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바위산 산행기
◈ 일시: 2008년 7월 20일 일요일
◈ 장소: 북바위산 772m / 충북 충주시 상모면
◈ 코스: 물레방아 휴게소 → 북바위 → 정상 → 사시리계곡 → 물레방아 휴게소
◈ 시간: 5시간 49분
◈ 회원: 백만사 회원 10명
09:03 (구)동청주등기소 앞 출발. 오늘은 백만사 정기산행일로 산행 대상지는 월악산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북바위산이다. 일기예보는 중부지방에 많게는 150mm 정도의 비가 내린다고 열변을 토하고 있지만, 하늘을 보니 전혀 그럴 것 같지가 않다. 회원들이 속속 도착하여 집결을 완료한 후 이용원 회원의 스타렉스로 송계계곡을 향해 출발했다. 증평, 괴산을 지나니 구름을 헤치고 해가 잠깐씩 얼굴을 비치기도 한다.
09:46 괴강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 들렀다. 어제 내린 비 탓인지 괴강에는 흙탕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자판기 커피를 한 잔씩 빼 마신 다음 출발. 연풍을 지나 소조령을 넘기 전에 우회전하여 597번 지방도에 진입하여 지릅재를 넘었다. 지릅재를 넘기 전에 뫼악동 마을이 있는데 여기서도 북바위산으로 올라갈 수 있다. 미륵사지를 오른쪽으로 두고 송계계곡으로 내려갔다. 만수계곡과 닷돈재 주차장을 지나니 바로 물레방아휴게소다.
▲ 괴강 만남의 광장 휴게소
10:44 물레방아휴게소 주차장에 도착. 도로 오른쪽에 넓은 주차장이 있어 차를 세운 다음 산행준비를 했다. 백만사의 전통 산행 출발 의식인 발대식을 마친 다음 물레방아휴게소 오른쪽에 있는 화장실 옆으로 난 길로 접어들었다. 곧바로 부드러운 숲길이다. 토사유출을 막기 위해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은 곳도 여러 있었다.
▲ 물레방아휴게소 오른쪽에 있는 주차장에서 산행 준비 중
▲ 백만사의 산행 출발 전 의식인 발대식 [10:49]
▲ 휴게소 오른쪽에 있는 화장실 옆으로 산행로가 나 있다 [10:53]
▲ 통나무 계단길을 올라가고 있는 회원들
11:04 일차 휴식. 정우종 회원이 간식으로 바나나를 하나씩 돌렸다. 배낭 무게를 줄이려면 가능한 한 무게가 나가는 간식은 빨리 푸는 것이 좋다. 멀리서 풍물패 소리가 여전히 들려온다. 우리가 월악에 온 것을 환영하는 소리인가? 제 철을 만난 매미들이 악을 쓰고 있다. 번식을 위해 울어대는 숫매미의 울음소리를 우리는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해는 비치지 않고 있지만 습도와 온도가 높아 땀이 비 오듯 한다. 이럴 때는 바람도 불지 않는다.
▲ 휴식 중에 간식으로 바나나를 배급하고 있는 정우종 회원
11:28 월악산 방면 하늘이 꺼매지더니 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한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뭐? 비옷이다. 지나가는 소나기 같아서 나는 입지 않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곧 비는 그치고 햇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오늘은 날씨 변화가 꽤 심할 것 같네. 북바위산은 아름다운 소나무가 많은 곳인데 일제강점기 때 비행기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송진을 채취한 흔적이 자주 보인다. 참 나쁜 사람들이다. 침략근성의 피가 선천적으로 흐르고 있는지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으니 말이다.
▲ 비가 조금 세게 내리기 시작하자 비옷으로 완전무장
▲ 일제강점기에 항공기 연료로 쓸 송진을 채취한 흔적 [11:37]
▲ 서서히 암릉길이 시작되고: 네 발로 기는 사람 누구야? [11:44]
▲ 소나무 사이로 본 월악산 주능선 [11:45]
▲ 북바위산에는 아름다운 소나무가 많다 [11:46]
11:48 넓은 바위가 펼쳐진 전망대에 올랐다. 왼쪽으로 용마산 암봉들이 솟아 있고 송계계곡 오른쪽으로 월악산 영봉이 구름에 덮여 있다. 여기서 보니 월악산 주능선 암릉이 참 보기에 좋다. 하긴 월악산이 그냥 국립공원이 되었을라고. 아기자기한 암릉길을 조금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거대한 북바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월악산 영봉 [11:49]
▲ 전망대에서 바라본 만수봉 방면 [11:49]
▲ 다시 가벼운 암릉길에서 끌어주고 당겨주고 [11:55]
12:00 북바위가 잘 보이는 곳에 도착. 거대한 바위가 타원형으로 절단이 된 모습이 꼭 커다란 북의 형상을 그대로 빼닮았다.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북바위산이란 명칭이 이 북바위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기념사진을 찍고 대슬랩 오른쪽에 설치되어 있는 계단을 올라가니 다시 전망대다. 북바위 뒤로 용마산 암릉이 보이고 월악산 영봉과 사시리계곡도 보인다. 북바위산은 소나무가 좋을 뿐만 아니라 주변 경치도 참 좋은 곳이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 북바위를 배경으로 여성회원 일동: 보기에 좋습니다
▲ 북바위를 배경으로 남성회원들: 인물 좋습니다
▲ 대슬랩으로 올라가는 철계단에서 [12:05]
▲ 대슬랩 전망대에서 본 북바위와 용마산 암봉
▲ 대슬랩 전망대에서 권성희 회원 [12:12]
▲ 대슬랩 전망대에서 본 월악산 영봉 [12:13]
▲ 대슬랩 전망대에서 본 사시리계곡 [12:14]
12:17 다시 가진 휴식 시간. 이번 시간에는 부부끼리 요플레 떠먹이기 경연대회가 벌어졌다. 우리 산행에는 많은 이벤트가 벌어지는데 이번 것은 조금 특이했다. 떠먹이는 사람이나 떠먹히는 사람이나 표정이 가지각색이다. 같은 부부끼리인데 어떻게 저런 다른 모습들이 연출될 수 있을까? 살아가는 모습이 모두 다르기 때문일까? 산행은 계속되었다. 이 산에는 고사목도 꽤 많은데 그 모양이 천차만별이지만 아름답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 요플레 떠먹이기 경연대회
▲ 앞을 안 보고 어딜 보는 거야?
▲ 왜 눈을 지긋이 감았을까?
▲ 갓난아기 떠먹이기보다 더 힘이 드네
▲ 죽은 자가 더 멋이 있을 수도 있다 [12:27]
▲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기도 하고 [12:28]
▲ 색깔이 제대로 난 소나무들 [12:31]
▲ 두 분 잘 어울립니다 [12:40]
13:03 조금 전까지 파란 하늘에 햇빛까지 비치더니 다시 먹구름이 끼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다시 비옷 체제로 돌입. 암릉을 따라 돌아가는데 철계단 위 바위틈새로 소나무 한 그루가 자라서 왼쪽 암벽 위로 가지를 뻗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생명력이다. 이 산에는 이런 모습의 소나무들이 많았다. 사막 지역에 사는 어떤 식물은 뿌리를 모두 잘라 이었더니 자그만치 그 길이가 460km나 되었다는 내용을 책에서 본 기억이 난다. 한갖 식물들도 이렇게 살아보려고 온갖 애를 쓰는데,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이 한 순간의 기분이나 감정에 휩싸여서 삶을 포기하거나 쉽게 살아가는 방법을 택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세상, 열심히 살아야 한다.
▲ 변화무쌍한 날씨, 비가 다시 내리고
▲ 많은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바위 틈을 따라 자란 소나무 [13:07]
▲ 파트너를 계속 바꾸는 이정희 회원 [13:10]
▲ 북바위산은 아기자기한 산행로의 연속이다 [13:21]
13:28 비가 그치면서 운무가 피어오른다. 운무가 피어 오르면 일단 날씨가 좋아질 징조라고 보아도 된다. 왼쪽으로 우리가 걸어온 북바위산 암릉이 운무에 싸여 있고 그 뒤로 송계계곡에서 계속 운무가 피어오르고 있다. 저 아래에서 보면 우리는 구름 속에 들어 있는 셈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신선이요 선녀다. 회원들이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이다. 선녀들도 밥을 먹나? 이슬만 먹고 산다던데......
▲ 비가 그치고 대신 운무가 퍼지고 있는 산행로
▲ 우리가 지나온 능선이 운무에 싸여 있다 [13:33]
▲ 골짜기마다 운무가 피어오르고 있는 월악산 국립공원 [13:34]
▲ 북바위산 암릉이 운무에 덮여 있다 [13:35]
▲ 북바위산 정상을 향해서 마지막 힘을 쏟고 있는 회원들 [13:40]
13:47 마침내 해발 772m의 북바위산 정상에 올랐다. 아름다운 소나무에 둘러싸인 정상은 암반으로 되어 있고 정상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정상 한쪽에서 점심상을 폈다. 일단 복분자주를 한 잔씩 마시고 각 집에서 준비해온 음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날씨는 계속 제멋대로다. 비가 찔금거리더니 해가 나고 운무가 덮이더니 바람이 분다. 시간적 여유가 많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정말 느긋하게 점심을 먹었다.
▲ 해발 772m의 북바위산 정상에 오른 백만사 회원들
▲ 정상표지석과 함께한 여성회원들
▲ 정상표지석과 함께한 남성회원들
▲ 푸짐하게 차려진 점심상 [13:57]
14:46 장장 한 시간이나 걸려 느긋하게 점심을 먹은 다음 출발. 이제 뫼악동 쪽으로 내려가다가 안부에서 사시리계곡으로 접어들면 물레방아휴게소에 이르게 된다. 경사가 조금 있고 연한 마사토가 깔린 길이기는 하지만 그리 미끄럽지는 않다. 특이한 점은, 올라올 때와는 달리 이곳은 온통 참나무 천지였다. 지역에 따라 자라는 나무가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같은 산에서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용도를 알 수 없는 삼각점을 지나 마침내 정우종 회원이 쇼에 사용할 재료를 찾아 냈다. 오늘의 초대 공연자는 이완호 회원.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무대에 나선 이완호 회원, 노련하고 멋진 폼으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에는 참나무가 많다 [14:56]
▲ 용도를 알 수 없는 삼각점이 산행로 가운데에 박혀 있다 [15:02]
▲ 발레 자세를 제대로 취한 이완호 회원 [15:10]
15:17 뫼악동으로 가는 길과 사시리계곡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 내려섰다. 해발 520m를 가리키는 이정표에는 뫼악동까지 0.9km가 남았다고 적혀 있다. 사시리계곡은 정상 산행로가 아닌지 이정표에 나와 있지 않았다. 이정표를 지나 왼쪽으로 희미하게 나 있는 길로 들어서니 키가 넘게 자란 풀 사이로 길이 이어져 있었다. 설마 계속 이런 길은 아니겠지? 우려와는 달리, 풀길은 금방 끝이 나고 넓은 임도가 나타났다.
사시리계곡 오른쪽으로 임도는 계속 이어져 있었다. 임도에서는 북바위산 정상과 암릉으로 된 주능선이 한 눈에 들어왔다. 오늘 우리가 저 길을 걸었구나. 날씨는 계속 비가 왔다 그쳤다를 제멋대로 반복하고 있다. 이럴 때는 일기예보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곳에 따라 가끔 때때로'면 다 될 것 같다. 임도가 끝이 나고 왼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내려가니 사시리계곡이다.
▲ 뫼악동 갈림길 이정표: 사시리계곡은 왼쪽으로 가야 한다
▲ 키보다 높은 풀길을 지나 임도에 들어선 회원들 [15:19]
▲ 임도에서 바라본 북바위산 주능선 [15:22]
▲ 임도에서 바라본 북바위산 정상 [15:24]
▲ 채종원 임도를 내려가고 있는 회원들 [15:38]
▲ 임도가 끝이 나고 사시리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잠시 휴식 [15:47]
15:55 사시리계곡에 이르렀다. 어제 오늘 내린 비가 암반 위에 여러 개의 폭포를 만들어 놓았다. 문제는 보기에 좋은 이 암반을 건너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우종 회원이 먼저 탐색차 건너고 나머지 회원들도 무사히 건넜다. 물살이 그리 세지 않아 쉽게 건널수 있었다. 계곡 오른쪽으로 나 있는 조릿대 길을 걸었는데 다시 계곡을 건너야 할 곳이 나타났다.
▲ 비가 온 탓에 물이 불어 폭포가 만들어졌다
▲ 오른쪽 계곡 암반에도 물이 불어 수 십개의 폭포가 만들어졌다 [15:56]
▲ 계곡을 건너기 전에 작전회의 중 [15:57]
▲ 용감무쌍하게 계곡을 거의 다 건넌 회원들 [15:58]
▲ 계곡 오른쪽으로 조릿대 오솔길이 이어지고 [16:01]
16:05 다시 사시리계곡을 건너야 할 지점에 왔다. 아까 암반을 건널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우선 물살이 세니 휩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미끄러운 바위를 잘못 밟아 미끄러져서도 안 된다. 이리 저리 탐색을 한 끝에 그나마 건너기에 무난한 곳을 찾아 서로 잡아주고 끌어주어 무사히 계곡을 건넜다.
계곡을 건너니 산행로는 왼쪽으로 사면을 따라 띠처럼 나 있었다. 오른쪽으로 사시리계곡이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한다. 수량이 풍부한 계곡은 보기에 좋다. 역시 계곡에는 물이 많아야 한다. 물레방아휴게소가 가까워졌는지 노랫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온다.
▲ 계곡에 물이 불어 건너는데 힘이 들었다
▲ 물살이 급해 조심스럽게 건너야 한다 [16:10]
▲ 물살에 휩쓸리지 않게 조심조심 [16:11]
▲ 나를 믿고 건너오세요 [16:11]
▲ 작은 폭포를 배경으로 권명오, 이정희 회원
16:38 물레방아휴게소에 도착. 청년들이 족구장에서 족구를 하고 있고 카라디오에서 빠른 템포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등산화 속 양말까지 젖었으니 발을 씻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그냥 대충 배낭을 차에 싣고 떠나면 된다. 휴게소 주차장에 도착하니 마지막 한 대 남아 있던 관광버스가 막 출발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꽤 된 모양이다.
▲ 물레방아휴게소 주차장으로 내려서고 있는 회원들
▲ 물레방아휴게소 건물 모습
▲ 물레방아휴게소의 상징 물레방아 앞에서 이정희, 김진숙, 권성희 회원 [16:40]
16:47 물레방아휴게소 주차장 출발. 오늘 참 많은 경험을 했다. 우선 변화무쌍한 날씨: 구름이 끼었다, 해가 났다, 비가 왔다, 바람이 불었다, 운무가 끼었다가 수시로 반복되는 그런 날씨였다. 둘째로 산행로: 부드러운 흙길, 암릉길, 암반길, 마사토길, 키를 넘는 풀길, 넓은 임도, 조릿대 숲길, 계곡길, 오르막길, 내리막길 등을 걸었다. 이렇게 볼 때, 산행은 우리네 인생과 같지 않은가? 우리 인생도 뒤돌아보면, 별의 별 날씨를 다 겪었고 각자 나름대로의 다양한 길을 걸어오지 않았는가.
사천동 서대골에서 뒤풀이를 했다. 생엽살과 모밀국수가 맛이 있는 곳이다. 오늘 다녀온 산행이야기, 후지산 트레킹 이야기, 8월 산행 계획 등을 이야기하며 소주잔을 기울이니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 같다. 8월 1일 후지산 트레킹을 기약하며 백만사의 오늘 산행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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