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산 산행기
◈ 일시: 2008년 9월 28일 일요일
◈ 장소: 가리산 1051m / 강원 홍천군 두촌면
◈ 코스: 휴양림주차장 → 936안부 → 가삽고개 → 정상 → 무쇠말재 → 주차장
◈ 시간: 4시간 41분
◈ 회원: 평산회원 6명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과 홍천군 두촌면 경계에 솟아 있는 가리산(1,051.1m)은 '강원 제1의 전망대'로 손꼽힐 만큼 조망이 뛰어난 산이다. 올망졸망 이어지는 육산의 능선상에 우뚝 솟은 바위 정상에 오르면 서쪽으로 골짜기 깊숙이 코발트빛의 소양호가 내려다보이고, 북에서 남으로 향로봉에서 설악산을 거쳐 오대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비롯한 강원 내륙의 고산준령이 파도 일렁이듯 환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산세도 만만치 않다. 암봉 두 개가 솟구쳐 오른 정상은 힘차기 그지없고, 정상 아래 바위틈에서 석간수가 솟아나는 모습도 기묘하기만 하다. 또한 산기슭에서부터 정상에 이르기까지 빼곡히 우거진 수림과, 정상을 중심으로 사방팔방 뻗은 산줄기는 부드럽고도 풍요로운 육산의 전형을 보여준다.
산행은 홍천군 두촌면 천현리 자연휴양림이나 반대편 춘천시 북산면 물로리에서 시작한다. 춘천쪽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산행의 묘미에다 뱃놀이 여행의 즐거움을 하나 더 얻을 수 있으나 교통편이 번거로운 관계로 홍천쪽 자연휴양림쪽에서 시작하는것이 일반적이다.
07:20 오늘은 평산회에서 9월 정기산행을 떠나는 날이다. 산행지는 홍천에 있는 가리산으로 산림청 지정 한국 100대 명산에 들어 있다. 산행 회원은 모두 6명으로 3명씩 내 차와 김석언 회원의 차에 탑승하여 신흥고 체육관 앞 주차장을 출발했다. 오늘 산행에는 그 동안 개인적인 사정으로 계속 불참을 했던 이남일 회원이 참가하여 산행의 의미를 더해주었다.
홍천으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일단 원주까지 간 다음 남원주 나들목에서 중앙고속도로에 진입하기로 했다. 증평과 음성을 지나 주덕에서 599번 지방도를 타고 달려 목계대교를 건넌 다음 19번 국도에 들어섰다.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고 날씨는 조금 선선한 편이다. 어쩌면 오늘은 산행을 하기에 최적의 날씨가 될지도 모르겠다. 지난 달 미륵산에 갈 때 들렀던 귀래와 흥업을 지난 다음 남원주 나들목에서 중앙고속도로에 올라섰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에 차들은 별로 없다. 홍천 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난 다음 바로 만난 오렌지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09:40 오렌지 휴게소를 출발하여 인제로 이어지는 44번 국도를 따라 달렸다. 홍천군 두촌면에 들어선 다음 조금 올라가니 왼쪽으로 가리산 휴양림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분기되고 있었다. 도로에 이정표도 있고 네비게이션을 작동 시키면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왼쪽 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올라가니 매표소다. 입장료는 한 사람에 2,000원, 주차료는 한 대에 3,000원이었다. 휴양림 치고는 꽤 비싸다. 대개 입장료는 1,000원, 주차료는 2,000원을 받는데 말이다. 법적으로 하자는 없는 거겠지?
▲ 오렌지휴게소 건물 모습
10:13 가리산휴양림 주차장에 도착. 넓은 주차장에는 벌써 여러 대의 대형버스가 주차되어 있고 승용차도 꽤 많았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인 모양이다. 우리도 한 쪽에 차를 세운 다음 산행준비를 했다. 주차장 입구로 나오니 오른쪽으로 산막으로 가는 포장도로가 있고 그 왼쪽으로 등산로 표시가 되어 있다. 합수곡을 거치지 않고 능선으로 올라가려면, 지형적으로 보아, 산막 쪽으로 올라가야 할 것 같아 그 길로 들어섰는데, 사실 실제 능선길은 왼쪽 등산로 표시를 따라 조금 가다가 오른쪽으로 올라가야 했다.
산막으로 올라가는 포장도로 양쪽으로 통나무집인 산막이 자리잡고 있었다. 나무이름 현판이 달린 산막 마당에 차가 있는 것을 보면 이용객들이 있는 모양이다. 이윽고 포장도로가 끝나면서 계곡 왼쪽으로 산길이 시작되었다. 길은 제법 뚜렷한데 표지기가 없다. 정식 산행로는 아닌 것 같지만 줄곧 올라가면 주 등산로와 만날 것 같아 운행을 계속했다.
▲ 가리산 휴양림 주차장에서 산행 준비를 하고 있는 회원들
가리산자연휴양림
두촌면 천현리 가리산(해발 1,051m) 기슭의 우거진 숲과 노송들이 기암괴석과 조화를 이루는 곳에 위치한 자연휴양림이다. 이곳에는 다목적광장, 놀이시설, 체육시설, 물놀이장, 민속놀이장 등 70여가지의 다양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으며 텐트장, 취사장 등도 있어 단체야영지로 적당하다. 또한 피톤치드성분이 함유된 통나무집과 산림욕장, 산책로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심신휴양지로도 안성맞춤이다.
▲ 주차장 왼쪽으로 나 있는 산막으로 가는 포장도로 [10:15]
▲ 산막으로 가는 포장도로를 걷고 있는 회원들 [10:24]
▲ 포장도로가 끝나고 산길이 시작되는 곳 [10:25]
▲ 계곡을 따라 난 길을 걷고 있는 회원들 [10:27]
10:34 잠시 휴식. 사면 오름길이 조금 경사가 있다. 산길은 오른쪽 계곡에서 점점 멀어지며 왼쪽 사면으로 올라붙는다. 너덜길이 나타났다. 계곡에서 능선으로 올라가는 전형적인 사면길의 모습이다. 틈틈이 휴식을 취하며 30분 정도 올라가니 제대로 된 산길이 나타났다. 우리가 올라온 길은 경사는 조금 있고 너덜길이었지만 사람이 전혀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 계곡 왼쪽으로 난 산길에서 잠시 휴식중
▲ 사면을 따라 난 길을 걷고 있는 회원들 [10:40]
▲ 너덜길을 지나다 다시 잠시 휴식 [10:47]
▲ 휴식 중인 홍세영 회원과 김지홍 회원 [10:49]
▲ 사면길 너덜지대를 오르고 있는 회원들 [10:49]
▲ 산행 중에 만난 야생화: 이름이 뭐드라? [10:58]
▲ 완만한 숲속 사면길을 걷고 있는 회원들 [10:58]
▲ 지능선에 거의 다 올라와서 [11:06]
11:07 지능선에 올랐다. 왼쪽에서 올라오는 길은 우리가 올라온 길 왼쪽 산능선을 따라 나 있는 길인데 그 길이 바로 정상 등산로였다. 우리는 정상 등산로 오른쪽 계곡을 따라 난 길로 올라온 것이었다. 어쨌든 제 길로 들어섰으니 크게 문제될 건 없지 않는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것이다. 잠시 쉰 다음 오른쪽 길을 따라 가리산에서 등골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경사가 완만하고 길도 잘 나 있어서 걷기에 좋다. 게다가 날씨도 산행하기에 기가 막힐 정도로 좋다. 오름길을 걷는 데도 땀이 나지 않는다.
▲ 지능선에 올라 휴식을 취하고 있는 회원들
▲ 주능선으로 올라가는 평탄한 길 [11:19]
▲ 주능선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 길 [11:25]
11:40 주능선에 올랐다. 오른쪽으로 1.7km를 가면 등골산이 나오고 왼쪽으로 1.5km를 가면 가리산이 나온다. 가삽고개는 300m 왼쪽에 있다. 주능선은 완전히 평짓길이었다. 마치 소풍을 나온 유치원생들처럼 일렬로 줄을 맞추어 걷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사람도 별로 없다. 주차장에 있는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벌써 내려갔나?
▲ 가리산으로 가는 길과 등골산으로 가는 길이 이어지는 주능선에 있는 이정표
▲ 평탄한 주능선 산행로 [12:02]
▲ 주능선은 경사가 거의 없어 멀리서는 한一字로 보인다. [12:02]
12:10 가삽고개에 도착. 여기서도 휴양림으로 내려갈 수 있다. 통나무를 가로 질러 만들어놓은 벤취에 걸터 앉아 휴식을 취했다. 가리산 산행로에는 이렇게 통나무로 만든 간이 벤취가 많이 있었다. 인공적인 재료를 써서 만든 것보다 훨씬 운치가 있고 산길에 어울려 좋았다. 가삽고개에서 15분 정도 걸으니 오른쪽으로 물노리선착장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고 있다. 소양댐을 건너갈 수 있는 코스다.
▲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가삽고개
▲ 가삽고개에서 신동갑 회원과 이남일 회원
▲ 가삽고개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회원들 [12:07]
▲ 소양호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12:28]
12:31 갈림길이 나왔다. 오른쪽은 3봉과 2봉을 경유한 다음 정상인 1봉으로 올라가는 길이고 왼쪽은 1봉으로 직접 가는 길이다. 우리는? 물론 3봉과 2봉을 거쳐야지. 가리산의 정상부인 1,2,3봉은 암봉이다. 등산객의 편의를 위해 오르는 암벽에 철난간과 발디딤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운악산에도 이런 게 있었는데. 3봉으로 올라가는 길 바로 아래 전망대가 있다. 발 아래로 가리산자연휴양림이 보이고 우리가 걸어온 능선도 보인다. 하늘을 가르고 있는 능선들도 색깔을 달리하며 줄을 잇고 있다.
▲ 3봉과 2봉으로 올라가는 길과 1봉으로 직접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 3봉으로 올라가고 있는 회원들 [12:36]
▲ 암벽길에 철난간과 발판이 설치되어 있다 [12:37]
▲ 가파른 암벽길을 올라오고 있는 홍세영 회원 [12:38]
▲ 가리산 정상부는 3개의 암봉으로 되어 있다 [12:38]
▲ 3봉 아래 전망대에서 지나온 능선을 배경으로 김지홍 회원 [12:43]
▲ 3봉 아래 전망대에서 [12:43]
▲ 전망대에서 김지홍, 이남일 회원과 함께
12:45 3봉 아래에는 이정표가 있고 이정표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3봉과 2봉에 이르게 된다. 2봉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발을 제대로 디딜 곳도 없었다. 참 나쁜 사람들이다. 그렇게 정상을 차지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참 무식한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이다. 2봉과 3봉 사이에서는 맞은편 1봉이 잘 보였다. 성급하게 단풍이 든 나무 몇 그루가 아름다운 정취를 더해주고 있다. 아 벌써 가을인가.
▲ 1봉과 3봉, 2봉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 2봉에서 정상인 1봉을 배경으로 김지홍 회원 [12:47]
▲ 2봉에서 1봉을 배경으로 [12:47]
▲ 1봉을 배경으로 홍세영 회원
▲ 멀리 휴양림이 있는 계곡이 보인다 [12:50]
▲ 1봉을 오르면서 뒤돌아본 2봉 암벽 [12:52]
▲ 정상인 1봉으로 오르는 급경사 길 [12:52]
12:56 가리산 정상인 제1봉에 올랐다. 삼각점이 있고 이정표가 있고 정상표지석이 있다. 소문대로 정상에서의 조망은 압권이었다. 멀리 소양호도 보이고 첩첩이 늘어선 산능선들이 가물거린다. 참 산 많다. 모두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산들이다. 산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 도시의 시멘트 바닥만 밟고 사는 사람들, 다음 휴일에는 뭐하나 고민에 싸인 사람들, 내가 보기에는 참 불쌍한 사람들이다.
점심 먹을 시간은 되었는데 자리가 마땅치 않아 샘터까지 내려가보기로 했다. 정상에서 샘터로 내려가는 길은 암벽길에 급경사였는데 철난간과 발디딤판이 요소마다 설치되어 있어 크게 위험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조심해야지. 산에서의 사고는 거의 대부분이 부주의와 방심 때문에 일어난다.
▲ 가리산 정상에 있는 삼각점
▲ 정상표지석과 함께 [12:56]
▲ 정상에서 평산회 회원 일동
▲ 정상에서 본 2봉과 3봉 [12:57]
▲ 정상에서 홍세영 회원
▲ 정상에서 평산회원이 모두 모여 [12:58]
▲ 정상에서 바라본 소양호 [13:02]
▲ 정상에서 바라본 능선들 [13:02]
▲ 정상에서 석청수가 나오는 샘터로 하산하고 있는 홍세영 회원 [13:08]
13:12 샘터 갈림길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휴양림으로 바로 내려갈 수도 있고 석청수가 나오는 샘터를 거쳐서 내려갈 수도 있다. 이 석청수는 홍천강의 발원지다. 갈림길 왼쪽으로 공터가 있어 점심을 먹기로 했다. 메뉴로는 김밥에 반주로 금가루가 든 매실주, 소주, 맥주가 나왔다. 김지홍 회원은 교육과장이 되더니 금으로 노네. 점심을 마치고 다시 출발, 경사가 있기는 하지만 길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무쇠말재에서 길은 왼쪽으로 90도로 꺾이고 20분 정도 내려가니 물이 흐르는 계곡이다.
▲ 샘터로 가는 길과 휴양림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 갈림길 위 공터에서 점심 [13:14]
▲ 무쇠말재에 있는 이정표 [14:03]
▲ 하산로 나무계단 길 [14:04]
14:25 계곡물이 합수가 되는 지점에 내려서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뒤떨어진 회원들을 기다렸다. 온통 돌무더기로 덮여 있는 계곡 위 하늘을 쳐다보니 구름이 아름답다. 마치 솜이불을 뜯어 솜만 펼쳐놓은 것처럼 푹신하게 보인다. 계절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구름 모습을 보며 또 한 번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꼈다. 다시 출발, 계곡 왼쪽으로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있다. 곧 포장도로와 함께 산막이 나타나고 능선으로 올라가는 산행로 표지판도 보였다.
▲ 합수 계곡에서
▲ 계곡물에 세수를 하고 있는 신동갑 회원 [14:28]
▲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아름답다 [14:29]
▲ 호청을 벗긴 솜이불을 펼쳐 놓은 것 같은 하늘의 구름 [14:32]
▲ 능선으로 올라가는 산행로가 시작되는 곳 [14:54]
14:55 주차장에 도착. 주차장에는 화장실이 하나 있는데 건물 외벽을 온통 담쟁이가 덮고 있어 보기에 무척 아름답다. 그러나 그 지독한 화장실 냄새는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주차장 전체에 그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휴양림 사용료를 2,000원이나 받으면서 화장실 냄새가 나지 않게 조치를 취하지 못한단 말인가? 과연 우리나라는 선진국인가, 중진국인가, 아니면 후진국인가?
산행을 마친 사람들을 실은 대형버스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도 떠나야지. 돌아오는 코스는 왔던 코스를 거꾸로 되짚었다. 지도상으로 보면, 내가 판단하기에는, 청주서 홍천까지 최단의 거리다. 도로를 달리는 차들은 아침보다는 조금 늘어났지만 운행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도로공사 때문에 홍천을 다와서 조금 밀렸을 뿐이다.
▲ 가리산 휴양림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 건물: 외관은 보기 좋으나 냄새는 장난이 아니다
16:53 중앙탑 휴게소에 잠깐 들렀다. 우리처럼 산행을 다녀오는 대형 버스가 한 대 서 있다. 주덕을 지나면서 신현대 회원과 이규필 회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저녁 회식에 참석할 거라는 연락이 있어 시간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평산회의 아지트인 제일수산에 집합, 8명이 산행이야기 등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고맙게도 회식 경비는 금년 9월 1일자로 음성중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발령이 난 신현대 회원이 지불을 했다. 베푼 은혜를 갚을 날이 언젠가 있겠지. 주말에 산에 많이 다니자고 서로 약속하며 10월 산행은 25일(토요일)로 정한 후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 중앙탑 휴게소 건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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