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목산-가은산-둥지봉 산행기
◈ 일시: 2008년 6월 29일 일요일
◈ 장소: 말목산 715m / 충북 단양군 적성면
◈ 코스: 하진리 → 말목산 → 천진선원 → 가은산 → 둥지봉 → 새바위 → 옥순대교
◈ 시간: 9시간
◈ 회원: 이방주, 연철흠, 이효정(3명)
06:10 신동아 아파트 출발. 오늘은 말목산으로 산행을 떠나는 날이다. 어제는 아침부터 내린 비 때문에 성치산 산행이 취소 되었는데, 오늘은 오후에 개인다는 예보가 있어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지만 산행을 강행하기로 했다. 아파트 앞으로 나가니 연철흠 선생님이 운전하는 차에 이방주 선생님이 타고 계신다. 동승하여 출발. 새벽 공기를 가르며 차는 질주한다, 증평을 거쳐 괴산으로.
06:59 괴산 차부 옆에 있는 올갱이 국밥집에서 아침을 시켰다. 첫 손님인 우리가 자리를 잡고 앉자 마자 19명의 단체 손님 들어온다. 오늘 이 집 땡 잡았네. 괴산은 올갱이 국밥으로 유명한 곳인데 이 집의 올갱이 국밥맛은 시원찮았다. 특히 인공조미료 냄새가 국밥맛을 버려놓았다. 처음 먹어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우리 처럼 자주 먹는 사람은 금방 맛의 차이를 안다. 온통 방을 도배해 놓은 손님들의 국밥맛 찬양가는 마치 명품 짝퉁을 80~90% 할인해서 판매한다는 포스터처럼 쓴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괴산에서 차는 19번 국도로 들어섰다. 느릅재와 문바우 윤갈미재를 넘어 3번 국도에 접속한 후 다시 36번 국도에 진입, 충주호를 왼쪽에 두고 수산으로 달렸다. 아침 이른 시간이고 또 비가 조금씩 뿌리는 날씨라 그런지 도로에 다니는 차량은 드물었다. 수산을 지나 좌회전해서 옥순대교를 건넜다.
▲ 올갱이 국밥집 벽에 붙어 있는 코팅된 방명록들
08:14 옥순대교 주차장에 도착. 여기도 하늘은 잔뜩 흐려 있고 비가 조금씩 뿌리고 있었다. 넓은 주차장 한쪽에 차를 세우고 산행 준비를 한 다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수산 택시에 옮겨 탔다. 말수가 적은 택시 기사는 신단양을 경유해서 적성면 하진리로 차를 몰았다. 가다 보니 단성에서 적성으로 연결되는 다리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었다. 저 다리만 개통이 되어도 시간이 많이 단축될 텐데...
▲ 비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옥순대교 주차장
08:52 하진리 주차장에 도착. 택시 요금은 40,000원, 그것도 실비로 받은 것이란다. 올라가는 기름값에 힘든 사람들은 서민들 뿐이다. 비는 여전히 조금씩 내린다. 막 주차장을 떠나려고 하는데 노란색 마이크로 버스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온다. 단체 산행객이 온 모양이다. 이들과 함께 산행을 떠나지 않았지만 도중에 3번이나 만나는 인연을 맺게 되었다.
마을회관을 찾기 위해서 마을로 나 있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걸었다. 마을회관은 어디 있나? 마을 끝에 있는 집에 사람이 있기에 말목산 가는 길을 물었더니 죽 가라고 한다. 그래서 죽 갔는데 오른쪽으로 있어야 할 산행 들머리가 영 나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것 같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뭐? 원위치! 산행을 하다 길을 잘못 들면 원래 자리로 되돌아 오는 것이 가장 현명한 처사다. 자신의 독도 능력만 믿고 없는 길을 만들어가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 하진리 주차장에서 산행 준비를 하고 있는 이방주, 연철흠 회원
▲ 엉뚱한 길을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회원들 [08:58]
09:10 다시 마을길로 돌아오다 보니 경로당 오른쪽 도로 끝에 빨간색 표지기가 하나 보인다. 이럴 때는 표지기가 정말 반갑다. 표지기를 향하여 Go!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도니 또 표지기가 보인다. 정식 산행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산행로 입구에 제대로 들어선 모양이다. 마을을 벗어나 숲길로 들어섰다. 처음부터 경사가 급하다. 해가 나지 않고 바람이 불어 시원하기에 망정이지 땀 깨나 빼게 하는 길이었다. 어제 술을 나우 드셨다는 이방주 선생님이 조금 힘들어 한다. 산행 전날에는 가능한 한 술을 사리는 것이 좋다. 제1전망대까지는, 평지가 거의 없는, 계속 오름길이었다.
▲ 하진리 마을 표지석
▲ 경로당 오른쪽에 있는 산행로 접근 도로
▲ 부드러운 흙길을 올라가고 있는 회원들 [09:20]
▲ 커다란 묘비가 있는 무덤 옆을 지나가고 있는 회원들 [09:33]
▲ 암릉지대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09:52]
09:56 제1전망대에 도착. 조망이 훌륭할 것 같은데 운무가 온통 흰도화지를 만들어 놓았다. 사진을 찍어도 배경이 하얗다 보니 거의 실루엣같이 나온다. 전망대에서 10여분 걸어 올라 드디어 오르막길을 마감하고 평탄한 능선에 올라섰다. 조금씩의 오르내림이야 있겠지만 이제부터는 탄탄대로다.
▲ 제1전망대에 서 있는 회원들
▲ 전망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방주 회원 [09:57]
▲ 제2전망대에서 회원들
10:23 제2전망대에 도착. 상황은 제1전망대와 똑 같았다. 솜털처럼 펼쳐져 있는 저 하얀 운무 속으로 뛰어내리면 어떻게 될까? 죽는다. 다시 부드러운 흙길. 길 왼쪽에 노들평지라고 쓴 목판이 세워져 있는데 하진에서 2.5km 올라왔고 말목산 정상까지는 400m가 남았다고 적혀 있다. 정상이 지척이네.
▲ 노들평지를 지나고 있는 연철흠 회원 [10:28]
▲ 말목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산행로 [10:28]
10:35 정상 표지석이 있는 말목산 정상에 올랐다. 표지석에는 '성골 2.5km, 금수산 2.9km'라고 적혀 있다. 표지석을 지나 조금 올라가니 다시 돌탑이 있고 희양산과 비슷한 정상 표지석이 그 위에 얹혀 있다. 여기가 진짜 정상인가? 한쪽에 있는 안내문에 말목산에 대한 전설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말목산은 마항산(馬項山)이라고도 하는데 산의 형세가 말의 목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며, 산행들머리인 하진리에 옛날 장군감이 태어나자 그에게 걸맞는 말도 함께 태어났는데, 장군감과 말이 모두 죽자 말이 죽은 하진리의 뒷산을 말목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곳에서 길이 갈라진다. 오른쪽은 금수산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천진선원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도 가은산에 갈 수 있지만 청풍호의 절경을 보려면 당연히 왼쪽으로 Go! 본격적인 암릉 산행이 시작되었다. 멀리서 보면 길이 없을 것 같은데 요리 조리 기가 막히게 길은 잘 나 있었다. 운무가 많이 걷혀 시야가 조금 트였다. 왼쪽으로 눈을 돌리니 제비봉이 정면으로 보이고 그 아래에 36번 국도가 하얀 뱀처럼 꾸불거리고 있다. 멋있다. 충주호의 물이 빠진 것이 옥의 티였다.
▲ 말목산 정상에서 이방주, 연철흠 회원
▲ 말목산 정상에서
▲ 돌탑 삼거리에서: 천진선원은 왼쪽으로 가야 한다 [10:41]
▲ 암릉을 내려가고 있는 이방주 회원 [10:57]
▲ 제비봉 아래로 36번 국도가 하얀 뱀처럼 꾸불거리고 있다 [11:05]
11:06 전망대에 도착. 사실 이 능선은 전망대가 따로 없다고 보아도 좋다. 눈을 조금만 좌우로 돌려도 새로운 풍경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노송 가지 아래로 보이는 옥순봉과 옥순대교, 운무가 피어오르는 금수산 능선, 제비봉과 장회나루와 구담봉, 푸른 숲에 뒤덮인 말목산 정상, 희끗희끗 암벽이 드러나 있는 둥지봉과 가은산 능선은 이 능선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장관이었다. 운무가 걷히면서 날이 점차 개어가고 있다는 것도 우리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 전망대에서 이방주 회원
▲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옥순대교 [11:07]
▲ 운무가 피어오르는 금수산 능선 [11:18]
▲ 암릉을 내려오고 있는 회원들 [11:21]
▲ 암릉을 오르고 있는 회원들 [11:24]
▲ 말목산 정상이 우뚝하다 [11:26]
▲ 전망대에 서 있는 연철흠 회원 [11:27]
▲ 둥지봉과 가은산 능선 [11:28]
▲ 운무가 피어오르고 있는 금수산 능선 [11:29]
▲ 구담봉과 옥순봉과 옥순대교 [11:29]
▲ 안부 삼거리로 내려가기 전 회원들 [11:34]
11:35 안부 3거리에 도착했다. 앞에 있는 봉우리를 두고 오른쪽 사면길로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이 길이 만만치가 않다. 처음은 가파른 경사에 흙길인데 적당히 내린 비 때문에 무척 미끄러웠다. 이어서 시작된 너덜길도 물이 묻은 바위 때문에 발을 디디는데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이라 그런지 원시림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경사진 길을 다 내려오니 왼쪽에 비닐로 지은 움막이 하나 있다. 뭐 하는 곳이지? 사람 키 만큼 자란 잡풀 사이로 길은 계속 나 있었다.
▲ 천진선원으로 내려가는 너덜길 [11:56]
▲ 천진선원으로 가는 너덜길을 내려가고 있는 이방주 회원 [11:57]
12:16 숲에서 나와 수렛길에 올라섰다. 차량이 다닌 흔적이 뚜렷한 수렛길 오른쪽으로 밭이 있고 그 위로 가은산 능선이 뻗어 있다. 아니 이곳에 있는 밭은 누가 부치는 걸까? 외지인은 아닐 거고 천진선원에서 부치는 건가? 수렛길을 따라 걷는데 왼쪽에 표지기가 많이 달려 있다. 어라? 우리가 어디서 잘못 내려왔나? 분명히 길 따라 내려왔는데... 어쨌든 제 길로 들어섰으니 큰 문제는 없다.
성골에 놓인 다리를 건너기 전 산딸기가 탐스럽게 익어 있어 시식을 했다. 산딸기는 오돌오돌 씹히는 씨의 맛이 일품이다. 다리를 건너면 왼쪽은 선착장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천진선원으로 가는 길인데 잘 닦여진 고속도로다. 10여분 올라가니 왼쪽에 천진선원 절집이 보였다.
▲ 수렛길에서 올려다본 가은산 능선
▲ 수렛길을 걸어 내려가고 있는 회원들 [12:16]
▲ 밭 가운데에 커다란 바위가 자리잡고 있다 [12:19]
▲ 선착장과 천진선원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12:24]
12:31 천진선원에 도착. 아까부터 짖어대는 개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무려 4마리다. 사람이 그리운지 우리 곁을 떠날 줄을 모른다. 천진선원은 극락보전만 달랑 있고 그 아래로 요사채와 부속건물이 있는 단촐한 절이었다. 어느 종파에 속하는 절인지 모르겠지만 앉은 자리 만큼은 명당이다. 한편, 장회나루에서 배를 타야 이 절에 올 수 있는데 과연 찾는 사람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가은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천진선원을 내려오면 왼쪽으로 갈라진다. 비가 조금씩 뿌리기 시작했다. 성골 오른쪽으로 난 수렛길을 따라 걷는데 천진선원에서 기르는 개 두 마리가 계속 따라온다. 고놈들, 복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사람이 무섭지 않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오던 두 마리는 우리가 점심을 먹으러 성골 계곡으로 내려가자 방향을 바꾸어 왔던 길로 돌아갔다.
▲ 천진선원 극락보전 건물
12:45 수렛길 왼쪽에 있는 성골 계곡으로 들어갔다. 아주 작은 폭포가 떨어지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처음에는 토마토를 먹을 예정이었는데 시간도 그렇고 해서 아예 점심을 먹기로 했다. 늘 소박한 점심, 김밥과 물, 후식으로 토마토. 아무도 없는 산속 계곡에서 폭포를 보며 자연을 만끽하는 이 맛에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들어있다.
느긋한 점심을 마치고 13시 15분에 출발. 계속되는 수렛길. 임도인가? 10여분 넘게 걸으니 왼쪽으로 집이 한 채 보이고 수렛길은 끝이 났다. 누가 살던 집인가? 작은 계류를 건너 사면길을 15분 정도 걸어 올랐다. 사람 소리가 들리면서 단체 산행객이 떡갈미기재에서 고갯골등으로 이어지는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어디로 갑니까? 천진선원으로 가는 데요. 천진선원은 이 아래로 내려가는 하는데요. 아, 그래요. 20명 정도 되는 그들은 방향을 바꾸어 우리가 올라온 길로 잽싸게 내려간다. 알고 보니, 말목산 정상 갈림길에서 금수산으로 이어지는 오른쪽 길로 잘못 접어 들어 지금 이 길을 지나가게 된 것이었다.
시끌벅적하던 산속이 다시 조용해졌다. 경사가 거의 없는 주능선 옆댕이 길을 20분 정도 걸어 고갯골등 4거리에 도착. 오른쪽은 금수산 주능선에 있는 중계탑으로 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상천리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가은산으로 가려면 왼쪽으로 Go! 20분 정도 힘을 써서 올라가니 가은산 정상이다.
▲ 점심을 먹은 작은 폭포가 있는 성골 계곡
▲ 수렛길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주택 [13:28]
▲ 떡갈미기고개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 [13:45]
▲ 고갯골등 4거리 [14:05]
▲ 가은산 정상으로 오르는 도중 왼쪽으로 바라본 상천리와 금수산 능선 [14:17]
▲ 가은산 정상에서 이방주, 연철흠 회원
14:24 해발 575m의 가은산 정상에 올랐다. 정상표지석은 있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조망도 시원찮은 곳이라 기념 사진 찍로 바로 출발. 가은산 주능선을 따라 조금 걸어가니 왼쪽으로 둥지고개 내려가는 길이 보였다. 그리로 Go! 둥지고개로 내려가는 능선길에서도 조망이 아주 뛰어났다. 걷다가 멈추어 서면 바로 전망대였다. 말목산에서 뻗어내린 암릉, 천진선원으로 내려온 사면길, 천진선원 절집이 보이고, 구담봉 왼쪽으로 장회나루, 그 왼쪽으로 제비봉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우뚝 솟은 둥지봉 왼쪽으로 옥순대교가 아련하고, 둥지봉에서 새바위로 연결되는 암릉이 S자를 그리고 있다.
둥지고개로 내려가는 길이 조금 애매하지만 그냥 표지기를 따라가면 된다. 15시 2분, 둥지고개 4거리를 통과했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천진선원, 오른쪽으로 가면 큰소나무 고개를 거쳐 옥순대교로 내려갈 수 있다. 둥지봉에 오르려면? 직진이다. 아까 천진선원 위에서 만났던 단체 산행객들의 소리가 들린다. 벌써 둥지봉에 올라갔나? 소리는 천진선원 쪽에서 나는데...
▲ 가은산 정상에서
▲ 가은산 능선과 둥지봉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14:32]
▲ 전망대에서 본 말목산과 암봉들 [14:35]
▲ 전망대에서 본 제비봉과 장회나루 [14:35]
▲ 전망대에서 조망을 하고 있는 회원들 [14:38]
▲ 전망대에서 [14:39]
▲ 둥지봉에서 새바위로 이어지는 능선 [14:50]
▲ 둥지고개 4거리를 지나고 있는 이방주 회원 [15:02]
15:14 둥지봉 정상에 올랐다. 사람이 없는 줄 알았더니 단체 산행객 중 먼저 올라온 분들이 몇 명 있었다. 아니, 왜 이렇게 서로 떨어졌지? 뭐라고 설명을 하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단체 산행에서는 확실한 리더가 있어야하고 선두와 후미가 너무 떨어져서는 안 된다. 특히, 표지판이 없는 곳이거나 초보 산행자가 많은 경우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둥지봉 정상을 떠나 벼락맞은 바위 쪽으로 하산 시작. 그 멀던 옥순대교가 이제 손에 잡힐 듯 하다.
▲ 둥지봉 정상에서
▲ 둥지봉 정상을 내려오다 본 옥순대교 [15:23]
15:25 대슬랩에 도착. 여기도 전망이 좋다. 옥순대교 아래를 지나 장회나루 쪽으로 오는 유람선 안내자의 주변 풍경 설명 방송이 청풍호에 울려 퍼지고 있다. 오늘 날씨가 별로 안 좋은데 유람선 승객들이 있기는 한가 모르겠다. 현재 충주호는 장마에 대비해서 물을 빼놓아기 때문에 경관은 그저 그렇다. 둥지봉을 내려가는 길은 암벽지대가 많다. 곳곳에 밧줄이 매여져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지만 항상 조심해야 한다. 늘 보면, 자만과 방심이 사고를 부른다.
▲ 대슬랩 전망대에서 바라본 구담봉
▲ 대슬랩 전망대에서 본 옥순봉과 옥순대교 [15:26]
▲ 대슬랩을 내려와서 올려다본 둥지봉 [15:40]
▲ 암벽지대를 내려가고 있는 연철흠 회원 [15:41]
▲ 암벽지대를 내려가고 있는 이방주 회원 [15:41]
15:43 무척 넓은 전망 바위에 도착. 좌우가 확 트인, 주변의 소나무가 아름다운 전망대다. 여기서 보니 둥지봉 암벽이 무척 아름답다. 둥지는 바로 위에 있는데 새는 어디 있나? 새는 둥지봉 왼쪽에 있는 바위 위에 올라 앉아 있었다. 다시 하산. 바윗길은 계속 이어지고 제법 긴 밧줄이 매어져 있는 곳도 있다. 흙길은 흙길 대로, 바윗길은 바윗길 대로 걷는데 재미가 있다. 변화가 없는 똑 같은 길을 몇 시간 째 걷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도보 여행을 하면서 하루에 40km 이상 아스팔트 도로만 걸어본 경험이 있기에 나는 그 기분을 잘 안다.
▲ 전망대에서 본 구담봉
▲ 전망대에서 본 둥지봉 암벽
▲ 전망대에서 본 둥지봉 암벽
▲ 전망대에서 본 옥순대교 [15:44]
▲ 암벽을 내려가고 있는 연철흠 회원 [15:47]
▲ 암벽을 내려가고 있는 이방주 회원 [15:48]
▲ 암봉 위에 올라 앉은 새바위 [15:49]
▲ 칼로 벤 듯이 두 쪽이 나 있는 거대한 벼락맞은 바위
15:59 벼락맞은 바위에 도착. 거 참 묘하게 생겼네. 짝을 맞추면 아귀가 꼭 들어맞을 것 같다. 어떻게 해서 저 거대한 바위가 두 쪽이 났을까? 정답은, 벼락을 맞아서이다. 왜? 이름이 벼락맞은 바위 잖아. 충주호에 물이 차면 갈 수 없는 길을 돌아 올라갔다. 물이 차면 어데로 가나? 가다 보니, 오른쪽으로 샛길이 많이 나 있었다. 자 이제 새바위로 올라가야 한다. 산허리로 나 있는 길을 따라가다 오른쪽으로 갈라진 길을 그만 놓치고 말았다. 계속되는 산허리길. 오른쪽 새바위로 올라가는 길은 통 보이지 않는다. 또 길을 잘못 든 모양이다. 어쩌나? 어쩌긴 어째, 다시 원위치 해야지. 아까 말했잖아. 길을 잘못 들면 원위치해야 한다고.
16시 14분에 U-turn. 그래도 거의 평지와 같은 산허리길을 돌았기 때문에 돌아가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다. 새바위로 올라가는 길을 찾은 다음 10여분 급경사길을 오르니 넓은 바위가 나타났는데 한 마디로 최고의 전망지였다.
▲ 벼락맞은 바위 앞을 지나는 이방주 회원
▲ 물이 차면 지나갈 수 없는 길에서 본 옥순봉 [16:00]
▲ 다시 찾은 새바위 가는 길을 올라가는 연철흠 회원 [16:20]
16:32 새바위 앞 전망대에 올랐다. 옥순봉이 정면으로 보이는 이곳의 조망도 백미였다. 옥순대교, 옥순봉, 구담봉, 제비봉, 말목산 능선, 둥지봉, 가은산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절경이다. 대한민국 참 좋은 나라다. 멋진 산하를 가진 아름다운 나라다. 돈과 권력과 명예를 추구하는 몇몇 더러운 인간들만 없다면 정말 살만한 나라다.
새바위 앞에 섰다. 누가 이런 작품을 이곳에 설치했는가? 신의 조화인가, 아니면 자연의 산물인가? 세계 최고의 조각가도 만들 수 없는 걸작이 드넓은 화랑에 전시되어 있었다. 아래에 있는 작은 바위는 새끼인가? 새바위를 지나 본격적인 하산에 나섰다. 둥지고개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길로 내려가야 하는데 그만 앞에 있는 봉우리를 넘고 말았다. 표지기는 계속 나타나지만 길이 험하다. 이방주 회원이 길을 잘못 들었다고 자꾸 강조를 한다. 어쩌지? 원위치!
▲ 새바위 앞 전망대에서 옥순봉을 배경으로
▲ 새바위 앞 전망대에서 옥순봉을 배경으로
▲ 전망대에서 바라본 옥순대교 [16:34]
▲ 전망대에서 바라본 둥지봉 [16:34]
▲ 전망대에서 바라본 벼락맞은 바위와 제비봉 능선 [16:39]
▲ 새바위 앞에서 [16:46]
▲ 뒤에서 본 새바위의 모습 [16:50]
17:13 또 U-turn. 한 번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별로 유쾌한 일은 아니다. 이것은 인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보고 싶어 한다. 도전과 발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잘 아는 길로 가는 것이 안전할 때도 많다. 우리는 오늘 이런 여러 가지를 골고루 경험했다.
힘들여 넘은 봉우리를 힘들여 올라가는데 단체 산행객들이 내려오고 있다. 왜 다시 올라오는 거예요? 예, 길이 험해서 쉬운 길로 가려고요. 알바 하셨군요. 그들은 우리를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꽤 많이 내려온 봉우리를 다시 넘어 원위치해서 정규 산행로를 찾았다. 아이고, 이렇게 편한 길을 두고. 천국와 지옥이 따로 없다. 둥지고개에서 오는 길과 만난 다음 5분 정도 걸으니 큰소나무 고개 4거리다.
▲ 다시 찾은 하산길로 내려가고 있는 회원들 [17:23]
▲ 둥지고개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를 지나는 회원들 [17:26]
17:32 큰소나무 고개 4거리에 도착. 여기서도 길을 잘못 들 뻔 했으나 다행히도 길이 바로 끊어져, 왼쪽으로 나 있는 제 길로 바로 들어설 수 있었다. 이래서 가능한 한 표지기가 있는 쪽으로 가는 것이 좋다. 평탄한 내림길이 계속 이어졌다. 287.9봉을 알리는 삼각점이 보인다. 삼각점에서 걷기 좋은 길을 따라 10여분 내려가니 나무 계단이 보이고 왼쪽에 전망대가 있다.
그런데 전망대를 빙 둘러싸고 흰 밧줄이 매어져 있고 출입금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아니 언제부터 둥지봉이 국립공원 출입금지구역이 되었나? 나중에 알고 보니, 누군가가 이 곳에서 소나무를 통째로 캐가는 바람에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다고 한다. 아니, 국립공원의 소나무를 통째로 캐가? 별 놈들이 다 있네. 전망대에서 바라본 옥순봉과 옥순대교는 그림이 정말 좋았다. 전망대 오른쪽으로 나 있는 나무계단을 내려가니 바로 옥순대교 주차장이었다.
▲ 큰소나무가 있는 고개: 왼쪽 길로 가야 한다
▲ 하산길에 만난 삼각점 [17:38]
▲ 전망대 정자에서 본 옥순대교 [17:50]
▲ 전망대 정자에서 본 옥순봉 [17:50]
17:53 옥순대교 주차장에 도착. 예상했던 대로 단체 산행객 팀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휴게소 정자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으며 쉬고 있는데 단체 산행객 선두가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 우리의 판단이 옳았다. 편안한 길로 더 빨리 왔기 때문이다. 적당히 휴식을 취한 다음 출발.
▲ 산행종점인 옥순대교 주차장에 있는 옥순봉 쉼터
18:10 옥순대교 주차장 출발. 차는 옥순대교를 건너 수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고 20번 지방도를 따라 제천 쪽으로 달리는 것이 아닌가? 어디로 가나? 연철흠 선생님이 좋은 곳을 보여주겠다고 하시는데 이에 이방주 선생님은 포장도 안 된 곳을 뭐하러가느냐고 핀잔을 주신다. 나로서는 새로운 길을 가보는 즐거움이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Go!
청풍호를 왼쪽에 두고 차는 계속 달린다. 차창을 통해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금성면 거의 다 와서 좌회전, 도로는 포장공사가 진행중이었다. 여기서 충주까지 약 80km 거리의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한단다. 그거 재미있겠네. 사실 그 길은 연철흠 회원이 울트라 마라톤 코스로 이용하는 길이었다. 포장도로는 그렇다 치고, 연철흠 회원은 비포장도로도 잘 달린다. 거의 카레이서 수준이다. 발로 달리건, 차로 달리건 달리는 데에는 타고난 소질이 있는 모양이다. 이 도로의 장점: 첫째, 경치가 좋다. 둘째, 다니는 차가 거의 없다. 셋째, 아무데나 내려서 화장을 할 수 있다. 이 도로의 단점: 첫째, 비포장에서는 먼지가 난다. 둘째, 먹을 음식과 식수를 준비해야 한다. 셋째, 대형 차량을 만나면 교행이 매우 어렵다.
동량면에 들어서니 불 켜진 집이 보인다. 사람 사는 세상이다. 이방주 회원이 이야기한 거대한 탑비가 왼쪽에 자리잡고 있다. 휴식도 할 겸 잠시 내려서 구경을 했다. 날이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전체의 모양이 평범한 비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목행대교를 지나 음성과 증평을 거쳐 청주 외딴집까지 질주해서 도착한 시각은 21시 25분 정도. 외딴집에서 진국의 보신탕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오늘 먼 거리를 달려가 긴 거리를 걸은 후 다시 먼 거리를 달려왔다. 긴 여정에 몸은 조금 피곤하지만 마음이 후련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정토사 법경대사 자등탑비
1. 시 대 : 고려 태조 26년(934) |
2. 지정번호 : 보물 제17호 |
3. 지정일자 : 1962. 12. 20 (34.8.27) |
4. 소재지 : 충주시 동량면 하천리 177-1 |
이 비는 거북받침돌, 비신 및 이수형의 덮개돌이 완전하게 남아 있다. 받침돌은 귀부(龜趺)형으로 앞뒤의 길이가 297cm, 좌우가 245cm인데 거북머리가 37cm정도 몸체 앞으로 나와 있다. 귀부(龜趺)형 받침들은 거북등까지 높이가 75cm이며 거북머리는 이보다 55cm가 높다.
거북등에 비공(碑孔) 받침을 만들고 옆면과 윗면에 연꽃 무늬를 새겼으며, 거북의 네발과 발가락을 사실적으로 조각하였고 여의주를 물고있는 입은 반쯤 벌리고 있다. 비신(碑身)은 대리석으로 만들고 비 전면에 3,200여자, 뒷면에 음기(陰記) 300여자가 있으나 마모가 심하다.
비신(碑身)의 너비는 150cm이고 두께는 31cm이며 높이는 315cm이다. 비문은 최언위가 찬(撰)하고 글씨는 구족달(具足達)이 왕명에 의하여 썼으며 해서체이다. 이수의 전면 중심에는 전자(田字)와 같이 만들고 법경대사라 음각하였으며 이를 향하여 두마리의 용이 대칭형으로 조각되었다. 1,000여년이 넘은 비로서 보존 상태는 양호하나 6.25동란시에 생긴 탄흔 40여 곳이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1983년 충주댐 건립시 수몰지구내에서 현 위치로 이전하였다.
▲ 정토사 법경대사 자등탑비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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