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 산행/한국 100名山

2008.11.16. [한국 100名山 55] 경기 포천 백운산

by 사천거사 2008. 11. 16.

백운산 산행기 

◈ 일시: 2008년 11월 16일 일요일 

◈ 장소: 백운산 903.1m / 경기 포천 이동

◈ 코스: 백운계곡 주차장 → 흥룡봉 → 도마치봉 → 백운산 → 광덕고개 → 광덕산 → 

           주차장 

◈ 거리: 18.5km

◈ 시간: 7시간 45분



조용필 40주년 기념 콘서트(15일 토요일)

 

오후 7시에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조용필 40주년 기념 콘서트가 있었다. 의정부에 사는 아들이 입장권을 두 장 마련했다고 해서 아내와 함께 콘서트를 보러 올라가는데 이놈의 중부고속도로가 왜 이렇게 밀리나? 의정부 아들 집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6시 10분에 출발, 처음에는 잘 달리던 차가 체육관이 가까워지자 거의 멈춰 선 상태가 되었다. 공연시간이 임박하자 한꺼번에 몰린 차들이 정체 현상을 빚고 있는 것이었다.

 

간신히 체육관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실내체육관으로 내려가는데, 야광봉이 현란하게 허공을 가르고 입장을 하려는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떠밀리다시피 해서 체육관에 들어가 지정된 좌석에 앉았다. 체육관 안은 벌써 공연 분위기가 후끈 달아 올라 있었고 빈틈 없이 들어 찬 관중들이 흔드는 야광봉에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관중의 性比를 보니 여성 대 남성이 90:10은 될 것 같다. 내 주변을 둘러보니 남자는 나밖에 없다. 40대에서 50대의 아줌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는데 얼굴에는 잔뜩 기대감이 묻어나고 있었다. 조용필, 그는 누구이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한 자리에 스스로 오게 만드는가?

 

공연이 시작되었다. 거의 광적인 환호 속에 등장한 조용필은 자신의 히트곡을 차례로 부르며 관중들의 혼을 빼앗아가기 시작했다. 아줌마들은 연신 '오빠'를 외치며 온 몸을 흔들어댔다. 체육관 전체가 떠나갈 듯한 함성과 노랫소리와 악기 소리에 나마저 정신을 빼앗길 것 같았다. 굿을 할 때 대잡이가 잡은 대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흔들린다. 대잡이는 꽹과리와 북과 징과 장구 소리에 혼을 빼앗기고 최면에 걸린 것이다. 지금 이 체육관에 모인 사람들이 그런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살짝살짝 박수만 치는 나를 남들이 이상하게 볼까봐 두려울 정도였다.

 

사람들은 왜 조용필에게 열광하는가? 예전에 김종환과 주현미 콘서트에 가 본 적이 있는데 절대 이렇지 않았다. 가끔 열광을 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2시간 넘게 조금도 쉼 없이 한결 같이 '오빠'를 환호하고 몸을 흔들어 대는 모습은 절대 볼 수 없었다. 공연을 보러온 아줌마들의 행색을 보니 대부분이 블루칼라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입장료 9만 9천원은 어쩌면 작은 돈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아낌 없이 큰 돈을 지불하고 지금 마음껏 가슴 속에 들어있는 '화'와 '응어리'를 내뿜고 있는 것이다. 그까짓 돈이 뭔가? 이런 분위기를 여기 아니면 어디서 맛볼 수 있는가?

 

돈 많고 교양 있는 사람들이야 이런 곳에 오겠는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유명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클래식을 듣거나 이름 있는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하는 곡을 들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곳에서는 절대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기침도 함부로 할 수 없고 숨도 크게 쉴 수 없다. 자신의 행동과 감정을 억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콘서트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된다. 소리를 지르고 흔들어야 한다.

 

앵콜을 두 번이나 받고서야 공연은 끝이 났다. 돌아가는 사람들 얼굴에 화기가 돈다. 행복한 얼굴들이다. 단돈 9만 9천원에 얻은 행복,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행복, 살기 힘들다는 요즘 가슴을 뻥 뚫어주는 그런 행복들로 가득찬 얼굴들이다. 오늘 같은 밤 그냥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어디 생맥주 집에 가서 몇 잔 들이키며 조금 전 열광했던 순간들을 되새기거나 좀 더 나아가 노래방에 들러 조용필 노래를 실컷 불러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런 마음에, 의정부 아들 집에 차를 세운 다음, 아내와 함께 생맥주집에 들어갔다. 노가리를 안주로 500cc 두 잔씩을 마시며 공연의 열기를 조금씩 식혀갔다. 아들 잘 둔 덕에 좋은 구경 했다고 중얼거리면서...


06:58  오늘은 아들이 있는 의정부에 온 김에 포천에 있는 백운산 산행을 하고 하기로 했다. 전국적으로 백운산이란 이름을 가진 산이 많다. 그 중에서 절친 했던 친구를 떠나 보낸 영월의 백운산, 장수 백운산, 광양 백운산, 제천 백운산 등은 모두 다녀 왔다. 오늘 다녀올 포천 백운산은 백운계곡을 끼고 있는 산으로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에 들어 있다. 백운산 맞은 편에는 그 보다 더 높은 광덕산이 자리잡고 있는데, 시간이 허락하면 백운산과 함께 연계 산행을 할 수 있다. 즉, 백운계곡 주차장을 산행 시점과 종점으로 하는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하다.

 

의정부 민락지구 출발. 43번 국도를 타고 포천 쪽으로 달렸다. 서울 근처라 그런지 이른 시간인데도 도로에 차가 많다. 청주 부근 분위기하고는 전혀 다르다. 안개가 많이 끼었다. 날이 좋아지려나? 신북을 지나 금주에서 37번 국도로 일동면까지 온 다음 47번 국도를 따라 이동면을 통과 화천으로 연결되는 316번 지방도로 들어섰다. 잠시 후 백운계곡 주차장이 오른쪽에 보였다.

 

08:07  백운계곡 주차장에 도착. 무지하게 넓다. 백운산 때문에 만든 주차장은 아니고 아마 여름철에 백운계곡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 모양이다. 주차관리원 아저씨가 나오더니 주차료 1,500원을 내란다. 천원 짜리와 오천원 짜리를 건네니 1,000원만 받는다. 인심도 좋지. 포천은 이동 갈비로 유명한데 그래서 그런지 주차장 주변 음식점도 온통 갈비집이다.


▲ 아주 넓은 백운계곡 주차장 한켠에 주차

 

▲ 주차장의 계곡 쪽에는 이동 갈비를 파는 음식점들이 자리잡고 있다

 

▲ 주차장 오른쪽에 있는 흥룡사로 가는 길: 등산로 표시도 있다 [08:09]


08:12  도로 왼쪽에 있는 흥룡사에 들렀다. 작은 절이다. 원래 큰 규모의 절이었는데 6.25 때 소실되었다고 한다. 옛 영화를 모두 복원할 수는 없겠지만 역사적 장소성을 잘 살린 충실한 복원이 뒤 따른다면, 백운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포천시를 알리는 문화의 전령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흥룡사는 쥐 죽은 듯 조용하고 요사채에서 개 한 마리 만이 나를 향해서 죽어라고 짖어댄다. 그 놈 목소리 한 번 이쁘네.

 

흥룡사를 지나 백운1교를 건너면 왼쪽으로 팔각정이 있고 다시 백운2교가 있다. 팔각정은 시멘트로 만들어 놓아 정자의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았다. 백운2교를 지나니 이정표가 있는데 왼쪽 길은 백운산 정상으로 곧장 올라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향적봉으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Go! 4분 정도 걸어가니 다시 이정표가 있다. 왼쪽은 역시 백운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흥룡봉으로 가는 길이다. 이번에도 오른쪽으로 Go! 가을 정취가 조금 남아있는 백운계곡을 건너 오른쪽 능선에 올라섰다.


흥룡사

 

흥룡사는 포천군 이동면 도평리 38번지에 있는 제25교구 봉선사의 말사이다. 흥룡사는 역사도 오래고 규모도 매우 컸었다. 그러나 지금 그 역사를 알 수 있는 유물은 사찰 입구에 서 있는 2기의 부도 밖에 없다. 사찰 건물들은 6.25 때 모두 불타 없어지고 이후에 재건한 것이다. 포천지역의 사찰들이 대개 이때에 파괴되어 남은 것이 없으며, 포천시뿐만 아니라 한강 이북에서 역사유적이 많지 않은 것은 6.25전쟁의 영향이 크다.  

 

사찰의 오랜 역사를 말해 주듯 절의 이름도 여러 번 바뀌었다. 지금의 흥룡사라는 이름은 1922년부터 사용된 이름이다. 초창이 언제인지 확실치는 않으나 처음 지었을 때는 內院寺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조선 후기인 1786년에 白雲寺로 바뀌었다가 일제강점기인 1918년에는 黑龍寺라고 불렀었다. 따라서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은 80여년의 역사 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은 1987년에 새로 지었다고 하는 대웅전과 선당인 문수원이 있을 뿐이다. 최근에는 대웅전 서쪽에 지장보살입상을 세웠으며 앞마당에는 1층 탑신에 사방불을 새긴 5층석탑과 석탑 양쪽에는 쌍사자 석등 2기를 세웠다.


▲ 흥룡사의 절집 대웅전 모습 

 

▲ 시멘트로 만든 팔각정자와 백운 2교 [08:16]

 

▲ 운무가 퍼지고 있는 백운계곡 [08:22]

 

▲ 암반에 물이 흘러 소가 만들어진 백운 계곡 [08:23]


08:23  물이 조금 흐르는 백운계곡을 건너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사람은 전혀 없고 고요함만 가득하다. 옅은 운무가 깔려 있는 계곡 오른쪽 능선을 따라 길이 나 있다. 일단 날씨는 쾌적하다. 어디선가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귄다. 처음부터 경사가 급하다. 보는 사람도 없으니 내 마음대로 내 속도대로 걸으면 된다. 20분 정도 걸어서 능선길이 왼쪽으로 심하게 꺾이는 590봉에 올랐다. 일단 한 고비를 넘은 셈이다. 헬리콥터 착륙장 하나를 지나 50m 정도 가니 649봉이다. 흥룡봉으로 가는 길에는 간혹 너덜이 나타나기도 했다.


▲ 계곡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도마치봉 갈림길 이정표

 

▲ 능선에서 바라본 계곡 [08:28]

 

▲ 능선에서 바라본 계곡 [08:31]

 

▲ 운무에 싸이고 낙엽이 덮은 능선 산행로 [08:48]

 

▲ 흥룡봉으로 가는 길의 너덜지대 [09:14]


09:24  헬리콥터 착륙장이 있는 흥룡봉에 도착했다. 옅은 운무에 싸여 있어 조금 신비스런 분위기도 난다. 이정표를 보니 도마치봉까지는 2km 정도 남았다. 한 시간 거리다. 흥룡봉을 내려서자 서서히 해가 나더니 다시 숨어버린다. 급경사 내리막길이 끝나면서 9시 32분에 안부에 도착, 흥룡사 가는 길이 왼쪽으로 나 있다. 안부를 지나면서 다시 오르막, 왼쪽에 커다란 암봉이 있어 오른쪽으로 우회를 하는데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보아하니 최근의 것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백운산에는 이정표와 밧줄이 잘 설치되어 있어 산행을 하기에 아주 좋았다.

 

산행로 오른쪽으로 고사목이 많기에 살펴보니 산불 때문에 말라죽은 것들이었다. 지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대형 산불이 발생해서 난리란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산불이 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일이 거의 없다. 99.9%가 人災이다. 방화는 아주 드물고 대개가 부주의 탓이다. 산불, 정말 조심해야 한다. 산행로 왼쪽에 반반한 바위가 있어 잠시 휴식을 취했다.


▲ 헬리콥터 착륙장을 겸하고 있는 흥룡봉

 

▲ 흥룡봉에서 기념사진 한 장

 

▲ 암릉지대에는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09:40]

 

▲ 산불로 인해 생겨난 고사목들 [09:51]

 

▲ 바위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09:56]


10:00  향적봉에 도착. 이정표를 보니 흥룡사에서 직접 올라오는 길이 있다. 아까 흥룡사를 지나면서 본 이정표에 향적봉 코스가 있었는데 이리로 올라오는 모양이다. 향적봉에도 헬리콥터 착륙장이 있다. 이곳은 봉우리마다 착륙장이 설치되어 있는 모양이다. 향적봉을 내려가니 다시 왼쪽으로 흥룡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여기서 도마치봉까지는 오름길로 거의 40분이 걸렸다. 이곳 백운산 산행로 주변에는 인공 참호들이 아주 많았는데, 유사시에 대비한 것들이겠지만 어찌 조금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 향적봉의 헬리콥터 착륙장

 

▲ 향적봉에 있는 이정표와 안내판

 

▲ 흥룡사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삼거리 이정표 [10:07]

 

▲ 백운산 능선 주변에는 도처에 이런 참호가 있다 [10:43]


10:47  도마치봉에 오르니 산행객 한 명이 떠날 차비를 하고 있었다. 어디서 올라 왔습니까? 광덕고개에서요. 어디로 가십니까? 국망봉으로 갑니다. 능선종주나 한북정맥 산행을 하는 사람 같았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백운산을 향해 출발, 삼각봉까지 가는데 30분이 걸렸다. 백운산을 거쳐 도마치봉으로 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완전히 옷을 벗은 나무들 사이로 낙엽 쌓인 산길이 계속 이어졌다.


▲ 도마치봉에 있는 헬리콥터 착륙장

 

▲ 도마치봉에 있는 이정표와 함께

 

▲ 도마치봉에서 바라본 산허리에 운무가 피어오르고 있다 [10:53]

 

▲ 도마치봉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구름 [10:53]

 

▲ 가야할 능선: 삼각봉과 백운산이 보인다 [11:00]

 

▲ 나뭇잎이 완전히 떨어진 나무들 사이로 나 있는 산길 [11:02]

 

▲ 지나온 능선: 흥룡봉과 향적봉이 보인다 [11:12]


11:17  도마치봉과 백운산 사이에 있는 삼각봉에 올랐다. 산 모양이 삼각형이라 삼각봉이란다. 여기서 백운산까지는 930m인데 내리막에다 경사가 별로 없는 길이라 15분 정도 걸어서 백운산 정상에 닿았다. 


▲ 도마치봉과 백운산 사이에 있는 삼각봉에서


11:33  해발 903.1m의 백운산 정상에 올랐다. 포천시에서 세운 커다란 정상표지석이 나를 반겨준다. 헬리콥터 착륙장을 겸한 정상은 꽤 넓은 평지인데, 먼저 올라온 열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산정을 채우고 있었다. 기념사진 찍은 다음 조금 생각에 잠겼다. 백운산 산행만 끝내려면 여기서 바로 흥룡사로 내려가야 하고, 광덕산 연계 산행을 하려면 광덕고개로 내려가야 한다. 지난 일주일 동안 조금 술을 많이 마셨더니 몸 상태가 썩 좋은 것은 아니라 연계 산행이 망설여지기도 하나 포천이 어디 자주 올 수 있는 곳인가? 아직까지는 큰 무리가 없으니 광덕고개로 가자.

 

일단 마음을 다잡아 먹으니 다시 힘이 난다. 사람의 활동에는 심리적인 면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하기 싫은 일은 영 하기가 싫고 하겠다고 마음 먹은 일은 이루어낸다. 광덕고개로 내려가는 길 양쪽에 빨간색과 노란색 말뚝을 박아 놓고 빨간색 말뚝 옆에는 페트병을 심어 놓았다. 무슨 용도지? 말뚝은 그렇다 치고 페트병은 뭔가? 광덕고개 쪽에서 사람들이 연신 올라온다. 광덕고개에서 백운산 오르기가 그 중 쉬운 모양이다.


▲ 백운산 정상에서 정상표지석과 함께

 

▲ 헬리콥터 착륙장을 겸하고 있는 백운산 정상의 모습 [11:35]

 

▲ 각목 아래에 페트병을 심어 놓은 모습 [11:42]

 

▲ 나뭇가지 사이로 바라본 백운산 봉우리 [11:53]

 

▲ 광덕고개와 광덕산 능선 [12:19]

 

▲ 광덕고개로 내려서는 곳 [12:37]


12:38  광덕고개에 내려섰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로 왼쪽은 경기도 포천이고 오른쪽은 강원도 화천이다. 산행로 입구에서 도로로 나오는 길 양쪽에는 휴게소와 산나물 등을 파는 건물이 자리잡고 있었다. 강원도의 상징인 반달곰 조형물 오른쪽으로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광덕계곡으로 내려가게 된다. 화천은 예전에 산천어 축제를 할 때 한 번 들른 적이 있다.

 

고개를 조금 내려가니 길이 갈라지는데 광덕산은 왼쪽 계곡으로 꺾어 들어가야 한다. 광덕계곡은 유원지라 그런지 음식점, 가든, 모텔, 펜션 등이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광덕산 가든 왼쪽으로 등산로 표지판이 있고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등산객이 3명 내려온다. 이 길이 맞긴 맞는 모양이다.


▲ 광덕고개에 있는 강원도의 상징 반달곰 조형물

 

▲ 316번 지방도에서 갈라지는 곳 [12:43]

 

▲ 광덕산 가든 왼쪽으로 산행로 표지판이 서 있다 [12:44]


12:48  평화의 집에 이르기 전에 왼쪽으로 표지기가 보인다. 광덕산으로 올라가는 산행로임에 분명하기에 올라붙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평화의 집을 지나서도 광덕산으로 올라가는 산행로가 나 있었다. 가파른 오름길, 내 앞에 올라가는 산행객 두 명을 보니 할아버지들이다. 일흔이 넘으신 것 같은데 대단하신 분들이다. 나도 저 나이에 산에 오를 수 있을까? 광덕산 쪽에서 단체 산행객이 연신 내려온다. 말씨를 보니 전라도 사람들인데 멀리도 왔네.

 

2003년 11월에 준공된 광덕산 기상레이더관측소 원형 구조물이 오른쪽으로 보였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조물이 보기 좋은 대비를 이루고 있다.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이 투명하다. 바늘로 콕 찌르면 파란 물감이 끝없이 쏟아질 것 같다. 광덕산 정상에 가까워지자 사람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 평화의 집에 이르기 전에 왼쪽으로 산행로 입구가 나 있다

 

▲ 광덕산으로 오르는 도중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13:11]

 

▲ 코발트 색의 파란 가을 하늘 [13:41]

 

▲ 광덕산 정상에 오르기 전에 바라본 기상관측소 [13:47]


13:51  해발 1046m의 광덕산 정상에 올랐다. 나이가 좀 든 대여섯 명의 남녀 등산객이 모여서 한창 점심을 먹고 있었다. 낯선 내가 올라왔는 데도 안중에도 없다. 거 조금 섭섭하네. 나도 기상관측소가 보이는 한쪽에 자리잡고 앉아 빵을 하나 씹어 먹었다. 정상에는 커다란 개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다가 배를 깔고 누워 버리는데 아마 관측소에서 기르는 개인 모양이다. 사람을 봐도 짖지도 않고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순하다. 개 하면 네팔 생각이 난다. 네팔의 수도 카투만드는 온통 개 천지였다. 하긴 흰두교에서는 개도 하나의 神으로 여겨지니...

 

빵 먹고 14시 5분에 출발, 이정표를 보니 백운계곡 주차장까지 6.34km이다. 빨리 걸어야 두 시간에 주파할 수 있는 꽤 긴 거리다. 14시 18분, 큰골 갈림길이 있는 972봉을 통과했다. 이제부터 사람 구경하기는 틀린 것 같다. 시간도 그렇고 이쪽 코스로 올라오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상관 없다. 나 혼자만의 세상이 펼쳐져 있으니까.


▲ 해발 1046m의 광덕산 정상에서

 

▲ 개 한 마리가 널브러져 있는 광덕산 정상 모습 [14:05]

 

▲ 큰골 갈림길 이정표 [14:18]

 

▲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광덕산 봉우리 [14:18]


14:42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 올랐다. 이정표를 보니 각흘산으로 갈 수도 있다. 어디에 있는 산인가? 여기서 가까운가? 앞으로 가야할 능선 위의 봉우리들이 볼록볼록 솟아 있다. 앞으로 한 시간 정도면 내려가겠지. 박달봉을 왼쪽으로 우회했다. 하산 도중 산행로 왼쪽으로 잡초에 묻힌 헬리콥터 착륙장이 하나 보였다. 전방 지대라 그런지 헬리콥터 착륙장이 참 많다.


▲ 이름 없는 봉우리에 있는 삼각점

 

▲ 각흘산 갈림길 이정표 [14:42]

 

▲ 앞으로 가야할 능선들 [14:42]

 

▲ 헬리콥터 착륙장 [15:00]


15:08  전망이 확 트인 곳에 도착했다. 속이 다 시원할 정도다. 왼쪽에 쩍 벌어진 바위 뒤로 광덕고개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백운산에서 삼각봉, 도마치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과 거기서 뻗어내린 지능선, 능선과 능선 사이의 계곡 등이 장대하면서도 아름답다. 저 길이 오늘 오전에 내가 걸어온 길이구나. 감회가 새롭다. 계속되는 내리막길, 왼쪽 골짜기에는 빈틈 하나 없이 낙엽이 덮여 있다. 겨울이 되면 저 위에 눈이 쌓이겠지.


▲ 전망대에서 바라본 광덕계곡 방면

 

▲ 전망대에서 바라본 백운산 주능선

 

▲ 골짜기 전체에 낙엽이 쌓여 있다 [15:30]

 

▲ 산비탈을 덮고 있는 낙엽 [15:30]


15:50  도로에 내려섰다. 주차장은 조금 아래 왼쪽에 있었다. 아침보다는 많은 차들이 세워져있다. 주차관리 아저씨에게 인사를 하고 주차장 출발, 일동까지 시원스럽게 달렸다.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5시까지는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일요일 오후인데 이렇게 소통이 잘 되나?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이곳 상황을 잘 모르는 지나친 착각이었다. 일동을 지나면서 서서히 차가 밀리기 시작하더니 아예 꼼짝을 않는다. 신호는 왜 그렇게 많은지, 신호 하나가 바뀌면 통과하는 차는 겨우 몇 대가 안 된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서울 사람들 참 인내심이 강한 사람들이다. 매일 이렇게 밀리는 도로를 어떻게 차를 몰고 다니나? 아침에 한 시간 조금 더 걸려서 온 거리를 2시간 30분이 넘게 걸렸네. 아들에게 물어보니 의정부에서 철원으로 가는 도로가 그것 하나 밖에 없어 상습정체지역에 속한단다. 현재 철원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건설 중이라니 기다릴 수밖에. 아들 집에서 저녁을 먹고 7시에 출발, 청주로 내달렸다. 다행이 내려가는 길은 한산해서 정상속도로 달릴 수가 있었다. 이번 주말은 조용필 콘서트에다 백운산 산행까지 곁들여서 알찬 시간을 보냈다. 다분히 아들 덕분에...


▲ 316번 지방도가 내려다보인다 [15:50]

 

▲ 돌아온 백운계곡 주차장: 차들이 많다 [1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