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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 정맥/백두대간

2008.10.05. [백두대간記 27] 화방재→피재

by 사천거사 2008. 10. 5.

백두대간 제27구간 종주기  

◈ 일시: 2008년 10월 5일 일요일

◈ 구간: 화방재 → 수리봉 → 만항재 → 함백산 → 은대봉 → 금대봉 → 매봉산 → 피재

◈ 거리: 21.45km

◈ 시간: 8시간 58분

◈ 회원: 이방주, 연철흠, 이효정(3명)



04:00   청주 출발. 오늘은 이방주 선생님의 차로 백두대간 산행에 나섰다. 영월로 갈 때 늘 그러하듯이, 36번 국도를 타고 주덕까지 간 다음 599번 지방도를 이용, 가흥육교에서 38번 국도로 올라섰다. 이른 새벽 시간이라 도로에 차는 거의 없다. 영월을 지나 석항에서 31번 국도를 따라가면 화방재가 나오는데 왕복 2차로인데다 구불거리는 곳이 많고 고개도 있어, 38번 국도로 계속 태백까지 간 다음 화방재로 오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런데 이 합의는 아주 잘못된 것이었다. 왜?

 

태백까지 이어지는 왕복 4차로 38번 국도는 아직 미완성도로였다. 예미를 지나니 도로는 2차로로 바뀌었다. 구불거리는 좁은 도로를 태백까지 이용해야 한다니 문제가 아닌가. 그것도 태백에서 다시 화방재까지 와야 하니 이중으로 고생이다. 이왕 들어선 길 되돌릴 수는 없고 그냥 Go! 태백을 향해 새벽길을 달리면서 이상한 현상을 보게 되었다. 무슨 현상? 맞은 편 태백 쪽에서 차들이 계속 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 6시니 이른 시간인데 웬 차들이 이렇게 줄지어서 오지? 그 현상은 사북이 가까워질수록 심해졌고 결국 사북에 가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 차들은 바로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밤을 세우고 나오는 차들이었다. 마티즈에서 택시까지 별의 별 차들이 다 있다. 우리나라에 도박을 허용한다면 아마 한 달이면 나라 전체가 망하고 말 것이다.

 

고한에 이르니 만항재를 거쳐 화방재로 이어지는 414번 지방도가 분기되고 있었다. 아, 이 길이 있었구나. 태백을 거치지 않고 화방재로 가는 지름길이다. 더군다나 이따 걸어오면서 만날 만항재를 거치게 된다. 그거 괜찮네. 왼쪽에 있는 정암사를 지나면서 산속의 그림이 확 변했다. 아름다운 단풍이 그림처럼 펼쳐진 것이다. 북쪽이고 높은 지역이라 그런가 벌써 단풍이 많이 들었다. 만항재를 지나 화방재로 내려가는 길은 초보자들 운전연습을 하기에 아주 좋은 도로였다. 속리산의 말티재 이상으로 길은 구불거렸다.

 

07:07   우여곡절 끝에 해발 950m의 화방재에 도착했다. 우리말로 꽃방석고개인 화방재는 31번 국도를 동서로 연결하는 도로다. 이름도 아름다운 산모롱이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준비를 했다. 7시 15분에 산행 시작. 도로 건너 지붕이 파란 집 오른쪽으로 산길이 나 있었다. 수리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언덕에 올라서니 왼쪽으로 414번 지방도가 보인다. 조금 평탄한 길을 따라가다 경사가 급해지는데 수리봉까지 계속이다. 산행로 주변에는 일본 잎갈나무와 참나무가 많다. 물푸레나무도 자주 눈에 띈다. 


▲ 화방재에 차를 세우고 산행 준비

 

▲ 화방재의 모습: 파란색 지붕 건물 오른쪽으로 산행로가 시작된다


07:47   뒷다리가 뻣뻣해질 때 쯤 수리봉에 올랐다. 해발 1214m의 수리봉에는 표지석이 있고 산악회 표지기도 많은데 전망은 좋지 않은 편이다. 수리봉에서 창옥봉을 거쳐 가는 길은 굴곡이 없는 편안안 길이었다. 조릿대 사이로 난 길을 계속 걸어가니 왼쪽으로 국가시설물을 둘러싼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다. 철조망을 지나자 바로 넓은 헬리콥터 착륙장이 나타났다. 착륙장 아래로 바로 만항재로 내려가는 임도가 시작되었다. 일본잎갈나무 사이로 난 임도는 곧 414번 지방도와 만났다.


▲ 수리봉에서 연철흠, 이방주 선생님

 

▲ 수리봉에서 이방주 선생님과

 

▲ 조릿대 사이로 산행로가 나 있다 [08:13]

 

▲ 국가시설물 철조망에 표지기가 매달려 있다 [08:27]

 

▲ 헬리콥터 착륙장에 오른 회원들 [08:29]

 

▲ 만항재로 내려가는 임도 [08:31]

 

▲ 일본잎갈나무 사이로 나 있는 임도 [08:34]


08:36   만항재에 내려섰다. 강원 영월군 상동면과 정선군 고한읍, 태백시 혈동이 맞닿은 지점의 만항재는 해발고도가 무려 1330m다. 포장도로가 놓인 고개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414번 지방도로를 타고 고갯길을 넘으면, 그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피서가 가능한 곳이 바로 만항재다. 표지석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남자 한 명과 여자 두 명으로 팀을 이룬 산행객들이 함백산 가는 길을 묻는다. 초행이라 난들 알 수가 있나? 지도를 꺼내 살펴보아도 어느 길인지 확실하지가 않다. 어디 표지기가 없나?

 

상대방 팀에서 지도 정치를 하더니 오른쪽 도로를 따라 내려가야 하는 것 같다고 한다. 멀리 보이는 함백산의 위치로 보아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도로를 따라 내려가는데 오른쪽 가로수에 표지기가 매달려 있다. 제대로 가는 모양이다. 도로를 따라 가니 오른쪽으로 함백산등산 안내판이 보인다. 나무계단 길을 오르자 철탑이 있고 함백산이 보인다. 곱게 단풍이 든 길을 내려가니 평지에 구절초가 피어있는데 왼쪽 나무 아래에서 앞서간 팀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우리도 잠시 휴식을 취했다.

 

휴식후 출발. 등성이를 하나 넘자 함백산의 송신탑이 보인다. 마치 도깨비 머리에 뿔이 여러 개 돋아 있는 것 같다. 414번 포장도로와 다시 만난 다음 함백산으로 올라가는 시멘트 포장도로에 들어섰다. 얼마 안 가서 포장도로는 왼쪽으로 돌아가고 오른쪽에 산행안내도와 이정표가 서 있었다. 포장도로를 따라가도 함백산 정상에 이를 수 있다. 


▲ 만항재 표지석에서 회원들

 

▲ 414번 지방도에서 갈라지는 함백산 산행로 입구 [08:45]

 

▲ 나무계단 길을 오르고 있는 회원들 [08:51]

 

▲ 운무에 싸인 함백산 정상 [09:14]

 

▲ 포장도로를 걷고 있는 이방주 선생님 [09:31]

 

▲ 함백산으로 올라가는 차도를 걷고 있는 연철흠 선생님 [09:31]


09:33   차도 오른쪽으로 함백산으로 올라가는 산길이 보인다. 본격적인 함백산 산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단풍이 곱게 물든 나무들이 터널을 이룬 숲길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돌계단길을 따라 나 있는 길에는 단풍이 더욱 곱게 들어 자꾸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20분 정도 가파른 경사의 산행로를 올라가니 커다란 바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함백산 정상이었다. 어제 공룡능선을 다녀와서 다리가 아프다며 뒤에서 오던 연 선생님이 언제 앞섰는지 정상에 올라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말 그대로 철인이다.


▲ 본격적인 함백산 등산이 시작되는 곳 [09:33]

 

▲ 벌써 단풍이 든 함백산 산행로 주변의 나무들 [09:35]

 

▲ 함백산으로 올라가는 돌계단길을 걷고 있는 회원들 [09:45]

 

▲ 산행로 주변의 단풍이 아름답다 [09:46]

 

▲ 함백산 정상을 향하여 올라오고 있는 이방주 선생님 [09:57]

 

▲ 운무에 싸인 함백산 정상에 오른 연철흠 선생님 [09:58]


10:00   함백산 정상에 올랐다. 암봉 위에 거대한 표지석이 운무 속에서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조망이 좋은 곳인데 운무 때문에 오늘은 좋은 그림을 보기가 글른 것 같다. 우리 뒤를 이어 아까 만났던 3명이 올라오고 뒤 이어 단독산행을 하는 또 한 사람이 올라왔다. 함백산 정상을 내려오니 오른쪽으로 주목단지 보호 철조망이 쳐져 있고 철조망을 따라 산행로가 나 있었다. 태백산 주목 못지 않게 함백산 주목도 유명하다. 고사목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 함백산 정상에서

 

▲ 함백산 정상에서 이방주 회장님과 함께

 

▲ 함백산 정상에서 회원 일동

 

▲ 함백산 정상에서 이방주 회장님

 

▲ 주목보호 철조망을 따라 산행로가 나 있다 [10:07]

 

▲ 춤 추는 고사목 [10:09]

 

▲ 천년을 산다는 주목 [10:11]

 

▲ 죽어서도 천년을 사는 주목 [10:11]


10:12   함백산으로 오르는 차도와 만났다. 한 가족이 차를 도로변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고 있다. 도로 아래 쪽을 보니 단풍이 참 곱다. 가을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멀리 중함백 방면 오른쪽에 피어오른 운무가 바람 때문에 능선을 넘지 못하고 하늘로 흩어졌다. 주목보호지역 철조망을 따라 난 길을 걷다보니 거대한 주목이 한 그루 서 있었다. 기념사진 한 장씩 찍고 출발. 


▲ 가야 할 능선에 운무가 피어오르고 있다 [10:12]

 

▲ 시멘트 포장도로로 내려오고 있는 회원들 [10:13]

 

▲ 함백산 주목보호지역의 주목 [10:14]

 

▲ 주목보호지역 옆을 내려가고 있는 연철흠 선생님 [10:15]

 

▲ 아무렇게나 자란 듯 한데도 자태가 아름다운 주목 [10:15]

 

▲ 주목보호지역 옆을 지나가고 있는 연철흠 회원 [10:15]

 

▲ 주목 보호수 앞에서 연철흠 선생님 [10:16]

 

▲ 주목 보호수 앞에서 [10:17]

 

▲ 주목 보호수 앞에서 이방주 회장님 [10:18]

 

▲ 단풍이 곱게 든 주목보호지역 [10:19]


10:22   만항재에서 직접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에 도착했다. 뒤를 돌아보니 함백산 정상이 운무 속에서 아른거리고 포장도로도 보인다. 단풍도 곱다. 중함백으로 오르는 길의 단풍도 만만치가 않았다. 오늘 날짜 정말 잘 선택했다. 구름이 끼어 해도 없고 기온도 적당해서 산행하기에 너무나 좋다. 에헤라, 디야. 조금 가파른 돌계단 길을 올라가니 중함백이다.


▲ 만항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 [10:22]

 

▲ 함백산 정상이 운무 속에 아른거린다 [10:23]

 

▲ 단풍이 아른하게 든 길 [10:27]

 

▲ 단풍이 들고 있는 중함백 [10:29]

 

▲ 단풍이 아름다운 산행로 [10:33]

 

▲ 중함백으로 오르는 길에서 회원들 [10:34]

 

▲ 고사목과 단풍이 제대로 어울렸다 [10:36]


10:40   해발 1565m의 중함백에는 평평한 바위가 있어 앉아서 쉬어가기에 좋았다. 걸어온 능선을 보며 잠시 숨을 골랐다. 중함백을 내려가니 바로 전망대가 있는데 앞으로 갈 길이 단풍 숲 속을 가르고 있었다. 여기도 단풍이 잘 들었다. 제2쉼터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채색이 잘 되어 있어 유명화가가 그린 수채화를 방불케했다. 바닥에 깔린 낙엽이 한껏 운취를 더해주고 있었고.... 


▲ 중함백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방주 선생님

 

▲ 전망대 이정표 [10:45]

 

▲ 고사목과 단풍과 운무 [10:46]

 

▲ 전망대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능선 [10:46]

 

 ▲ 단풍에 파묻힌 사나이 [10:56]

 

▲ 곱기도 고운 단풍 [10:57]

 

▲ 한 폭의 수채화와 같은 단풍 속 산길 [10:58]

 

▲ 땅에 떨어진 낙엽이 정취를 더해주고 있다 [10:59]


11:04   제2쉼터에 도착. 적당한 크기의 돌을 적당하게 배치해서 쉬어가게 해 놓았다. 4거리 안부로 오른쪽으로 80m를 내려가면 샘터가 있고 왼쪽으로 내려가면 정암사에 이르게 된다. 새벽에 아침을 먹은 탓에 배가 출출해서 조금 이르지만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방주 회장님이 준비한 버너와 코헬로 물을 끓인 다음 컵라면을 넣어 삶았다. 컵라면을 직접 삶어? 맛이 있을까? 맛이 있었다. 밤과 대추를 넣은 영양밥과 함께 먹는 라면 맛은 일품이었다.

 

단독산행을 하는 사람이 왔다갔다 하기에 점심을 함께 하자고 하니까 끼어 든다. 산에서는 그저 이렇게 저렇게 안면을 트게 되는 것이다.점심 후 출발. 이제 은대봉으로 올라야 한다. 완만한 오름길을 걸어 봉우리에 오른 다음 조릿대길을 걸었다. 완만하면서도 기복이 그리 심하지 않은 산행로가 계속 이어졌다.


▲ 제2쉼터에 있는 이정표

 

▲ 점심 준비를 하고 있는 회원들 [11:10]

 

▲ 은대봉의 모습 [11:52]

 

▲ 참나무에 든 단풍 [12:11]


12:16   은대봉에 오르니 삼각점과 정상표지석이 있다. 곧바로 출발. 다른 큰 산도 마찬가지인데 이곳에도 산돼지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서 파헤쳐 놓은 흔적이 도처에 있었다. 마치 개간을 하기 위해서 사람이 도구를 사용해서 일구어놓은 것 같다. 산돼지의 천적이 없으니 그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종종 도시 변두리에서도 산돼지가 발견이 된다니 대책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고사목 군락지 뒤로 금대봉이 보인다. 웬 고사목이지? 아이구, 산불이 났었네. 고사목이 아니라 火死木이었다. 산에오면 언제나 산불됴심. 수렛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두문동재다.


▲ 은대봉에 있는 삼각점

 

▲ 은대봉에서 표지석과 함께

 

▲ 멧돼지들이 밭을 일구어 놓았다 [12:21]

 

▲ 전망대에서 바라본 금대봉 [12:24]

 

▲ 산불로 인한 고사목과 금대봉 [12:26]

 

▲ 두문동재로 내려가는 수렛길 [12:33]


12:35   두문동재에 내려섰다. 일명 싸리재라고도 하는데 38번 국도가 재 아래 두문동재 터널로 지나가고 있다. 두문동재에는 감시초소가 있고 금대봉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은 인적 사항을 기록해야 했다. 지연생태계보존지역이라서 그런단다. 다른 곳의 자연생태계는 보존을 하지 않아도 되나?

 

초소 아저씨가 바로 옆에 있는 삼척에 호우주의보가 내렸다고 하면서 빨리 산행을 마치는 것이 좋을 거라고 조언을 한다. 하늘을 보니 흐려 있기는 하지만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알 수 없는 것이 요즘 날씨니 어찌 될지 알 수는 없다. 널찍한 수렛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금대봉이 500m 남았다는 이정표가 서 있다. 피재까지는 8.1km나 남았네. 이제 다시 오르막길. 금대봉으로 올라가는 길에도 단풍이 곱게 들었다.


▲ 두문동재에 있는 거대한 표지석

 

▲ 두문동재에서 금대봉으로 이어지는 수렛길 [12:41]

 

▲ 금대봉으로 올라가는 길 입구에 있는 이정표 [12:50]

 

▲ 금대봉으로 올라가는 길의 단풍이 곱다 [12:59]


13:02   금대봉에 올랐다. 금대봉은 정선군 고한리와 태백시 창죽동 사이에 솟아 있으며 해발 1,418m이다. 산중에는 주목을 비롯하여 각종 원시림이 무성하고 창죽마을의 진산이다.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와 용소, 제당굼샘을 안고 있는 발원지의 근원이 되는 산이다. '금대'란 말은 '검대로 신이 사는 곳'이란 뜻이며 또는 '금이 많다'하여 금대라고도 한다. 산속 여러 곳에 금구덩이가 있다고 한다. 야생화의 군락을 볼 수 있으며 자연 생태계보존지역이다.

 

산불감시초소와 삼각점이 있는 금대봉에 오늘 화방재에서 피재까지 산행을 하는 사람들 7명이 모두 모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잠시 노닥거린 다음 비단봉을 향해서 출발. 도중에 삼각점도 만나고 돌로 만든 원형쉼터에서 휴식도 취하며 계속 걸었다. 산돼지가 파헤친 흔적은 끊임없이 나타났다. 


▲ 금대봉에 있는 삼각점

 

▲ 금대봉에 있는 산불감시초소

 

▲ 금대봉 정상에서 회원 일동

 

▲ 산행 중에 만난 삼각점 [13:54]

 

▲ 원형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14:07]


14:33   이름도 아름다운 비단봉에 올랐다. 비단봉에서는 전망이 좋아 백두대간의 태백산, 함백산, 은대봉, 금대봉이 모두 보이는데 오늘은 운무 때문에 금대봉만 조금 뚜렷하고 두문동재 뒤의 은대봉부터는 매우 희미했다. 비단봉으로 내려가는 길 역시 단풍이 많이 들었다. 15분 정도 걸었더니 앞이 확 트이면서 고랭지 채소밭이 펼쳐졌는데 무슨 시설물을 설치하는지 크레인으로 높다란 철탑을 세우고 있었다. 채소밭은 어떻게 되나?

 

밭 사이로 난 비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또 밭이 나타나고 그 밭을 가로질러 올라가니 수렛길이다. 수렛길가에 노란 민들레가 꽃을 피웠다. 요새 꽃은 철 모르는 아이처럼 철을 모른다. 세월이 갈수록 뭔가 자꾸 뒤죽박죽 되어가는 기분이다. 수확이 끝난 배추밭에는 풀이 가득하고 버림 받은 배추들이 군데 군데 박혀 있었다. 선택받지 못한 존재들. 다시 밭을 가로질러 올라갔다. 밭너머에서 자동차 지나가는 것과 같은 소리가 들리는데 뭔지 잘 모르겠다. 트렉터가 밭을 가나?


▲ 비단봉 정상에서

 

▲ 비단봉 정상에서 바라본 금대봉

 

▲ 비단봉에서 내려오는 길의 단풍이 곱다 [14:45]

 

▲ 고랭지채소밭에 무슨 시설물이 설치되고 있다 [14:51]

 

▲ 비포장도로가 백두대간 길이다 [14:54]

 

▲ 밭을 가로질러 수렛길을 따라 올라간다 [15:04]

 

▲ 철 모른 채 피어난 민들레 [15:06]

 

▲ 고랭지배추밭에 드문드문 배추가 박혀 있다 [15:06]

 

▲ 운무를 뚫고 밭을 올라오고 있는 연철흠, 이방주 회원 [15:09]


15:12   숲을 헤치고 나오니 짙은 운무 속에 서 있는 거대한 기둥이 눈에 들어온다. 저게 뭐랴? 안내문을 보니 풍력발전기였다. 맑은 날이었다면 단박에 알아보았겠지만 짙은 운무 속이라 처음에는 용오름 현상이 아닌가 착각을 할 정도였다. 아까부터 들려오던 소리는 이 발전기의 날개가 돌아가는 소리였다. 매봉산 정상부에 풍력발전기가 있다더니 바로 이거구나. 널찍한 길을 따라 내려오니 풍력발전기가 오른쪽에 또 있다.‘바람의 언덕’이라는 간판이 달려 있는 풍차가 운무 속에서 동화에 나오는 것 같은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하늘봉우리'라는 뜻의 천의봉(天衣峰)으로 불리는 이곳은 백두대간 줄기가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으로 1년 내내 풍량이 풍부해 태백시의 풍력발전단지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매봉산 봉우리에 우뚝 솟은 8기의 풍차는 운무 속에서 굉음을 내며 계속 돌아가고 있었고 132만2300m²에 이르는 광활한 고랭지 배추밭은 가을색이 완연했다. 그런데 매봉산 정상은 어디로 가는 거지? 8번 째 발전기 왼쪽으로 이정표가 있다.


매봉산 풍력발전기의 모습

 

▲ 풍차 모양의 건물: 예전에 카페가 운영되던 곳 [15:19]

 

▲ 금대봉과 매봉산 갈림길 이정표 [15:29]


15:36   매봉산 정상에 도착. 곧 이어 단독산행을 하는 분도 올라왔다. 다른 팀이 오면 차라도 한 잔 마시려고 버너로 한창 물을 끓이는데 하늘에서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삼척에 호우주의보가 내렸다는데 그 여파가 서서히 시작되나 보다. 조금 있자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고 도저히 차를 마실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철수! 그 때서야 1남2녀 팀이 올라왔다. 하산길로 들어서자 비가 조금 소강상태를 보이더니 시멘트 포장도로와 만나는 지점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산행이 거의 끝나는 시점에서 비가 시작되었으니 그나마 큰 다행이다. 포장도로에서 다시 숲길로 들어서서 피재로 내려섰다. 비는 계속 내린다. 


매봉산

 

화전동과 황연동 적각 창죽 사이에 솟은 해발 1,303m의 높은 산이다. 일명 천의봉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하늘 봉우리'라는 뜻이다. 남한강과 낙동강의 근원이 되고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분기점을 이루는 산이다. 매봉산의 남쪽은 경사가 급하나 북쪽은 경사가 완만하여 25년전 한미재단에서 20만평의 산지를 개간하여 전국 제일의 고랭지 채소단지를 만들었다. 산의 동쪽에는 피재가 있고 35번 국도가 나 있으며 매봉산 정상부에 있는 풍력발전기 8기가 볼거리에 속한다.


▲ 매봉산 정상에서 이방주, 연철흠 회원과

 

▲ 천의봉(매봉산)에서

 

▲ 매봉산에 있는 삼각점

 

▲ 차도와 만나는 곳 이정표[16:00]


16:13   비가 내리는 피재에 도착했다. 피재는 삼수령이라고도 하는데 이 고개에 떨어진 빗물은 위치에 따라 한강, 낙동강, 오십천 세 곳으로 흘러들어 간다. 그래서 삼수령이다. 차를 타고 내려온 연철흠 선생님이 택시를 불렀다고 한다. 여기서 화방재까지 19,000원,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다. 더우기 지금은 비가 오고 있지 않는가? 조금 늦게 내려온 다른 팀도 택시를 불렀는데 17,000원이란다. 연 선생님이 땅을 친다.

 

어쨌든 택시는 오고 오늘 하루 함께 산행을 했던 팀원들과 작별인사를 한 다음 피재를 떠났다. 태백을 거쳐 화방재로 달리면서 택시기사분은 태백시의 이모저모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를 해주셨다. 연 선생님은 택시비 17,000원을 자꾸 강조하시고. 화방재 쪽으로 오자 비의 흔적이 전혀 없다.


▲ 비가 내리고 있는 피재


17:02   화방재에 도착. 그렇게 강조를 했건만 기사 아저씨는 19,000원을 받고 자리를 떴다. 계약은 계약이라는 말을 남기고. 자 이제 청주로 가는 길만 남았다. 산행을 일찍 끝낸 덕분에 8시 정도 되면 청주에 도착할 것 같다. 화방재에서 31번 국도를 따라 지난 번 백두대간 종주 때 직행버스를 탔던 상동을 지나 석항까지 달렸다. 석항에서 38번 국도에 올라 청주까지 달렸는데 예상했던 대로 3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연 선생님이 잘 아는 삼겹살 집에 들러 소주를 곁들여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금년 백두대간 산행은 이번으로 마칠 예정이었는데 한 구간 정도는 더 하자는 의견이 있어 일단 10월 19일로 날짜를 잡았다.  


▲ 다시 찾은 화방재의 이방주 선생님 애마

 

▲ 화방재에 있는 주유소: 그 뒤 파란색 지붕이 있는 집 오른쪽으로 산행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