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 산행/충남山行記

2008.07.29. [충남山行記 14] 충남 논산 월성봉

by 사천거사 2008. 7. 29.

월성봉 산행기 

◈ 일시: 2008년 7월 29일 화요일 / 맑음

◈ 장소: 월성봉 650m / 충남 논산시 양촌면

◈ 코스: 대둔산참전유공자탑 → 깔닥재 → 수락재 → 월성봉 → 법계사 → 유공자탑

◈ 코스: 6시간 38분

◈ 코스: 아내와 함께


 


08:31  청주 아파트 출발. 오늘은 방학중 수업이 없는 날이라 금남정맥의 일부인 월성봉과 바랑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바랑산과 월성봉은 대둔산군립공원에 속해 있지만 대둔산 명성에 눌려서 크게 이름이 나 있지는 않다. 서청주 나들목에서 중부고속도로에 진입, 경부고속도로를 경유하여 호남고속도로로 들어섰다. 평일이라 그런지 도로에 차들이 많지는 않았다.      

 

논산 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68번 지방도를 타고 가야곡면을 지난 다음 697번 지방도로 옮겨 양촌면을 향해 달렸다. 양촌면을 지나 채광리에서 오산리로 들어가야 하는데 입구를 놓쳤는지 전라북도 운주면이 나온다. 이건 아닌데. 차를 돌려 길가에 있는 가게에서 자두를 한 봉다리 사면서 채광리를 물었더니 지나왔다고 한다. 다시 채광리로 와서 위령탑의 위치를 물으니 법계사 표지석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동네를 지나 포장도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니 커다란 탑의 모습이 보였다. 

 

10:09  대둔산참전유공자탑 옆 공터에 차를 세웠다. 모처럼 날이 개어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떴다. 뉴스에 의하면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렸다니 오늘 땀은 실컷 흘릴 것 같다. 10시 16분 산행시작, 넓은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왼쪽을 올려다보니 바랑산에서 월성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이 뚜렷하고 그 아래로 법계사 절집 건물도 보인다.


▲ 대둔산참전유공자탑 앞에서 

 

▲ 도로에서 본 바랑산 [10:17] 

 

▲ 도로에서 본 548봉과 법계사 [10:17]

 

▲ 굿당으로 가는 넓은 길 [10:20]

 

▲ 폭염주의보가 내린 무척 더운 중복날이다 [10:29] 


10:32  초라한 등산로 표지판의 화살표가 왼쪽 계곡 쪽을 가리키고 있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대로 계곡으로 들어섰더니 시원하다. 계곡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오른쪽에 굿당이 하나 있는데,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 제2호 대전앉은굿 설정보유자 송선자'라고 적힌 목판이 걸려 있었다. 계속되는 계곡길, 숲이 우거지고 물이 흐르니 시원하다. 계곡 건너 오른쪽 커다란 바위 아래 치성단이 차려져 있다. 여기가 용바위인가? 모르겠다, 더 올라가보자.


▲ 굿당 앞에 있는 등산로 안내 이정표

 

▲ 계곡 오른쪽에 있는 굿당

 

▲ 온통 너덜인 계곡길을 오르고 있다 [10:36]

 

▲ 거대한 바위 아래에 마련되어 있는 치성단 [10:47]

 

▲ 계곡 왼쪽으로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10:58]

 

▲ 힘이 들면 쉬면 되고 [10:59] 


11:01  계곡 왼쪽 사면으로 오르막 길이 나 있었다. 널찍한 길이 지그재그式으로 나 있었는데 올라갈수록 계곡은 점점 멀어져갔다. 119구조대 표지판을 만났다. 표지판이 있는 것을 보면 제대로 길을 가고 있나 보다. 계속되는 숲길에 바람은 전혀 없다. 덥다. 정말 덥다.


▲ 산행로를 오르는 도중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11:08]

 

▲ 119구조대 신고 안내판 [11:28]

 

▲ 바람 없는 숲길을 걷고 있다 [11:28] 


11:35  잠시 휴식을 취하며 토마토를 간식으로 먹었다. 원기를 북돋운 다음 다시 출발. 그런데 어, 저게 뭐야. 두꺼비네. 그 놈 참 크다. 경사가 별로 없는 넓은 길을 10여분 정도 올라가자 커다란 헬리콥터착륙장이 나왔다.


▲ 산행 중 휴식

 

▲ 산행 중에 만난 거대한 두꺼비 [11:47]

 

▲ 경사가 심하지 않은 걷기에 좋은 길 [11:48]  


11:50  헬리콥터착륙장에 도착. 잡초가 나 있는 착륙장 오른쪽으로 확실한 길이 나 있고 왼쪽으로도 길이 나 있는데 좁고 불확실하다. 이럴 땐 어디로? 확실한 쪽으로 가야 한다. 그건 그렇고, 수락재는 어디에 있는 거지? 지금 쯤이면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작은 봉우리를 올라가니 내리막 길이다. 길을 잘못 들었나? 수락재도 안 나왔는데 웬 내리막이야? 119 신고 표지판이 계속 나타나는 것을 보면 분명히 산행로는 맞는데. 내리막 길이 끝나면서 이정표가 보였다. 반갑다, 이정표야!


▲ 헬리콥터착륙장에 올랐다

 

▲ 헬리콥터착륙장에서

 

▲ 엉뚱한 길인 깔닥재로 가고 있다 [12:08]  


12:15  그런데 이게 뭐여! 이정표를 보니 '마천대 2.35km, 220계단 0.65km, 안심사'라고 세 방향에 표지판에 적혀 있는데, 기가 막힌 것은, '수락계곡 1,80km, 월성봉 3.50km'라고 적혀 있는 표지판이 방금 우리가 내려온 쪽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월성봉 반대 방향으로 왔단 말인가? 지도를 보니 이곳이 깔닥재인 것 같다. 도대체 어디서 길을 잘못 들었을까? 갈림길이라고는 헬리콥터착륙장 밖에 없었는데. 아내가 '착륙장에서 왼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갔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내가 길을 잘못 들었으니 유구무언이다. 일단 헬리콥터착륙장까지 원위치하기로 했다. 산행에서, 길을 잘못 들어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은 참 짜증이 나는 일이다. 지금이 그런 상황인데 큰 불평 없이 산길을 걷고 있는 아내를 보고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고마움을 느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잘못 든 산행로의 오르내림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 깔닥재에 있는 이정표 


12:41  다시 헬리콥터착륙장에 도착을 했다. 어디서 수락재로 가는 길을 놓친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이 번에는 아내의 말대로 착륙장 왼쪽으로 나 있는 길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까짓 것 길이 없으면 그냥 집에 가면 된다. 능선을 따라 희미한 산길이 나 있었다. 사람이 다닌 흔적은 있지만 정말 희미한 길이었다. 내려가면서 산세를 살펴보니 왼쪽으로 능선이 하나 달리고 있는데 그 끝에 월성봉이 자리잡고 있었다. 아, 저 능선으로 가야 하는 구나. 어디서 저 능선이 갈라지는 거지?      

 

계곡으로 이어지는 계속되는 내리막 길에서 작은 영지를 두 송이 땄다. 돌아다니며 영지나 딸까? 계곡이 내려다 보인다. 계곡에 가면 월성봉으로 가는 길이 있겠지.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계곡 쪽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 다시 돌아온 헬리콥터착륙장

 

▲ 계곡으로 내려가는 능선이 시작되는 곳

 

▲ 계곡으로 내려오고 있다 [13:02] 


13:05  계곡에 내려섰는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자빠진 김에 쉬어 간다고 간식을 먹고 탁족을 하며 시원한 계곡에서 휴식을 취했다. 산행이고 뭐고 그냥 늘어지게 한 숨 잤으면 좋겠다. 그려면 안 되지. 1시 20분에 출발, 계곡 오른쪽으로 길이 나 있는데 제법 뚜렷하다. 키보다 더 자란 조릿대 사이로 난 길을 통과하니 나무에 작은 표지판이 하나 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 시원한 계곡물에서 발씻기

 

▲ 계곡의 선녀

 

▲ 계곡 오른쪽으로 조릿대길이 나 있다

 

▲ 계곡 오른쪽 조릿대길에서 나도 한 장 [13:24]  


13:28  '등산로 없음'이라고 표지판에 써 있다. 아이고, 우리가 등산로 아닌 곳을 내려온 것이구나. 계곡 왼쪽으로 길이 나 있는데 이정표에 '수락흔들바위'라고 적혀 있다. 그렇다면 이 계곡이 수락계곡이고 화살표를 따라가면 월성봉에 이르게 된다. 이제야 제대로 된 길을 찾았구나. 계곡을 건너 오르막 길을 걷는데 두 여자 산행객이 내려오고 있다. 오늘 처음 이 산에서 사람을 만났다. 계속되는 오르막 길.


▲ 수락리주차장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

 

▲ 월성봉 흔들바위로 올라가는 길 이정표

 

▲ 수락 흔들바위 이정표 [13:30] 


13:42  이정표가 서 있는 네거리 안부인 수락재에 도착했다. 오매불망하던 수락재가 여기에 있었구나. 지도에 의하면 용바위에서 이곳으로 올라와야 하는데 그 길을 어디서 놓쳤을까?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쨌든 수락재에 도착했으니 이제부터는 탄탄대로다.


▲ 수락재에 있는 이정표

 

▲ 월성봉 정상 아래에 있는 암봉 [13:51] 

 

▲ 소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대둔산 능선 [13:59]

 

▲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 [14:00] 


14:02  월성봉으로 오르는 길에 계단이 놓여 있다.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계단에 깔아 놓은 고무판이 햇볕을 받아 단내를 내뿜고 있다. 하긴 지금이 伏中이니 말해서 무엇 하랴. 계단 중간에 전망대가 있어 뒤를 돌아보니 대둔산승전탑이 보이고 그 오른쪽 위로 대둔산 주능선과 마천대가 보였다. 대둔산, 늘 앞에서만 보았지 이렇게 뒷모습을 한 눈에 보기는 처음이다. 대둔산, 누가 뭐래도 아름다운 산이다.


▲ 월성봉 정상 전 암봉으로 올라가는 계단 

 

▲ 계단을 오르다가 전망대에서 본 대둔산승전탑 

 

▲ 계단길 전망대에서 본 대둔산 능선 [14:04]  


14:14  계단길이 끝나고 마침내 정상 직전에 있는 암봉에 올랐다. 벤취가 설치되어 있는 암봉 전망대에서는 대둔산 주능선 뿐만 아니라 법계사 절집 건물과 오산리 일대가 그대로 내려다 보였다. 위에서 지형을 보니 길을 잘못 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오산리에서 올라온 계곡이 Y자 형태로 갈라지는데, 수락재는 왼쪽 계곡을 따라 올라야 했다. 우리는? 왼쪽 계곡길을 놓치고 오른쪽 계곡으로 계속 올라갔던 것이다.      

 

이제 월성봉으로 가야 한다. 원래 목표는 월성봉을 경유해서 바랑산으로 내려오는 것이었는데 시간도 많이 되고 해서 그냥 월성봉만 다녀오기로 했다. 월성봉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조금 있었지만 그리 힘이 들지는 않았다.


▲ 오산리에서 올라온 계곡: 수락재는 Y자 계곡에서 왼쪽으로 올라와야 한다

 

▲ 전망대 암봉에서 내려다본 오산리 마을 

 

▲ 월성봉 정상

 

▲ 전망대에 있는 벤취에 앉아

 

▲ 전망대에서 대둔산 능선을 배경으로

 

▲ 전망대에서 대둔산 능선을 배경으로 


14:39  이정표가 있다. 어, 오산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네? 그러면 월성봉 정상에 올랐다가 수락재까지 갈 필요 없이 이 길로 하산을 하면 되겠구나. 지도에도 없는 길이 언제 생겼지? 내려갈 길이 확인하고 나니 다리에 힘이 솟는다. 아름다운 소나무에서 사진을 찍는 여유도 생겼다. 간사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했던가.


▲ 양촌리 법계사로 내려가는 길 이정표

 

▲ 월성봉으로 오르는 길에 만난 아름다운 소나무와 함께 

 

▲ 가지가 기묘하게 자란 소나무 [14:51]

 

▲ 월성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 [14:56] 


15:04  수락흔들바위에 도착. 왼쪽에 있는 거대한 바위를 발로 누르니 정말 흔들린다. 그것 참 신기하네. 아내가 냉큼 바위 위로 올라가더니 도를 닦는 자세를 취한다. 월성봉 여도사 출현! 흔들바위에서는 법계사 절집이 바로 아래로 보였는데 8각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는 건물 구조가 특이했다. 흔들바위에서 월성봉 정상은 지척이었다. 다시 돌아올 길이라 배낭을 벗어 놓고 정상으로 향했다.


▲ 발로 누르면 실제로 흔들리는 흔들바위

 

▲ 흔들바위 위에 앉아 바랑산을 배경으로

 

▲ 흔들바위에서 내려다본 법계사 


15:09  월성봉 정상에 도착. 바랑산 쪽으로 넓은 헬리콥터착륙장이 설치되어 있고, 바랑산과 수락계곡으로 가는 길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었다. 정상표지석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흔들바위로 되돌아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김밥과 물인 전부인 점심이었지만 맛은 정말 좋았다. 3시 40분, 점심을 마치고 하산 시작. 10여분 걸어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 월성봉 정상에서

 

▲ 월성봉 정상에서 

 

▲ 월성봉 정상에서 

 

▲ 월성봉에서 바랑산 가는 쪽에 있는 헬리콥터착륙장 

 

▲ 월성봉에 있는 이정표

 

▲ 월성봉에서 바라본 548봉과 바랑산  


15:50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갈림길에 도착, 오른쪽으로 나 있는 하산길로 들어섰다. 지그재그式 산길이 계속 이어지더니 조릿대 너덜길이 시작되었다. 지루한 길이다. 그런데 도대체 이 길이 어디로 어디로 연결되는 걸까? 법계사가 나올 것 같은데 자신은 없다. 40분 정도 걸었더니 야호, 예상대로 오른쪽으로 법계사가 보였다.      

 

법계사로 이어지는 포장도로에 올라섰다. 법계사 쪽을 보니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바랑산이 우리는 내려다보고 있다. 오늘 길만 잘못 들지 않았다면 다녀왔을 텐데. 그러나 아쉬워할 필요 없다. 다음에 가면 되니까. 지가 어디로 갈라고. 대둔산참전유공자탑으로 가는 길, 따가운 햇볕이 사정 없이 내리쬐고 있다. 정말 덥다. 그래도 파란 하늘에 떠 있는 구름 하나는 정말 멋있다. 뉴질랜드의 구름이 아름다웠는데 오늘 지금 보고 있는 구름도 그에 못지 않게 아름답다.


▲ 너덜길을 내려오고 있다 [16:08]

 

▲ 조릿대 사이로 너덜길이 나 있다 [16:10]

 

▲ 오른쪽으로 법계사가 보이는 곳에서 [16:32]

 

▲ 법계사로 올라가는 포장도로 위로 바랑산이 솟아 있다 [16:40] 


16:54  대둔산참전유공자탑에 도착하여 우여곡절 끝에 산행이 마무리되었다. 차를 돌려 왔던 길을 되짚어 청주에 도착하니 6시 30분이다. 오늘 길을 잘못 들어 더운 여름날에 조금 헤매기는 했지만, 멋진 풍광과 시원한 계곡, 후덕한 대둔산의 조망은 그 고생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나중에 백만사 회원과 한 번 다시 찾기로 마음 먹고 계획했던 바랑산을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 산행을 마치고 대둔산참전유공자탑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