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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충북山行記

2008.11.02. [충북山行記 56] 충북 단양 황정산

by 사천거사 2008. 11. 2.

황정산 산행기 

◈ 일시: 2008년 11월 2일 일요일 

◈ 장소: 황정산 959.4m / 충북 단양군 대강면

◈ 코스: 대흥사 → 원통암 → 영인봉 → 황정산 → 석화봉 → 석화바위 → 대흥사

◈ 시간: 6시간 26분

◈ 회원: 이방주, 이효정


 

 


06:00  오늘은 충북 단양에 있는 황정산으로 산행을 가는 날이다. 예전에 빗재에서 황정산 하나만 오른 적이 있는데 오늘은 원통암 쪽으로 올라 황정산과 석화봉을 거친 다음 대흥사 쪽으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산행을 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청주 사천동 아파트 앞에서 이방주 회장님의 차로 출발, 연풍과 문경을 거쳐 901번 지방도에 들어섰다. 당포리가 가까워지자 오른쪽으로 성주봉이 옅은 운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성주봉 자체도 아름다운 산이지만 운달산을 경유해서 한 바퀴 도는 원점회귀 산행도 해볼만 할 것 같다. 동로에서 59번 국도에 진입, 방곡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사인암으로 가는 길을 달리다가 우회전해서 대흥사 계곡으로 방향을 잡았다. 예전과는 달리 모두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있어 차량 운행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08:00  대흥사골로 조금 들어가니 오른쪽에 이정표가 있는데 황정산과 원통암으로 올라가는 길이 표시되어 있다. 도로 한쪽에 차를 세우고 산행준비를 했다. 그런데 도로 왼쪽의 대흥사골 단풍이 절경이다. 단풍이 거의 끝났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곳은 지금 단풍이 거의 클라이막스에 달해 있었다. 오늘도 단풍에 한번 취해 보자.

 

8시 5분에 이정표 옆으로 난 시멘트 포장도로에 들어섬으로써 산행이 시작되었다. 원통암으로 올라가는 포장도로다. 조금 올라가니 오른쪽 능선으로 표지기가 많이 붙어 있다. 아마 원통암 위의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인 모양이다. 우리는 그냥 도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도로 양쪽의 단풍도 곱다. 한굽이 돌아드니 다시 왼쪽에 표지기가 많이 붙어 있는데 대흥사에서 올라오는 길인 모양이다. 자동차 도로에서 15분 정도 걸었더니 포장도로는 끝이 났다. 작은 주차장이 왼쪽에 있고 승용차 두 대가 세워져 있는 길 오른쪽으로 원통암 가는 계곡이 펼쳐졌다.


▲ 대흥사골의 단풍 [08:04]

 

▲ 대흥사골의 단풍: 뒤에 보이는 것은 올산의 718.5봉 [08:04]

 

▲ 원통암과 황정산 가는 길 이정표 [08:05]

 

▲ 원통암으로 올라가는 포장도로 주변의 단풍 [08:10]

 

▲ 포장도로를 걸어가고 있는 이방주 회장님 [08:11]

 

▲ 원통암으로 올라가는 포장도로의 가을


08:20  원통암으로 올라가는 계곡이 갈라지는 곳, 그런데 길이 없다. 그럼 어디로 올라가? 계곡을 덮고 있는 돌과 바위를 밟고 이리 저리 올라가게 되어 있었다. 페인트로 화살표를 해놓아 길을 찾기는 쉬웠지만 돌길을 오른다는 것이 짜증스럽다. 원래 길이 없었나? 비가 많이 와서 계곡에 물이 차면 어떻게 올라가나? 예전에 이곳에 몇 번 온 적이 있는 이방주 회장님 말씀에 의하면, 원래는 계곡을 따라 길이 있었는데 1990년대의 어느 해 폭우에 모두 유실이 되고 돌과 바위만 남아 있는 것이란다. 그래도 그렇지 우리야 괜찮지만 일반 사람들은 이런 길로 어떻게 다니지?

 

오른쪽에 나무로 된 계단이 놓여 있다. 아마 경사가 조금 심하다고 생각되는 곳이라 설치한 모양이다. 한 20분 정도 올라갔는데 산행로에 줄이 쳐져 있고 '통행금지'라고 쓴 종이가 매달려 있다. 왼쪽으로 우회를 하라는 것이다. 우회길을 찾는데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다. 벙거지를 쓴 스님 복장의 한 사람이 암반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며 길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원통암 스님이라는 그 분은 원통암으로 올라오는 길을 보수하고 있었다. 미끄러운 바위에는 시멘트로 턱을 만들고 튀어 나온 바위는 깨뜨려서 다니기 쉽게 만드는 작업이었다. 그 스님은 우리에게 원통암으로 오는 길에 대한 지원을 군청에서 해주지 않는다고 열변을 토한다. 천태종 구인사에 대한 지원과 너무 차이가 크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마당바위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 원통암으로 올라가는 계곡의 단풍 [08:21]

 

▲ 계곡을 덮고 있는 바위가 산행로 역할을 하고 있다 [08:24]

 

▲ 원통암 아래서 만난 스님 [08:43]

 

▲ 원통암 스님과 이방주 회장님 [08:44]

 

▲ 스님이 알려준 마당 바위를 배경으로 [08:44]

 

▲ 원통암 스님과 함께 [08:44] 


08:49  원통암에 도착. 원통암은 공민왕 2년 나옹화상이 창건한 유서 깊은 절이지만 여러 번의 火難을 만나 지금 현재는 스레이트 지붕의 가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원통암 암자 옆에는 부처님 손바닥을 닮았다는 칠성암이 있는데 이 칠성암은 단양 제2팔경에 속한다. 참고로 단양 제2팔경(신단양8경)은, 제1경 북벽,  제2경 온달산성, 제3경 다리안산, 제4경 칠성암, 제5경 일광굴, 제6경 금수산, 제7경 죽령폭포, 제8경 구봉팔문을 말한다. 원통암을 떠나 조금 가파른 길을 5분 정도 올라오니 전망대다.


나옹화상의 선시와 토굴가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청산림(靑山林) 깊은 골에 일간토굴(一間土窟) 지어놓고 송문(松門)을 반개(半開)하고 석경(石徑)에 배회(俳徊)하니 녹양춘삼월하(錄楊春三月下)에 춘풍이 건듯 불어 정전(庭前)에 백종화(百種花)는 처처에 피였는데 풍경(風景)도 좋거니와 물색(物色)이 더욱 좋다. 그 중에 무슨 일이 세상에 최귀(最貴)한고. 일편무위진 묘향(一片無爲眞 妙香)을 옥로중(玉爐中)에 꽃아두고 적적(寂寂)한 명창하(明窓下)에 묵묵히 홀로 앉아 십년(十年)을 기한정코 일대사(一大事)를 궁구하니 증전(曾前)에 모르든 일 금일에야 알았구 일단고명심지월(一段孤明心地月)은 만고에 밝았는데 무명장야 업파랑(無明長夜 業波浪)에 길 못 찾아 다녔도다. 

 

영축산 제불회상(諸佛會上) 처처에 모였거든 소림굴 조사가풍(小林窟 祖師家風) 어찌 멀리 찾을소냐. 청산은 묵묵하고 녹수는 잔잔한데 청풍(淸風)이 슬슬(瑟瑟)하니 어떠한 소식인가. 일리제평(一理齊平) 나툰중에 활계(活計)조차 구족(具足)하다. 천봉만학(千峯萬壑) 푸른 송엽(松葉) 일발중(一鉢中)에 담아두고 백공천창(百孔千瘡) 깁은 누비 두 어깨에 걸었으니 의식(衣食)에 무심(無心)커든 세욕(世慾)이 있을 소냐. 몰현금(沒鉉琴)을 높이 타니 무위자성진실락(無爲自性眞實樂)이 이중에 가췄더라. 석호(石虎)는 무영(舞詠)하고 송풍(松風)은 화답(和答) 할제 무착령(無着嶺) 올라서서 불지촌(佛地)을 굽어보니 각수(覺樹)에 담화(曇花)는 난만개(爛慢開)더라. 

 

나무 영산회상 불보살(南無靈山會上佛菩薩)

나무 영산회상 불보살(南無靈山會上佛菩薩)

나무 영산회상 불보살(南無靈山會上佛菩薩)


▲ 가건물로 운영이 되고 있는 원통암 절집 [08:49]

 

▲ 단양 제2 팔경(신단양팔경) 중 제4경에 속하는 칠성암 [08:50]

 

▲ 스님들이 칠성암에 예를 올렸다는 배석대 [08:56]

 

▲ 황정산 정상으로 가는 길과 원통암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이정표 [08:57]


09:12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에서는 원통암과 칠성암이 잘 내려다보였다. 아무리 보아도 명당이다. 자리는 명당인데 왜 자꾸 절집에 불이 나지? 2년 전 초파일에 난 불로 전소가 되었다는데. 전망대부터 암릉길이 시작되었다. 아기자기한 암봉과 멋진 분재형 소나무가 잘 어울어진 암릉이 계속 전개되었다. 이런 곳에서는 산행의 속도가 느려진다. 왜? 이것 저것 볼거리가 많으니까. 주능선에 올라서니 황정리 마을로 내려가는 산길이 오른쪽으로 나 있고 이정표도 서 있다.


▲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원통암과 칠성암 [09:12]

 

▲ 가야할 길의 아름다운 암봉들 [09:20]

 

▲ 바위가 소나무가 잘 어울리는 곳에서 [09:23]

 

▲ 소나무처럼 고고하신 이방주 회장님 [09:25]

 

▲ 황정산으로 가는 길은 암릉길의 계속이다 [09:28]

 

▲ 지나온 810 암봉 [09:37]


09:41  해발 830m의 영인봉에 오르니 정상을 알리는 십자가 형태의 표지목이 서 있다. 10분 정도 암릉을 걸었더니 커다란 바위 두개가 마주 보고 있는데 소나무와 함께 멋진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기묘하게 생긴 소나무 사이로 황정산 정상이 잡힐 듯 하다. 오른쪽 도락산 방면 계곡에 단풍이 불타고 있다. 정말 장관이다. 도락산은 이내가 끼어 있어 모양이 흐릿하다. 도락산도 좋은 산인데... 


▲ 영인봉 표지목과 함께 [09:41]

 

▲ 아름다운 바위와 소나무가 있는 곳에서 [09:51]

 

▲ 아름다운 소나무 사이로 바라본 황정산 정상 [09:53]

 

▲ 도락산 쪽 계곡의 단풍: 도락산 광덕암으로 올라가는 임도가 보인다 [09:54]

 

▲ 이내가 끼어 있는 도락산 [09:55]

 

▲ 영인봉 지나서 있는 삼거리 이정표 [09:59]


10:02  황정산과 영인봉 사이의 안부에서 이방주 회장님이 마련해온 바나나와 두유를 간식으로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세상은 조용하고 단풍은 말이 없다. 황정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조금 채고 나니 이번에는 왼쪽으로 전망이 트이는데 야, 이 계곡의 단풍도 장난이 아니다. 영인봉에서 흘러내린 암벽과 어우러진 단풍은 아까 본 것 못지 않게 절경이었다. 오늘 단풍 때문에 눈 돌아가네.

 

20m 침니 지역이 나타났다. 밧줄이 드리워져 있어 큰 위험은 없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침니 지대를 지나니 다시 거대한 바위를 왼쪽으로 트레버스해야 하는 곳이 나타났다. 조심 조심 걸어야지. 곧 이어 왼쪽으로 추락방지용 와이어 로프가 설치되어 있는 너럭바위가 모습을 드러내고 바위 끝부분에 누운 소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제가 스스로 누운 것이 아니라 남이 자빠뜨린 것 같다. 자빠진 김에 쉬어가나 보다.


▲ 간식을 차리고 있는 이방주 회장님 [10:03]

 

▲ 휴식 장소에서 올려다본 황정산 정상 [10:07]

 

▲ 영인봉 뒤로 지나온 봉우리들이 보인다 [10:09]

 

▲ 대흥사 방면 골짜기의 단풍 [10:10]

 

▲ 20m 정도의 침니 벽을 올라가고 있는 모습

 

▲  밧줄이 있어 올라가는데 그리 어렵지는 않은 침니

 

▲ 침니 상단부를 오르고 있다

 

▲ 침니지대에서 밧줄을 잡고 올라오고 있는 회장님 [10:26]

 

▲ 암벽을 따라 길이 나 있다 [10:28]

 

▲ 암벽 왼쪽을 트레버스하고 있다

 

▲ 벼락을 맞아 꺾어진 고사목 뒤로 도락산이 아련히 보인다 [10:37]

 

▲ 누운 소나무 앞에서 회장님 [10:39]

 

▲ 누운 소나무 옆에 있는 아름답게 생긴 소나무와 함께

▲ 왼쪽은 절벽이라서 추락방지용 와이어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10:43  해발 959m의 황정산 정상에 올랐다. 그리 넓지 않은 정상에는 삼각점이 있고 화강암으로 된 아담한 정상표지석도 있다. 사진 찍고 바로 남봉으로 출발. 정상을 지나면서 산행객을 종종 만났다. 황정산이 꽤 유명한 산이라 오늘 사람들을 적지 않이 만날 것 같다. 안부에 내려와 남봉을 올라가는데 단체 산행객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11시 4분에 해발 950m의 남봉을 통과했다. 남봉은 황정산과 높이가 거의 같다.

 

남봉을 지나니 앞으로 가야 할 수리봉 쪽 능선이 잘 보였다. 삼거리에 왼쪽으로 꺾어지는 석화봉 쪽 능선도 보였다. 모두들 단풍이 한창이다. 남봉에서 삼거리로 가는 도중 전망이 좋은 암반이 있어 장떡을 간식으로 먹었다. 점심 반찬이라고 했는데 그냥 먹었다. 먹는 게 남는 거다. 전방바위에서 삼거리까지는 상당한 거리였다. 쉬지 않고 40분이 넘게 걸렸다. 수리봉에서 황정산으로 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 해발 959m의 황정산 정상에서 회장님 [10:45]

 

▲ 황정산 정상에서 이방주 회장님과 함께 [10:45]

 

▲ 남봉을 지나서 본 가야할 능선: 멀리 수리봉이 보인다 [11:12]

 

▲ 전망바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 바라본 멋진 소나무 [11:12]


11:56  삼거리 갈림길에 도착. 오른쪽으로 가면 신선봉을 거쳐 수리봉으로 갈 수 있고 왼쪽으로 가면 석화봉을 거쳐 석화바위에 이르게 된다. 왼쪽으로 Go! 삼거리에서 10여 분 걸으니 왼쪽으로 남봉과 황정산 정상 봉우리가 나란히 보이는데 풍만한 여인의 가슴을 연상하게 한다. 내가 남자라서 그런 연상을 하는 걸까? 여자가 보아도 같은 연상을 할까? 삼거리에서 20분 정도 걸으니 석화봉이다.


▲ 수리봉으로 가는 길과 석화봉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 석화봉 가는 길에 본 남봉과 황정산 정상봉우리: 누구 가슴을 닮은 것 같은데 영 기억이 안 나네 [12:06]


12:17  해발 834m의 석화봉에 도착. 황정산에서 2.4km 거리이다. 석화바위로 가는 능선 오른쪽으로 수리봉 능선이 하늘에 한 일자를 긋고 있다. 왼쪽으로는 남봉에서 황정산 정상, 영인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또한 아름답다. 황정산 주능과 석화봉 능선 사이의 계곡에도 단풍이 불타고 있었다. 올해는 날이 가물어서 단풍색이 곱지 않은데 그래도 이곳은 화려하다. 주된 수종이 단풍나무가 아니라 참나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 석화봉에 있는 이정표에서 회장님 [12:17]

 

▲ 해발 834m의 석화봉에서 [12:17]

 

▲ 석화봉을 내려가면서 바라본 수리봉 [12:25]


12:28  갈림길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약간 떨어진 암반 위에 점심상을 폈다. 차림표를 보니 찰밥, 김치, 김에 후식으로 커피가 있었다. 먹을 만 하네. 만추의 하늘 아래에서 익어 터질 듯한 단풍을 보며 먹는 밥맛을 그 누가 아랴! 점심이 끝나갈 때 쯤 부부 산행객이 내려온다. 젊음이 넘치는지 남자는 반팔 차림이다. 얘기를 하다보니 산행 코스가 우리와 같다.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1시 3분에 출발.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길이 두 갈레인데 왼쪽이 석화바위로 가는 길이다. 내리막길을 내려와 중고개를 지난 다음 다시 오르막으로 올라붙었다. 멀리 석화바위가 보이는데 정말 꽃봉오리 모양이다. 석화바위에 사람이 서 있는 것도 보였다. 이 능선에서도 암릉은 계속 이어졌다. 석화바위에 있던 사람들인가, 한 무리의 산행객이 반대쪽에서 오고 있다. 어, 이게 누구야? 이방주 회장님이 대학교 동창을 만났다. 오메, 반가운 거. 다른 곳도 아닌 산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더 반갑다.


▲ 점심 후 석화바위를 향하여 [13:03]

 

▲ 멀리서 바라본 석화바위 위에 사람이 서 있다 [13:19]


13:27  석화바위 밑를 통과했다. 멀리서보면 꽃 모양의 아름다운 바위인데 가까이 밑에서 보니 그냥 바위다. 세상에는 이렇게 멀리서 보아야 아름다운 것이 있고 가까이서 보아야 아름다운 것이 있다. 사람은 어떤가? 왼쪽으로 황장산의 주능선이 계속 보이는데 희끗희끗한 암벽과 소나무와 단풍이 잘 어울렸다. 어 그런데 저게 뭐야?  거너편 능선에 묘하게 생긴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지도를 보니 '째진 바위'다. 그것 참. 째진 바위 옆에는 궁뎅이 바위가 있고 그 아래에는 곰바위가 있다. 모두 자연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곰바위부터는 내림길이 급경사다. 그런데 경사각이 보통이 아니다. 비가 오거나 겨울철에는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도로에 이를 때까지 20여 분 간 급경사 길은 계속 이어졌다. 도로로 내려서는 곳에 밧줄이 매어져 있을 정도다. 이쪽 코스로 올라가려면 땀 깨나 흘려야 할 것 같다.


▲ 석화바위와 황정산 주능선 [13:33]

 

▲ 암릉으로 되어 있는 황정산 주능선 [13:35]

 

▲ 바위 묘하게 생겼죠? 이름은 째진바위랍니다 [13:36]

 

▲ 고사목과 황정산 주능선 [13:48]

 

▲ 곰바위 아래로 대흥사가 보인다 [13:49]

 

▲ 대흥사골 오른편에 있는 올산 암봉 [14:00]

 

▲ 하산길 계곡의 단풍 [14:09]

 

▲ 도로에 내려서는 구간이 가팔라 밧줄이 매어져 있다 [14:11]


14:13  도로에 내려섰다. 오른쪽으로 계속 가면 올산리가 나온다.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는데 오른쪽 대흥사 계곡의 단풍이 아름답다. 올산에서 흘러내린 능선에도 단풍이 하얀 암벽과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자연은 위대하면서도 아름답다. 작은 풀잎 하나에서 지구를 감싸고 있는 파란 하늘까지 어느 한 가지도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자연의 일부인 인간은 그렇지 않다. 추한 인간이 적지 않다. 미생물만도 못한 만물의 영장이 적지 않다.


▲ 대흥사골의 단풍 [14:13]

 

▲ 대흥사골의 단풍 [14:14]

 

▲ 대흥사골의 단풍 [14:18]

 

▲ 대흥사골 도로 왼편의 단풍 [14:18]

 

▲ 대흥사골의 단풍 [14:19]

 

▲ 차도를 따라 대흥사로 내려가고 있는 이방주 회장님 [14:19]

 

 ▲ 대흥사로 내려가는 아스팔트 도로

▲ 대흥사골 단풍 [14:22]


14:24  대흥사에 도착. 원래 대흥사는 건평 6,000여평에 500나한과 1,000명의 승려가 있었던 대가람이었으나 1876년 소실되었고, 현재는 새로 건축한 절집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대웅전이 따로 없고 가건물 형식의 법당이 미륵석상 앞에 세워져 있는데 유리를 통해서 가건물 안에서 미륵불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거 참, 특이하네.

 

대흥사를 내려서니 도로 왼쪽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여러 대 서 있다. 언제 어디서 사람들이 이렇게 왔지? 산행을 먼저 마친 사람들은 음식을 차려놓고 먹고 마시기에 바쁘다. 술잔이 오가고 목소리가 높아진다. 도로 오른쪽 계곡 암반 위에 여자들이 한 패 올라 앉아 '너'를 목청껏 뽑아대고 있다. 맨 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산행을 온 건지 야유회를 온 건지 분간이 안 간다. 저래서 나는 단체 산행을 싫어한다. 놀자판 먹자판 산행은 진정한 산행의 의미를 많이 퇴색시킨다. 산행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산행을 유희에 이용하는 것이다.


▲ 지은 지가 얼마 안 되는 대흥사 전경

 

▲ 대흥사의 법당: 유리를 통해 밖에 있는 미륵불을 볼 수 있다 [14:25]

 

▲ 대흥사골 단풍 [14:29]


14:31  주차된 곳에 도착. 차를 돌려 왔던 길을 거꾸로 달렸다. 단풍철을 맞아 그런지 차들이 많이 늘어나서 아침에 올 때보다 청주로 돌아가는데 시간이 30분 정도 더 걸렸다. 오후 5시에 청주에 도착, 제일수산에서 회와 소주로 자축을 하며 황정산 가을 단풍 산행을 마무리했다. 


▲ 원통암 들어가는 곳: 아까 산에서 만난 부부 차가 뒤에 세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