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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산행/한국 100名山

2008.05.17. [한국 100名山 51] 경기 동두천 소요산

by 사천거사 2008. 5. 17.

소요산 산행기 

◈ 일시: 2008년 5월 17일 토요일

◈ 장소: 소요산 535m / 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동

◈ 코스: 주차장 → 자재암 → 하백운대 → 중백운대 → 상백운대 → 의상대 → 공주봉 →

           구절터 → 주차장

◈ 시간: 3시간 17분


 

 


14:50  의정부 민락동 출발. 서울에서 조카 결혼식에 참석한 다음 의정부에 있는 아들네 집에 왔다. 원래는 내일 소요산을 갈 예정이었는데 시간을 따져 보니 오늘 오후 산행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 길을 나섰다. 산림청 지정 한국 100대 명산에 속하는 소요산은 동두천시에 있다. 의정부에서 3번 국도를 따라 계속 달리다 보면 소요산관광지 표지판이 나오고, 그 표지판만 따라가면 되기 때문에 목적지를 찾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15:28  소요산관광지 입구 도로변에 차를 세웠다. 사실 주차장이 어딘지 알 수 없어 세운 것인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주차료 2,000원을 벌어준 셈이 되었다. 조금 올라가니 '逍遙山自在庵'이라고 쓴 커다란 표지석이 있고 관광지는 그곳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관광지로 들어가는 길은, 왼쪽으로 인도가 있고 인도 오른쪽은 차도며 차도 오른쪽은 주차장이었다. 주차 요금은 2,000원. 주차장이 끝나자 오른쪽으로 원효대사의 부인 이름을 딴 요석공원이 있고 요석공원 끝나면서 음식점이 계곡 건너 자리잡고 있었다.       

 

요석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앉아 음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도로 왼쪽에 있는 벤취와 나무 그늘에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두세 명씩 앉아서 여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부부인 듯한 두 노인이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옛날 트로트 노래를 들으면서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보기에 좋다? 안 좋다? 내가 보기에는 좋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자리를 잡고 쉬는 사람이나 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노인들이었다. 몇 십년 후의 나의 자화상은 아닌지 모르겠다. 건물이 하나 있기에 일주문인가 했더니 매표소다. 매표원은 있는데 검표원은 없어 그냥 통과했다. 2,000원 또 벌었다. 그런데 여기는 왜 돈을 받는 거지? 동두천시민들은 무료네.


▲ 소요산관광지 입구에 주차

 

▲ 소요산관광지 입구에 있는 소요산 자재암 표지석 [15:30] 

 

▲ 소요산관광지: 오른쪽은 주차장 [15:34] 

 

▲ 계곡 오른쪽에 있는 소요산관광지 음식점들 [15:40] 

 

▲ 자재암으로 올라가는 길 [15:44]  


15:52  연등이 금줄처럼 쳐져 있는 자재암 일주문 통과. 조금 올라가니 왼쪽으로 석굴이 하나 보였다. 원효폭포 오른쪽에 있는 석굴인데 스님인지 불자인지 정좌를 하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이 보인다. 저 사람의 머리 속에는 지금 어떤 생각들이 들어차 있을까? 너무 궁금하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 凡人들과는 다른 고차원적인 생각들이 가득차 있겠지. 석굴 옆에 있는 속리교를 건너니 길이 양쪽으로 갈라진다.


▲ 소요산 자재암 일주문

 

▲ 원효폭포 옆 석굴에 정좌한 사람이 보인다 [15:54] 


15:55  자재암과 공주봉 갈림길에 도착. 왼쪽은 자재암을 거쳐 하백운대나 선녀탕으로 갈 수 있고, 오른쪽은 구절터를 거쳐 공주봉이나 의상대로 올라갈 수 있다. 왼쪽으로 Go! 시멘트 계단을 올라가니 다시 내리막이다. 원효대사가 앉아서 수도를 했다는 원효대를 지나 세심교를 건너니 왼쪽으로 일반인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백운암이 있고 한 굽이 돌아가니 자재암이 모습을 드러냈다.


▲ 자재암으로 가는 길과 공주봉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에 있는 이정표 

 

▲ 자재암 쪽으로 올라가는 계단 


16:02  소요산 자재암에 도착. 석가탄신일이 지난지 일주일 정도 되었지만 연등은 여전히 걸려 있고 등마다 발원자의 명단이 붙어 있다.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빌었을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데 저 연등에 이름표를 붙인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삶을 산 사람들일까? 아니면 평소에는 아무렇게나 살아오다 일년에 한 번 절대자에게 기대어보는 심정으로 이름표를 늘어뜨리고 있지는 않는 것일까?      

 

자재암 오른쪽에 나한전이 있다. 원효스님이 수행하시던 굴법당으로 예로부터 나한기도로 유명한 곳이다. 자재암 나한전에는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가섭존자와 아난존자를 비롯한 16나한상과 천불이 봉안되어 있다. 나한전 옆에는 원효샘이 있는데 원효대사께서 만든 우물이라 하여 원효샘이라 불리웠던 것이 각지에 만병통치의 약물로 소문이 퍼져, 특히 음력 3월 3일 삼짓날에는 물을 마시러 오는 사람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소요산 자재암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의 말사이다. 654년(무열왕 1) 원효가 창건하여 자재암이라고 했다. 고려시대 974년(광종 25) 각규(覺圭)가 태조의 명으로 중건하여 소요사로 바꾸고, 1153년(의종 7) 화재로 소실된 것을 이듬해 각령(覺玲)이 대웅전과 요사채만을 복구하여 명맥만 이어왔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1872년(고종 9) 원공(元空)과 제암(濟庵)이 퇴락한 이 절 44칸을 모두 중창하고 영원사(靈源寺)라 하였다. 이때 영산전, 만월보전(滿月寶殿), 독성각, 산신각, 별원(別院) 등의 건물이 있었으나 1907년 화재로 만월보전을 제외하고 모두 소실되었다. 1909년 성파(性坡)와 제암이 다시 중창하고 절 이름을 자재암으로 고쳤다.

6·25전쟁 때 다시 소실되어 1961년 진정(眞精)이 대웅전을, 1968년 성각(性覺)이 요사채를, 1977년에는 삼성각을, 1982년에는 일주문을 각각 지었다. 이어 1984년에는 부설 유치원이 개원하였고, 1983~1985년에 오래된 건물이 헐리고 새로운 중창이 이루어지면서 오늘날의 면모를 갖추었다.


▲ 아름다운 숲으로 둘러쌓인 자재암 

 

▲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자재암 대웅전 

 

▲ 자재암 나한전 [16:03] 


16:04  자재암을 지나 본격적인 산행로에 들어섰다. 오른쪽에 등산로 안내도가 하나 있는데 진품명품 프로그램에 내놓아도 될 정도의 완전 골동품이다. 이 안내도를 보니 산행을 처음 시작했던 대학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하백운대와 선녀탕 갈림길에 이르렀다. 오른쪽으로 가면 선녀탕을 경유해서 중백운대나 상백운대로 올라갈 수 있고, 왼쪽으로 가면 하백운대로 올라가게 된다. 왼쪽으로 Go!

 

그런데 하백운대로 올라가는 길이 돌길에다가 경사가 보통 급한 것이 아니다. 설치되어 있는 가드 레일을 잡고 자주 쉬었다. 오후 시간으로도 늦은 편인지 올라가는 사람은 거의 없고 내려오는 사람도 가끔 보인다. 계곡 건너편으로 나한대와 의상대, 공주봉이 언뜻언뜻 보였다. 저기를 언제 돌아서 내려오나.


▲ 참 오래 된 등산로 안내도 [16:05] 

 

▲ 하백운대와 선녀탕 갈림길 [16:08] 

 

▲ 하백운대로 올라가는 암릉길 [16:10]

 

▲ 하백운대로 올라가는 길에서 바라본 공주봉 [16:13] 

 

▲ 하백운대로 올라가는 길에 바라본 의상대와 공주봉 [16:24] 


16:30  마침내 해발 440m의 하백운대에 올랐다. 119 구급함이 설치되어 있고 이정표가 있다. 사람은? 없다. 모두 내려간 모양이다. 하백운대에서 중백운대까지는 400m 거리인데 평탄한 길이었다. 오른쪽으로 나한대와 의상대 봉우리가 낙타 등처럼 솟아 있다.


▲ 해발 440m의 하백운대에서 

 

▲ 중백운대로 가는 길에 본 나한대와 의상대 [16:39] 


16:40  해발 510m의 중백운대에 도착. 역시 사람은 없다. 여기서 상백운대까지는 500m 거리. 16시 47분, 포천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를 통과했다. 왼쪽 길로 가면 덕일봉을 거쳐 신북온천으로 내려갈 수 있다. 갈림길을 지나니 곧 오른쪽으로 선녀탕에서 올라오는 길이 보인다. 상백운대까지는 평탄한 길이 계속 이어졌다. 참호인 듯한 시멘트 구조물이 왼쪽으로 보인다. 이곳이 북위 37.5도 정도 되니 한국전쟁 때 격전지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 해발 510m의 중백운대에서 

 

▲ 선녀탕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 [16:47] 

 

▲ 상백운대로 올라가는 길에서 본 참호(?) [16:50] 

 

▲ 상백운대 직전 119 신고 표지판에서 [16:51]  


16:53  해발 559m의 상백운대에 도착. 소요산을 말굽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는 여섯 개의 봉우리 중에서 3개를 돌았다. 여기서 나한대까지는 1.2km 거리인데 상백운대에서 나한대 밑 안부까지의 구간이 바로 칼바위 능선 구간으로 소요산 산행의 白眉이다. 산림청에서 소요산을 100대 명산으로 정한 이유도 이 칼바위 능선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리 크지 않은 각양각색의 톱날 같은 바위들이 계속 이어져 있는데, 주변의 노송들과 어울려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 바위들을 직접 밟아볼 수 있어 한층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 해발 559m의 상백운대에서 

 

▲ 칼바위 능선이 시작되는 곳 [16:55] 

 

▲ 소요산 산행의 백미 칼바위 능선 [16:57] 

 

▲ 소요산 산행의 백미 칼바위 능선 [16:58] 

 

▲ 소요산 산행의 백미 칼바위 능선 

 

▲ 소요산 산행의 백미 칼바위 능선 [16:59] 

 

▲ 소요산 산행의 백미 칼바위 능선 [17:00] 

 

▲ 소요산 산행의 백미 칼바위 능선 [17:01] 

 

▲ 소요산 산행의 백미 칼바위 능선 

 

▲ 소요산 산행의 백미 칼바위 능선 [17:02]  


17:03  걸산동 삼거리를 지났는데도 칼바위 능선은 계속 이어졌다. 오른쪽으로 선녀탕에서 올라오는 길이 연속으로 나타났다. 두 이정표에 보면 칼바위까지의 거리가 바뀌어서 적힌 것 같은데 사실 어디까지를 칼바위로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는 사람이 혼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나한대로 오르는 길이 꽤 가파르다. 사람 구경은 할 수 없고 세상이 조용한데 까마귀 소리만 허공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 삼거리 이정표 [17:03] 

 

▲ 소요산 산행의 백미 칼바위 능선 [17:04] 

 

▲ 소요산 산행의 백미 칼바위 능선 

 

▲ 소요산 산행의 백미 칼바위 능선 [17:05] 

 

▲ 선녀탕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에 있는 이정표 [17:10] 

 

▲ 나한대에 오르기 전 안부에 있는 이정표 [17:15]   


17:27  해발 571m의 나한대에 올랐다. 벌써 시간이 5시 30분이 되었네. 의상대까지는 300m에 불과하지만 의상대에서 공주봉까지 1.2km이고 공주봉에서의 하산길도 만만찮으니 서둘러야겠다. 의상대로 가는 길목의 바위 틈에 애기 병꽃나무가 자리를 잡고 꽃을 피웠다. 귀엽다.


▲ 해발 571m의 나한대에서 

 

▲ 나한대에서 바라본 의상대 [17:28] 

 

▲ 바위 틈새에 병꽃나무가 자리를 잡았다 [17:30] 


17:36  소요산 정상인 해발 587m의 의상대에 올랐다. 정상 표지석이 있는 소요산 정상은 온통 바위로 되어 있었다. 의상대에서는 앞으로 가야할 공주봉 쪽 능선이 뚜렷하게 보였다. 시간이 없으니 바로 출발. 10분 정도 걸으니 샘터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 삼거리 안부가 나오고 산행로는 왼쪽으로 감아돌아가게 되어 있었다. 조금 가파른 경사길을 오르니 공주봉 정상이다.


▲ 소요산 정상인 해발 587m 의상대 

 

▲ 의상대에서 바라본 공주봉 능선 [17:39] 

 

▲ 샘터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안부에 있는 이정표 [17:53] 

 

▲ 햇빛을 받아 빛나는 의상대 [18:00]  


18:02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인 공주봉에 도착. 넓은 공터에 헬리콥터 착륙장이 있고 나무로 만든 넓은 판넬과 계단도 있다. 내 뒤를 따라오던 부부 산행객이 정상에 오르자 하이 파이브를 하며 만세를 부른다. 거, 보기 좋네. 우리도 나중에 저렇게 해야지. 공주봉에서 왼쪽을 내려다보니 온통 군부대다. 언제 통일이 되어 군인들이 없는 산을 마음놓고 다녀보나? 곧바로 하산 시작. 조금 내려가니 오른쪽 너덜지대에 작은 돌탑이 세워져 있다.


▲ 공주봉에 있는 헬리콥터 착륙장 

 

▲ 공주봉에서 내려다본 신북면 방면: 군부대가 많다  

 

▲ 공주봉 하산길에서 만난 돌탑군 [18:04] 

 

▲ 공주봉 하산길에서 올려다본 소요산 의상대 [18:08] 

 

▲ 공주봉 하산길에서 올려다본 백운대 능선 [18:08] 


18:17  기도터에 도착. 역시 돌탑이 있다. 기도터를 지나니 의상대로 올라가는 삼거리에 이정표가 서 있고 그 아래가 구절터다. 벤취로 둘려싸여 있는 구절터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옛날의 영화롭던 모습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구절터를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가니 왼쪽에 자연보호헌장비가 있고 자재암으로 가는 계단이 오른쪽으로 보인다.


▲ 기도터의 모습

 

▲ 공주봉과 의상대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에 있는 이정표 [18:20] 

 

▲ 구절터의 모습 [18:21] 


18:24  삼거리 갈림길을 지나 일주문에 도착하니 아까는 없던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 내용인즉, 5월 19일(음력 4월 15일)부터 8월 15일(음력 7월 15일)까지 하안거 백일기도에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하안거에 들어간 스님들은 음력 4월 보름부터 7월 보름까지 약 3개월간 한 곳에 머물며 좌선과 수행에 전념한다. '안거'는 인도에서 비가 내리는 몬순기에 바깥 수행이 어렵고, 초목과 벌레가 다치는 것을 피해 외출을 삼가고 수행한 것에서 유래했다. 여름과 겨울 두 번 행해진다. 일주문을 거쳐 주차장까지 오는 길이 아까와는 달리 한산하다. 그 많던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 모두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갔겠지.


▲ 자재암과 공주봉 갈림길에서 공주봉 방면 산행로  

 

▲ 소요산 자재암 일주문: 5월 19일부터 8월 15일까지 하안거에 들어간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18:26] 


18:45  주차장 출발. 의정부로 돌아오는 길은 몹시 붐볐다. 토요일 오후이기도 하거니와 의정부에서 연천으로 가는 길이 3번 국도 하나기 때문에 차량통행이 많은 모양이다. 거의 한 시간이 걸려서야 의정부 민락동에 도착을 했다. 소요산은 여섯 개의 봉우리가 말굽 모양을 하고 있어 원점회귀 산행을 하기에 적합하고 특히 칼바위 능선이 커다란 볼거리다. 또한 소요산은 국민관광지이기 때문에 휴식 시설이 많이 있어 한가로이 여유 시간을 보내기에도 적합한 곳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