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간 정맥/백두대간

2008.07.27. [백두대간記 23] 저수령→죽령

by 사천거사 2008. 7. 27.

백두대간 제23구간 종주기

◈ 일시: 2008년 7월 27일 일요일

◈ 구간: 저수령 → 촛대봉 → 배재 → 솔봉 → 묘적봉 → 도솔봉 → 삼형제봉 → 죽령 

◈ 거리: 20.2km

◈ 시간: 9시간 33분



06:25   단양 출발. 아침에 일어나니 단양읍을 감아 도는 남한강에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었다. 어젯밤부터 피어오르더니 오늘 아침까지도 계속이다. 하늘의 구름이 강 위에 내려앉은 것 같다. 저수령까지 버스를 이용할까 생각도 했었지만 시간도 그렇고 해서 택시를 탔다. 인심 좋게 생긴 택시 기사는 저수령까지의 요금을 물었더니 미터에 나오는 대로 받는다고 한다. 단양은 그렇단다.  

 

대강면까지 이어진 도로 오른쪽에 있는 남한강의 물안개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무릉도원의 모습이 저렇지 않을까? 택시 기사의 설명에 의하면, 여름날 저녁에 온도가 낮아질 때 생기는 현상으로 일년에 몇 번 밖에 볼 수 없으며, 특히 오늘과 같은 물안개는 일년에 한 두 번 있을까 말까 라고 한다. 내가 운이 좋은 것인가? 택시 기사는 덧붙여서, 단양택시는 콜을 해도 추가비용을 받지 않으며 장거리도 미터요금제로 운영하고, 장회나루와 구인사 지역은 대기요금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나 저나 저수령까지는 요금이 얼마나 나오나?


▲ 단양 두진아파트에서 내려다본 물안개 [05:37]

 

▲ 물안개가 구름처럼 깔려 있다 [05:37]


06:55   저수령에 도착, 요금은 24,000원이 나왔다. 예상보다 적은 금액이다. 나중에 산행을 마치고 죽령에서도 택시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 명함을 한 장 건네받았다. 운무가 잔뜩 깔린 휴게소 건물이 그로테스크하다. 저수령 표지석 오른쪽으로 급경사의 백두대간 길이 시작되었다. 오늘도 산행하기에 좋은 날이 되려나. 산행로 왼쪽으로 소백산관광목장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다. 20분 정도 걸으니 오른쪽으로 용두휴게공원 가는 길 이정표가 나무에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여기서 10분 정도 올라가니 해발 1081m의 촛대봉이다.


▲ 운무에 싸여 있는 저수령휴게소 건물

 

▲ 해발 850m의 저수령 아침 풍경


07:27   그리 넓지 않은 촛대봉 정상에는 충북 단양군에서 세운 표지석이 있었다. 운무 때문에 전망은 전혀 없다. 정상을 떠나 '고비밭 싸리밭' 표지판이 있는 곳을 지난 다음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가니 해발 1080m의 투구봉이다. 촛대봉 정상에서 10분 거리인데 역시 전망은 없다. 투구봉에서 시루봉 가는 길은 걷기에 참 좋았다. 묵은 헬리콥터착륙장을 하나 지나 10분 정도 걸으니 해발 1110m의 시루봉 정상이다.

 

이번 구간에는 미역줄나무가 유난히 많았다. 산행로 정비가 되어 있지 않아 양쪽에서 덧자란 나무줄기가 맞닿아 있을 정도다. 시루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에 미끄럽기까지 했다. 8시 17분에 다시 묵은 헬리콥터착륙장을 지났는데  잔뜩 흐린 하늘에서 서서히 비가 오기 시작한다. 심하게 내리지는 않아 그냥 걷기로 했다.


▲ 해발 1081m의 촛대봉 정상에서

 

▲ 촛대봉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있는 고비밭 싸리밭 표지판 [07:34]

 

▲ 해발 1080m의 투구봉 모습 [07:39]

 

▲ 잡초 천지의 묵은 헬리콥터착륙장 [07:44]

 

▲ 해발 1110m의 시루봉의 모습 [07:54]

 

▲ 묵은 헬리콥터착륙장 [08:17]


08:30   1084봉에 도착. 나무에 감아 놓은 코팅지에 그렇게 적혀 있다. 휴식을 취하며 간식으로 육포와 연양갱을 먹었다. 1084봉에서는 왼쪽 능선을 타고 단양유황온천이 있는 남조리로 내려갈 수 있다. 1084봉에서 배재까지는 10분 거리인데 오른쪽으로 잣나무 숲이 계속 이어지는 부드러운 길이었다. 운무에 싸인 잣나무숲은 너무나 조용하고 평온해서 신비감마저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여기도 잣나무 아래는 온통 애기나리 천지다.


▲ 남조리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1084봉

 

▲ 배재로 내려가는 걷기에 좋은길: 오른쪽은 잣나무숲 [08:32]

 

▲ 잣나무숲 아래에 애기나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08:40]


08:43   배재에 도착. 오른쪽으로 희미하게 나 있는 옛길은 예천군 상리면 야목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8시 54분, 가늘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구름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맑아지려나? 9시 8분, 맞은 편에서 오는 산행객들을 만났다. 시간적으로 보아 오늘 산행을 죽령에서 시작한 사람들은 아니고 아마 어디선가 야영을 한 모양이다. 배재에서 싸리재까지는 완만한 능선길인데 3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 배재에 있는 이정표 


09:10   싸리재에도 이정표가 서 있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원용두마을에 이르게 된다. 아침부터 산을 휘감은 운무는 걷힐 줄을 모른다. 싸리재에서 봉우리를 하나 올라 바윗길과 능선길을 30분 정도 걸어 올라가니 흙목정상이다. 


▲ 싸리재에 있는 이정표 


09:43   삼각점과 이정표가 있는 흙목정상에 올랐다. 해발 1034m. 정상에서 남쪽으로 500m 정도 내려가면 임도가 나오고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경북 예천군 상리면 흙목마을이 나오는데 , 흙목정상은 아마 이 마을 이름을 딴 것 같다. 9시 50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해가 다시 얼굴을 내밀었다. 단체 산행객을 만났다. 9시 53분, 다시 5명의 산행객을 만났다. 모두 죽령 쪽에서 오는 사람들이다. 오늘은 꽤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 같다. 10시 1분에 송전탑을 지났다. 산행로 양쪽의 웃자란 잡목들이 성가시게 운행을 방해한다. 누구 이것 좀 정리해 줄 사람 없소?


▲ 흙목정상에 있는 삼각점

 

▲ 흙목정상에서 [09:44]

 

▲ 산행로 왼쪽에 있는 송전탑 [10:01]


10:21   뱀재에 도착. 넓은 헬리콥터착륙장 오른쪽에 낡아서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이정표가 서 있는데 뱀재 대신 헬기장이라고 적혀 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초항마을 이르게 된다. 착륙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었다. 뱀재에서 완만한 오르막을 30분 정도 올라 해발 1103m의 솔봉에 닿았다. 삼각점이 있는 솔봉 정상에서 15분 정도 내려가면 모시골정상에 이른다.


▲ 뱀재에 있은 매우 넓은 헬리콥터착륙장

 

▲ 솔봉에 있는 삼각점 [10:54]

 

▲ 솔봉에서 내려가는 길 [10:59]


11:14   모시골정상에는 이정표가 서 있는데, '묘적령 1.7km, 저수령 9km, 모시골마을 1.7km'라고 적혀 있다. 모시골정상도 모시골마을 이름을 딴 것 같다. 다시 산행객 두 사람을 만났다. 봉우리에 오르니 어, 저게 뭐야. 벤취가 있네. 이 깊은 산 속에 웬 벤취? 어쨌든 한 번 앉아보자. 편하다. 20분 정도 걸으니 또 벤취가 기역자로 놓여 있다. 운무는 계속 진행중이다.


▲ 모시골정상에 있는 이정표

 

▲ 벤취에 앉아 휴식 중 [11:22]

 

▲ 공터에 마련되어 있는 벤취 [11:43]


11:53   묘적령에 도착. 사동리(절골)까지 3.7km, 저수령까지 10.7km 라고 이정표에 적혀 있는데, 묘적봉으로 올라가는 백두대간 방향은 이정표에서 지워져 있었다. 원래 묘적령에서 도솔봉까지 2.6km 구간은 소백산국립공원 출입금지구역이었지만 2008년 7월 20일자로 해제가 되었다. 정말 잘한 일이다. 다른 국립공원도 이를 본받아 하루 빨리 백두대간 길만은 출입금지구역에서 풀어놓기를 바란다.

 

묘적령에 있던 4명이 묘적봉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전망이 트이는 곳에 올랐는데 능선 오른쪽에서 잔뜩 피어 오른 운무가 능선 왼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능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거 참 보기에 좋네. 12시 11분, 왼쪽으로 사동리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났다. 


▲ 묘적령에 있는 이정표

 

▲ 운무가 맞바람 때문에 능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12:06]

 

▲ 운무가 엷게 퍼지고 있는 사동리 방면 [12:07]

 

▲ 사동리 가는 길이 확실한 삼거리 [12:10]


12:38   해발 1148m의 묘적봉 정상에 도착. 작은 돌탑이 있는 것을 보니 분명 정상이다. 그런데 산행객 10여명이 그 좁은 정상을 온통 차지하고 점심을 먹고 있었다. 무식한 사람들! 어째 남을 위한 배려가 그렇게 없을까? 자기들만의 산이 아닐진데 어찌 저런단 말인가? 사진 한 장 못 찍고 통과. 묘적봉 정상에서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선 다음 다시 1185봉에 올랐다. 이제 이 번 구간의 최대봉인 도솔봉을 오를 차례다.

 

어제 이어서 연속 산행을 해서 그런지, 아니면 도솔봉이 워낙 큰 산이라 그런지 몹시 힘이 든다. 첫 번째 암봉 아래 설치되어 있는 계단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을 거의 올라 뒤를 돌아보니 지나온 백두대간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는데 능선 왼쪽으로 운무가 피어오르고 능선 오른쪽으로 사동리 마을이 보인다. 두 번째 암봉에 설치되어 있는 계단을 오르니 도솔봉 정상이 코 앞이다. 정상에서 사람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니 산행객들이 있는 모양이다. 사동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니 도솔봉 정상이다.


▲ 지나온 능선 왼쪽에 피어오르는 운무 [13:17]

 

▲ 사동리 방면 [13:18]

 

▲ 도솔봉으로 올라가는 계단 [13:18]

 

▲ 맞바람 때문에 운무가 지나온 백두대간 능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13:24]

 

▲ 도솔봉으로 향하는 계단길을 오르다 [13:28]

 

▲ 멀리 보이는 도솔봉 정상 [13:33]

 

▲ 운무는 더욱 짙게 피어 오르고 [13:33] 


13:39   해발 1314m의 도솔봉 정상에 올랐다. 여기도 좁은 공간에서 점심을 먹는 단체 산행객으로 가득했다. 참, 이상한 사람들이네. 넓은 헬리콥터착륙장이 곁에 있는데 왜 이 좁은 곳에서 북적거릴까? 사진 한 장 찍고 바로 정상 출발. 암릉을 오른쪽으로 돌아내려 다시 능선에 올라붙었다. 1시 50분, 사람들을 만났는데 커다란 사진기와 삼각대를 들고 장소를 바꾸어 가며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오늘 운무 사진 찍기에 참 좋은 날이다. 2시 10분, 왼쪽으로 사동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는 안부에 도착했다. 이제 마지막 고비인 삼형제봉과 1291봉이 남았다.


▲ 도솔봉 정상에서

 

▲ 단체 산행객이 차지하고 있는 도솔봉 정상

 

▲ 죽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 오른쪽에 운무가 피어오르고 있다 


14:24   삼형제봉으로 올라가는 계단길이 시작되었다. 계단길 오르기는 언제나 힘들다. 계단을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지나온 백두대간 능선 왼쪽으로 운무가 피어오르고 있다. 멋있다. 계단 중간에 이정표가 있는데 죽령까지 4.3km가 남았다고 되어 있다. 2시 38분에 3형제봉을 왼쪽으로 우회했고, 2시 49분에 사거리 안부를 통과했다. 


 ▲ 삼형제봉으로 올라가는 계단길

 

▲ 능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운무가 넘지 못하고 있다 [14:29]

 

▲ 죽령까지 4.3km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있는 계단에서 [14:30]

 

▲ 이동전화 가능장소 표지판 [15:03] 


15:11   1290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니 이정표가 서 있는데 살펴보니 죽령까지 3.3km가 남았다. 아이구, 아직도 많이 남았네. 언제 가나. 산행길은 산죽 사이에 난 길로 바뀌었다. 걷기에 좋다. 3시 36분에 부부 산행객을 만났다. 도솔봉으로 가는 길인가, 아니면 죽령으로 가는 길인가? 지금 가면 언제 오나? 3시 43분, 헬리콥터착륙장으로 추측되는 시멘트 포장지역을 통과했는데 그 옆에는 군부대 요직자의 이름이 시멘트에 새겨져 있었다. 여기서 10분 정도 내려가니 또 이정표가 있다.


▲ 1290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면 나타나는 이정표 [15:12]

 

▲ 조릿대 사이로 산행로가 구불거린다 [15:12]

 

▲ 시멘트 콘크리트로 만들어 놓은 헬리콥터착륙장 [15:43]


15:52   이정표에는 죽령까지 1.3km가 남았다고 적혀 있다. 이정표 뒤로 어느 젊은이의 추모비가 있고 오른쪽 아래에 샘터가 있었다. 이것 저것 따질 것도 없이 샘터로 내려가 페트병에 물은 받은 다음 실컷 마셨다. 야, 그 물 한 번 시원하다. 냉장고 물은 저리 가라다. 게다가 생수가 아닌가? 마지막 남은 연양갱과 육포를 먹은 다음 물을 한 통 채워 담고 출발. 배를 채웠더니 다리에 힘이 솟고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 바윗길을 지나니 헬리콥터착륙장이 나왔다. 착륙장을 지나자 급경사 내리막인데 밧줄이 나무에 길게 매어져 있었다. 급경사 길을 내려오니 산행로는 낙엽송이 울창한 산허리 숲길로 이어졌다. 멀리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개 짖는 소리도 들려온다. 죽령이 가까운 모양이다.


▲ 샘터 바로 위에 있는 이정표

 

▲ 오늘 산행 도중 처음 만난 샘터

 

▲ 멀리 소백산 주능선이 보인다 [16:08]

 

▲ 이번 구간 마지막 헬리콥터착륙장 [16:10] 


16:28   마침내 해발 696m의 죽령에 도착했다. 아, 오늘 힘든 하루였다. 죽령 영주시 쪽에는 백두대간을 알리는 거대한 표지석과 경상북도를 알리는 표지석이 있고, 매스컴에 여러 번 나왔던 죽령주막도 조금 아랫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아침에 이용했던 택시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25분 정도 기다리라고 한다. 알았다, 오버. 택시를 기다리는데 백두대간 구간 종주를 마친 다른 팀이 도착을 해서 하이 파이브를 한다. 그럼, 힘든 여정을 이겨냈으니 기쁠 거야. 

 

택시가 도착했다. 5번 국도를 타고 단양읍으로 직행, 차를 세워 놓은 아파트 입구에서 내렸다. 요금은 역시 미터제로 18,000원. 택시를 타고 오며 기사에게 다음 백두대간 구간의 산행종점인 고치령에서의 교통상황을 물어보니 버스는 없고 택시를 이용해야 한단다. 그러지 뭐. 차에 오른 다음 제천과 충주를 거쳐 청주에 도착하니 7시 30분이다. 이틀 동안 무사히 산행을 마친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며 배낭을 풀었다. 그런데 다음 구간은 언제 또 하나?


▲ 백두대간 죽령 표지석과 함께

 

▲ 매스컴을 많이 탄 죽령주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