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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충남山行記

2008.11.08. [충남山行記 15] 충남 홍성 오서산

by 사천거사 2008. 11. 8.

오서산 산행기

◈ 일시: 2008년 11월 8일 토요일 

◈ 장소: 오서산 790.7m / 충남 홍성

◈ 코스: 상담주차장 → 정암사 → 주능선 → 오서정 → 오서산 → 오서정 → 주차장

◈ 시간: 5시간 58분

◈ 회원: 백만사 회원 10명



오서산은 충남 홍성군과 보령시 경계에 솟아 있다. 해발 790.7m이며 충남권에서는 높은 산에 속한다. 등산로가 그리 험하지 않아 남녀노소 구분 없이 즐겁게 산행에 나설 수 있다. 오서산 동쪽으로는 보령시 땅에 명대계곡-오서산자연휴양림이 들어서 있으며, 북쪽의 홍성군 권역에는 정암사-내원사 등 사찰이 자리잡고 있다. 오서산은 서대산, 성주산에 이어 충남 제3의 고봉이며, 천수만 일대를 항해하는 배들에게 나침반 혹은 등대 구실을 하기에 예로부터 '서해의 등대산'으로  불려왔다.

 

정상을 중심으로 약 2km의 주능선은 온통 억새밭으로 이뤄져 억새산행지의 명소이기도 하다. 오서산은 장항선 광천역에서 불과 4km의 거리에 위치, 열차를 이용한 산행대상지로도 인기가 높다. 오서산은  까마귀와 까치들이 많이 서식해 산이름도 "까마귀 보금자리"로 불리어 왔으며 차령산맥이 서쪽으로 달려간 금북정맥의 최고봉. 그 안에 명찰인 정암사가 자리하고 있어 참배객이 끊이지 않는다. 산 아래로는 질펀한 해안평야와 푸른 서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언제나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오서산 등산의 최고 백미는 7부 능선 안부부터 서해바다를 조망하는 상쾌함과 후련함이다. 정암사에서 정상까지 구간은 가파르면서 군데군데 바윗길이 자리해, 약 한시간 동안 산행 기분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어 동호인들이나 가족등반객에 인기가 높다. 산 정상에서는 수채화처럼 펼쳐진 서해의 망망 수평선과 섬자락들을 관망할 수 있다. 정암사는 고려 때 대운대사가 창건한 고찰로 주변은 온통 수백년생 느티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귀가길에 광천 젓갈 시장을 둘러봄도 좋다.


08:00  오늘은 백만사에서 홍성에 있는 오서산으로 산행을 떠나는 날이다. 산행지를 오서산으로 정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오서산이 토굴젓으로 유명한 광천에 있다는 것이다. 즉, 오서산 산행도 하고 김장철이 머지 않았으니 광천에 들러 젓갈도 구입하자는 것이 이번 산행의 주된 목적이다.

 

산행 출발을 알리는 화이팅을 외친 후 8시 정각에 내 차와 회장님 차로 충북조달청 주차장 출발. 36번 국도를 타고 조치원과 공주를 지난 다음 청양을 향해 달렸다. 조금 쌀쌀하던 날씨는 해가 나자 금방 따뜻해졌고 구름이 조금 흩어져 있는 파란 하늘은 전형적인 가을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청양 쪽으로 들어서자 서해안으로 가는 관광버스가 많다. 가을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 들었고 겨울이 코 앞이다. 춥기 전에 많이 다녀야 한다.


▲ 조달청 주차장에서 산행을 떠나기 전 화이팅


09:07  주병선의 노래로 유명한 '칠갑산' 휴게소에 들렀다. 예전에 음성고등학교에서 주병선의 질녀를 담임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휴게소 위 하늘이 무척 아름답다. 가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것보다 깃털 같은 구름이 조금 흘어져 있는 것이 보기에 좋다. 휴게소 안 식당에 자리를 잡고 커피를 시킨 다음 고구마와 약밥을 먹었다. 백만사는 쉴 때마다 먹는 것이 전통으로 되어 있다. 휴게소에서 전에 청운중학교에서 같이 근무했던 이장규 선생님을 만났다. 우리처럼 오서산으로 가는 중이란다. 정년퇴임하신 지가 몇년 되었는데 많이 늙으셨네.

 

청양에서 29번 국도로 신원까지 온 다음 광천으로 가는 96번 지방도에 들어섰다. 오서산을 올라가는 길은 여러 군데인데 정암사 쪽으로 올라가려면 광천읍을 거쳐야 한다. 내 차의 네비게이션이 앞서 가던 이방주 회장님 차와는 다르게 길을 가리키고 있다. 누가 틀린 걸까? 모르겠다. 내 차가 가리키는 대로 한번 가보자. 그런데 어째 이상하다. 시멘트포장이 된 마을 길로 들어가더니 길이 끊어지고 말았다. 뭐가 이래. 목적지를 정암사라고 했더니 임도를 통해 올라가려고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나 보다. 광천읍을 목적지로 해서 다시 검색한 다음 출발. 전화를 해보니 회장님은 벌써 상담주차장에 도착을 했단다.


▲ 칠갑산 휴게소에 있는 가수 주병선의 '칠갑산' 노래비

 

▲ 칠갑산 휴게소에서 간식과 커피 [09:18]


10:23  상담주차장에 도착. 위쪽의 대형차 주차장과 아래쪽 소형차 주차장이 모두 만원이다. 아니 오서산이 이렇게 유명한 산인가? 억새철도 벌써 지났건만. 주차장을 한 바퀴 돌아 내려오니 차가 한 대 빠진다. 아이구 고마워라. 산행 준비를 마친 다음 발대식을 갖고 산행 출발, 정암사로 가려면 일단 마을로 나 있는 시멘트 포장도로에 들어서야 한다. 도로 양쪽에는 군데군데 생강을 비롯한 농작물을 파는 노점상들이 있었다. 많이들 파셔야 할 텐데...


▲ 상담주차장에서 백만사의 트레이드 마크인 발대식 모습 [10:30]

 

▲ 포장된 마을길을 올라가고 있는 회원들 [10:35]


10:41  이정표가 있는데 오른쪽은 정암사로 가는 계곡길이라고 적혀 있다. 그냥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도 정암사에 이를 수 있지만 우리 백만사가 그럴 수는 없지. 거의 아무도 가지 않는 계곡길로 들어섰다. 일단 조용해서 좋다. 또 포장도로보다 무릎에 충격을 적게 주어 좋다. 무엇보다도 포장도로는 산행분위기가 나지 않아 젬병이다. 가을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계곡 왼쪽으로 길이 잘 나 있다. 너덜길도 있었지만 그리 험하지는 않다. 11시 7분, 포장도로를 횡단해서 다시 계곡길에 진입했다.


▲ 정암사로 가는 계곡길에도 가을 냄새가 물씬 난다 [10:43]

 

▲ 계곡 왼쪽으로 너덜지대도 나타나고 [10:48]

 

▲ 쉬는 모습도 가지각색입니다 [11:00]

 

▲ 포장도로 옆 계곡길을 올라가고 있는 회원들 [11:08]


11:13  佛乳亭에 도착. 약수터인데 우리말로 하면 '부처님의 젖'이다. 시원하게 한 잔씩 마시고 다시 계곡길로 운행을 계속했다. 계곡길 왼쪽으로는 포장도로가 이어져 있는데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면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다. 예전에는 산행은 주로 남자들이 하는 거였지만 언제부터인가 역전이 되었다. 좋은 현상이다. 다른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모두 좋다.


▲ 불유정에서 시원한 젖맛도 보고 [11:14]

 

▲ 불유정 앞에서: 웃고 있는 거죠? [11:15]

 

▲ 불유정을 뒤로 하고 다시 오름길 [11:17]

 

▲ 나무들 비탈에 서다: 마음은 청춘인데 몸은 늙어 가고 [11:18]

 

▲ 정암사로 올라가는 계단길 [11:18] 


11:20  정암사에 도착. 정암사는 백제 무왕 때 창건된 유서 깊은 절로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계곡에 세워진 절이라 면적이 좁아 일주문 위에 범종각을 설치했고 요사채와 극락전, 산신각이 절집 건물의 전부였다. 정암사 일주문 오른쪽으로 화장실이 있고 그 왼쪽으로 산행로가 나 있는데 단풍 경치가 죽여준다. 처음에는 완만하던 산길이 점차 경사가 심해지는데 장난이 아니다. 사람들은 끝이 없이 올라온다. 참 많이 왔네. 정암사에서 쉬엄쉬엄 25분 정도 올랐더니 전망이 확 트인다.


▲ 시화전이 열리고 있는 정암사 [11:20]

 

▲ 정암사의 극락전 [11:22]

 

▲ 정암사의 산신각 뒤로 단풍이 곱다 [11:22]

 

▲ 정암사 오른쪽으로 나 있는 산행로를 올라가고 있는 회원들 [11:27]

 

▲ 산행로 주변의 단풍이 매우 곱다 [11:28]

 

▲ 김진숙 회원, 한 곡 뽑는 자세여 [11:37]

 

▲ 가파른 길을 오르고 있는 회원들 [11:41]


11:49  광천읍과 상담주차장이 보이는 전망대에 올랐다. 이내가 끼어 있어 선명하지는 않지만 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상담주차장이 잘 보인다. 다시 오름길 능선, 역시 가파르다. 거 만만찮네. 걱정할 거 없다. 힘이 들면 쉬면 되니까. 정우종 가이드는 그런 타이밍을 맞추는데 천재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다. 15분 정도 힘들게 올라 마침내 능선 안부에 도착했다.


▲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광천읍과 상담주차장 [11:49]

 

▲ 힘이 들면 쉬어 가면 되고 [11:57]

 

▲ 오름길 경사가 장난이 아닙니다 [12:03] 


12:06  능선에 오르니 이정표가 있는데 오른쪽은 던목고개를 거쳐 아차산으로 가는 길이다. 오서정으로 가는 길은 왼쪽. 급경사길이 끝났나 싶었더니 이제는 숫제 밧줄까지 매어져 있다. 그래도 잘들 오른다. 언제 올라갔는지 수녀님 세 분이 하산을 하고 있다. 요즘이 수녀님들 휴가 기간인 모양이다. 한바탕 비탈길과 씨름을 하고 나니 평탄한 길이 나타났고 조금 올라가니 숲길이 끝나고 전망이 확 트였다.


▲ 능선고개에서 오서정으로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매우 급하다 [12:07]

 

▲ 밧줄도 잡고 나무도 잡고, 또 뭐 잡을 거 없나? [12:09]

 

▲ 수녀님도 오서산 산행에 나섰네 [12:10]

 

▲ 아이구 좋은 길도 있네 [12:17]


12:22  전망이 트였다. 억새도 보인다. 곧 문수골 갈림길 이정표를 지났고 잠시 후 암봉을 지났다. 암봉에서는 오서정으로 이어지는 정상부 능선이 잘 보였다. 광천읍과 상담주차장도 보였다. 아차산으로 가는 능선도 보였다.


▲ 주능선에서 전망이 확 트이는 곳 [12:23]

 

▲ 작은 암봉도 있고 [12:26]

 

▲ 구름이 약간 덧칠을 한 전형적인 가을 하늘 [12:26]

 

▲ 전망바위를 올라가는 백만사 회원들 [12:29]


12:30  사방이 잘 보이는 전망바위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고 그 아래 작은 바위 위에서 달걀 파티를 열었다. 소주를 한 잔씩 곁들여 달걀을 먹는 것이 파티의 전부다. 속이 짜릿해져 온다. 파티를 마치고 오서정을 향해 출발. 커다란 바위를 우회해서 올라가니 오서정이 지척이고 왼쪽으로 중담마을로 내려가는 길 이정표가 보인다. 서서히 억새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철이 조금 지나 이미 진 것들이 많다.


▲ 전망바위에서 남성회원들: 용복이 아저씨는 언제 왔지? [12:31]

 

▲ 오서정으로 이어지는 억새 능선 [12:31]

 

▲ 달걀을 판떼기로 삶아 오는 정우종 회원 [12:33]

 

▲ 암벽과 가을 하늘 [12:44]

 

▲ 오서정으로 가는 능선길 [12:50]

 

▲ 억새 창살에 갇힌 사람들 [12:51]

 

▲ 억새여! 하늘이여! [12:53]

 

▲ 억새 뒤로 오서정이 지척이다 [12:56]


12:59  오서정 아래 억새밭에서 기념 사진 촬영, 그래도 오서산이 억새밭으로 유명한 곳인데 그냥 갈 수는 없지. 억새와 갈대를 종종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산에서 만나는 것은 억새, 냇가에서 만나는 것은 갈대라고 보면 된다. 고복수의 '짝사랑' 노래에 나오는 '으악새'는 억새의 방언으로 알려져 있다.


억새와 갈대

 

억새는 볏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1~2미터이며 잎은 긴 선 모양이다. 7~9월에 누런 갈색 꽃이 피는데 작은 이삭은 자주색이다. 잎을 베어 지붕을 이는 데나 마소의 먹이로 쓴다.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갈대는 주로 습지나 냇가에서 자라는 다년생초로, 뿌리줄기의 마디에서 많은 수염뿌리가 난다. 꽃은 9월에 가지가 많이 달리는 원추꽃차례에 핀다. 수꽃에는 털이 있고 긴 까끄라기도 있어 가을 물가에서 날리는 갈대 이삭의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달뿌리풀은 갈대와 거의 비슷하나 갈대와는 달리 땅 위를 기는 줄기가 있다. 큰달뿌리풀은 울릉도 통구미에서만 자란다. 한방에서 쓰는

 

노근(蘆根)은 갈대의 뿌리줄기를 말린 것으로 위 운동촉진, 이뇨, 지혈 등에 쓰인다. 요즈음에는 중금속과 같은 오염물질이 유입되는 곳에 갈대를 심어 오염물질을 제거하기도 한다.


▲ 오서정 아래 억새밭에서 [12:59]

 

▲ 억새밭에서 김진숙 정우종 부부

 

▲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멘스

 

▲ 제 짝을 찾았네

 

▲ 여기도 제 짝을 찾았네

 

▲ 억새와 하늘 사이에 사람이 들었구나 [13:01]

 

▲ 억새는 역광으로 찍어야 멋이 있다는데 [13:02]

 

▲ 억새와 능선과 하늘 [13:03]


13:05  오서정을 지나니 오서산 정상 표지석이 있다. 아니 벌써 오서산 정상에 도착했단 말이야. 봉우리를 몇 개 더 넘어야 정상인데, 이 표지석은 뭔가. 알고 보니, 이 표지석은 홍성군에서 세운 가짜 표지석이었다. 사람 헷갈리게 하네. 원 정상은 보령시에 있다. 13시 8분, 청소성연(용못) 갈림길 이정표를 지났다. 점심 먹을 곳을 찾아야 하는데...


▲ 홍성에서 세운 오서산 표지석에서 여성회원들 [13:05]

 

▲ 같은 장소에서 남성회원들 [13:06]

 

▲ 헬리콥터 착륙장에 서 있는 차: 막걸리 판매하는 분 꺼 [13:10]


13:13  헬리콥터 착륙장 직전 오른쪽에 점심상을 차렸다. 다섯 집에서 가져 온 가지각색의 반찬이 식욕을 자극한다. 일단 소주를 한 잔 털어 넣고 점심을 먹었다. 마무리는 항상 커피다. 오서산 정상 능선에서, 엷은 구름이 군데군데 깔린 파란 하늘을 보며, 가는 바람에 한들거리는 꽃잎이 진 억새풀을 보며, 행복에 겨워하는 백만사 회원들의 얼굴을 보며, 먹는 점심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음식의 맛은 분위기가 크게 한 몫을 한다.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정상을 향해서 출발.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에는 갈림길이 많았는데, 14시 1분에 쉰질바위 갈림길 이정표, 14시 6분에 성동마을 갈림길 이정표, 14시 17분에 내원사 용문암과 광성주차장 갈림길 이정표, 14시 19분 명대계곡 갈림길 이정표를 지났다.


▲ 점심 시간: 정우종 회원은 잔고르기의 달인이다 [13:15]

 

▲ 오서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 [13:55]

 

▲ 오서정에서 오서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 [14:16]

 

▲ 멀리 오서산 정상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14:18]

 

▲ 억새 뒤로 오서산 정상이 보인다 [14:19]


14:23  보령시에서 세운 오서산 정상 표지석이 있는 곳, 이곳이 해발 790.7m의 실제 정상이다. 모처럼 회원 전원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정상에는 어느 산악회에서 세운 사각형의 원조 정상 표지석과 삼각점도 있었다. 하산 시작, 다시 오서정 쪽으로 오는데 MTB를 타고 정상 능선까지 온 사람들을 3명 보았다. 오른쪽에 있는 임도를 따라 올라온 모양이다. 그들을 보니 요즘 한창 MTB에 매달리고 있는 연철흠 선생님이 생각났다. 잘 계시는지 궁금하네.


▲ 오서산 정상에서 회원 전원이 모여 [14:32]

 

▲ 오서산의 원조 정상 표지석에서 [14:35]

 

▲ 왜 안오지? 간부 뽑나? [14:46]

 

▲  MTB를 타고 임도를 따라 올라온 사람들이 다시 내려가고 있다 [14:53]


14:56  팔각정자인 오서정을 지나 작은 봉우리에서 회원들을 기다렸다. 뭐 땀시 안 온댜? 오서정 앞 막걸리 파는 곳에서 막걸리를 한 잔씩 받아 들고 우리 쪽으로 달려오는 여성 회원들, 참 재주도 좋다. 절에 가서 새우젓은 물론이고 돼지고기 삼겹살을 얻어 먹을 사람들이다. 원래는 오서정에서 중담마을 쪽으로 하산을 하려고 했으나 계획을 바꾸어 올라왔던 길로 내려가기로 했다. 시간이 많이 되었는지 내려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가파른 하산길, 이 길을 우리가 올랐단 말인가?


▲ 팔각정자인 오서정 [14:56]

 

▲ 뒤에 오는 회원들을 기다리는 중: 참 한가하고 편안해 보입니다 [14:59]

 

▲ 막걸리잔 들고 빨리 달리기 시합이 벌어졌다 [15:03]

 

▲ 전망바위 위에 올라 앉은 보기 좋은 소나무에 앉아 [15:13]

 

▲ 하산길에 우측으로 바라본 오서산 능선 [15:38]


15:43  정암사에 다시 들렀다. 정암사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억새풀 축제를 맞아 제2회 시화전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있어 소개해보고자 한다. 특히 남자들이 눈여겨볼만 하다.

 

마늘종

                                          정명순

 

이슬 촉촉한 아침에 뽑아야

쑤욱 잘 뽑히는 겨

대낮에 한참 독기 올랐는디

그게 뽑히 것냐

왜 안 있냐 사람이랑 똑 같은 겨

오뉴월 땡볕에 오른 독기

건드려 봤자여야

맴이 흥건이 젖어있을 땐

슬쩍만 건드려도 눈물 터지 듯

앵겨오는 거여

꽃대 뽑히는 것도 서러운디

고분고분 허것냐

젖은 것들끼리 통하는 거여

 

정암사를 떠나 일단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갔다. 도로 오른쪽의 참나무들이 가을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벌써 산행이 파장인지 사람들이 띄엄띄엄 내려간다. 불유정 아래에서 다시 계곡길로 내려갔다. 역시 포장도로보다는 흙길이 좋다. 시멘트 냄새보다 흙냄새가 훨씬 더 좋다. 계곡길이 끝나고 다시 포장도로에 들어서 내려오다 생강과 토란 등을 파는 노점에 들렀다. 갓 캐낸 신선한 생강이 빨리 돈을 내어 놓으라고 재촉을 한다. 한 바구니에 5천원, 샀다. 생강차 끓여 먹어야지.


▲ 정암사로 내려가는 길의 단풍이 곱다 [15:43]

 

▲ 하산길 도로 오른쪽의 햇빛 받은 나무들 [15:56]

 

▲ 포장도로와 만나는 곳, 정상 가는 길은 포장도로다: 나 이뻐? [16:11]

 

▲ '하나 더 줘유' '안 댜' [16:19]


16:26  상담주차장에 다시 돌아왔다. 시간이 많이 되었는지 그 많던 차들이 많이 빠져 나갔다. 모두 어디로 갔지? 광천에 새우젓 사러 갔나? 우리는 광천으로 토굴새우젓 사러 갈 건데. 오서산 산행의 강점이 바로 토굴 새우젓을 살 수 있는 광천이 가깝다는 것이다.


광천 토굴새우젓

 

새우젓의 고장 광천은 전국적인 명성을 갖고 있었던 서해안 제1의 상업도시였다. 홍성군 광천에 새우젓 장터가 이루어진 것은 고려시대 물물교환으로 매매가 형성되었던 때부터다. 이때 광천은 2개의 장이 있었는데 그 하나가 광천 옹암포구의 “새우젓 장” 으로, 번창기인 조선시대 말부터 서해안 일대의 고기잡이 배들이 새우를 잡아 광천 옹암포구에 들어오면서 우리나라에서 첫째가는 새우젓 시장으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그후 1960년 윤명원씨가 산중턱에 토굴을 파서 새우젓을 보관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영상 14~15℃의 온도로 3개월간 숙성시켜 맛이 들게 한 다음 판매하게 되었다.


▲ 상담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내 차

 

▲ 상담주차장에서 바라본 오서산 능선 


16:49  광천재래시장에 있는 토굴젓 판매점으로 갔다. 꽤 큰 재래시장 한쪽에 토굴젓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양쪽으로 줄지어 있다. 휘황찬란한 조명 아래 광천의 특산물인 토굴 새우젓을 비롯한 여러 가지 종류의 젓갈들이 손님을 맞고 있었다. 이방주 회장님의 단골인 '새로나 토굴젓 상회'에 들어가 각 집에서 필요한 젓갈을 구입했다. 후덕하게 생긴 주인댁은 손님을 다시 오게 하기에 충분할 만큼 입심이 좋았다.

 

광천을 떠나 청주로 오는 길, 차가 많다. 어두운 1차로 길을 달리자니 운전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충북조달청 주차장에 도착하니 7시 30분이 넘었다. 이방주 회장님과 합류를 한 후 저녁 회식 장소인 괴강 매운탕으로 직행, 매운탕을 시켜 놓고 소주를 13병 마시며 두 시간 동안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얼마나 웃고 재미 있게 놀았는지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함께 따라 웃을 정도였다. 고맙게도 회식 경비는, 지난 번 댄스 스포츠 발표회에 참가한 회원들이 수상 턱을 한다고 지불을 했다.


▲ 광천읍 재래시장으로 들어가고 있는 회원들 [16:49]

 

▲ 광천읍 재래시장 안에 있는 토굴젓 상회들 [16:52]

 

▲ 젓갈 상회에서 새우젓을 맛보고 있는 회원들 [16:54]


20:10  괴강 매운탕에서 나와 큰 도로에 있는 노래방으로 갔다. 10명이 들어가는 큰 방에서 노래를 실컷 부르며 남은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렸다. 모두들 노래도 잘 하고 댄스 스포츠를 하는 회원들의 춤 솜씨도 좋고, 11월의 가을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 청주 노래방 앞: 술에 취해 사람도 흔들리고 불빛도 흔들리고 [2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