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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 정맥/백두대간

2008.08.23. [백두대간記 25] 고치령→도래기재

by 사천거사 2008. 8. 23.

백두대간 제25구간 종주기   

◈ 일시: 2008년 8월 23일 토요일

◈ 구간: 고치령 → 마구령 → 갈곶산 →  선달산 → 박달령  → 옥돌봉 → 도래기재 

◈ 거리: 26.5km

◈ 시간: 11시간 5분

◈ 회원: 이방주, 연철흠, 이효정(3명)


 


04:00   청주 신흥고등학교 출발. 오늘은 고치령에서 도래기재까지 백두대간을 하는 날이다. 화령에서 갈령까지 아내가 한 번 동행을 한 것 외에 늘 혼자서 다녔었는데 오늘은 이방주 선생님과 연철흠 선생님이 동행을 하게 되었다. 연 선생님은 이미 백두대간을 완주하신 분이고 이 선생님은 오늘 처음 백두대간 산행을 하시는 분이다. 오늘 비가 온다는 예보는 있었지만 오후에는 개인다고 하니 날씨에 대한 걱정은 없다. 또 비가 오면 그냥 맞으면 된다. 아직은 한 여름이니 비를 맞는다고 해도 크게 춥지는 않기 때문이다.

 

증평을 거쳐 충주에서 수안보 방향으로 달리다가 36번 국도로 들어섰다. 지난 번 죽령으로 갈 때와 같은 코스이다. 대강면에서 중앙고속도로 단양 나들목으로 진입, 국내 최장인 4.6km의 죽령터널을 지난 다음 풍기 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풍기에서 931번 지방도를 따라 달리면 소수서원이 나오고 곧 이어 단산면 옥대리에 들어서니 왼쪽으로 좌석리 가는 길 이정표가 보인다.

 

좌석리로 들어가는 길, 이 선생님이 예전에 의풍에 근무할 때 고치령을 걸어서 넘어온 적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감회가 새로우신 것 같다. 옥대저수지를 지나 지난 번 택시를 불렀던 세거리 마을을 통과했다. 여기서부터 고치령까지는 1차로라서 운행에 조심을 해야 한다. 의풍에서 고치령을 넘어오는 차도 간혹 있기 때문이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다른 차량을 만나지 않고 고치령까지 오를 수 있었다.

 

06:37   고치령에 도착. 지난 주 죽령에서 내려올 때에는 고치령에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오늘은 아직까지는 깨끗하다. 한쪽 공터에 차를 세우고 산행준비를 했다. 오늘은 꽤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일단 1차 목표를 8km가 떨어진 마구령으로 잡았다. 古峙嶺神靈閣 왼쪽으로 난 길을 올라가니 바로 넓은 헬리콥터 착륙장이 나왔다. 7시 15분, 마구령까지 6.5km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정표는 500m마다 계속 서 있었다. 참 친절한 국립공원이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우의를 입을 정도는 아니다. 


▲ 해발 760m의 고치령에 있는 이정표

 

▲ 고치령에 있는 신령각

 

▲ 고치령 바로 위에 있는 헬리콥터 착륙장 [06:47]

 

▲ 헬리콥터 착륙장을 지나고 있는 회원들 [06:53]

 

▲ 미내치로 가는 숲길을 걷고 있는 회원들: 마구령까지 5km가 남은 지점 [07:41]


07:45   해발 820m의 미내치에 도착. 옛날 고개 흔적만 남아 있다. 8시, 마구령까지 4km가 남았단다. 벌써 1차 목표의 반을 걸었네. 굴곡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바닥이 푹신한 육산 길이라 걷기에 아주 좋았다. 소나무는 거의 없고 참나무만 서 있는 숲길이 계속 이어졌다. 삼각점이 박혀 있는 넓은 헬리콥터 착륙장을 지나 35분 정도 내려가니 넓은 비포장 도로가 지나가는 마구령이다.  


▲ 미내치에 있는 이정표

 

▲ 가는 비가 내리는 숲길을 걷고 있는 회원들 [07:55]

 

▲ 고치령과 마구령 중간 지점 이정표 [08:00]

 

▲ 참나무 숲 사이로 산행로가 이어져 있다 [08:09]

 

▲ 해발 1096.8m 헬리콥터 착륙장에 있는 삼각점 [08:44]

 

▲ 넓은 헬리콥터 착륙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회원들 [08:44]

 

▲ 운무 속을 걷고 있는 회원들 [09:08]


09:19   해발 810m의 마구령에 도착. 마구령은 비포장도로이지만 경북 영주시 부석면의 임곡리와 남대리를 이어주는 길로서 일반승용차도 편하게 다닐 수 있을 만큼 노면 상태가 좋다. 오늘 걷는 백두대간은 소백산과 태백산에 걸쳐 있는데 이 마구령에서 소백산 구간은 끝이 나고 다시 태백산 구간이 시작된다. 마구령에 부석 개인택시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 메모를 했다. (016-634-4292, 011-538-3103)

 

산림청에서 세운 커다란 표지석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다음 한쪽에 자리를 잡고 샌드위치를 먹으려고 하는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잘 참더니 왜 이러는 거야. 비옷을 꺼내 입고 허겁지겁 비에 젖은 샌드위치를 먹었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 꾸역꾸역 잘도 들어간다. 오늘 산행의 2차 목표는 늦은목이인데 여기서 5.9km의 거리다. 여기서 말하는 목표는 그곳에 도착해야 제대로의 휴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늦은목이로 가는 길도 고치령에서 마구령으로 오는 길과 비슷했다. 또한 이 구간에도 500m마다 이정표가 서 있어서 거리와 시간을 가늠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1057봉과 934봉을 지났다. 헬리콥터 착륙장도 두 군데나 지났다. 이번 구간에는 유난히 헬리콥터 착륙장이 많았다.


▲ 마구령 표지석과 함께, 연철흠 선생님과 이방주 선생님

 

▲  마구령 표지석과 함께

 

▲ 마구령에 있는 이정표

 

▲ 헬리콥터 착륙장 [09:47]

 

▲  헬리콥터 착륙장 [10:30]


11:28   해발 966m의 갈곶산에 도착. 늦은목이까지는 1km가 남았다. 갈곶산에서는 길이 분기되는데 오른쪽으로 가면 봉황산을 넘어 부석사로 내려갈 수 있다. 이 길은 긴급할 때 탈출로로 이용할 수 있다. 갈곶산에서 왼쪽 길을 택하여 20분 정도 내려가니 늦은목이다.


▲ 갈곶산에서 연철흠 회원


11:51   해발 800m의 늦은목이에 도착. 부석면과 물야면의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 서쪽 아래 50m 지점에 식수가 있기 때문에 야영장소로 적당하다. 늦은목이에서 동쪽 아래 큰터골로 내려서면 오전리로 탈출을 할 수 있는데, 선달산 산행만 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길이기도 하다.

 

늦은목이에서 3차 목표인 선달산까지는 거리가 1,9km. 선달산 높이가 1236m이니 고도를 436m 높여야 한다. 만만찮은 높이다. 대신 경사가 완만해서 크게 힘이 들지는 않는다. 오늘 백두대간 산행을 처음 하시는 이방주 선생님도 잘 걸으신다. 12시 30분, 반짝 해가 났다. 그래 좀 개어라, 젖은 옷 마르게. 선달산으로 오르는 길에는 아름드리 춘양목이 자주 눈에 띄었다. 저거 남대문 짓는데 쓰면 좋겠네.


▲ 늦은목이에 있는 이정표

 

▲ 늦은목이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회원들

 

▲ 산행로 왼쪽으로 부드러운 풀이 융단처럼 깔려 있다 [12:20]

 

▲ 선달산으로 오르는 완만한 경사의 산행로를 걷고 있는 회원들 [12:20]

 

▲ 늦은목이와 선달산 구간의 중간 지점 이정표 [12:25]


13:05   해발 1236m의 선달산에 도착. 잠시 맑았던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며 안개비가 흩뿌린다. 일단 기념사진을 찍고 정상 한쪽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이래야 김밥이 전부다. 두 줄을 준비했는데 식욕이 없는지 한 줄 밖에 먹지 못했다. 1시 25분에 점심을 마치고 다시 4차 목표인 박달령을 향하여 출발, 거리는 5km다. 선달산을 내려오면서 단체산행객을 만났다. 백두대간 팀인가 했더니 오전약수터에서 박달령으로 올라온 사람들이란다. 선달산 산행을 하는 분들인 모양이다. 선두와 후미의 거리 차이가 많다.


▲ 선달산 정상에 있는 삼각점

 

▲ 해발 1236m의 선달산 정상에서

 

▲ 가는 비가 내리고 있는 선달산 정상에서: 얼굴이 잘 안 보이네

 

▲ 모처럼 나타난 암릉 [14:11]

 

▲ 공터에 설치되어 있는 벤취 [14:18]

 

▲ 계단길을 내려가고 있는 회원들 [14:35]

 

▲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연철흠 회원 [14;46]

 

▲ 헬리콥터 착륙장에서 내려다본 박달령 [15:12]


15:12   산림청에서 만든 거대한 표지석이 있는 박달령에 도착. 이곳도 고치령과 같이 4륜구동 자동차만 올라갈 수 있는 험준한 고개다. 고개마루 오른쪽에 산신각이 있고 왼쪽에는 정자가 있다. 정자에서 참외를 간식으로 먹고 5차 목표인 옥돌봉을 향하여 출발. 이제 오늘 산행도 막바지다.


▲ 박달령 표지석과 함께

 

▲ 박달령 표지석과 함께

 

▲ 박달령에 있는 이정표

 

▲ 박달령에 있는 정자에서 간식을 준비하고 있는 연철흠 회원

 

▲ 박달령에서 옥돌봉으로 가는 길 [16:37]

 

▲ 옥돌봉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이정표 [16:33]


16:45   해가 비치는 해발 1242m의 옥돌봉에 도착.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데 주실령으로 연결된다. 기념사진만 찍고 도래기재를 향해서 출발, 이정표에 도래기재까지 2.68km라고 적혀 있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철쭉군락지와 진달래터널이 차례로 나타났다. 옥돌봉에서 조금 내려온 다음 부석 개인택시에 전화를 걸었다. 먼저 통화가 된 기사분은 지금 원주에 있기 때문에 올 수 없다고 해서 다른 번호로 걸었더니 올 수 있다고 한다. 요금은? 40,000원. 


▲ 해발 1242m의 옥돌봉 정상에서

 

▲ 옥돌봉에서 도래기재로 내려가는 길 이정표

 

▲ 철쭉군락지 표지판 [16:58]

 

▲ 진달래터널 표지판 [17:29]


17:45   봉화와 영월을 잇는 88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도래기재에 내려섰다. 마음씨 좋게 생긴 택시기사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택시가 오피러스에다가 내부가 너무 깨끗해서 산행에 엉망이 된 등산화를 감히 들여놓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고치령까지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느냐고 물었더니 50분은 걸린단다. 야, 그거 꽤 먼 거리네. 

 

8번 지방도를 따라 춘양 쪽으로 달리던 택시는 서벽에서 우회전하여 915번 지방도로 들어섰다. 택시는 옥돌봉에서 내려오면 만나는 주실령을 넘은 다음 오전약수터로 내려섰다가 물야면 오록리에서 다시 931번 지방도로 길을 갈아탔다. 봉황산 아래에 있는 부석사로 들어가는 길이 오른쪽으로 나 있는 지점을 통과한 다음 단산면에서 택시는 우회전하여 고치령으로 올라갔다. 단산면소재지에서 고치령까지도 10km나 된단다. 


오전약수

 

백두대간이 북동으로 꺾이는 옥석봉(옥돌봉 1242m) 정상에서 남서쪽 절골 아래로 2.5km 거리에 위치한 오전약수는 수질이 탄산성과 철분이 강해 소문난 약수다. 위장병과 피부병을 비롯해서 유해중금속 및 병원성미생물을 해독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그래서 멀리서 요양하러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물맛은 유리탄산과 칼슘이온이 많아 사이다보다도 혀끝을 강하게 쏜다.

 

옛날 보부상들이 발견, 처음에는 초정약수로 불리던 오전약수는 조선조 9대 성종이 전국 약수의 우열을 검사케 한 결과 직접 맛을 본 후 가장 좋은 약수로 인정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11대 중종 37년(1542년) 당시 풍기 군수였던 주세붕이 이 약수물에 반해서 오전약수를 주제로 한시 네 수를 지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오전약수 버스종점인 정유소상회에서 계류 왼쪽 길을 따라 옥석봉 방향으로 약 150m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약수물은 화강석으로 만든 거북이상 입에서 물줄기가 직경 1cm 굵기로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 도래기재로 내려오고 있는 이방주 회원

 

▲ 도래기재에 있는 야생동물 이동로


18:38   고치령에 도착. 택시를 돌리면서 기사분이 청주로 가려면 의풍 방면으로 내려가서 영월과 제천을 거쳐 가는 것이 거리상 빠르다고 일러준다. 이에 이방주 선생님은 자신이 근무했던 의풍초등학교도 볼 겸 본인이 가르쳤던 제자 학부형이 운영하는 휴게소에 가서 저녁을 먹자고 한다. 그거 괜찮은 생각이네.

 

고치령에서 오른쪽으로 나 있는 의풍으로 내려가는 길로 들어섰다. 비포장이라 조금 운행이 힘들다는 말을 택시 기사에게서 들었기는 하지만 예상 외로 길은 험했다. 승용차로는 운행을 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길이었다. 게다가 내린 비에 패인 도로의 작은 웅덩이들이 많아서 마치 과속방지턱을 연속으로 넘어가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어쨌든 노련한 운전솜씨로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19:10   김삿갓계곡 노루목식당에 도착.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니 주인 내외가 이 선생님을 반겨주신다. '아이구 우리 선생님 오셨네.' 마침 그집 따님이 주방에서 일을 돕고 있었는데 바로 이 선생님의 제자였다. 하긴 그집 아이 넷 모두를 담임했다니 제자 아닌 아이가 어디 있겠는가. 감자를 넣은 닭볶음 요리에 동동주를 시켰다. 음식맛도 좋았지만 수십년이 지나도 끊어지지 않은 끈끈한 인간의 정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이런 맛이 바로 살 맛이다.


김삿갓계곡

 

선달산(1,236m)에서 발원하여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 남대리와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 의풍리를 지나 와석리로 흘러 계류를 이루며 옥동천을 지나 단양·충주·여주로 흐른다. 인근에 방랑시인 김립(속칭 김삿갓)의 묘가 있어 유명해졌다. 김립이 생전에 무릉계라 불렀을 만큼 경치가 빼어나며 오염이 안된 청정지역이다. 이 일대는 크낙새(내리계곡), 딱따구리(법흥사), 수달(동강과 서강) 등이 사는 생태보고이기 때문에 영월군에서는 이 계곡과 내리계곡을 해마다 번갈아가며 한 곳씩만 개방하고 있다. 주변에 장릉, 청령포, 영월고씨굴(천연기련물 219), 김삿갓묘, 조선민화박물관 등 관광명소가 많다. 


▲ 김삿갓계곡에 있는 노루목식당 [19:10]

 

▲ 노루목 식당에서 발을 씻고 있는 연철흠 회원 [19:15]

 

▲ 의풍초등학교 제자의 학부모가 운영하는 노루목식당에서 이방주 회원 [19:16]


21:27   아쉬움을 남긴 채 노루목식당 출발. 일단 영월로 나가 제천을 경유해서 청주로 가기로 정했다. 휴게소식당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나가니 곧바로 도래기재에서 넘어오는 88번 지방도와 연결이 되었다. 영월까지는 이 도로를 따라 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영월 근처에서 38번 국도로 올라가는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해 잠시 헤맸고 제천에 와서도 길을 잘못 들어 시간을 허비했다. 예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나이가 들었나? 청주 신흥고등학교 체육관 앞에 도착하니 12시가 다 되었다. 오늘 참 긴 거리를 많이 걸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지만 함께 산행을 해준 두 분 선생님이 있어서 무사히 마칠 수가 있었다. 아낌없이 택시비를 내주신 이방주 선생님, 저녁값을 내주신 연철흠 선생님께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