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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경남山行記

2008.04.26. [경남山行記 1] 경남 남해 설흘산

by 사천거사 2008. 4. 26.

설흘산 산행기 

◈ 일시: 2008년 4월 26일 토요일

◈ 장소: 설흘산 488m / 경남 남해군 남면

◈ 코스: 가천 마을 → 설흘산 → 응봉산 → 선구 마을

◈ 시간: 2시간 22분

◈ 회원: 박준구, 차윤택, 황인영, 이효정(4명)



09:18  오늘은 경남 남해로 산행 및 바다낚시를 떠나는 날이다. 같은 학교 직원인 우리 4명은 박준구 선생님의 차에 탑승하여 집결지인 충북고등학교를 출발했다. 산이야 늘 가는 곳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바다낚시는 거의 해본 적이 없다. 박준구 선생님은 바다낚시 매니아이지만 나머지 세 명은 문외한이라 모두 바다낚시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청원 나들목에서 경부고속도로에 진입, 비룡분기점에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목적지인 남해까지 가는 데에는 이 코스가 가장 시간이 덜 걸린다. 날은 잔뜩 흐려 있는데도 연휴를 맞아 나들이를 떠나는 차량들이 고속도로에 그득했다.  

 

10:05  인삼랜드 휴게소에 들러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휴게소에도 차량과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경기가 좋지 않다? 그런데 왜 이렇게 놀러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거야? 5월 연휴를 맞이해서 휴가를 내어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데, 경기가 좋지 않다? 경기가 안 좋은 것하고 여행을 다니는 것하고는 상관관계가 없나? 예전에 IMF 사태가 일어났을 때 청주에서 밀양까지 고속도로를 달려본 적이 있다. 그 때에는, 휴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도로에 차가 없었다. 기름값이 120 달러에 육박하고 있는데도 도로에 자가용은 넘쳐나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다? 이때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선전 문구, "경기 좋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계속 달려 진주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에 진입했다. 곧 사천 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삼천포항으로 달렸다. 삼천포항으로 가는 3번 국도는 1차로 도로라서 통행량이 많을 때에는 오랜 시간 동안 지체가 되는 곳이다. 2차로 신도로 공사를 하고 있는데 내 기억으로도 시작한지가 꽤 오래된 것 같건만 아직도 미완성이다. 도로 왼쪽으로 예전에 올랐던 와룡산이 보인다. 삼천포읍에 이르기 전에 1003번 지방도를 타고 해안 쪽으로 달렸다.


▲ 영산홍이 활짝 피어 있는 인삼랜드 휴게소


12:20  삼천포 활어회 서부시장에 도착. 삼천포에는 활어회를 떠서 파는 시장이 여럿 있는데, 이곳은 박준구 선생님이 단골로 이용하는 곳이었다. 시장으로 들어가니 양쪽으로 상점이 줄지어 있고 상점마다 아주머니들이 회를 뜨느라고 바쁜 손길을 놀리고 있었다. 회를 뜰 생선을 고르는 사람, 회를 썰고 있는 사람, 썬 회를 포장하고 있는 사람, 주문한 생선이나 스티로폼 상자를 가져오는 사람, 상점 앞에서 기다리는 손님들로 시장 안은 활기가 넘쳐 흘렀다. 박준구 선생님 단골집 72번으로 직행.      

 

자연산 광어, 놀래미를 횟거리로 주문했다. 자연산 광어, 놀래미를 횟거리로 주문했다. 인심좋게 생긴 아주머니는 우리가 주문한 것 외에 자연산 멍게와 해삼을 듬뿍 썰어 주신다. 몸집이 푸짐하다 보니 마음 씀씀이도 푸짐하다. 회를 담은 도시락이 모두 4개다. 2개는 차를 타고 미조항으로 가며 먹을 것이고, 다른 2개는 오늘 숙박하는 곳에서 밤에 먹을 것이다. 오늘 내일 회 실컷 먹게 생겼다. 원 없이 한 번 먹어보자.


▲ 삼천포 활어회 서부도매 시장 

 

▲ 72번 상점 아주머니가 커다란 자연산 광어회를 뜨고 있다


13:05  차를 타고 회를 먹는데 영 불편하다. 생각 끝에 삼천포 대교를 건너 늑도에 있는 방파제로 내려갔다. 바닷바람이 차다. 등대 근처에 바람을 막을 곳이 있어 회를 펄쳐 놓고 소주를 마셨다. 마침 점심 시간이고 속이 출출한 때라, 회가 담긴 도시락 두 개가 소주 2병과 함께 금방 바닥을 드러냈다. 맛있다. 별 다른 양념 없이 초고추장에만 찍어 먹는 데도 맛있다.

 

바닷가에서 술을 먹으면 오존의 영향 때문에 도시에서 먹는 것보다 같은 양을 먹어도 훨씬 덜 취한다. 게다가 안주까지 좋으니 금상첨화다. 다시 미조항을 향해서 출발. 3번 국도를 버리고 경치 좋은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다. 날씨가 흐린 것이 조금 흠이었지만, 해안을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면서 나타나는 바다 풍경은 도시 생활에서 생긴 응어리를 수평선 너머로 날려보내고 있었다.


▲ 방파제에서 바라 본 창선-삼천포 대교 

 

▲ 방파제에서 바라본 어촌 마을 

 

▲ 방파제에서 바라본 어촌 마을 

 

▲ 바닷바람을 맞으며 삼천포에서 가져온 회(광어, 놀래미, 해삼, 멍게)로 소주 한 잔 [13:08] 

 

▲ 방파제 끝에서 하얀 등대와 빨간 등대가 마주보고 있다 [13:14]  


14:00  미조항에 도착. 미조항은 남해섬 오른쪽 끝에 있는 항구다. 선착장에 배가 정박되어 있는 풍경은 어디서 보아도 정겹다. 배가 하나도 없는 선착장은 무언가가 빠진 허전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멸치회와 갈치회를 전문으로 하는 남미횟집에 들어갔다. 역시 박준구 선생님의 단골집이다. 멸치회를 시켰는데 채소와 양념을 버무린 무침회였다. 달콤한 멸치살이 입안에서 그냥 녹는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맛이다. 또 소주 2병이 금방 없어졌다.      

 

설흘산을 향해 미조항 출발. 17번 국도를 타고 상주면 방면으로 달렸다. 왼쪽으로 상주해수욕장이 보인다. 예전 동서가 이곳에 살 때 몇 번 방문했던 곳인데, 송림에 둘러쌓인 해수욕장이 깊이 인상에 남아 있는 곳이다. 상주해수욕장을 지나니 오른쪽으로 금산이 올려다보였다. 예전에 차량을 이용해서 보리암까지 가 본 적은 있지만 실제 산행을 아직 하지 못한 곳이다. 기다려라, 조만간 올라가주마. 이동면에서 1024번 지방도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남면 쪽으로 달리니 설흘산 산행기점인 가천마을이 나타났다. 대개 여기서 산행을 하는데 우리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주능선 바로 아래에 있는 주차장까지 차로 올라갔다.


▲ 남해군 동쪽 끝에 있는 미조항 

 

▲ 남해군 동쪽 끝에 있는 미조항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 

 

▲ 멸치회로 유명한 남미횟집 앞에서 차윤택 선생님 [14:03] 

 

▲ 남미횟집에서 멸치회를 안주로 소주 한 잔 [14:09]


15:36  설흘산 주차장에 도착. 꽤 넓은 주차장이다. 한쪽에 산행안내도가 세워져 있고 산행로 왼쪽으로 약수터도 있다. 오른쪽을 올려다보니 바위로 된 설흘산 정상 부분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계단식으로 되어있는 오름길을 5분 정도 올라가니 이정표가 있는 주능선 삼거리인데 왼쪽은 응봉산, 오른쪽은 설흘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설흘산 정상으로 가는 길, 처음은 조금 평탄한 길이었으나 곧 바윗길로 변했다. 대신 경사는 그리 급하지 않다. 3시57분에 가천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 네거리 안부를 지났다. 이곳도 철쭉이 많다. 어, 하얀 철쭉도 있네.


▲ 설흘산 주능선 바로 아래에 있는 주차장 

 

▲ 주차장에서 바라본 설흘산 정상 

 

▲ 산행 시작 전에 기념 사진 한 장: 왼쪽은 약수터 [15:42] 

 

▲ 능선 갈림길에 올라온 박준구, 차윤택 선생님 [15:47] 

 

▲ 능선 오른쪽으로 나 있는 설흘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15:51] 

 

▲ 가천마을과 홍현고개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네거리 안부 [15:57] 

 

▲ 잠시 휴식을 취하며 숨을 고르고 있는 차윤택 선생님 [16:05] 

 

▲ 하얀 철쭉이 핀 산행로 [16:09] 

 

▲ 산행로 주변에 핀 하얀 철쭉꽃 [16:09] 


16:12  설흘산 정상에 도착. 정상에는 돌로 쌓은 커다란 봉수대가 자리잡고 있었다. 아, 그 봉수대 한 번 크다. 무슨 요새 같다. 봉수대에서는 층층으로 된 다랭이논 옆으로 집들이 들어차 있는 가천 다랭이마을이 바로 내려다 보인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응봉산 정상이 우뚝하다. 날씨가 맑았다면 훨씬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이내가 끼어 있어 사방이 흐릿한 것이 흠이었다. 조금 늦게 올라온 박준구, 차윤택 선생님과 기념사진을 찍고 봉수대 아래에 있는 정상 표지석에서도 기념사진을 찍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곧바로 하산.


▲ 설흘산 정상에 있는 봉수대 

 

▲ 설흘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가천 다랭이마을 

 

▲ 설흘산 정상에서 건너다본 응봉산 정상 

 

▲ 설흘산 정상에서 황인영, 박준구 선생님 [16:16]

 

▲ 설흘산 정상에서 황인영 선생님과 

 

▲ 설흘산 정상에서 차윤택, 박준구 선생님과 

 

▲ 설흘산 정상 표지석과 함께 [16:22] 


16:41  주차장 위 삼거리에 도착. 박준구, 차윤택 선생님은 차량 문제도 있고 해서 여기서 다랭이마을로 내려가기로 하고, 황인영 선생과 나는 응봉산을 거쳐 선구마을로 하산하기로 했다. 응봉산으로 가는 길, 일단 완만하다. 진한 보랏빛의 철쭉이 우리를 반겨준다. 곧 이어 헬리콥터 착륙장이 나타나고 그 다음부터는 오름길이었다. 처음은 조금 완만한 오름길이었으나 정상이 가까워지자 암릉길이고 경사도 급해졌다. 막바지 돌계단길을 올라서니 응봉산 정상이다.


▲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 갈림길 

 

▲ 응봉산으로 가는 길목에 피어 있는 보랏빛 철쭉 [16:43] 

 

▲ 응봉산으로 가는 길에 만난 헬리콥터 착륙장 [16:48] 

 

▲ 응봉산으로 오르다가 뒤돌아본 설흘산 정상 [16:56]


17:04  해발 472m의 응봉산 정상에 올랐다. 삼각점과 돌탑이 있고 정상 표지석도 있다. 돌탑 옆으로 냉막걸리를 파는 곳이 있는데 주인도 없고 냉막걸리도 없고 안주거리만 보관되어 있다. 하긴 지금 시각이 오후 5시가 넘었으니 올라올 손님을 기다리는 사람이 바보지. 게다가 날도 흐리잖아. 응봉산 정상에서 산행 종점인 선구마을까지는 계속 암릉이었다. 능선 왼쪽은 바다고 오른쪽은 마을이다. 하늘을 덮고 있는 구름 사이로 햇살이 잠깐씩 내리 비쳤다. 자연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광경이다. 암릉길이라 걸음을 재촉할 수 없어 거의 한 시간이 지나서야 선구마을 주차장으로 내려설 수 있었다.


▲ 응봉산 정상에 있는 삼각점 

 

▲ 응봉산 정상에서 황인영 선생님과 

 

▲ 바위 표면에 거북등처럼 줄이 가 있다 [17:15] 

 

▲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바다를 물들이고 있다 [17:18] 

 

▲ 신록과 바위가 잘 어울린 암봉 [17:23] 

 

▲ 좌우가 절벽이라 산행에 조심해야 할 암릉길 [17:25] 

 

▲ 설흘산 주능선 오른쪽 아래로 보이는 남면의 마을 모습: 다랭이밭과 논이 인상적이다 [17:37] 

 

▲ 햇살이 비치고 있는 남해 바다 [17:37] 

 

▲ 산성 석축(?)이 남아 있다 [17:52]


17:58  선구마을에 도착. 박준구, 차윤택 선생님이 주차장에 차를 대기시켜 놓고 있었다. 오른쪽을 내려다보니 반달 모양의 바다 위에 고깃배들이 점점이 떠 있다. 너무나 평화로운 어촌 풍경이었다. 1024번 지방도를 타고 달리다 다시 시멘트 포장도로를 이용해서 가천 다랭이마을로 내려갔다.


▲ 산행 종점인 선구마을의 모습 

 

▲ 선구마을에서 내려다본 남해에 배가 점점이 떠 있다 


18:10  가천 다랭이마을에 도착. 다랭이논으로 유명한 남면 가천마을은 어머니가 아기를 안고 있는 모양을 한 남해 섬의 회음부에 정확하게 위치하고 있다. 새 새명을 탄생시킬 신성한 곳인 셈이다. 일명 삿갓논, 삿갓배미라고도 불리는 다랭이논은 남해인의 근면성을 보여주듯 층층이 계단을 이루고 있다. 옛날에 어떤 농부가 논을 갈다가 집에 가려고 삿갓을 들어보니 그 안에 논이 하나 더 있더라는 데서 유래된 삿갓논은, 자투리 땅도 소중히 활용한 남해인의 억척스러움을 대변하고 있다. 다랭이논의 의미를 되새기며 바라보는 가천마을의 풍경은 옛 전통을 그대로 간직한 한 폭의 수채화 같다.       

 

가천마을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암수바위. 높이 5.9m의 수바위와 4.9m의 암바위로 이뤄진 암수바위는 수바위는 남근을, 암바위는 애기를 밴 어머니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전국에서도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있다. 조선 영조27년, 이 고을의 현령 꿈에 한 노인이 "가천에 묻혀있는 나를 일으켜 달라"고 부탁해 땅을 파보니 암수바위가 나타났다고 한다. 이 바위를 발견한 뒤로 매년 제사를 지내도록 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마을의 평안과 풍어를 바라는 제사를 매년 올리고 있다.       

 

암수바위를 지나 오른쪽에 있는 '시골할매 막걸리'집으로 들어갔다.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한 할머니와 멋진 경치로도 유명한 곳이다. 집에서 직접 담았다는 시원텁텁한 유자 막걸리에 김과 톳나물 등이 기본 안주로 나왔다. 작년만 해도 안주는 해물파전 하나였는데 지금은 몇 가지가 추가 되어 있다. 해물파전에 두부김치를 하나 더 시켰다. 막걸리를 두 통 마시고 나니 배가 불뚝 일어난다. 이따가 회도 먹어야 하는데... 1024번 지방도를 타고 다시 이동면으로 달려 19번 국도에 올라선 다음 오늘의 숙박지인 남해읍으로 향했다.


▲ 가천 다랭이마을에 있는 암수바위를 배경으로 

 

▲ 가천 다랭이마을에 있는 암수바위를 배경으로 

 

▲ 가천 다랭이마을에 있는 시골할매 막걸리집: 매스컴을 탄 집이다 [18:15] 

 

▲ 가천 다랭이마을에서 올려다본 설흘산 주능선 [19:10]


19:54  남해읍내에 있는 파인빌 모텔에 들었다. 4명이 한 방을 쓰는데 50,000원.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삼천포에서 떠 온 광어회와 놀래미회를 안주로 소주를 마셨다. 회맛은 좋은데 조금 전에 다랭이마을에서 먹은 파전과 두부김치, 막걸리 때문에 배가 그득해서 좀처럼 그 양이 줄지를 않는다. 먹성깨나 좋은 차윤택, 황인영 선생님도 젓가락의 속도가 느리다. 결국 소주 5병에 준비해 온 회는 반도 먹지 못하고 파티가 끝났다. 아이구 아까워라. 오늘이 지나면 버려야 할 텐데. 어쨌든 회 실컷 먹고 술 잔뜩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멋진 조황을 기대하며.


▲ 하루 숙박을 한 파인빌 모텔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