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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충북山行記

2008.07.04. [충북山行記 49] 충북 충주 수주팔봉

by 사천거사 2008. 7. 4.

수주팔봉 산행기

◈ 일시: 2008년 7월 4일 금요일 

◈ 장소: 수주팔봉 537m / 충북 충주시 살미면

◈ 코스: 화실 → 철탑 → 능선 → 정상 → 도로 → 팔봉폭포 → 화실

◈ 시간: 4시간 20분



12:37  음성 출발. 오늘은 오후에 시간이 있어 근처에 있는 수주팔봉을 다녀오기로 했다. 달천을 따라 달리는 수주팔봉 능선에서의 조망이 좋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기에 직접 확인에 나선 것이다. 516번 지방도를 따라 목도 삼거리까지 온 다음 좌회전해서 525번 지방도에 진입, 화터고개를 넘은 다음 매현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달리니 다시 길은 갈라지는데, 왼쪽 살미로 가는 길로 들어서니 오른쪽으로 석문이 보인다. 석문 칼바위에서 산행을 시작할까도 생각해보았지만 예정대로 화실에서 시작하기로 하고 계속 차를 몰았다. 싯계마을을 지나니 오른쪽에 '두릉산 입구'라고 쓴 커다란 표지석이 있다.  

 

13:15  향산3리 화실 마을 입구에 도착. 도로 왼쪽 공터에 차를 세우고 옷을 갈아 입었다. 13시 27분 산행 출발. 도로 오른쪽에 하얀 리본이 달려 있고 그 옆으로 산길이 나 있다. 가파르다. 희미하게나마 길은 나 있는데 무성한 풀이 거의 덮고 있다. 자취를 따라 걷는 기분이다. 날씨가 더워지니 날벌레가 극성이다. 이 놈들은 왜 눈으로 자꾸 들어가려고 할까? 내 눈이 호수처럼 아름다워 한 번 빠져보려고 그러나? 제철을 만난 매미들이 합창을 하고 있다.


▲ 산행 들머리: 도로 오른쪽에 하얀 표지기가 달려 있다

 

▲ 사람이 다니지 않아 길이 희미하다 [13:29] 


13:35  고압선 철탑 아래를 통과. 우리에게 전기를 공급해주는 유익한 역할을 하지만 언제 보아도 흉물스럽다. 소리나 그림은 하늘을 날아다니는데 전기는 그렇게 안 되나? 철탑을 지나니 오른쪽으로 사면을 트레버스하는 길이 희미하게 나 있다. 일단 따라가보자. 고도는 높아지지 않고 계속 우회길이다. 이럴 때는? 사면을 치고 올라 능선으로 붙어야 한다. 없는 길을 만드는 데는 늘 힘이 든다. 그나마 가시덤불이 없고 나무 사이로 요리 조리 빠져나갈 수 있어 다행이었다. 가끔 만나는 수국이 힘을 북돋우어 주었다.


▲ 고압선이 지나가고 있는 철탑 

 

▲ 산행 중에 만난 수국 [13:48]  


13:59  일단 능선에 올랐다. 길이 뚜렷하다. 길을 잃었다 싶을 때 능선으로 올라붙으면 대개 길을 찾게 된다. 평탄한 능선길은 걷기에 좋다. 조금 전과는 상황이 확 바뀌었다. 인생길도 마찬가지다. 살아가기에 힘들 때가 있는가 하면 쉬울 때도 있다. 그래서 지금 아무리 힘들다 하더라도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  덴마크의 철학자 케이르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 바로 절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14시 3분, 봉우리에 올랐다. 기념으로 잠시 휴식. 이제부터 평탄한 길 시작,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 소나무가 아름다운 능선에 올랐다 [14:00] 

 

▲ 첫봉우리에서 잠시 휴식 [14:03]  


14:26  능선 오른쪽으로 달천이 보인다. 석문도 보이고 팔봉마을도 보인다. 바람이 불면 시원한데 그렇지 않으면 땀이 비 오듯 한다. 해는 계속 들락거리고, 오늘도 꽤 더운 날이다. 그래도 길은 뚜렷하다. 14시 31분, 안부 같기도 한데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다시 부드러운 오름길에 이어 바위 지대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 놈의 날벌레는 왜 이렇게 대드는 거야?


▲ 수주팔봉 능선 아래로 달천이 흐르고 그 오른쪽에 팔봉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14:27] 

 

▲ 우측 갈림길이 있는 안부 [14:31]

 

▲ 부드러운 풀이 깔린 산행로 [14:37] 

 

▲ 가끔 바위도 나타나고 [14:51]  


15:02  달천과 팔봉마을을 조망하기 좋은 전망대가 있어 잠시 들렀다. 하회마을이나 회룡포 처럼 물이 돌아가는 곳에 팔봉마을이 자리잡고 있었다. 아쉬운 것은, 이내가 끼어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카메라도 그렇고 사진 찍는 실력도 별로인데 날씨마저 협조를 하지 않으니 말이다. 15시 13분, 삼거리 갈림길 능선에 이르렀다. 추측컨데, 왼쪽은 두릉산을 거쳐 향산2리 소향산마을로 내려가는 길인 것 같다. 삼거리에서 정상은 지척이었다.


▲ 전망대에서 본 달천과 팔봉 마을 [15:02] 

 

▲ 지나온 능선 아래로 달천이 함께 달리고 있다 [15:03] 

 

▲ 또 다른 전망대에서 본 팔봉 마을 [15:04] 

 

▲ 능선 삼거리 [15:13] 


15:15  해발 493m의 수주팔봉 정상에 도착. 정상 표지석이 있고 달천 쪽으로 쌍바위가 서 있다. 쌍바위에 올라 내려다본 달천과 팔봉마을이 보기에 좋다. 자, 이제 토계리 칼바위 쪽으로 하산만 하면 된다. 부지런히 걷는데 표지기가 하나 보인다. 오늘 처음 본 정식 표지기다. 길은 계속 나 있는데 제대로 내려가는 지는 모르겠다. 오른쪽으로 갈림길 비슷한 것이 있는데 계곡으로 떨어지는 것 같아 능선길을 계속 따랐다.


▲ 수주팔봉 정상에서 표지석과 함께 

 

▲ 정상 오른쪽에 있는 쌍바위 전망대 

 

▲ 쌍바위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달천과 팔봉 마을  

 

▲ 오늘 산행 중에 처음 만난 표지기 [15:34]  


15:47   삼거리가 나타났다. 왼쪽으로 가면 3번이나 19번 국도로 내려갈 것 같은데 정확한 위치는 잘 모르겠다. 고압선 철탑이 나타났다. 철탑 뒤로 마을이 보이고 그 뒤로 문강온천이 보인다. 가만 있어 보자. 이쪽이 아닌데. 어디서 길을 잘못 들었나보다. 그렇다면 문산마을 쪽으로 내려가는 수밖에. 임도가 나오고 다시 오른쪽으로 능선길이 나 있다. 조금 걸으니 무덤이 있고 길이 끊어졌다. 집과 도로가 바로 아래로 보여 아무 데나 내려가도 될 것 같아 풀숲으로 들어섰는데...      

 

이 '아무 데나'가 문제였다. 조금 내려가니 우거진 잡목이 꽉 들어차 있어 진행을 할 수 없을 정도인데 설상가상으로 산딸기줄기가 얽혀 있어 완전 가시밭길이었다. 그렇다고 도로 올라갈 수도 없고. 스틱으로 가지를 치고 후리며 악전고투하며 천신만고 끝에 풀숲지역을 통과했다. 그래서 옛말이 틀린 게 없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


▲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15:47]

 

▲ 다시 만난 철탑 [15:53] 

 

▲ 문산마을과 문강온천 [15:54] 

 

▲ 문산마을과 문강온천 [16:11]

 

▲ 악전고투 끝에 통과한 덤불 숲 [16:19]  


16:27   도로에 내려섰다. 조금 떨어진 곳에 괴산IC로 이어지는 19번 국도가 보인다. 그렇다면 이 길은 수주팔봉으로 가는 길이 분명하다. 오른쪽으로 난 아스팔트 도로를 걷기 시작했다. 해가 들락거린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차도 잘 다니지 않는 도로를 20여분 걸으니 달천 위에 놓인 토계교가 나타났다. 토계교를 지나니 오른쪽으로 수주팔봉 능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능선으로 내려왔어야 하는데. 조금 걸으니 석문이 보이고 왼쪽 노적봉에 있는 정자 모용정도 보인다.      

 

노적봉 왼쪽으로 난 길을 돌아 가니 토계리 마을 이정표가 있다. 여기서는 수주팔봉 정상에서 뻗어내린 능선이 뚜렷하게 보였다. 이어 살미면 토계리와 이류면 문주리를 연결해주는 팔봉교가 달천 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팔봉교를 건너면 팔봉마을 입구다. 


▲ 수주팔봉으로 이어지는 도로 [16:27]

 

▲ 토계교의 모습 [16:48] 

 

▲ 도로에서 올려다본 수주팔봉 능선 [16:52] 

 

▲ 도로에서 본 석문 [16:57] 

 

▲ 수주팔봉 능선 [16:57] 

 

▲ 수주팔봉 능선 [17:05] 

 

▲ 토계리 마을 이정표 [17:06] 

 

▲ 팔봉교에서 바라본 수주팔봉 능선 [17:09] 

 

▲ 석문 옆 칼바위에서 이어지는 수주팔봉 능선 [17:10]  


17:12   팔봉마을 입구에 수주팔봉 표지석이 서 있고 그 옆에는 팔봉서원 안내문도 있다. 마을 입구에서 도로는 갈라지는데 왼쪽은 괴산과 음성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살미와 충주로 가는 길이다. 살미 쪽으로 Go! 오른쪽으로 달천 건너 석문이 보인다. 농토를 얻기 위해 칼바위를 잘라내어 물길을 돌렸다는 곳이다. 그 덕분에 팔봉폭포라는 인공폭포도 생겼다. 그 덕분에 노적봉은 수주팔봉에서 떨어져나가 외톨이가 되었다. 노적봉에는 광주 이씨들이 만들어 놓은 모용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도로 오른쪽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화실까지는 거리가 얼마나 되나? 따가운 햇빛이 쏟아내리는 아스팔트 길을 걷기란 별로 유쾌하지 않다. 히치 하이킹이라도 해볼까? 오른쪽 달천과 그 위의 수주팔봉 암벽을 바라보며 걷고 있는데 오메, 시내버스가 지나가네. 이런! 저거 탔어야 하는데. 이 놈의 팔자는 계속 걸어야 하는 모양이다. 싯계마을로 가는 다리를 건너고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던 사람이 말을 걸어온다. 어느 산 다녀오세요? 수주팔봉이요, 달천 위에 있는 산입니다. 괜찮아요? 예, 걸을만 해요. 나도 한 번 가봐야겠네요. 예, 그러세요.


▲ 수주팔봉 표지석 [17:12]

 

▲ 석문과 팔봉폭포 [17:15]

 

▲ 도로에서 바라본 수주팔봉 암벽 [17:17]  


17:47  화실마을 입구에 도착. 왼쪽 고추밭에서 농부가 농약을 뿌리고 있다. 세워져 있는 차 문을 여니 뜨거운 열기가 확 뿜어나온다. 오늘 꽤 더운 날씨다. 차를 돌려 목도 삼거리까지 나온 다음 괴산을 거쳐 청주로 돌아오니 7시가 넘었다. 수주팔봉은 휘돌아가는 달천을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산으로 한 번쯤 들러볼만 하다. 단, 코스에 따라 들머리와 날머리가 분명하지 않고 표지기나 이정표가 없어 잘못하면 길을 잃기가 쉽다는 단점이 있다. 사람이 많이 찾지 않아 여름철에는 있던 산행로가 풀에 덮여 버리는 것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 산행 기점인 화실 마을: 두룽산 표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