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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트레킹/네팔 에베레스트

2009.01.05. [Everest 2] 방콕국제공항→카트만두

by 사천거사 2009. 1. 5.

에베레스트 트레킹 제2일

◈ 일시: 2009년 1월 5일 월요일

◈ 코스: 방콕국제공항 → 카트만두

◈ 회원: 충북 네팔오지학교 5차 탐사대



00:10   방콕국제공항에 도착. 태국은 우리나라와 2시간의 시차가 있어 시계를 두 시간 뒤로 돌렸다. 카트만두행 비행기가 10시 35분에 떠난다니 앞으로 10시간 이상을 공항 대합실에서 보내야 한다. 뭐 하면서? 각자 나름대로 알아서. 이럴 때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뭐? 술이다. 조형진 교수와 최창원 선배를 중심으로 라운지 한쪽에서 술판이 벌어졌다. 이런 저런 대원들과 함께 47.5도의 보드카와 진을 3병 마셨는데, 언제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고 8시 쯤에 잠에서 깼다.

 

에피소드! 그 날 새벽 술에 취한 조형진 교수와 최창원 선배가 맨발로 공항 건물 안을 헤매다가 조형진 교수는 공항보안요원에게, 최창원 선배는 최미나 대원에게 각각 이끌려 우리 팀에게 인도되는 일이 있었다. 그 날 미국 CNN 방송에 이런 보도가 있었다고 한다. "태국국제공항에서 승려 한 명과 현지인 한 명이 술에 만취해 맨발로 공항 건물 안을 돌아다녔다." 믿거나 말거나.

 

타이항공  TG 319편은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를 향해 10시 50분에 태국공항을 이륙했다. 태국과 네팔은 1시간 15분의 시차가 있어 시계를 다시 뒤로 돌렸다. 아침으로 기내식을 먹고 나서 얼마 안 지나니 카트만두 시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방콕에서 카트만두까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겠지만, 인천에서 카트만두까지 대한항공 직항을 이용하면 7시간에 올 거리를 이번에는 거의 이틀을 소비했다.


▲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술 한 잔에 이야기 한 마디를 나누고 있는 대원들 [3:11]

 

▲ 양말을 신은 者와 벗은 者 [8:24]

 

▲ 조 교수님은 늘 사색에 잠기기를 좋아하신다 [9:21]

 

▲ 방콕 공항에서 카트만두행 비행기 보딩을 기다리고 있는 대원들 [10:01]

 

▲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카트만두 인근 모습 [13:04]


13:15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에 도착. 2년 전에 왔을 때의 건물 모습 그대로다. 입국수속도 그대로다. 여행객은 급하지만 공항직원들은 전혀 급하지가 않다. 그나마 비행기가 여러 대 한꺼번에 몰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그럴 때는 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오기가 百年河淸이다. 공항건물을 나오니 트레킹을 함께 할 스탭들이 환영을 해주는데, 2년 전에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함께 했던 반가운 얼굴들도 몇 명 보였다.

 

카트만두 시내에 있는 호텔로 오는 버스 안에서 김영식 대장이 오늘 루크라에 눈이 와서 비행기가 결항이 되었다고 전해 준다. 2년 전 히말라야 오지학교 3차 탐사대에 동참하여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왔다가, 루크라행 비행기가 결항되어 안나푸르나로 코스를 바꾼 것이 자꾸 생각난다. 이번에는 절대 그런 일이 없어야 하는데... 그러나 어디 세상의 모든 일이 사람 마음대로만 되는가? 하늘이 도와주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내일 루크라로 갈 수 있느냐 하는 것도 어쩌면 하늘에 달린 일이라고 보아야 한다. 


▲ 타이 항공 비행기에서 공항에 내리다 [13:15]

 

▲ 2년 전과 변함이 거의 없는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 모습 [13:17]

 

▲ 방콕에서 우리 대원들이 타고 온 타이항공 TG 319편 항공기 [13:17]

 

▲ 네팔 입국 수속을 하고 있는 대원들 [13:51]

 

▲ 카트를 이용해서 짐을 운반하고 있는 스탭과 대원들 [14:18]


15:00   카트만두 시내에 있는 로얄 신기호텔(Royal Singi Hotel)에 도착,  체크인을 한 다음 617호 방을 배정받았다. 룸메이트는 전에 몇 번 만나 안면이 있는 정동벽 부단장님으로 나하고 동년배였다. 네팔은 영국식으로 층수를 나타내기 때문에 지면과 같은 높이의 층이 0층이다. 따라서 617호는 5층에 있다. 방에 들어와 일단 짐을 풀고 휴식을 취했다. 이 신기호텔에는 우리 팀 외에 기아자동차에서 후원하는 로체청소년 원정대도 함께 머물게 되었는데, 우리 탐사대와 일정이 비슷해서 트레킹 도중 자주 만날 것이 예상되었다.

 

장정모 사장에게서 50달러를 3,800루피로 환전했다. 5시 30분에 호텔 로비에 모여 한국식당 '정원'으로 저녁을 먹으로 갔는데, 이집 안주인은 고향이 충북 음성 원남이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로 이루어진 한국 음식은 기내식을 계속 먹어 온 우리들의 속을 달래주기에 안성마춤이었다. 6시 40분 저녁 식사를 마치고 로얄 신기 호텔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이 어둡다. 시내 전체가 정전이다. 번화가의 상점 앞에는 휘발유를 이용한 자가발전기가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호텔로 돌아와 창밖을 내다보니 몇 군데만 불빛이 있을 뿐 카트만두는 거의 암흑의 도시였다.

 

네팔은 작년에 238년간 통치를 해오던 왕정이 무너지고 연방민주공화국으로 통치체제가 바뀌었다. 마오이스트들이 정권을 잡으면서 정적을 숙청하고 중국과 손을 잡는 바람에, 인도에서 제공하던 전기 공급이 끊어져 현재 수도 카트만두는 하루에 12시간이 정전 상태며 앞으로 정전 시간은 더 늘어날 거라고 한다. 각 가정에서는 냉장고를 사용할 수 없어 주로 바로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는다고 한다. 전기가 부족하면 식수 공급도 문제가 된다. 수질이 나빠지는 것이다.

 

신기호텔 정영섭 선배님 방에 모여 정동벽 부단장, 임해훈 CJB 기자, 신현대 가수, 김영석 대장과 소주를 한 잔 마셨다. 나야 대학에서만 잠깐 산악활동을 한 사이비 산꾼이지만 나머지는 모두 계속 산악활동을 하고 있는 분들이다. 어쨌든 서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마음이 통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세상살이가 다 그렇지 않은가? 마음의 벽은 남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허물어야 한다.


▲ 로얄 신기호텔(Royal Singi Hotel) 로비로 들어가고 있는 대원들 [15:04]

 

▲ 로얄 신기호텔 벽에 걸려 있는 환영 현수막: 'REASON'의 의미는 무엇인가? [15:06]

 

▲ 호텔 창문을 통해 내다본 카트만두 시내의 모습 [15:53]

 

 ▲ 카트만두에 있는 한국음식점 '정원'에서 조형진, 권춘화, 원영미 대원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