑 앞에서 [13:39]
▲ 계방산 정상에서 바라본 1462.3봉 방면 능선 [13:43]
▲ 주목삼거리로 가는 능선에도 상고대가 아름답다 [13:45]
13:54 주목삼거리에 내려섰다. 곧장 가는 길은 한강기맥으로 소계방산으로 이어지는데 출입금지가 되어 있었다. 오른쪽이 노동계곡을 거쳐 제2야영장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거리는 4.9km. 이름에 걸맞게 삼거리 바로 아래에 거대한 주목이 한 그루 서 있다. 노동계곡으로 내려가는 사면길은 경사가 급할 뿐만 아니라 녹은 눈이 덮여 있어 미끄러웠다. 아이젠을 착용할까 생각했다가 그만 두었다. 한 번 버텨보자. 산행객들이 줄을 지어 내려오기 때문에 넘어지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조심 조심!
▲ 노동계곡을 경유해서 제2야영장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13:54]
▲ 주목삼거리 바로 아래에 있는 주목을 배경으로 [13:55]
▲ 하산길에서 만난 이정표 [14:14]
▲ 응달에는 녹지 않은 눈이 그대로 쌓여 있다 [14:25]
▲ 눈이 쌓인 노동계곡길에서 [14:28]
▲ 산행로 옆 계곡의 물이 흐르는 곳에는 이끼가 파랗다 [14:36]
14:37 군데군데 길 위를 흐르던 계곡물은 얼었고 그 위로 녹은 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미끄러져 넘어지면 옷을 제대로 버릴 것 같다. 산이 높으니 골도 깊다. 꽤 지루한 하산길이 계속 이어졌다. 회원들을 만나 마지막 남은 도라지주를 비웠다. 모름지기 남자는 뒤끝이 좋아야 한다. 드디어 계곡길이 끝나고 잎이 파란 소나무인지 전나무인지가 양쪽에 도열해 있는 넓은 길이 나타났다. 사방댐을 지나자 다시 일본 잎갈나무 숲길이다.
▲ 물이 얼어 붙은 위로 다리 물이 흐르고 [14:37]
▲ 계곡을 몇 번 왔다갔다 해야 한다 [14:38]
▲ 물이 흐르는 곳은 얼음으로 얼었다 [14:46]
▲ 남은 도라지주를 마지막으로 비우고 있는 회원들 [14:55]
▲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산행로 [15:11]
▲ 사방댐을 지나고 있는 회원들 [15:13]
▲ 일본 잎갈나무 사이로 널찍한 길이 나 있다 [15:15]
15:31 제2야영장은 한창 기반공사가 진행중이었다. 차가 한 대씩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니 오토 캠핑장으로 조성하는 모양이다. 하긴 요새 자동차 없이 버스로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은 드므니까. 5분 정도 내려가니 왼쪽으로 초가가 한 채 있다. 이승복 생가였다. 우리 세대야 이승복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만, 나이가 조금 어린 세대는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이승복에 관한 이야기가 조작된 것이라는 언론 보도 이후 문제가 많았었는데, 최근에 대법원에서 사실이라는 판명이 났다고 한다. 사실이 거짓으로, 거짓이 사실로 왜곡되는 세상은 정말 싫다.
▲ 계방산 등산로 입구 표지판 [15:31]
▲ 오토 캠핑장으로 조성된 계방산 제2야영장 [15:32]
▲ 이승복 생가 [15:36]
15:44 제2야영장을 지나 오니 오른쪽에 주택이 한 채 있고 그 아래 포장마차가 있는데, 몇몇 회원들이 비닐 하우스 안에서 떡국을 끓이고 있었다. 버스는 어디 있나? 안 보이는 회원도 있네. 버스는 1275.7봉으로 내려간 회원들을 태우러 간 모양이다. 잠시 후 회원을 실은 버스가 도착했고 회원들 모두가 떡국을 맛있게 먹었다. 사람들은 계속 내려온다. 간단히 요기를 한 후 출발, 16시 50분에 평창휴게소에 들르고 이어 중부고속도로에서 음성휴게소에 들른 다음, 19시 10분에 청주 실내체육관 앞에 도착해서 해산을 했다. 안내 산행은 먼 거리에 있는 산을 원점회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어 가끔 시간이 되면 참가해 볼 생각이다.
▲ 급조한 식탁에서 떡국을 먹고 있는 회원들 [16:07]
▲ 산행객 수송 전문 버스라 짐칸에 없는 것이 없다 [16:22]
▲ 평창휴게소(서울방면)의 모습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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