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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 정맥/백두대간

2008.06.06. [백두대간記 21] 하늘재→차갓재

by 사천거사 2008. 6. 6.

백두대간 제21구간 종주기 

◈ 일시: 2008년 6월 6일 금요일 

◈ 구간: 하늘재 → 포암산 → 마골치 → 부리기재 → 대미산 → 문수봉갈림길 → 차갓재  

◈ 거리: 19.02km 

◈ 시간: 8시간 48분  



05:11  청주 아파트 출발. 4시에 일어났는데도 이것 저것 준비하다 보니 시간이 꽤 늦었다. 하지가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지 5시인데도 훤하다. 증평, 괴산, 연풍, 문경읍을 거친 다음 901번 지방도를 따라 동로 쪽으로 달리다 갈평에서 좌회전해서 하늘재로 올라갔다. 새벽이라 차량이 없어 시원스레 달릴 수가 있었다. 문경은 옛부터 도자기로 유명한데 하늘재로 들어가는 길 오른쪽으로 도자기를 만드는 窯가 여럿 눈에 띄었다. 

 

06:22  하늘재에 도착. 세상은 조용하고 승용차 한 대가 세워져 있다. 해발 525m의 하늘재는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에서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로 넘어가는 고개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현세에서 내세로, 관음 세계에서 미륵 세계로 넘어가는 유서 깊은 고개이다.      

 

산행 준비를 한 다음 오른쪽으로 난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이런, 스틱을 빼놓았다. 다시 차로 가서 스틱을 챙긴 다음 6시 31분에 산행 시작. 나무계단을 지나니 수로가 보이고 석성 흔적이 있는 곳을 지났다. 수량은 많지 않지만 식수를 보충할 수 있는 하늘샘이 있다. 하늘재에서는 곧바로 포암산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경사가 급했다. 스크리지대가 나타났다. 운무가 나뭇잎에 물방울로 맺혀 있다가 바람이 부니 우수수 떨어진다. 한바탕 비가 흩뿌리고 지나가는 것 같다. 6시 49분에 하늘재에서 500m 걸었다는 이정표 있는 곳을 지났고, 7시 3분에 포암산이 300m 남았다는 이정표가 있는 곳을 지났다. 여름인데 손이 시리다.


▲ 운무가 낀 하늘재의 모습 

 

▲ 하늘재에서 포암산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 

 

▲ 하늘재에서 조금 올라가면 만나는 돌무더기 [06:34] 

 

▲ 식수를 보충할 수 있는 하늘샘 [06:36] 

 

▲ 운무에 쌓인 바위 [06:52] 

 

▲ 우리나라 산의 상징 돌탑 [06:53] 

 

▲ 경사진 바위에 밧줄이 매어져 있다 [07:16]  


07:22  해발 962m의 포암산 정상에 올랐다. 포암산은 속칭 베바우산으로 베를 짜서 펼쳐 놓은 것 같이 암벽이 펼쳐 있어 그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마골산, 계립산이라는 기록도 보이나 현재는 포암산이라고 불리고 있다. 사방이 운무에 덮여 있어 조망은 전혀 없다. 볼거리가 없으니 또 떠나야지. 물 한 모금 마시고 출발.      

 

07:45 이정표(만수봉 4.5km, 포암산 0.6km)를 지나니 잠시 후 안부가 나타났는데 '월악 13-05' 지점 119 이정표가 있고 왼쪽으로 토현마을로 가는 갈림길이 나 있다. 7시 55분 다시 이정표(만수봉 4.0km, 포암산 1.1km)를 지났고 8시에 842봉에 올랐다. 운무가 깔린 산행로는 마치 신비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처럼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다시 안부와 이정표를 지나 송계리로 내려가는 좌측 갈림길이 있는 관음재에 이르렀고, 관음재에서 올라가니 만수봉이 2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있다. 양쪽으로 조릿대가 도열한 길이 계속 이어졌다.


▲ 운무에 쌓인 포암산 정상에서 

 

▲ 왼쪽 갈림길이 있는 안부 [07:49] 

 

▲ 신비감을 자아내고 있는 산행로 [07:55]  


08:34  마골치에 도착. 왼쪽으로 가면 만수봉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부터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몇 개 넘었다. 9시, 산죽이 있는 내리막인데 물기에 젖은 길이 적당히 미끄럽다. 비는 오지 않고 있지만 나무를 잡고 흔들 때마다 맺혔던 물방울이 우수수 떨어진다. 목덜미가 선뜻선뜻하다. 9시 19분에 899봉에 올라 소시지와 달걀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다시 이어지는 산길, 기복이 거의 없는 부드러운 길이다.


▲ 만수봉 갈림길이 있는 마골치 

 

▲ 평온한 숲길 [09:31]  


09:40  돌무더기기 있는 안부에 도착. 고갯마루 성황당 같기도 하다. 오른쪽으로 새섬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뚜렷하게 나 있다. 한 봉우리에 오르니 서서히 해가 나기 시작한다. 오른쪽으로 갈평리에서 하늘재로 가는 도로가 보이고 관음리 도예학교 건물도 보인다. 조금 지루한 산길이 계속 이어졌다. 좌우 조망이 없으니 조금 답답한 느낌도 든다. 10시 17분, 밧줄을 잡고 암벽을 트레버스해야 하는 구간이 나왔다. 10시 51분, 잡목지대를 지났다. 길 양쪽으로 취나물이 지천이다. 뜯으면? 안 된다. 산행로에서는 종종 산돼지 똥을 볼 수 있었다.


▲ 오른쪽으로 새섬마을 가는 길이 갈라지는 안부

 

▲ 바위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09:49] 

 

▲ 하늘재로 가는 도로와 관음리 도예학교 건물이 보인다 [10:00] 

 

▲ 암벽이 운무에 덮여 있다 [10:07] 

 

▲ 지나온 능선길에 운무가 덮여 있다 [10:08] 

 

▲ 암벽을 줄을 잡고 트레버스해야 한다 [10:17]  


11:06  꾀꼬리봉 갈림길에 도착, 왼쪽으로 표지기가 달린 길은 꾀꼬리봉으로 가는 길이다. 여기서부터 25분 정도 계속 평탄한 길이 이어졌는데, 산행로 양쪽으로 부드러운 풀이 물결을 이룬, 글자 그대로 100m 走路와 같은 길이었다. 11시 32분, 오늘 산행에서 처음 사람을 만났다. 보아하니, 부부와 딸 같은데 딸은 중학교 학생으로 보였다. 부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딸은 대단하다. 집에 틀어박혀서 컴퓨터 자판이나 두드리는 것보다 얼마나 좋은가?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몰 것이 아니라 산으로 데려와야 한다. 산이 주는 특혜를 어른들만 누려서는 안 된다. 11시 41분, 1062봉에 오르니 삼각점을 박혀 있다. 안부를 지나 작은 봉우리를 넘으니 부리기재다.


▲ 1034봉으로 꾀꼬리봉으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 부드럽고 평탄한 산행로 [11:22]  

 

▲ 1062봉에 있는 삼각점 [11:41]  


12:05  해발 880m의 부리기재에 도착. 대미산에 오르려면 고도를 235m 정도 높여야 하는데 완경사의 오름길이기 때문에 크게 힘이 들지는 않는다. 12시 24분에 다시 부부 산행객을 만났다. 대미산으로 오르는 길은 미역줄나무가 많은 잡목지대였다.


▲ 해발 880m의 부리기재에서  

 

▲ 미역줄나무가 많은 잡목지대 [12:35]  


12:51  해발 1115m의 대미산 정상에 올랐다. 이정표를 보니 하늘재에서 12km 떨어진 곳에 있는 산이다. 포암산과 대미산 모두 예전에 따로 따로 올라본 산이지만, 오늘처럼 포암산에서 대미산까지 능선을 걷기는 처음이다. 꽤 지루한 능선인데다 오늘은 운무 때문에 좌우가 보이지 않아 지루함이 배가되었다. 똑 같은 길을 걸어도 주위 환경이 어떠냐에 따라서 기분은 상당히 달라진다. 정상 아래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대미산을 내려오니 이름도 예쁜 눈물샘 표지판이 있다. 하늘재에서 포암산을 오를 때에는 하늘샘이 있었는데, '하늘샘'과 '눈물샘' 모두 이쁜 이름이다. 우리말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영어 표현인 'sky spring'과 'tear spring'하고 비교해보면 우리말의 진가를 제대로 알 수 있다. 눈물샘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10분 정도 걸으니 문수봉 갈림길이 나왔다.


▲ 해발 1115m의 대미산 정상에서  

 

▲ 눈물샘 표지판 [13:15]  


13:25  문수봉 갈림길에 도착. 이정표가 2개나 서 있다. 왼쪽으로 가면 문수봉인데 나에게는 사연이 많은 산이다. 탈진해서 비박을 할 뻔한 산으로 사연을 말하자면 길다.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바로 헬리콥터 착륙장이고 10여분 지나니 낙엽송 숲이 시작되는데 쓰러진 나무가 많다. 그런데 왜 낙엽송 껍질이 시커멓지? 자세히 보니 산불 흔적인데 산불이 난 면적이 꽤 넓었다. 산불, 정말 조심해야 한다. 마침내 해가 완전히 구름 밖으로 나왔다. 안부를 하나 지나 다시 잡초가 덮인 헬리콥터 착륙장을 내려서니 새목재다. 14시 32분에 공터가 있는 988봉에 올랐다. 도대체 차갓재는 어디에 있는 거야?


▲ 문수봉 갈림길에 있는 이정표  

 

▲ 갈림길 지나면 바로 나오는 헬리콥터 착륙장 [13:26]

 

▲ 낙엽송이 많은 곳인데 산불이 난 흔적이 있다 [13:36] 

 

▲ 잡초가 덮여 있는 헬리콥터 착륙장 [13:47] 

 

▲ 새목재 [13:52]  

 

▲ 988봉 [14:32]  


14:39  백두대간중간지점 표지석이 있다. 경기 평택 여신회 백두대간 구간 종주대에서 세운 것인데 백두대간 총거리 734.65km(천왕봉 357.325km, 진부령 357.325km)의 중간지점을 나타내고 있었다. 대간 거리는 포항 셀파 산장 실측거리이고 접속구간은 제외되었으며 설치 날짜는 2004년 5월 11일이었다. 백두대간중간지점 표지석이 차갓재에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여기는 차갓재가 아닌 것 같고 어떻게 된 건지 더 가보아야 알 것 같다.      

 

둥글레가 완전히 뒤덮은 묘 2기가 오른쪽에 있다. 세상에, 이렇게 둥글레가 많은 군락지는 처음 보았다. 그것도 묘를 완전히 덮고 있는 것을 보면 묘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는 모양이다. 묘를 지나니 전봇대가 하나 있다. 이 산 속에 웬 전봇대? 우리나라의 전봇대가 몇 개나 되는지 아는가? 2002년 기준으로 6,875,448개이다. 가히 전봇대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많은 전봇대 때문에 풍경사진 하나 제대로 찍을 수 없는 곳이 우리나라다. 송전탑을 지나니 차갓재다. 


▲ 백두대간중간지점 표지석 

 

▲ 묘 2기를 완전히 덮은 둥글레 [15:07]  


15:19  차갓재에 도착. 白頭大將軍과 地異女將軍이라고 새겨진 두 개의 장승 가운데에 백두대간 중간지점 표지석이 또 있다. 문경의 한 산악회에서 설치한 것인데 대충 어림잡아 이곳을 정한 모양이다. 그래도 산악회에서 이런 표지석을 세웠다는 것은 크게 칭찬할 만하다. 산을 이용하면서 산을 가꾸고 보살피지는 못할 망정 산을 훼손하고 망가뜨리는 산악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백두대간 산행은 여기까지이고 이제 안생달로 내려가야 한다. 오른쪽으로 안생달로 내려가는 길이 뚜렷하다. 아까부터 아프기 시작한 오른쪽 무릎의 통증이 내리막길에서는 더 심하다. 오늘 너무 무리를 했나? 아직 가야할 산이 많은데 벌써 무릎이 고장나면 안 되는데. 차갓재에서 안생달까지도 짧은 거리는 아니었다. 이윽고 큰 길에 도착, 왼쪽으로 작은차갓재로 올라가는 임도가 보인다.


▲ 차갓재에 있는 백두대간 중간지점 표지석 

 

▲ 차갓재에서 안생달로 내려가는 길 [15:22] 

 

▲ 차갓재에서 내려오며 바라본 생달2리 [15:37] 

 

▲ 생달2리에서 바라본 황장산 방면 암벽 [15:38]  


15:45  생달2리 마을회관까지 내려왔다. 택시를 이용하기 위해 동로면 택시에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는다. 이거 난감한 일이네. 버스는 언제 있나? 마침 길 옆 텃밭에서 풀을 뽑고 있는 할아버지가 있어 버스 시간을 물었더니 5시에 있단다. 그러면서 차가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 하늘재에 있다고 하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면서 아는 사람에게 연락을 한다. 마침 연락이 잘 되어 생달2리에서 하늘재까지 20,000원에 이동을 했다. 그래서 집 밖으로 나오면 혼자 판단하는 것보다는 자꾸 물어보는 것이 좋다. 그곳에 관한 사항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여우목고개를 지나 하늘재에 도착하니 승용차가 여섯 대가 세워져 있다. 아침보다 네 대나 늘었다. 

 

16:20  하늘재 출발. 조금 내려오니 포암사 들어가는 길 왼쪽으로 돌탑이 줄을 지어 서 있고, 포암사 위로는 포암산 암벽이 위용을 자랑하며 펼쳐져 있었다. 아무리 봐도 멋진 산이다. 아침에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왔는데 도로에 차도 많고 해서 시간이 아침보다 30분이나 더 걸렸다. 18시에 청주에 도착, 아내와 김천가에서 순대곱창전골로 피로를 풀며 하루 산행을 마무리했다.


▲ 포암사 입구에서 올려다본 포암산 [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