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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 정맥/백두대간

2008.09.07. [백두대간記 26] 도래기재→화방재

by 사천거사 2008. 9. 7.

백두대간 제26구간 종주기 

◈ 일시: 2008년 9월 7일 일요일

◈ 구간: 도래기재 → 구룡산 → 신선봉 →  깃대배기봉 → 부소봉  → 태백산 → 화방재 

◈ 거리: 24.6km

◈ 시간: 10시간 3분

◈ 회원: 이방주, 이효정(2명)


 


04:00   오늘은 백두대간 태백산 구간 산행을 하는 날인데 이방주 회장님께서 동참을 하신다기에 율량동 신흥고등학교 앞으로 나갔다. 만남의 시간인 4시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보니, 버스정류소 밑에 승합차가 한 대 세워져 있는데 산행객들이 하나 둘씩 그 차로 모여들고 있었다. 아마 우리처럼 원거리 산행을 떠나는 모양이다. 산을 제대로 다니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정각 4시에 출발. 늘 다니던 방식대로, 주덕에서 599번 지방도로 들어선 다음 가흥육교에서 38번 국도로 올라섰다. 영월까지는 38번 국도만 따라서 가면 된다. 이른 새벽이라 도로에 차량은 거의 없다. 내비게이션에서 나오는 여자 목소리만 차 안을 울리고 있다.


▲ 영월시외버스터미널 옆에 주차


06:04   영월시외버스주차장 옆 도로변에 주차를 한 다음 지나가는 택시를 세웠다. 도래기재까지의 요금을 물으니 도래기재가 어딘지 모른다. 고제 아니에요? 고제는 모르겠고 김삿갓 계곡을 지나 춘양으로 넘어가는 고개인데요. 거기가 도래기잰가, 우리는 고제로 알고 있는데. 택시비는 얼마나 드려야 하나요? 이런 저런 얘기 끝에 3만원에 흥정을 하고 떠났다. 88번 지방도를 따라 택시가 달렸는데 곡동천이 흐르는 김삿갓계곡으로 들어가는 와석을 지나 옥동천을 따라 달린 다음 내리계곡을 지났다.

 

택시 운전기사가 말한 고제에 당도했는데 터널이 없다. 여기가 아닌가벼. 계속 가세요. 기사분의 얼굴색이 달라진다. 물론 요금 때문일 것이다. 5천원 정도 더 드릴테니 계속 가세요. 아, 이거는 5천원 개념이 아닌데요. 요즘은 아무나, 아무데나 개념이란 말을 쓴다. 알았어요, 가세요. 마을 하나를 지나고 굽이 굽이 돌아 마침내 야생동물이동통로가 있는 도래기재에 도착했다. 이방주 회장님이 4만원을 꺼내 주니 고개를 끄덕이며 받는다. 수고하셨습니다. 

 

06:52   도래기재 주변은 옅은 운무에 싸여 있었다. 도래기재에는 일제 때 고개 북서쪽에 위치한 금정광산에서 캐낸 금을 실어 나르기 위해 뚫은 금정터널이 있다는데 어딘지 모르겠다. 6시 54분에 산행 시작. 야생동물이동통로 왼쪽으로 이정표가 서 있고 산행로가 나 있다. 급사면 길을 올라가니 무덤이 하나 나오고 그 다음부터는 부드러운 능선길이있다. 30분 정도 걸어 첫 번째 임도에 도착했다. 


▲ 도래기재 도로 건너편에 있는 산행로 입구 [06:52]

 

▲ 도래기재에 있는 산행로 이정표 [06:54]

 

▲ 도래기와 구룡산 사이에 있는 긴급구조 번호 표지목 [07:07]


07:24 첫 번째 임도에 도착, 차량 통행 흔적이 보이고 벤취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정표에 구룡산까지 3.92km가 남았다고 적혀 있다. 임도 위에는 아름다운 금강송이 한 그루 턱하니 버티고 있는데 그 자태가 정말 보기에 좋았다. 임자 만나면 부르는게 값일 것 같다. 10분 정도 걸어 벤취가 2개 있는 봉우리 쉼터를 지났고 다시 20분 정도 걸어 헬리콥터 착륙장을 지났다. 산행객 2명을 만났는데 걷는게 아니라 숫제 뛴다. 힘 안드나? 


▲ 이정표와 벤취가 있는 첫 번째 임도 [07:24]

 

▲ 임도 바로 위에 있는 금강송 [07:25]

 

▲ 묵은 헬리콥터 착륙장 [07:55]


08:10  두 번째 임도에 내려섰다. 역시 벤취와 이정표가 있고 6각정자가 하나 세워져 있었다. 이정표에는 구룡산까지 1.56km가 남았다고 적혀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임도 왼쪽으로 나 있는 나무계단을 올라 다시 산행이 시작되었다. 10분 정도 올라가니 벤취가 있는데 배도 출출한지라 준비해 온 초밥을 아침으로 먹었다. 8시 28분 아침 먹고 출발. 계속되는 오르막길이라 힘이 든다. 구룡산의 높이가 1344m이니 만만하게 볼 수는 없다. 8시 53분 다시 벤취에서 휴식을 취한 후 10분 정도 걸어 구룡산 정상에 올랐다.


▲ 두 번째 임도에 있는 이정표와 벤취 [08:10]

 

▲ 두 번째 임도에 있는 정자와 산행 안내도 [08:10]

 

▲ 벤취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방주 회장님 [08:53]


09:12   해발 1344m의 구룡산에 올랐다. 헬리콥터 착륙장으로 사용이 된다는 정상에는 삼각점과 정상표지석이 있었다. 구룡산 정상에서는 조망이 좋아, 앞으로 가야할 깃대배기봉, 부소봉, 태백산 천제단이 잘 보였고 이미 지나온 백두대간 능선도 잘 보였다. 기념사진 찍고 출발. 9시 25분, 긴급구조 5-28번이 적힌 표지목이 서 있는 곳 통과. 표지목이 500m마다 하나씩 서 있으니 부소봉까지 14km가 남았다는 이야긴데, 아이구 언제 가나. 모르겠다, 가다보면 줄어들겠지. 구룡산을 조금 벗어나면서 방화선이 시작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길이 좋다.


구룡산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에 위치한 九龍山은 태백산(1567m)과 옥석산(올돌봉 1242m) 사이에 있는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이루는 산이다. 강원도와 경상북도에 걸쳐있는 이 산은 해발 1344m로서 태백산, 청옥산, 각화산, 옥석산 등과 함께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갈라져 나가는 곳에 있다. 이 산에서 발원하는 하천들은 남북으로 흘러서 각각 낙동강과 남한강으로 이어진다. 이 산은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하여 구룡산이라 하는데, 용이 승천할 때 어느 아낙이 물동이를 이고 오다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고 '뱀봐라' 하면서 꼬리를 잡아당겨 용이 떨어져 뱀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 구룡산 정상에서 [09:12]

 

▲ 구룡산 정상에서 [09:13]

 

▲ 구룡산 정상에 있는 삼각점 [09:13]

 

▲ 구룡산 정상에서 본 태백산 정상과 부소봉, 깃대배기봉 [09:14]

 

▲ 구룡산 정상에서 본 지나온 백두대간 [09:14]

 

▲ 구룡산 정상에 피어 있는 야생화 [09:15]

 

▲ 부소봉과 구룡산 사이에 있는 긴급구조 번호 표지목 [09:25]


09:36   고직령에 내려섰다. 이정표에 '향이동 2.0km, 곰넘이재 3.63km'라고 적혀 있다. 향이동이 어딘가? 방향으로 봐서는 봉화쪽인데. 100m를 내려가면 산령각이 있다는데 가볼까? 말자. 방화선을 따라 계속 30분 정도 그렇고 그런 능선길을 걸으니 곰넘이재다.


구룡산숲

 

해발 1345m의 구룡산 일대는 1980년대 중반까지는 산불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방화선이었던 지역이다. 현재 주변에 많이 자라고 있는 신갈나무는 벌채한 그루터기에서 돋아난 새싹(일명 맹아)이 자란 것이다. 신갈나무 목재는 임산연료 외에 표고버섯 재배를 위한 원목과 종이를 만드는 원료로 쓰이며, 열매는 사람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의 먹이로도 쓰인다. 그 외에도 하층에는 병꽃나무, 국수나무, 물푸레나무, 조록싸리 등이 자라며 초본류에는 고려엉겅퀴, 큰까치수영, 콩제비꽃, 개별꽃, 뱀무 등이 함께 자라고 있다.  


▲ 고직령에 있는 이정표 [09:36]

 

▲ 벤취가 있는 고직령을 떠나고 있는 이방주 회장님 [09:37]


10:06   곰넘이재. 옛날부터 이 고갯길은 경상도에서 강원도로 들어가는 중요길목이었으며 특히 태백산 천제를 지내러 가는 관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문헌 永嘉誌에 熊峴이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말로 순화하여 곰넘이재로 부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오른쪽으로 실두동과 진조동으로 하산하는 길이 잘 나 있다. 이정표에 참새골입구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실두동으로 내려가는 계곡이 참새골인 모양이다.

 

곰넘이재부터는 다시 방화선의 고도가 높아진다. 급경사 지역에는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남동쪽으로 가던 산행로가 북쪽으로 꺾이면서 신선봉 정상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신선봉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방화선이 끝나고 급경사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보는 산죽군락 사이로 산행로가 계속 이어졌다. 계단길도 번갈아 나타났다.


▲ 곰넘이재에 있는 이정표 [10:06]

 

▲ 넓게 닦여 있는 방화선 길 [10:22]

 

▲ 멀리 보이는 신선봉 정상 [10:33]

 

▲ 산죽 사이로 난 길을 걷고 있는 이방주 회장님 [10:39]


10:56   신선봉에 올랐다. 정상에는 아직 벌초를 하지 않은 무덤이 하나 있는데 묘비에 '처사경주손공영호지묘'라고 적혀 있었다. 정상표지석은? 없다. 신선봉에서 산행로는 오른쪽으로 90도 정도 꺾인다. 내리막길이다. 표지목의 숫자가 하나씩 줄 때마다 부소봉까지의 거리가 500m씩 줄어드는데 그 재미가 쏠쏠하다. 11시 41분,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차돌배기를 향하여 출발. 


▲ 신선봉 정상에 있는 무덤: 비석에 '처사경주손공영호지묘'라고 써있다 [10:56]

 

▲ 신선봉 정상에서 [10:56]


11:52   차돌배기 삼거리에 도착. 이곳은 지나는 사람들이 쉬어가는 곳으로 옛날 이 자리에 차돌이 박혀있었다 하여 차돌배기라고 불렀다 한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석문동에 이를 수 있다. 이곳에서부터 깃대배기봉까지 산행로는 북쪽으로 올라간다. 12시 7분, 왼쪽으로 우회하는 길을 지났다. 길 양쪽에 피어 있는 투구꽃이 매우 아름답다. 차돌배기에서 깃대배기봉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가 걸렸다.


▲ 차돌배기에 있는 이정표 [11:52]

 

▲ 투구꽃 [12:53]


13:13   해발 1370m의 깃대배기봉에 올랐다. 꽤 넓은 공터에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는데 마치 평원과 같아서 정상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았다. 이정표를 보니 부소봉까지 3.26km가 남았다. 오른쪽으로 두리봉 가는 길이 있는데 두리봉까지는 300m 거리이다. 정상을 떠나 조금 걸어가니 어, 정상표지석이 또 있다. 아까 것은 봉화군에서 세운 것인데 이번 것은 산림청에서 세운 것이다. 어느 것이 맞는 건가? 산림청이 더 맞지 않을까?

 

깃대배기봉에서 부소봉으로 가는 산행로 양쪽으로는 산돼지들이 파헤쳐 놓은 흔적들이 계속 이어졌다. 물론 그 이전 구간에서도 흔적들이 보였었지만 이 구간은 장난이 아니었다. 마치 개간을 하기 위해서 나무뿌리와 돌을 들어내고 밭을 일구어 놓은 것 같았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자연적인 현상으로 보아야 하나, 아니면 산림을 파괴하는 현상으로 여겨야 하나? 부소봉 아래까지 산죽길이 계속 이어졌다.


▲ 깃대배기봉 정상에서 이방주 회장님과 [13:14]

 

▲ 산림청에서 세운 깃대배기봉 표지석에서 이방주 회장님 [13:24]

 

▲ 산림청에서 세운 깃대배기봉 표지석에서 [13:24]

 

▲ 산돼지가 파헤쳐 놓은 흔적들 [13:33]

 

▲ 산행 중에 계속 만난 투구꽃


14:21   이정표가 서 있는 태백산 갈림길에 도착. 왼쪽으로 가면 태백산 천제단에 이르게 된다. 부소봉은 오른쪽 길로 거리는 400m다. 태백산의 상징인 주목이 슬슬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죽은 놈도 있고 산 놈도 있다. 조금 올라가니 다시 4거리 이정표가 있고 조금 더 올라가니 전망대다. 전망대에서는 왼쪽으로 문수봉이 올려다보이고 봉화쪽의 장쾌한 산줄기들이 시원스레 뻗어 있었다. 전망대에서 조금 올라가니 부소봉이다.


▲ 태백산과 부소봉 갈림길 이정표 [14:21]

 

▲ 천제단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4거리 이정표 [14:27]

 

▲ 부소봉 아래 전망대에서 본 문수봉 [14:31]

 

▲ 전망대에서 본 용바위봉, 달바위봉, 진바위봉 [14:31]

 

▲ 전망대에서 바라본 청옥산 [14:31]


14:37   부소봉에 올랐다. 부소봉은 단군의 아들인 부소왕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정상에는 삼각점이 있고 태백시 산악구조대에서 세운 정상표지석이 있었다. 표지석에는 '백두대간 부쇠봉 1546.5m'라고 적혀 있다. 지도에는 부소봉이라고 나와 있는데 표지석에 부쇠봉이란다. 같은 말이겠지. 부소봉에서는 문수봉이 잘 보였고 천제단과 장군봉도 보였다.

 

부소봉에서 다시 돌아나와 천제단으로 가는 길로 들어섰다. 조금 걸어내려가니 전망이 트이면서 고사목 사이로 천왕단이 보인다. 산행로는 다시 오른쪽으로 꺾이고 산사면에는 고사한 주목들이 드문드문 서 있다. 다시 왼쪽으로 꺾인 길을 따라 걸어가니 문수봉과 천제단으로 가는 길 이정표가 서 있었다. 문수봉까지는 2.2km. 지난 겨울 이방주 회장님이 태백산에 왔을 때 이 길을 통해 문수봉으로 갔었다고 하신다.


▲ 해발 1547m의 부소봉에서 [14:37]

 

▲ 부소봉에 있는 삼각점 [14:37]

 

▲ 부소봉에서 바라본 천왕단과 장군봉 [14:40]

 

▲ 부소봉과 천제단 갈림길에서 천제단 쪽으로 가고 있는 이방주 회장님 [14:44]

 

▲ 고사목과 태백산 천왕단 [14:45]

 

▲ 고사목이 서 있는 태백산으로 가는 능선 [14:47]

 

▲ 태백산 천왕단 위로 구름이 아름답다 [14:47]


14:58   태백산에 있는 3개의 천제단 중 맨 아래에 있는 하단에 도착. 정확한 이름이 남아 있지 않아 하단이라고 부른단다. 천제단은 중요민속자료 제288호로 지정이 되어 있다. 예전에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천제단 일부를 훼손했다는 보도를 접한 바 있는데, 참 어이가 없는 일이다. 자신의 종교가 중요하면 타인의 종교도 중요한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천제단은 종교를 뛰어 넘는 의미를 지녔다고 보아야 한다. 그것은 종교와 차원이 다른 것이다.

 

하단에서 천왕단으로 오르는 길에 잠시 몸을 돌렸더니 야, 전망이 장난이 아니다. 문수봉에서 부소봉으로 이어지는 태백산 주능선이 넘실거리고 그 오른쪽으로는 지나온 백두대간 능선이 끝없이 뻗어 있다. 어디서 이런 멋진 광경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을까? 산에 오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라면 틀린 말일까?


▲ 태백산 천왕단 아래에 있는 하단 [14:58]

 

▲ 태백산 천왕단 아래서 본 지나온 백두대간 능선 [15:02]

 

▲ 태백산을 오르다가 바라본 문수봉 [15:02]

 

▲ 태백산 천왕단 바로 아래서 본 부소봉 [15:03]

 

▲ 태백산 천왕단 아래서 본 지나온 백두대간 능선 [15:04]


15:07   해발 1560.6m의 태백산 표지석과 천왕단이 있는 넓은 봉우리에 올랐다. 아주 거대한 표지석이 서 있지만 실제로 이곳은 정상이 아니다. 실제의 태백산 정상은 이곳에서 300m 정도 떨어져 있는 해발 1566.7m의 장군봉이다. 이곳이 마치 정상처럼 여겨지는 것은 여러 가지 행사가 벌어지는 천왕단이 있기 때문인데, 반대급부로 정상인 장군봉은 초라한 봉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곳에서는 앞으로 가야할 함백산이 잘 보였다.

 

천왕단 한쪽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포항에서 왔다는 분이 제를 올려야겠다며 제복을 입는다. 천왕단으로 올라가 제를 지내는 모습을 구경했다. 國泰民安을 비는 제사였는데 북어 한 마리 얹어놓고 막걸리를 올린 다음 절 하고 축문 읽고 소지하고 막걸리를 제단 주변에 뿌리는 과정으로 진행이 되었다. 내가 보기에는, 진지함은 별로 찾아 볼 수 없고 사진을 찍기 위해 쇼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태백산에서 무속신앙이 창궐하는 것은 천제단이 가지고 있는 참된 의미를 오해하고 있는 현상은 아닐까? 천왕단에서 태백산의 주봉인 장군봉까지는 300m 거리였다.


태백산 천제단

 

천제단은 우리 조상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설치한 제단이다. 만들어진 시기나 유래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삼국사기'를 비롯한 옛 문헌에 '신라에서는 태백산을 삼산오악 중 하나인 북악이라고 하고 제사를 받들었다'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태백산은 예로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섬겼음을 알 수 있다. 태백산 정상부에 위치한 천제단은 천왕단을 중심으로 북쪽에 장군단, 남쪽에는 그보다 규모가 작은 下壇의 3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적석으로 쌓아 神域을 이루고 있다. 이 3기로 이루어진 천제단은 고대 민속 신앙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1) 天王壇

천왕단은 둘레 27.5m, 높이 2.4m, 좌우 폭 7.36m, 앞뒤 폭 8.26m의 타원형 제단을 자연석으로 쌓았다. 돌로 만든 단이 9단이라 하여 9단탑이라고도 불린다. 매년 개천절에는 이곳에서 제사를 받드는데, 중앙에 태극기와 칠성기를 꽂고 주변에는 33天旗와 28宿旗를 세우며 9종류의 제물을 갖춘다. 이 주변의 계곡 일대에는 치성을 드리는 기도처로 사용된 크고 작은 적석탑과 石壇이 있으며, 함부로 짐승을 잡거나 나무를 꺾는 일을 금하고 있다.

 

(2) 將軍壇

장군단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설치한 3기의 천제단 중 하나이다. 이 단은 천왕단으로부터 북쪽 300m 지점에 위치하였는데, 둘레 20m, 높이 2m의 장방형으로 천왕단에 비해 조금 작으며, 원형이 비교적 잘 남아 있다.

 

(3) 下壇

하단은 천왕단으로부터 남쪽 300m 지점에 위치하였는데, 천왕단과 장군단에 비해 규모가 가장 작다. 정확한 이름을 알 수 없으므로 하단이라고 부른다. 하단에 산간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적석단보다 약간 큰 제단으로, 현재는 그 기능을 잃었다.


▲ 천왕단과 커다란 표지석이 있는 태백산 모습 [15:05]

 

▲ 태백산 표지석에서 [15:07]

 

▲ 태백산 표지석과 함께 [15:08]

 

▲ 태백산 천왕단에서 본 함백산 [15:09]

 

▲ 천왕단에서 제를 올리고 있는 사람들 [15:19]

 

▲ 國泰民安을 비는 축문을 소지하고 있다 [15:21]

 

▲ 태백산 천왕단에서 장군봉으로 가는 길 [15:24]

 

▲ 장군봉 위로 구름이 아름답게 피어올랐다 [15:25]


15:28   태백산의 주봉인 장군봉에 올랐다. 해발 1566.7m. 장군봉에는 천제단 중 하나인 장군단이 있는데 그 외에는 아무 표지도 없었다. 태백산이 名山이고 靈山인데 가장 높은 봉우리에 대한 대접이 너무 소홀한 것이 아닌가? 적어도 정상 표지석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왕단이 있는 곳을 정상으로 여길 지도 모른다. 입장료는 받는 도립공원에서 사람들을 호도(塗)하는 일은 없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장군봉에서 화방재로 내려가는 길은 너덜길과 돌계단길의 연속이라 걷기에 힘들고 조금 짜증이 났다. 그나마 속속 나타나는 아름다운 자태의 주목들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주목은 산 놈도 보기에 좋지만 죽은 놈도 보기에 좋다. 그래서 주목은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고 하지 않는가?


▲ 장군봉에 있는 장군단 [15:28]

 

▲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주목의 고사목 [15:29]

 

▲ 주목 고사목이 자주 눈에 띈다 [15:30]

 

▲ 주목: 산 자와 죽은 자 [15:30]

 

▲ 보호수로 지정을 받고 있는 주목 [15:34]

 

▲ 너덜계단길인 태백산 하산로 [15:50]

 

▲ 물건을 옮기는 데 사용되는 곤돌라 [15:57]


16:11   사길령매표소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정표에 1.8km가 남았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이 1.8km가 정말 힘든 거리였다. 대부분 이정도 내려오면 계속 내림길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백두대간은 천만의 말씀이다. 끝까지 능선을 고집하는 백두대간은 마지막까지 안심을 할 수 없다. 다 내려온 줄 알았는데 봉우리를 3개 더 넘었다. 예상보다 일찍 산행을 마칠 거라는 꿈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결국 예상 시간을 채워가고 있었다. 산령각 건물 옆에 있는 이정표에 사길령매표소까지 500m라고 적혀 있다. 


태백산 산령각

  

이곳 태백산 사길령은 경상도에서 강원도로 들어오는 관문으로 높고 험하기로 유명하였지만 강원도로 들어올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길이었기에 길손의 왕래가 많았고, 특히 보부상들이 수십 혹은 수백명씩 대열을 이루어 계수의 인솔하에 넘어다녔다. 산이 험하여 맹수와 산적 등이 많이 출몰하였기에 그들은 고갯길을 무사히 넘기 위하여 고갯마루에 당집을 짓고 제사를 올리게 되었으며 지금도 매년 음력 4월 15일에 태백산신령에게 제사를 올리고 있다. 현재 태백산사길령산령각계회에 보관중인 천금록은 200여년 전부터 보부상들이 이곳 태백산산령각에서 제사를 지낸 기록으로, 우리나라에서 유래가 없는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 사길령매표소 갈림길 이정표 [16:08]

 

▲ 하산길에서 만난 요상하게 생긴 나무 [16:08]

 

▲ 사길령매표소 500m 전에 있는 산령각 건물 [16:39]


16:47   사길령매표소에 도착. 태백산은 도립공원이기 때문에 입장료를 받는데 성인은 2,000원씩이었다. 국립공원에는 입장료가 없지만 도립공원에는 있다. 매표소 건물 아래로 고랭지 채소밭이 펼쳐져 있고 오른쪽으로도 공간마다 배추밭이 들어차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길을 잘못 들고 말았다. 백두대간 길은 고랭지 채소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가다 왼쪽 숲으로 들어가 화방재로 내려가야 하는데, 그만 오른쪽으로 나 있는 시멘트 포장도로로 내려서고 말았다. 조금 내려가니 '檀君聖殿'과 '三星閣' 현판이 달린 건물이 두 채 있고 그 아래에 작두와 통돼지를 비롯한 제물들을 파는 상점이 있었다. 무속신앙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그곳을 지나 시멘트 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가니 31번 국도에 차량이 오가는 모습이 보인다.


▲ 태백산도립공원 사길령매표소 건물 [16:47]

 

▲ 사길령매표소 아래에 있는 고랭지채소밭 [16:48]

 

▲ 사길령매표소 아래에 있는 고랭지채소밭 [16:48]

 

▲ 매표소 아래에 있는 檀君聖殿 건물 [16:50]

 

▲ 매표소 아래에 있는 三星閣 건물 [16:50]

 

▲ 푸닥거리에 쓸 물건들을 팔고 있는 상점 [16:50]


16:57   31번 국도에 내려섰다. 왼쪽으로 '고성휴게소'라는 간판이 달린 건물이 보였다. 버스정류장도 있다. 휴게소에 들어가니 우리 또래의 남자주인이 있는데 일단 캔맥주 2개를 산 다음 영월로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을 물었더니 태백으로 나가서 직행버스를 타란다. 여기서 상동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있나요? 아, 좌석버스가 있습니다. 그러면 상동으로 가서 시외버스를 타면 되겠네요, 거기는 시외버스가 서니까. 그러시면 되겠네요. 좌석버스는 몇 시에 있습니까? 5시 20분에 있어요. 어디에 섭니까? 길 건너에 서요.

 

시원한 캔맥주를 마시면서 버스를 기다렸다. 목으로 넘어가는 맥주를 따라 힘든 산행이 모두 끝났다는 안도감과 피곤함이 동시에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5시 20분 경에 버스가 왔고 우리는 시골 사람 몇 분이 탄 좌석버스에 올랐다. 상동까지 요금은 2,300원. 버스가 화방재로 올라갔는데 큰 건물도 있고 주차장도 넓다. 어, 우리가 잘못 내려왔나? 아이구, 아까 사길령매표소에서 채소밭 끝에 있던 길로 들어섰어야 하는 구나. 이제는 엎어진 물이라 하는 수가 없다.

 

천평천을 따라 달리던 버스는 옥동천과 만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꺾어들어갔다. 어라, 영월은 왼쪽으로 가야 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시외버스터미널이 이쪽에 있었다. 상동읍은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읍소재지가 남북으로 길게 형성이 되어 있는데 남쪽에는 읍사무소, 보건소, 중고등학교가 있고 북쪽에는 치안센터, 농협, 우체국, 시외버스터미널 등이 있었다. 터미널에서 시간을 알아보니 5시 50분에 영월로 가는 직행이 있다. 요금은 5,300원.


▲ 화방재 조금 아래에 있는 고성휴게소

 

▲ 고성휴게소에 있는 천연수를 이용한 천연냉장고 [17:18]

 

▲ 상동시외버스터미널에서 본 도로 [17:34]

 

▲ 버스터미널 앞에 있는 감옥 같은 노래연습장 건물 [17:35]

 

▲ 상동시외버스터미널 건물 [17:38]

 

▲ 상동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바라본 농협, 파출소, 우체국 건물 [17:38]


17:50   상동버스정류장 출발. 상동에서 영월까지 직행버스 요금은 5,300원이었다. 31번 국도로 나온 버스는 옥동천을 따라 녹전까지 달린 다음 석항에서 38번 국도로 올라섰고 동강을 건너면서 영월로 진입했다. 영월에서 태백으로 가는 38번 국도는 왕복 4차로이지만, 석항에서 갈라지는 31번 국도는 왕복 2차로인데다 길이 많이 구불거려 차량이 제 속도를 낼 수 없고 따라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18:50   영월 출발. 지난 번에는 영월과 제천에서 길을 헤맸지만 이번은 제 길대로 청주까지 계속 달렸다. 나들이 차량들이 돌아오는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가 조금 복잡했다. 그래도 길이 좋아 영월을 출발한지 두 시간 정도 걸려 청주에 도착, 율량동에 있는 제일수산에 들어갔다. 자연산 놀래미를 안주 삼아 소주를 두 병 마셨다. 수분이 모두 빠져 나간 몸 속으로 소주에 든 알콜이 곧바로 흡수되는 것 같다. 한 시간 정도 지나서 회식 끝. 지난 번 못지 않게 길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산행을 기꺼이 함께 해주신 이방주 회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