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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트레킹/네팔 에베레스트

2009.01.06. [Everest 3] 카트만두→팍딩

by 사천거사 2009. 1. 6.

에베레스트 트레킹 제3일 

◈ 일시: 2009년 1월 6일 화요일

◈ 코스: 카트만두 → 루크라 → 팍딩

◈ 회원: 충북 네팔오지학교 5차 탐사대



03:30   눈을 떠 시계를 보니 3시 30분이다. 집을 벗어나면 습관적으로 늘 잠을 일찍 깬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4시 30분에 기상. 창밖을 내다보니 하늘에 별빛은 보이는데 날이 흐린 것처럼 밝지가 않다. 원래 카트만두의 하늘은 매연 때문에 맑지가 않은데 그 탓인가? 오늘은 루크라로 가는 날이라 날이 맑아야 비행기가 뜬다. 세수를 하면서 보니 벌써 피곤한 탓인지 입술이 부르텄다. 5시 30분에 호텔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메뉴는 계란, 소시지, 베이컨, 빵, 요구르트, 시리얼, 커피. 일단 호텔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모든 짐을 싣고 버스에 올라 국내선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시내를 벗어나 공항 쪽으로 가자 안개가 더 심해졌다. 카트만두는 지구의 온난화 현상 때문인지 2년 전과 마찬가지로 금년 겨울에도 매일 아침 안개가 낀다. 이른 시간인데도 카트만두 시내에는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학교에 가는 아이들도 보인다. 2년 전에도 루크라로 가기 위해서 이 시간에 이 길을 달렸었다. 루크라의 날씨가 좋지 않아 결국 비행기가 뜨지 않았고 트레킹 코소는 에베레스트에서 안나푸르나로 바뀌고 말았다. 그 때 못 본 에베레스트를 보기 위해 오늘 또 이 길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 호텔 로비에서 카고백을 정리하고 있는 대원들 [06:22]


06:47   카트만두 국내선 공항에 도착. 국내선 공항은 국제선 공항과 이웃해 있다. 일단 짐을 공항 건물 안으로 옮기고 탑승 수속을 기다렸다. 네팔의 국내선은 17인승의 프로펠러 비행기가 운행을 하기 때문에, 스탭을 포함해 40명에 가까운 우리 탐사대는 일단 3개의 탑승조로 나누어졌는데 나는 1조였다. 아무런 시설도 없고 앉을 의자조차 변변찮은 대합실에서 안개가 걷히기만을 기다린다는 것은 정말 지루한 일이었다. 7시 45분, 날씨가 쌀쌀해진다. 9시가 되자 서서히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더 큰 다행은, 어제 눈에 내렸다는 루크라의 날씨가 오늘은 쾌청하단다.

 

10시 20분, 수하물을 접수시키고 보딩 패스를 받은 다음 대합실로 나갔다. 대합실은 비행기 출발에 맞춰 모여든 사람들로 꽤 혼잡했다. 해가 서서히 비치면서 안개가 스러지고 국내선 비행기들이 각각 제가 갈 방향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루크라행 비행기도 운행이 시작되었는데, 우리가 타고 갈 예티항공 YT-118편은 조 번호와는 상관없이 결국 맨 마지막에 출발하게 되었다. 어쨌든 오래고 지루한 기다림 끝에 비행기에 탑승하여 이륙을 기다렸다.


▲ 국내선 공항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는 대원들 [06:47]

 

▲ 국내선 공항 대합실에서 전달사항을 듣고 있는 대원들 [06:57]

 

▲ 안개가 걷히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대원들 [08:37]

 

▲ 기다리다 지쳐서 [10:12]

 

▲ 국내선 공항 안의 매점: 물가가 굉장히 비싸다 [10:31]

 

▲ 안개가 걷히고 해가 나자 비행기 운행이 시작되었다 [11:02]

 

▲ 루크라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걸어가고 있는 대원들 [12:36]

 

▲ 루크라행 예티항공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는 대원들 [12:37]


12:53   마침내 루크라행 프로펠러 비행기가 굉음을 내려 카트만두 공항을 이륙했다. 예쁜 스튜어디스가 사탕과 솜을 권한다. 솜은 기압차와 시끄러운 소리로부터 귀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네팔의 산하는 웅장하다기보다는 처절한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눈이 없는 산은 경사가 조금만 완만해도 모두 다랭이밭으로 개간이 되어 있었고, 띄엄띄엄 집들이 밭 중간중간에 박혀 있으며 산등성이를 따라 산길이 이어져 있었다. 도시의 문명 생활과는 완전히 단절된 산속에서의 생활에 과연 저들은 얼마나 만족할까?

 

창밖 오른쪽으로 히말라야의 눈 덮인 산군들이 보인다. 사람들은 주로 히말라야 산군을 보기 위해서 네팔에 온다. 네팔에 히말라야가 없었다면 나 자신도 네팔이란 나라를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그냥 지구상에 있는 하나의 빈곤 국가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만큼 네팔과 히말라야는 떼어놓을 수 없다. 창밖의 구름이 목화솜을 펼쳐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 계곡에는 옥색의 빙하가 녹은 물이 흐르고 가끔 바위벽을 타고 내리는 폭포도 보인다. 기류 때문인지 갑가지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린다. 알 수 없는 공포가 밀려온다. 파도치는 대양에 떠 있는 조각배에 탄 기분이다. 어찌 되었건 비행기는 40분 정도 날아 루크라 공항에 무사히 착륙을 했다. 박수!!!

 

13:34   루크라 공항에 비행기 착륙. 활주로의 길이나 계류장의 규모에서는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공항의 이미지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지만, 이 깊은 산속에 비행기가 내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공항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니 히말라야 롯지가 있는데 비행장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이었다. 롯지와 비행장 사이에는 있는 공터에는 우리 탐사대의 짐을 운반할 좁교들이 모여 있었다. 좁교는 물소와 야크의 교배종으로 주로 3,000m 이하 지역에서 트레커들의 짐을 운반하는데 이용된다.

 

히말라야 롯지에 들어가니 먼저 도착한 대원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따끈한 차를 한 잔 마신 다음 점심으로 김밥을 먹었다. 조형진 교수가 매실주를 한 잔 건네준다. 정말로 술 좋아하는 분이다. 점심을 먹은 다음 롯지에서 밖에 있는 공터에 모여 전달사항을 듣고 최창원 선배의 주도하에 준비운동을 했다. 탐사대원 모두에게 안전하고 재미있는 트레킹이 되기를 기원하는 파이팅을 외친 후 본격적인 트레킹에 들어갔다.


▲ 루크라 공항에 헬리콥터 한 대가 착륙하고 있다

 

▲ 루크라 공항 활주로: 끝은 절벽이다

 

▲ 루크라 공항에 도착해서 롯지로 올라가고 있는 대원들 [13:39]

 

▲ 우리 탐사대의 짐을 운반할 좁교들이 멀리 보인다 [13:41]

 

▲ 루크라 공항 바로 위에 있는 히말라야 롯지 [13:51]

 

▲ 오늘 점심은 맛있는 김밥 [13:56]

 

▲ 엄마 품에 안겨 있는 루크라 마을 아이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하다 [14:25]

 

 ▲ 롯지에서 나와 본격적인 트레킹을 떠나기 전에 한 장 [14:26]

 

▲ 팍딩으로 떠나기 전에 전달사항을 듣고 있는 대원들 [14:27]

 

▲ 본격적인 트레킹을 떠나기 전에 준비운동을 열심히 [14:30]

 

▲ 안전하고 재미있는 트레킹이 되도록 다짐하며 오지학교 탐사대 파이팅! [14:32]


14:36   루크라 히말라야 롯지를 출발, 팍딩을 향한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롯지와 상가와 음식점이 좌우로 늘어선 루크라 마을 끝부분에는 위에 여성상이 앉아 있는 관문이 있었다. 게이트를 통과하면 약간 내리막길인데, 사실 해발 2840m의 루크라와 2610m의 팍딩 사이에는 230m의 고도차가 있다. 해발 2580m의 토드 쿠시까지 거의 계속 내리막이고 토드 쿠시에서 팍딩까지는 거의 평탄한 길이다. 길은 오른쪽 산허리를 타고 계속 이어졌다.

 

짐을 실은 좁교들이 올라온다. 루크라에서 남체 바자르까지는 좁교와 나귀들이 주로 짐을 나른다. 길을 가다가 짐을 실은 좁교나 나귀, 또는 야크들을 만났을 때에는 반드시 산쪽으로 붙어야 한다. 계곡 쪽에 서 있다가는 자칫 잘못하면 짐을 실은 동물에게 떠밀려 계곡 아래로 추락할 수 있다. 특히 야크는 더 조심해야 한다. 오전에 맑았던 날씨가 오후가 되자 조금 흐려졌다. 날이 계속 좋아야 할 텐데...... 


▲ 루크라 공항 활주로 오른쪽으로 나 있는 길을 내려가고 있는 대원들 [14:36]

 

▲ 루크라의 음식점과 롯지들 [14:38]

 

▲ 루크라를 벗어나고 있는 대원들 [14:46]

 

▲ 루크라 마을의 관문을 통과하고 있는 대원들 [14:48]

 

▲ 루크라 마을을 벗어나 본격적인 트레킹 시작 [14:49]

 

▲ 산허리를 가르며 트레킹 루트가 나 있다 [14:52]

 

▲ 짐을 운반하는 좁교나 야크 떼와 만나면 산쪽으로 붙어야 한다 [14:58]

 

▲ 평탄한 길을 걷고 있는 대원들 [15:01]

 

▲ 작은 다리도 건너고 [15:02


15:03   왼쪽으로 꽤 넓은 경작지가 펼쳐져 있는데 무슨 곡식이 자라는지 파란 곳도 군데군데 있다. 이 지역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지 학교도 보이고 곰파 비슷한 건물도 보인다. Dudh Koshi 강 건너에 산허리에 집이 몇 채 자리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스위스의 알프스 지역 같은 경우라면 별장이요 전원주택이겠지만, 이곳에서는 다랭이 밭뙈기를 부치며 생계를 유지하는 네팔 사람들의 주거지다. 사람이 살아가는 집이라는 것은 동일하지만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그 용도를 다르게 생각한다. 에베레스트 지역은 안나푸르나 지역보다 비교적 롯지가 깨끗한 편이다. 새로 지은 롯지들은 시설을 잘 갖춘 것들도 많았다.

 

이곳은 티벳불교가 생활의 중심이기 때문에 마니차와 마니석이 많았다. 길가의 커다란 마니석이 눈에 띈다. 마니석은 라마교의 경전이나 기도문을 크고 작은 바위에 양각으로 새긴 것으로 길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마니석에 새겨진 문구는 "옴마니 반메흠"의 반복이다. 옴마니 반메흠은 불교의 천수경에 나오는 관세음보살의 진언으로, 밀교를 비롯하여 불교에서 사용되는 주문 가운데 하나이다.

 

대승불교의 경전에 의히면, 이 진언을 부르면, 여러 가지 재앙이나 병환, 도적 등의 재난에서 관세음보살이 지켜주고, 성불을 하거나 큰 자비를 얻는다고 한다. 문자적인 뜻은 "옴, 연꽃 속에 있는 보석이여, 훔”으로서,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주문이다. 티벳인들이 특히 많이 외우는데, 보통 티벳인들은 이런 뜻과 상관없이 그냥 많이 외우기만 하면 그 자체로 영험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티벳사람들은 마니석으로 쌓은 스투파(초르텐)를 반드시 왼쪽으로 통과하고 탑돌이를 할 때에도 시계방항으로 도는데, 이것은 우주의 운동과 태양계의 회전 운동에 동조하며 일치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우주를 지배하는 힘인 브라만의 순리를 따른다는 표현이다. 당연히 마니차를 돌릴 때에도 시계방향으로 돌린다. 나도 가능한 한 초르텐이 있으면 왼쪽으로 진행을 했다.


▲ 왼쪽으로 꽤 넓은 경작지가 펼쳐져 있고 파릇한 곳도 자주 보인다 [15:03]

 

▲ 걷다가 힘이 들면 잠시 쉬어가면 되고 [15:04]

 

▲ 돌계단길을 내려오고 있는 청소년대원들 [15:05]

 

▲ 전형적인 트레킹 루트를 걷고 있는 대원들 [15:08]

 

▲ 현지인들의 빨레가 마치 룽다처럼 널려 있다 [15:22]

 

▲ 깨끗하게 청소가 된 롯지 앞 도로 [15:56]

 

▲ 산허리를 따라 트레킹 루트가 계속 이어져 있다 [16:06]

 

▲ 출렁다리를 건너고 있는 대원들 [16:09]

 

▲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대원들 [16:12]

 

▲ 이곳에는 비교적 깨끗한 롯지가 많다 [16:15]

 

▲ 롯지의 아이들 [16:18]

 

▲ 마니석이나 초르텐이 있을 때는 왼쪽으로 가는 것이 원칙이다 [16:22]

 

▲ Dudh Koshi Nadi 지류에 놓인 다리를 건너고 있는 대원들 [16:24]


16:29   Thado Kushigoon에서 휴식을 취했다. 길가에 사가르마사 국립공원(Sagarmatha National Park)에서 설치한 경고문이 하나 있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사가르마사 국립공원을 방문한 사람들은 누구나 떠돌이 개들이 따라오게 하거나 개에게 먹이를 주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지나면 이 개들이 야생동물 뿐만 아니라 때로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심각한 위협적 존재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여러분의 협조와 사려깊은 행동을 기대하며 이에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네팔에는 떠돌이 개들이 많다. 힌두교에서는 개를 하나의 신으로 여긴다.

 

길 왼쪽에 장승이 3개 세워져 있는데 양쪽 두 개에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라고 한글이 적혀 있다. 누가 세운 걸까? 다시 길 왼쪽으로 Dudh Koshi 강이 흘러가는 것이 보인다. 산허리를 따라 길이 계속 이어지는데 작은 공간만 있어도 어김없이 롯지가 세워져 있었다. 언덕 아래 왼쪽에 넓은 공터가 있고 노란 천막이 15개나 쳐져 있다. 어느 팀이 사용하는 건가? 저기가 팍딩인가? 날은 저물어가는데 팍딩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마침내 팍딩을 알리는 낡은 이정표가 보였다.


▲ 해발 2580m의 Thado Kushigoon 마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대원들

 

▲ 길 옆에 있는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장승: 누가 세운 걸가? [16:34]

 

▲ 성벽과 같은 축대 밑을 지나고 있는 대원들 [16:36]

 

▲ 길 왼쪽으로 Dudh Koshi Nadi가 흘러가고 있다 [16:37]

 

▲ 롯지 사이로 난 길을 걸어가고 있는 대원들 [16:46]

 

▲ 누가 저렇게 이쁜 천막을 쳐놓았나? [16:47]

 

▲ 날은 저물어가는데 팍딩은 어디에 있나? [17:12]

 

▲ 팍딩 마을을 알려주는 이정표 [17:31]


17:55   팍딩의 Dudh Koshi Nadi 위에 가로 놓인 다리를 건너 롯지에 도착하니 따끈한 차 한 잔을 스탭이 건네준다. 방 배정을 받았는데 4호실로 임해훈 기자와 한 방을 쓰게 되었다. 네팔에 있는 대부분의 롯지가 그렇듯이 이곳 롯지도 방을 나무로 칸막이를 해놓아 옆방 사람의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한 사람이 움직이면 롯지 전체가 움직인다. 날이 추운 것 같아 우선 내복을 입었다. 롯지의 불이 들락거린다. 여기도 정전이 잦은가?

 

저녁은 김치를 곁들인  닭볶음이었는데 맛이 괜찮은 편이었다. 저녁을 먹은 후 신현대 가수가 주창하는 롯지 음악회가 열렸다. 생긴 모습과는 달리, 고음의 애절한 목소리로 부르는 산노래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노래는 듣는 이의 심금을 충분히 울려주었다. 역시 프로는 프로였다. 음악회가 끝난 후 조형진 교수, 최창원 선배와 매실주와 안동소주를 마셨다.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는데 매일 술을 먹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10시 20분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렇게 춥지는 않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계곡 물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린다.


▲ 팍딩에 있는 롯지 홀에서 노변정담을 나누고 있는 대원들 [18:43]

 

▲ 김영식 대장의 이야기가 재미있나 보네 [18:44]

 

▲ 신현대 가수의 주창으로 이루어진 롯지 음악회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