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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트레킹/네팔 에베레스트

2009.01.12. [Everest 9] 페리체→로부체

by 사천거사 2009. 1. 12.

에베레스트 트레킹 제9일 

◈ 일시: 2009년 1월 12일 월요일

◈ 코스: 페리체 → 두글라 → 로부체 

◈ 회원: 충북 네팔오지학교 5차 탐사대



06:30   기상. 오늘은 해발 4910m의 로부체까지 가야하니 해발 고도를 700m 가까이 올려야 한다. 이번 트레킹에서 최대의 난관이라고 볼 수 있다. 해발 4000m 이상에서의 트레킹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침은 북어국이다. 밥맛이 별로 좋지 않았으나 걷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을 수 없는 것도 나에게는 이번 트레킹에서의 하나의 문제다.   


▲ 트레킹을 출발하기 전 롯지에서 최창원 선배님 [07:52]


08:00   출발. 페리체 마을 왼쪽으로 넓은 계곡 바닥을 따라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해가 들지 않았으나 30분 정도 걷자 햇살이 내려쬐기 시작했다. 따뜻하다. 오늘도 날씨는 더할 나위없이 화창하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서 까마귀 소리가 애절하다. 얼마 안 되어 보이는 계곡 바닥길은 의외로 길어, 구릉에 올라서기 까지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좌우로 보이는 설봉들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다.


▲ 페리체에 있는 롯지를 출발하고 있는 대원들 [08:00]

 

▲ 롯지를 떠나면서 바라본 탐세르쿠 방향 [08:00]

 

▲ 해가 비치는 곳과 비치지 않는 곳의 명암이 뚜렷하다 [08:01]

 

▲ 어둠을 뚫고 밝은 곳을 향하여 [08:25]

 

▲ 어둡던 곳이 갑자기 밝아졌다 [08:26]

 

▲ 넓은 계곡에 트레킹 루트가 나 있다 [08:32]

 

▲ 넓은 평지길을 걷고 있는 대원들 [08:48]

 

▲ 돌담으로 둘러쌓인 경작지들 [09:12]


09:55   강 바닥에서 구릉으로 올라섰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바위와 관목 사이로 여러 갈레 길이 나 있다. 황량하기가 그지 없다. 2년 전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할 때에는, 파란 잎을 달고 있는 나무들과 아름다운 색의 꽃을 보았고 오렌지와 바나나가 익어가고 있는 모습도 보았는데, 여기서는 전혀 그런 것들을 볼 수가 없다. 대신 하얀 눈이 덮인 멋진 바위벽을 볼 수 있다. 그 하얀 설산들이 황량한 풍경을 상쇄시키고 있다. 세상 일이 다 그렇지 않은가? 어느 한쪽이 부족하면 다른 한쪽이 그것을 보완하기 마련이다. 1시간 25분 정도 걸어 두글라에 있는 롯지에 도착을 했다. 다리 건너 있는 롯지는 뒤로 거대한 설벽을 이고 있었다.


▲ 계곡 바닥에서 구릉길로 올라선 대원들 [09:55]

 

▲ 트레킹 도중에 뒤돌아본 페리체 방면 [10:02]

 

▲ 자태가 아주 빼어난 설산 [10:02]

 

▲ 이런 모양의 설산도 있고 [10:24]

 

▲ 요런 모양의 설산도 있다 [10:48]

 

▲ 탐사대의 짐을 운반하는 야크들 [11:00]

 

▲ 두글라에 있는 롯지에 도착한 탐사대원들 [11:18]


11:20   해발 4530m의 두글라에 있는 롯지에 도착. 점심은 흑미국수였다. 그래도 국수는 밥보다는 먹기에 좋다. 영양학적으로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고소증세로 힘들어 하던 조재명 대원과 이소언 대원이 팡보체로 하산을 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물론 본인들의 의지에 따른 것이겠지만. 나도 마음 같아서는 따라 가고 싶었지만, 얄팍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일단 로부체까지는 올라가보기로 했다.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힘들어 하는 대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 탐사대원들이 점심을 먹은 두글라의 롯지 [11:29]

 

▲ 두글라의 롯지 뒤로 설산이 손에 잡힐 듯 하다 [12:04]

 

▲ 롯지에서 바라본 페리체 방면의 걸어온 길 [12:05]

 

▲ 두글라에 있는 롯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대원들 [12:05]


12:30   롯지 출발. 아직도 해발 고도를 400m 정도 올려야 한다. 너덜지대를 오르고 셀파들을 기리기 위한 돌탑들이 널려 있는 곳을 지났다. 한참을 걷다보니 내가 맨 마지막이다. 머리가 아프거나 하지는 않은데 다리에 힘이 없고 자꾸 헛딛는 느낌이다. 나는 정상적으로 걷는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이 뒤에서 보면 비틀거리는 모양이다. 함께 가던 대원들이 스탭에게 내 배낭을 맡겨주었다. 얼마 안 가서 한 스탭이 나를 업고 롯지에 도착하는 일이 벌어졌다. 나는 등에 업혀서도 계속 괜찮다고 말했다. 걸을 수 있는데....


▲ 롯지를 출발하면서 바라본 오른쪽 암릉 [12:31]

 

▲ 로부체를 향하여 올라가고 있는 대원들 [12:39]

 

▲ 너덜지대를 통과하고 있는 대원들 [12:44]

 

▲ 너덜지대에서 휴식 중인 대원들 [13:30]

 

▲ 룽다가 휘날리는 초르텐이 있는 곳에서 잠시 휴식 [14:18]

 

▲ 셀파들의 죽음을 기리는 돌탑이 있는 곳에서 [14:18]

 

▲ 셀파들을 기리는 돌탑이 줄을 지어 서 있다 [14:18]

 

▲ 포터도 쉬고 대원들도 쉬고 [14:26]

 

▲ 힘들게 언덕을 올라가고 있는 대원들 [14:38]

 

▲ 고소증세로 힘이 들어 쉬고 있는 모습 [14:54]

 

▲ 야크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14:58]

 

▲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대원들 [14:58]

 

▲ 계곡 왼쪽으로 길이 나 있다 [15:37]

 

▲ 물 건너 산 넘어에 설산이 우뚝하다 [15:37]


16:30   롯지에 도착, 김영식 대장에게 상황을 알리고 다이아막스와 비아그라, 아스피린을 먹었다. 일단 내일 아침에 상황을 보고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팡보체로 내려가기로 결정을 했다. 여자대원들이 내 손가락 10개를 모두 땄는데 시커먼 피가 계속 나온다. 몸 상태가 아주 나쁘다는 증거다. 저녁은 무우국인데 밥맛이 없다. 한 술 뜨고 집에 전화를 걸어 아내, 그리고 딸 선영이와 통화를 했다. 고소증세 때문에 여기서 아래로 내려갈 확률이 높다고 하니까 무리하지 말라고 격려해준다. 눈물이 나도록 고맙다. 그래서 가족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언제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