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산 산행기
◈ 일시: 2008년 5월 12일 월요일
◈ 장소: 용봉산 381m / 충남 홍성군 홍북면
◈ 코스: 용봉초교 → 미륵암용도사 → 용봉산 정상 → 노적봉 → 악귀봉 → 안부 4거리 → 목리
◈ 시간: 3시간 19분
◈ 회원: 아내와 함께
용봉산
용봉산의 높이는 381m이다. 홍성군의 진산으로, 1973년 가야산(678m), 덕숭산(480m) 등과 함께산 일대가 덕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동남쪽으로 금마천이 흘러 가야산 쪽에서 흘러온 효교천과 함께 삽교천을 이룬 뒤 삽교호로 흘러든다. 산 전체가 바위산이며 산의 좌우 중턱에 백제시대의 고찰 용봉사와 고려시대 불상인 홍성신경리마애석불(보물 355), 미륵석불 등의 문화재가 있고, 예산군 덕산면 쪽에 덕산온천이 있다.
08:10 청주 아파트 출발. 오늘은 석가탄신일이자 3일 연휴 마지막날이라 홍성에 있는 용봉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높이는 얼마 안 되지만 아름다운 바위와 암봉이 많고 산행 후에는 덕산온천을 들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어제 금수산을 다녀왔기 때문에 오늘은 비교적 간단하게 산행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정한 것이다. 아들이 어버이날 선물로 보내준 네비게이션을 장착하고 홍성 용봉초교를 목적지로 정했다. 그런데 네비게이션이 나하고 마음이 맞지 않았다. 나는 공주와 청양을 거쳐 홍성으로 가고 싶은데 네비게이션은 자꾸 천안과 예산 쪽으로 가려고 한다. 누가 이겼을까? 물론 내가 이겼다.
10:06 용봉초등학교 앞이 주차장인데 만원이다. 생각 끝에 용봉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들어갔다. 운동장 한 쪽에 두 대의 차가 세워져 있기에 그 옆에 차를 세우고 산행준비를 했다. 설마 낮에 문을 잠그지는 않겠지. 초등학교 왼쪽으로 포장도로가 나 있는데 입구에서 차량 통제를 하고 있었다. 석가탄신일이라 차량으로 혼잡할까봐 미륵불용도사로 가는 차량을 통제하는 모양이다. 포장도로를 따라 15분 정도 올라가니 미륵불용도사다.
▲ 용봉산 산행 기점인 용봉초등학교
▲ 용봉초교 왼쪽으로 나 있는 포장도로 [10:07]
▲ 미륵불용도사로 올라가는 길 [10:12]
10:21 미륵불용도사에 도착. 석가탄신일을 맞아 오색 연등이 내걸렸고 찾아온 불자들도 많았다. 대웅전 왼쪽으로 거대한 마애불이 있는데 바로 홍성상하리미륵불이다. 민머리에 가늘고 긴 눈, 넓적하고 낮은 코, 비교적 작은 입이 평면적으로 표현되었고, 입가의 희미한 미소가 부드러운 인상을 풍긴다. 신체 역시 입체감 없이 평면적인데, 두 손을 아래위로 나란히 대고 있는 것만 표현했을 뿐 다른 것은 거의 생략되었다. 지방양식을 잘 드러내고 있는 관촉사 미륵보살입상(보물 제218호) 등 충청도 지방에 남아 있는 거대한 불상들과 비슷한 계열의 작품으로 보인다. 충청남도지정유형문화재 87호로 등록이 되어 있다.
용도사 오른쪽으로 산행로가 나 있었다. 처음부터 돌길이다. 그러나 경사는 별로 없어 걷기에 좋다. 언제 올라갔는지 벌써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다. 길 옆에 땅비싸리가 아름답게 피었다. 땅비싸리꽃은 싸리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싸리나무는 아니다. 크기도 20~30㎝정도 밖에 자라지 않으며 콩과에 속하는 식물이다. 10분 정도 올라가니 오른쪽에 4각 정자가 있고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 미륵불용도사 전경
▲ 용도사에 있는 미륵불의 모습
▲ 미륵불용도사에서 용봉산으로 오르는 돌길 [10:25]
▲ 꽃색깔이 아름다운 땅비싸리 [10:26]
▲ 돌로 된 계단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10:32]
10:36 정자가 있는 쉼터에 도착. 산행객 2명이 중계리 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4각 정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댜시 출발.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은 그렇고 그런 길이 계속 이어졌다. 전망이 확 트인 전망대에 도착. 아래를 내려다보니 숲 속에 들어앉은 용도사의 절집 지붕이 보이고 그 밑으로 차를 세워 놓은 용봉초교도 보인다. 예산평야도 넓게 펴쳐져 있고. 마침내 산등성이에 올라섰는데 커다란 돌탑이 오른쪽을 차지하고 있다.
▲ 정자가 있는 쉼터
▲ 잠시 휴식을 취하며 [10:44]
▲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미륵불용도사와 용봉초교 [10:52]
▲ 투석봉으로 오르는 암반길 [10:55]
▲ 우리나라의 산의 상징물 돌탑 앞에서 [11:00]
11:02 해발 350m의 투석봉에 도착. 용봉산 정상이 건너 보이고, 정상에서 청소년수련원 쪽으로 뻗어내린 능선의 암벽이 햇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투석봉을 지나 10분 정도 걸어가니 왼쪽으로 40번 국도가 지나가고 그 뒤쪽으로 덕숭산과 가야산이 보였다. 둘 다 다녀온 산이지만 산행기록을 위해서 가야산은 다시 한 번 찾을 예정이다.
▲ 투석봉에서 예산평야를 배경으로
▲ 투석봉에서 바라본 용봉산 정상
▲ 투석봉에서 정상에서 뻗어내린 능선을 배경으로
▲ 투석봉을 지나 가야산을 배경으로 [11:12]
▲ 용봉산 정상 바로 전에 있는 바위를 배경으로 [11:13]
11:14 커다란 바위가 있고 그 뒤가 용봉산 정상이다. 거대한 정상 표지석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데, 이 산에서 나는 자연석에 정말 보기 좋은 글씨로 '龍鳳山 해발 381m'라고 새겨 놓았다. 정상 표지석은 이래야 한다. 적어도 그 산을 대표하는 상징물인데 아무 돌에나 아무렇게 새겨서는 안 된다. 좋은 것은 볼 때마다 기분이 좋고 보기 싫은 것은 볼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정상을 지나 사자바위까지 왔는데 용봉산의 진목면은 여기서부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뻗어내린 산줄기의 암릉미가 뛰어나고, 앞으로 밟아볼 노적봉과 악귀봉의 암봉미도 훌륭하다. 정상부터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어린아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 용봉산 정상에 앉아서
▲ 용봉산 정상에 서서
▲ 사자바위 앞 보기 좋은 소나무와 함께 [11:23]
▲ 사자바위에서 [11:24]
▲ 노적봉으로 가는 길목에서 바라본 암릉 [11:24]
▲ 노적봉과 악귀봉 [11:25]
11:30 노적봉으로 올라가는 길 오른쪽에 작은 공터가 있어 점심을 먹기로 했다.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아침을 대충 때웠기 때문에 시장기가 감돌았다. 김밥 세 줄과 커피 한 잔. 늘 소박한 점심이다. 점심 먹는 곳 옆에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그 틈새에서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대단한 생명력이다. 흙이라고는 없을 것 같고 물도 하늘만 쳐다보아야 할 것 같은데 바위 꼭대기에 나무가 자라고 있다. 저런 것을 보면 너무나 쉽게 아무렇게나 자신을 생명을 버리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태어날 때 마음대로 태어나지 않은 것처럼 죽을 때도 마음대로 죽어서는 안 된다. 이 좋은 세상, 악착같이 살아야 한다. 점심을 마치고 11시 50분에 출발.
▲ 바위 틈에서 생명이 자라고 있다 [11:46]
▲ 점심 후 커피 한 잔 [11:47]
11:54 노적봉에 올랐다. 넓은 암반이 있고 그 위로 암봉이다. 온통 바위지만 바위 사이 사이로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위험한 곳은 거의 없다. 물론 호기를 부리며 바위를 함부로 대하다가는 큰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산행 사고의 대부분이 준비 부족과 부주의, 그리고 만용 때문이다. 노적봉에서 바라보니 악귀봉 암봉의 규모가 노적봉보다 더 컸다. 노적봉에서 악귀봉까지는 15분 거리였다.
▲ 노적봉의 넓은 바위에서
▲ 노적봉에서 바라본 악귀봉의 모습 [11:55]
▲ 노적봉의 모습 [11:57]
▲ 악귀봉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12:01]
▲ 여기도 흔들바위가 있네 [12:07]
12:09 악귀봉에 올랐다. 오른쪽에 있는 계단으로 올랐는데 아내가 없어졌다. 어디로 갔나? 다시 계단을 내려와서 보니 왼쪽 암벽을 타고 바위 위에 올라가 있다. 바위 위를 뛰어다닌다. 저러다 일 내는 거 아냐? 몸이 가벼우니 괜찮겠지. 악귀봉을 내려서니 나무로 만든 다리가 있고 10여분 걸어 내려가니 마애석불 삼거리다.
▲ 악귀야 물러가라 훠~이
▲ 악귀봉 정상에서
▲ 악귀봉 아래에 있는 다리에서 [12:11]
12:22 마애석불 갈림길.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마애석불을 거쳐 용봉사에 닿게 된다. 갈림길 안부 벤취에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는데 어느 교회에서 왔는지 기도를 드리고 있다. 누구를 위해 드리는 기도일까? 자신을 위해서? 이웃을 위해서? 이 용봉산에는 곳곳에 벤취와 평상이 마련되어 있어 사람들이 쉬어가기에 좋게 해놓았다. 그러니 이 산을 찾은 사람들도 기분이 좋다. 잠깐 걸음을 멈추어 뒤를 돌아보니, 지나온 용봉산 정상, 노적봉, 악귀봉이 봉긋 봉긋 솟아 있다. 오른쪽 아래로는 아름다운 병풍바위가 자태를 뽐내고 있고.
▲ 마애석불 갈림길 이정표
▲ 마애석불 갈림길 안부 [12:22]
▲ 벤취에서 잠시 휴식 중 [12:23]
▲ 뒤에서부터 용봉산 정상, 노적봉, 악귀봉 [12:27]
12:38 병풍바위 갈림길. 오른쪽으로 가면 용봉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위 중 하나인 병풍바위에 갈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바위는 멀리서 보아야 제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숲을 보려면 숲에서 떨어져서 보아야지 숲으로 들어가면 나무만 볼 수 있는 이치와 같다. 인관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아주 친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가끔 멀리 떨어져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도 있다. 이정표가 서 있는데 덕산온천지구까지 3.5km라고 적혀 있다. 그걸 본 아내가 입을 딱 벌린다. 말은 안 해도 힘들다는 얘기다. 그래? 그러면 중간에서 내려가면 되지 뭐.
▲ 병풍바위 갈림길 이정표에서
▲ 용봉사 갈림길 이정표 [12:40]
▲ 수암산 능선 [12:57]
13:03 안부 4거리에 도착. 왼쪽은 둔리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목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맞은 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수암산에 오르게 된다. 어제 금수산을 다녀온 아내의 컨디션이 조금 좋지 않고 또 덕산에 가서 온천을 하려면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야하기 때문에, 수암산으로의 종주 산행은 다음을 기약하고 목리로 하산하기로 했다. 경사가 별로 없는 하산길이다. 사람도 없어 조용하다. 609번 지방도에 거의 도착을 했는데 덕산 쪽에서 시내버스가 오는 것이 보였다. 뛰어라, 뛰어야 잡는다. 조금 뒤떨어져 오던 아내도 어디서 힘이 솟았는지 번개처럼 달려온다. 나를 보았는지 십여 미터 지나서 버스가 섰고 우리는 극적으로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 4거리 안부: 계단은 수암산으로 올라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목리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13:25 버스에 승차. 버스 요금은 한 사람 당 1,000원. 홍성으로 가는 609 지방도를 따라 조금 달리니 오른쪽으로 용봉사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용봉초등학교로 가는 도로 분기점을 지나 홍성읍에서 내렸다. 택시를 타고 용봉초등학교까지 갔는데 요금은 미터제로 6,000원이 나왔다. 13시 45분에 용봉초교 운동장 출발, 다시 609 지방도를 타고 덕산으로 달렸다. 덕산에 도착을 했는데 온천 지역을 찾지 못해 조금 헤매다가 도로변에 있는 대중탕으로 들어갔다.
14:10 요금이 싸다. 한 사람에 3,500원. 목욕탕에 들어가보니 목욕하는 사람도 3명 뿐이다. 아니 오늘이 휴일인데 왜 이렇게 한산하지? 이곳이 온천이 맞기는 맞는 거야? 분명히 100% 온천수를 사용한다고 적혀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정은 이랬다. 내가 들어온 목욕탕은 옛날에 만들어진 것이라 시설이 꽤 낡은 편이고, 따라서 최신식 시설을 갖춘 새로운 업소로 손님들이 몰리기 때문이란다. 만들어 놓은 시설이라 운영을 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단다. 덕분에 호젓하게 온천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16:00 덕산 출발. 올 때는 네비게이션이 지시하는 대로 천안 쪽으로 달렸다. 천안 부근에서 차가 조금 밀리기는 했지만 4차로 도로여서 차를 운행하기가 편했다. 거리상으로도 조금 가까운 것 같고. 병천에 들러 순대국으로 저녁을 먹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용봉산은 크게 높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암봉을 많이 거느리고 있으며, 자연휴양림과 덕산온천이 근처에 있어 가족 산행을 하기에 알맞은 곳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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