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산행기
◈ 일시: 2008년 12월 13일 토요일
◈ 장소: 태백산 1566.7m / 강원 태백
◈ 코스: 유일사 주차장 → 장군봉 → 부소봉 → 문수봉 → 당골 → 당골 주차장
◈ 시간: 5시간 20분
◈ 회원: 평산회원 7명
06:30 오늘은 평산회에서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태백산 산행을 하는 날이다. 태백산은 1988년 12월 3~4일 1박 2일 동안 평산회 창립 등반을 간 산이라 큰 의미가 있는데 그래서 오늘 산행지를 태백산으로 정한 것이다. 김석언 회원과 내 차로 신흥고등학교 앞 출발, 36번 국도를 타고 주덕까지 간 다음 이류를 거쳐 충주호 조정지댐 쪽으로 달렸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차들은 없다. 바람은 차다.
07:32 중앙탑 휴게소 근처에 오니 안개가 비친다. 충주는 살기에 좋은 소도시이지만, 한 가지 문제가 바로 충주호 때문에 안개가 끼는 날이 많다는 것이다. 안개는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휴게소 식당에서 우거지 해장국과 라면으로 아침을 먹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다시 출발, 가흥육교에서 38번 국도에 올라선 다음 영월을 지나 석항에서 31번 국도로 갈아탔다. 백두대간 때문에 몇 번 왔더니 길이 익숙하다. 백두대간 함백산으로 올라가는 화방재를 지나 조금 달리니 오른쪽에 유일사 매표소 주차장이 있다.
▲ 옅은 안개가 퍼지고 있는 중앙탑 휴게소 옆 남한강과 조정지댐
09:57 유일사 매표소 주차장에 도착,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넓은 주차장에 차들이 많지는 않다. 한겨울 설경이 좋을 때에는 태백산에 관광버스가 1,000대씩 몰린다니 대단한 산이다. 일단 회원들을 내려놓고 하산 지점인 당골 주차장으로 달렸다. 당골 식당가에 김석언 회원 차를 세워놓고 다시 유일사 주차장으로 돌아와 매표소에서 입장권과 주차권을 구입했다. 각각 2,000원.
▲ 유일사 주차장에서 산행 준비 중
10:20 유일사 주차장 출발. 매표소 오른쪽으로 포장도로가 나 있다. 낙엽송들이 길쭉길쭉 서 있는 임도는, 추측컨데, 유일사 쉼터 아래까지는 이어질 것 같다. 태백산은 눈으로 유명한 곳인데 눈이 보이지 않는다. 아직 눈을 보기에는 이른 철인가? 지난 번에 내린 눈이 다 녹았나? 언덕 아래 배추밭에 뽑지 않은 배추가 하얗게 널려 있다. 왜 수확을 하지 않았을까? 고도가 높아지면서 서서히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럼 그렇지.
▲ 주차장 오른쪽 길을 올라가고 있는 회원들
▲ 밭길을 지나 낙엽송 숲길로 들어서고 있는 회원들 [10:22]
▲ 임도를 오르고 있는 회원들 [10:28]
▲ 눈이 희끗희끗 보이는 임도 [10:30]
10:31 갈림길 이정표에 도착. 오른쪽으로 가면 임도가 아닌 능선을 따라 유일사 쉼터에 이를 수 있다. 우리는 널찍한 임도를 따라 가기로 했다. 음지에는 도로에 눈이 얼어 붙어 미끄럽다. 길이 미끄러우면 걷는데 신경이 많이 쓰이고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그만큼 피로도 빨리 온다. 아이젠을 찰까? 길이 좋으니 조금 더 올라가보자. 벌목한 나무를 가득 실은 GMC가 임도를 내려오고 있다. 미끄러운 길을 잘 내려간다. 커다란 주목 오른쪽으로 돌아 올라갔더니 백두대간 능선에 있는 유일사 쉼터다.
▲ 유일사 쉼터로 가는 갈림길 이정표
▲ 눈이 쌓인 임도: 길이 미끄럽다 [10:38]
▲ 태백산은 눈산이야 [10:42]
▲ 통나무를 싣고 빙판길을 내려가는 GMC [10:51]
▲ 휴식을 취하며 담소 중 [10:58]
▲ 태백산의 상징인 거대한 주목 오른쪽으로 나 있는 산행로 [11:0
11:13 유일사 쉼터에서 고구마와 호박즙을 간식으로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오른쪽 아래로 하얀 유일사가 내려다 보인다. 유재철 회장님과 신현대, 홍세영 회원과 나는 100m 아래에 있는 유일사 구경을 하러 내려가고 나머지 회원들은 곧바로 능선으로 올라갔다. 유일사는 작은 절로 대웅전격인 무량수전과 기도처인 듯한 선원 건물이 전부였다. 그래도 주목들이 드문드문 서 있는 언덕 아래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었다.
▲ 유일사 위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 능선에서 내려다본 유일사 전경 [11:21]
▲ 유일사에서 신현대 회원: 극장 입구 앞에 서 기도 선 모습이네 [11:24]
▲ 유일사 무량수전 건물 [11:25]
▲ 유일사 석탑 앞에서 신현대 회원과 [11:26]
▲ 유일사 무량수전 앞에서 홍세영 회원, 유재철 회장님과 [11:26]
11:30 유일사 쉼터로 올라와 다시 산행 시작. 돌계단길이 시작되었다. 백두대간 산행을 할 때는 이 길을 내려왔는데 오늘은 거꾸로 올라가고 있다. 눈이 얼어 붙은 곳은 미끄러웠지만 아이젠을 착용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직 눈을 볼 수 있는 제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태백산을 찾았다. 꼬마에서부터 할아버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거대한 주목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태백산 주목은 소백산, 함백산 주목과 함께 멋이 있기로 이름이 나 있다.
▲ 유일사 쉼터에서 장군봉으로 올라가는 돌계단길 [11:35]
▲ 눈이 얼어붙어 미끄러운 돌계단길 [11:44]
▲ 거대한 주목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11:54]
▲ 응달에는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다 [11:57]
12:02 망경사 갈림길에 도착, 전망이 좋다. 백두대간을 잇고 있는 함백산과 매봉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눈이 쌓인 사면에 살아 있는 주목과 죽은 주목들이 자리 다툼을 하고 있다. 신행객들 대부분이 멋진 배경을 뒤로 하고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손 쉽게 찍을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 때문에 이제는 어느 관광지에 가도 기념 사진을 찍어주는 전문 사진사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간 것이다.
▲ 전망이 좋은 망경사 갈림길에서 홍세영, 신현대 회원, 유재철 회장님
▲ 전망대에서 바라본 함백산과 매봉산 [12:04]
▲ 무슨 얘기를 했는지 생각이 안 나네 [12:08]
▲ 죽어서도 고고한 자태를 잃지 않고 있는 주목 [12:13]
▲ 주목 군락지 앞에서 신현대 회원 [12:15]
▲ 장군봉에 오르기 전에 신현대 회원과 [12:18]
12:19 태백산 정상인 해발 1566.7m의 장군봉에 올랐다. 태백산에서 제일 높은 곳이지만 천제단이 있는 봉우리에 비하면 장군단만 번듯할 뿐 다른 시설물은 없다. 정상표지석도 없다. 대신 사방이 틔여 있어 조망은 기가 막힐 정도다. 사방이 잘 보인다. 오늘은 신기할 정도로 바람이 불지 않는데 태백산에 일단 바람이 불면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다. 특히 이곳 장군봉 정상부의 바람은 더욱 세다.
▲ 장군봉에 있는 장군단에서 회원들
▲ 태백산 정상봉인 장군봉에서 바라본 천제단
▲ 장군봉에서 바라본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12:19]
▲ 장군봉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12:20]
12:27 천제단에 도착. 태백산의 주봉은 아니지만 정상표지석도 있어 주봉 역할을 하고 있다. 천제단에는 늘 기도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기도, 참 좋은 것이다. 특히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서 빌어주는 기도는 다른 무엇보다도 가치가 있는 것이다. 자신을 위해 기도를 올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지지만, 남을 위해서 빌어주는 일은 쉬우면서도 힘든 일이다. 태백산 정상 표지석은 산에 걸맞게 크다. 태백산 정상에서는 전망도 좋다. 앞으로 갈 부소봉에서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황소 등어리처럼 뻗어 있는 것이 보인다.
▲ 천제단에서: 김지홍 회원은 자세가 왜 이려
▲ 태백산 정상 표지석 앞에서 유재철 회장님
▲ 영산인 태백산 표지석 앞에서 회원님들
▲ 정상 표지석 앞에서 멤버 체인지
▲ 천제단을 내려가며 바라본 부소봉 [12:32]
▲ 천제단에서 하제단으로 내려가고 있는 회원들 [12:33]
12:36 하제단에 내려왔다. 3개의 제단 중에서 맨 아래에 있다. 제단이 바람을 가려주기 때문에 점심을 먹기에 좋은 장소다. 우리는 점심을 문수봉에서 먹기로 하고 사과를 간식으로 먹었다. 부소봉으로 가는 길은 백두대간 길이다. 고사목이 드문드문 서 있는 사면 허리를 타고 조릿대 사이로 산길이 나 있다. 한 허리를 감아돌면 청옥산 가는 길 이정표가 있는데 물론 동해에 있는 청옥산은 아니다. 조금 더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백두대간 능선이 갈라지고 왼쪽으로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서는 문수봉이 잘 보이고 청옥산 쪽 능선들도 한 눈에 들어왔다. 전망대에서 부소봉은 지척이다.
▲ 3개의 제단 중에서 맨 아래에 있는 하제단의 모습
▲ 하제단에서 천제단을 배경으로 유재철 회장님, 김석언, 홍세영, 신현대 회원 [12:43]
▲ 하제단에서 부소봉으로 가고 있는 회원들 [12:50]
▲ 지난 번에 지나온 백두대간의 모습 [12:51]
▲ 조릿대 사이로 나 있는 부소봉 가는 길 [12:51]
▲ 전망대에서 바라본 문수봉 [13:02]
▲ 전망대에서 바라본 능선들: 조록바위봉, 달바위봉, 잔바위봉이 보인다 [13:03]
▲ 전망대에서 바라본 이름 없는 눈 쌓인 봉우리 [13:03]
▲ 전망대에서 회원들 [13:04]
13:06 부소봉 정상에 도착. 지난 번 백두대간을 할 때 들렀던 곳이다. 좁은 공간에 세워진 표지석에는 부쇠봉이라고 되어 있다. 사진 찍고 문수봉을 향해 출발, 헬리콥터 착륙장을 지나 비교적 순탄한 능선길을 걸었다. 눈이 쌓여 있지만 미끄럽지는 않다. 30분 정도 걸었더니 왼쪽으로 갈림길이 나 있는데 반재 오른쪽을 거쳐 당골로 내려가는 길이다. 안부에서 10분 정도 언덕길을 올라가니 문수봉이다.
▲ 부소봉에서 신현대, 김지홍 회원
▲ 부소봉에서 홍세영 회원, 유재철 회장님과
▲ 부소봉 바로 아래에 있는 헬리콥터착륙장 [13:08]
▲ 제법 눈이 많이 쌓여 있는 문수봉 가는 길 [13:12]
▲ 당골로 내려가는 삼거리에서 잠시 휴식 [13:36]
▲ 문수봉을 오르고 있는 회원들 [13:43]
13:46 문수봉에 올랐는데 장군봉이나 천제단, 부소봉과는 달리 커다란 바위가 정상 전체를 덮고 있었다. 거대한 돌탑이 두 개나 있고 둥근 통나무 정상 표지목이 서 있다. 전망이 좋아 천제단이 잘 보이고 함백산과 풍력발전기가 일렬로 서 있는 매봉산도 잘 보였다. 아이고 그런데 사진을 찍으려다가 홍세영 회원님 카메라를 떨어뜨려 고장을 내고 말았다. 어쩌나! 고칠 수 있을까 모르겠네. 문수봉 정상 옆 작은 공터에서 점심을 먹었다. 김밥과 김지홍 회원이 가져온 양주, 신현대 회원이 가져온 양주로 속을 채웠다. 술을 많이 먹으면 안 된다. 한 두 잔 먹는 것은 몸을 훈훈하게 해주기 때문에 겨울 산행에서는 좋을 때도 있다.
▲ 문수봉에서 김지홍 회원: 보기 좋습니다
▲ 문수봉에서 신현대 회원
▲ 문수봉에서 유재철 회장님
▲ 문수봉에서 회원들
▲ 해발 1517m의 문수봉에서 회원 일동
▲ 문수봉에서 바라본 천재단과 장군봉 [13:50]
▲ 문수봉에서 홍세영 회원 [13:54]
▲ 문수봉에서 홍세영 회원 [13:55]
14:30 점심 후 문수봉을 출발, 당골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눈이 얼어 붙은 돌길이 미끄러워 아이젠을 착용했다. 산행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자칫 잘못해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원들 모두 산행 경력이 꽤 있는 사람들이라 잘도 내려간다. 30분 정도 걸었더니 단군성전 갈림길이 나왔다.
▲ 문수봉에서 당골로 하산하고 있는 회원들 [14:33]
▲ 매우 미끄러운 하산길을 내려가고 있는 회원들 [14:48]
▲ 나무 아래로 통과하는 것이 더 좋잖아 [14:51]
15:02 단군성전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에 이정표가 서 있는데 당골광장까지는 아직도 2.5km가 남았네. 20분 정도 걸어 다리를 건넌 다음 계곡 오른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걸었다. 고도가 낮은 탓인지 눈이 모두 녹았다. 도로 왼쪽에 천제단 비슷한 형태의 제단이 있는데 제물을 차려 놓고 한 무속인이 제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제를 올리는 걸까?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세계 평화를 위해? 산행 초입처럼 낙엽송 숲이 나타나고, 숲길이 끝나면서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특이한 형태의 석탄박물관 건물이 보인다.
▲ 단군성전 갈림길 이정표
▲ 당골을 내려가고 있는 회원들 [15:25]
▲ 물이 거의 없는 당골의 모습 [15:26]
▲ 당골을 내려오면서 만난 제단 [15:29]
▲ 눈이 없는 잎갈나무 숲 길 [15:31]
15:40 매표소 아래에 있는 당골 식당가 주차장에 도착, 일단 김석언 회원의 차로 유일사 주차장에 들러 내 차로 옮겨 탄 다음 청주로 내달렸다. 7시에 제일수산에 회식 예약을 해놓았고 산행에 참가하지 못한 회원들이 그리로 올 예정이라 시간이 빠듯했다. 아침보다 차들이 많아 운행 시간도 더 걸렸다. 간신히 7시에 제일수산에 도착, 이규필 회원과 이남일 회원을 제외한 10명이 모여 평산회 창립 20주년을 자축했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기간 동안 꽤 많은 회원이 들락거렸지만 그래도 끈끈한 정으로 많은 산을 다녔다. 앞으로도 변치 않는 마음으로 산을 향한 열정을 회원들 모두가 불태우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 당골 매표소 아래에 있는 식당가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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