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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 정맥/백두대간

2008.07.26. [백두대간記 22] 차갓재→저수령

by 사천거사 2008. 7. 26.

백두대간 제22구간 종주기 

◈ 일시: 2008년 7월 26일 토요일 

◈ 구간: 차갓재 → 작은 차갓재 → 황장산 → 폐백이재 → 벌재 → 문봉재 → 저수령  

◈ 거리: 15.7km 

시간: 7시간 39분+27분(접근시간)  



05:27  청주 출발. 오늘은 한달 이십일 만에 백두대간을 떠나는 날이다. 오늘 내일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지만 벌써 4주 째 주말 일기예보가 빗나가고 있으니 오늘도 헛방을 칠 확률이 높다. 사실, 요즘처럼 더운 날에는 비가 와도 상관이 없다. 땀에 젖으나 비에 젖으나 마찬가지이니까. 오히려 조금씩 내리는 비는 지열을 식힐 뿐만 아니라 청량감마저 준다.      

 

증평, 괴산, 연풍을 지나 이화령터널로 향하는데 터널 위 구도로가 지나가는 휴게소 부근에 운무가 피어오르고 있다. 오늘 날이 괜찮으려나? 문경에서 동로면으로 연결되는 901번 지방도로 들어섰다. 당포리에 가까워지니 오른쪽으로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성주봉이 구름을 이고 있다. 여우목고개를 지나 생달교에서 좌회전해서 생달2리로 올라가 도로 옆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웠다.


▲ 운무가 덮여 있는 이화령 고개 [06:26]

 

▲ 아기자기한 암릉 산행하기에 좋은 성주봉 [06:39] 


07:06  산행준비를 한 다음 안생달 출발. '해발 548m, 황장산 1시간 50분'이라고 적혀 있는 낡은 이정표를 지나 계류에 놓인 다리를 건넜다. 그냥 똑바로 가면 산태골을 거쳐 황장산에 오르게 된다. 다리를 건너면 다시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임도는 작은차갓재로 올라가는 길이다. 차갓재로 올라가는 왼쪽 숲길로 들어서니 어제 내린 비로 작은 계곡에 꽤 많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7시 15분, 오르는 계곡길이 물길로 변해 있 다. 곧 길은 다시 오솔길 같은 사면길로 이어졌다.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 차를 세워 놓은 안생달 도로변

 

▲ 차갓재로 가려면 다리를 건너서 올라가야 한다 [07:10]

 

▲ 오른쪽에 나 있는 임도는 작은차갓재로 가는 길 [07:13] 


07:33  차갓재에 올랐다. 두 장승과 그 가운데에 있는 백두대간중간지점 표지석은 여전하다. 오른쪽으로 난 능선을 오르는 것으로 오늘 백두대간 산행이 시작되었다. 급경사 오름길이다. 바람이 분다. 제 철을 만난 우산나물이 꽃을 피워 반겨준다. 7시 39분, 급경사 오름길을 마감하고 작은 차갓재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7시 42분, 비가 온다던 하늘에서 해가 잠깐 얼굴을 내밀었다.


▲ 장승과 백두대간중간표지석이 있는 차갓재

 

▲ 요즈음은 우산나물 꽃이 한창이다 [07:36]  


07:48  작은차갓재에 도착.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안생달에 닿는다. 작은차갓재 바로 위에 있는 헬리콥터착륙장을 지나 10여분 올라가니 서서히 암릉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황장산은 巖山이기 때문에 바위가 많다.


▲ 안생달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 작은차갓재

 

▲ 작은차갓재 바로 위에 있는 헬리콥터착륙장에서 


08:00  암릉이 시작되었다. 전망이 트였다. 오른쪽으로 생달2리 마을 위로 운무가 흩어지고 있고 대미산에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이 S자를 그리고 있다. 8시 14분, 묏등바위가 운무 속에서 처녀의 젖꼭지처럼 사람을 호리고 있다. 8시 37분, 묏등바위로 가는 길이 운무 속에 들었는데 바람이 솔솔 부는 것이 산행하기에 아주 좋다.


▲ 황장산으로 이어지는 암릉이 시작되는 곳 

 

▲ 운무가 퍼지고 있는 안생달 마을 [08:01] 

 

▲ 대미산에서부터 S자로 이어지고 있는 백두대간 능선 [08:06]

 

▲ 산행 중에 잠시 휴식을 취하며 [08:08]

 

▲ 운무에 싸여 있는 묏등바위 [08:14] 


08:41  묏등바위 앞에 도착했다. 10여미터 정도 되는 암벽에 밧줄이 두 가닥 드리워져 있어 잡고 올라서니 다시 밧줄이 드리워진 곳이 나타났다. 그 다음은 암벽 오른쪽 우회길인데 역시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데 오른쪽이 낭떠러지라서 운행에  대단히 조심을 해야 한다. 완전히 운무 속에 들었는지 가까운 곳에 있는 물체도 흐릿하다. 암벽에 붙어 자란 소나무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 묏등바위로 올라가는 길에 설치되어 있는 밧줄 

 

▲ 밧줄 지대는 계속 이어지고 [08:43] 

 

▲ 암벽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길에 설치되어 있는 밧줄 [08:45] 

 

▲ 운무가 신비스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황장산 정상 부근 [08:47] 


08:53  해발 1077m인 황장산 정상에 올랐다. 바위 위에 정상표지석이 있고 그 아래쪽으로 넓은 헬리콥터착륙장이 만들어져 있었다. 정상에서 왼쪽은 투구봉을 거쳐 방곡리로 내려가는 길인데, 2000년 8월 6일에 평산회에서 황장산 산행을 왔을 때 하산했던 코스다. 황장산 정상을 조금 내려가니 오른쪽으로 산태골을 따라 안생달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있다. 9시 13분에 암봉인 감투봉을 왼쪽으로 우회했다.


▲ 해발 1077m의 황장산 정상 표지석과 함께

 

▲ 정상에 있는 헬리콥터착륙장이 운무에 싸여 있다 


09:26  사거리 안부인 황장재에 내려섰다. 왼쪽은 문안골로 내려가는 길인데 방곡리에서 황장산 산행을 할 때 많이 이용하는 코스다. 오른쪽으로는, 이정표에 나와 있지 않지만, 토시골을 거쳐 안생달로 내려갈 수 있다. 황장재에서 10분 정도 올라가니 헬리콥터착륙장이다. 산 전체가 운무 속에 들어 있는지 착륙장 주변이 온통 부옇다. 배가 고프기에 퍼질러 앉아 김밥을 한 줄 간식으로 먹었다. 산행을 할 때는 때가 따로 없다. 고프면 먹어야 한다.    


▲ 사거리 안부인 황장재

 

▲ 헬리콥터착륙장 [09:35]

 

▲ 운무가 걷힐 줄을 모른다 [09:54] 

 

▲ 밧줄이 드리워져 있는 암벽 [09:56] 

 

▲ 요즈음은 산수국철이다 [10:08]  


10:25  운무가 한창인 1004봉을 통과해서 10분 정도 걸어가니 산행로가 오른쪽으로 90도 정도 꺾이는 지점이 나타났다. 여기서 그냥 직진하면 방곡리로 내려가게 된다. 그나 마나, 차갓재에서 벌재까지는 국립공원 출입금지 구역인데 벌재에 있는 감시초소에서 직원이 지키는지 궁금하기가 짝이 없다. 10시 47분, 마침 폐백이재에서 올라오는 산행객 7~8명을 만났다. 벌재에서 온다기에 상황을 물었더니 3명의 직원이 벌재 초소에서 지키고 있단다. 어떻게 해야 하나? 벌재에서 조금 떨어진 황장샘터 쪽으로 내려가라고 한다. Good idea! 


▲ 1004봉에 있는 바위 

 

▲ 부드러운 풀이 양쪽에 깔려 있는 산행로 [10:31] 

 

▲ 오른쪽으로 90도가 꺾이는 산행로 [10:36] 


10:52  폐백이재에 도착. 이곳은 사거리 안부로 왼쪽은 방곡리, 오른쪽은 동로면 적성리로 내려갈 수 있으나 지금은 거의 사용이 되지 않고 있다. 갑자기 주변이 껌껌해졌다. 온다던 비는 소식도 없고 하루 종일 운무 속에 갇혀 있는 신세다. 11시 09분에 928봉을 통과, 5분 정도 걸어가니 갈림길이 나타났다. 백두대간 벌재로 내려가는 길은 표지기가 많이 붙어 있는 오른쪽 내리막길이고, 직진 길은 벌재 아래에 있는 황장샘터로 내려가는 길이다. 나는 어디? 당연히 황장샘터길로 가야 한다.      

 

의외로 능선을 따라 길이 잘 나 있다. 한참을 걸었는데 도로가 가까워졌는지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오른쪽 사면으로 내려섰더니 도로를 따라 철망이 쳐져 있고 사람 소리가 들린다. 어머나, 여기가 아닌가벼! 다시 급하게 능선으로 올라와 조금 더 왼쪽으로 내려갔다. 철망을 따라 아랫쪽으로 걷다가 철망이 끝난 지점에서 도로로 내려섰는데 황장샘터에서 훨씬 윗쪽이었다.


▲ 주변이 깜깜해진 폐백이재

 

▲ 벌재로 내려가는 길과 황장샘터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11:14] 


11:43  벌재를 통과하는 59번 국도에 내려섰다. 이제 벌재로 올라가 도로 왼쪽에 있는 백두대간 입구로 들어가야 하는데 초소에서 직원들이 지키고 있다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물론 이미 출입금지구역을 벗어났으니 법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그래도 사람이 어디 그런가! 그래서 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말이 있는가 보다. 이런 저런 궁리를 한 끝에 도로 건너 숲으로 내려가서 벌재 쪽으로 올라가 백두대간 능선으로 붙기로 했다.       

 

없는 길을 만들어가며 사면을 내려가니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길로 만들어져 있었다. 나 같은 사람이 많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얼마를 올라가니 벌재 왼쪽에 있는 백두대간 산행로 입구에 닿았다. 입구에는 백두대간훼손지 복원 안내도와 황장목으로 만들었다는 사각 정자가 있고 나뭇가지 사이로 감시초소 건물이 조금 보였다. 수고하세요.


▲ 59번 국도가 지나가는 벌재로 올라가는 길

 

▲ 벌재에 있는 안내문과 표지기 [12:00]

 

▲ 벌재에 있는 황장목으로 지었다는 정자 [12:01]

 

▲ 벌재에 있는 백두대간 벌재 표지석  


12:01  벌재에서 문봉재로 가는 백두대간 길은 계단으로 시작이 되었다. 계단을 오르니 평지다. 긴장도 풀 겸 잠시 휴식을 취하며 치즈와 토마토를 간식으로 먹었다. 월악농원으로 들어가는 시멘트 도로를 건너 다시 계단을 올랐다. 일단 급경사 계단을 오르니 길이 좋다. 산행로 양쪽으로 애기나리가 지천을 이루고 있었다. 애기나리 군락지인가? 봄에 꽃이 피면 이쁘겠네. 12시 45분, 돌목재로 내려가는 진흙길이 몹시 미끄럽다. 넘어지면? 옷 버린다.


▲ 벌재에서 문봉재 방향으로 올라가는 계단길

 

▲ 오미자길을 만들기 위해 설치해 놓은 구조물 [12:13]

 

▲ 산행로 양쪽으로 애기나리가 지천으로 깔려 있다 [12:40] 


12:49  해발 823m의 돌목재에 내려섰다. 물을 한 모금 마신 다음 다시 완만한 능선을 오르기 시작했다. 애기나리 군락지는 계속 이어졌다. 대개 소나무 아래에서는 풀이 자라지 못한다. 그러나 애기나리는 달랐다. 다른 풀들이 자라지 못하는 소나무 아래에 특히 애기나리들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었다.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천적은 있는 모양이다. 계속되는 오르막. 사람 소리가 들려온다. 1시 28분, 옥녀봉에서 남은 김밥 한 줄을 먹었다.


▲ 뚜렷한 옛길이 있는 돌목재의 모습

 

▲ 애기나리 군락지는 계속 이어졌다 [12:59]

 

▲ 표지기가 많이 걸려 있는 옥녀봉의 모습 [13:28]

▲ 비비추도 자주 눈에 띈다 [13:47] 


14:13  해발 1074m의 문봉재에 오르니 산행객 한 사람이 막 늦은 점심을 마치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로 사진을 찍어 준 다음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었더니 싸리재까지 간다고 한다. 문봉재에는 정상표지석이 있는데 '문복대'라고 적혀 있다. 운봉산이라고도 하는 이 산을 산 아래에 있는 석항리 주민들은 문봉재라고 부른다. 조망이 좋은 곳이라고 하는데 운무 때문에 그저 그렇다.

 

문봉재에서 커다란 바위를 우회해서 내려간 다음 봉우리를 두어 개 넘어 급경사 길을 내려가니 네거리 안부가 나타났는데, 왼쪽은 소백산관광목장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안부에서 오르막을 올라 봉우리를 하나 넘으니 넓은 임도가 가로지르고 있다.


▲ 해발 1074m의 문봉재에서

 

▲ 문봉재에서 바라본 천주봉 [14:17]

 

▶ 사거리 안부의 모습 [14:48] 


14:59  옛 저수재 길인 임도에 내려섰다. 오른쪽을 보니 차량 통행을 못하도록 쇠말뚝을 박아 놓았다. 왼쪽은 소백산관광목장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임도 건너편 능선으로 산행로가 나 있었다. 작은 봉우리를 하나 감아 돌아가니 오른쪽에 해맞이 제단석이 있고 그 아래로 저수령을 넘어가는 도로가 보였다.


▲ 임도로 내려서는 길

 

▲ 경북 쪽 임도에는 차량통행을 못하게 해놓았다

 

▲ 소백산관광목장 방면 임도: 산행로는 오른쪽으로 나 있다 [14:59]

 

▲ 저수령 바로 위에 있는 해맞이 제단석 [15:11] 


15:12  해발 850m의 저수령에 내려섰다. 커다란 표지석과 정자가 보이고 왼쪽으로 넓은 주차장과 휴게소 건물이 보인다. 저수령은 927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곳이며 충북 단양군 대강면 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소백산 관광목장이 있다. 문봉재에서 연락을 했던 차량이 이미 저수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저수령에서 동로면으로 가려면 단양 쪽으로 선회를 해야 한다. 그런 교통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방곡에서 올산으로 넘어 오는 도로를 개설하고 있었다. 생달리가 가까워지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거 참 신기하네. 산행을 마치고 나니까 비가 오네. 안생달에 도착해서 차량비 25,000원을 지불했다. 고마우신 분이다. 거의 한 시간 가량 달려왔는데 말이다.


▲ 저수령에 있는 커다란 표지석

 

▲ 저수령 표지판과 팔각정자 

 

▲ 저수령 휴게소 건물 모습 


16:14  오늘의 숙박지인 단양을 향해 안생달을 출발했다. 비는 계속 내린다. 901번 지방도로 동로까지 온 다음 좌회전해서 59번 국도를 따라 달렸다. 단양까지는 59번 국도만 따라가면 된다. 상진대교를 건너 우회전해서 단양읍에 들어선 다음 친구 이종구 선생의 비어 있는 아파트에 짐을 풀었다. 간단히 샤워를 한 다음 순대국밥과 소주 한 병으로 저녁을 떼우고 내일 산행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