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련산 산행기
◈ 일시: 2007년 6월 23일 토요일
◈ 장소: 보련산 764m / 충북 충주시 앙성면
◈ 코스: 동암마을회관 → 동암계곡 → 보련산 → 스핑크스바위 → 동암마을회관
◈ 시간: 3시간
보련산(764m)은 충주시에서 북쪽으로 약 20km 거리에 있는 산으로 하남현 고개를 기점으로 서쪽의 국망산(770m)과 나란히 위치하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는 곳이라서 호젓한 산행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동암계곡 끝의 온천마을이 보이고 그 뒤로 남한강이 야트막한 산들 사이로 굽이쳐 흐른다. 서쪽으로는 국망산과 오갑산이 손짓한다. 이 산의 능선은 노송군락으로 이어져 있고 자연동굴, 수룡폭포 등이 있어 주변경치가 좋고 물이 맑다. 산 정상에는 보련산성이 있는데 능선을 따라 흙과 돌로 쌓은 성의 둘레는 약 1.8km이며 일명 봉황성 또는 천룡성이라고 한다. 이 성과 동쪽 맞은 편의 장미산 정상에 있는 장미산성 간에는 아주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 오고 있다.
삼국시대 때 이곳 보련산 서쪽 가마골 마을에 장미라는 사람과 보련이라는 누이가 살았는데 명산의 정기를 받은 이들은 둘 다 장수의 기질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러나 옛부터 한 집안에 두 장수가 태어나면 그 중 하나는 희생되어야 하기에 두 사람은 성쌓기 겨루기를 하기로 하였다. 이 사실을 안 어머니는 가슴을 저미는 고통을 느끼게 되는데 어머니가 보기에 보련이의 성 쌓는 솜씨가 아들인 장미보다 뛰어나 고민을 하게 되었다. 마침내 결심을 한 어머니는 손수 떡을 해서 보련이에게 떡을 먹이고 다시 성을 쌓게 했는데, 보련이가 마지막 돌을 하나 올리려는 순간 장미쪽에서 성을 다 쌓았음을 알리자 보련이는 어머니가 아들을 살리려 했음을 알고 집을 떠났다고 한다. 보련이가 떠난 다음 날 보련이의 집에 큰 별이 하나 떨어졌다고 하며 그후 그 지역 산과 산성을 보련산-보련산성, 장미산-장미산성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보련산 산행은 정상 남쪽의 보련 마을이나 남동쪽의 산막골, 그리고 북쪽 능암온천 또는 돈산온천에서 시작할 수 있으나, 해발 320m인 하남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해 이들 기점으로 내려서는 코스가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산행을 마치고 온천욕을 할 계획이면 능암온천이나 돈산온천으로 내려서야 한다.
12:40 감곡중학교 출발. 오늘은 토요휴무일이지만 1학년 학생들이 오전에 등교하여 특별보충수업을 받는 날이다. 수업을 마치고 이태호 선생님과 장호원에 있는 음식점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테이블이 몇 안 되는 작은 음식점이었지만 청국장 맛은 일품이었다. 감곡에서 38번 국도를 따라 충주쪽으로 가다 보면 앙성온천지역이 나온다. 돈산온천장 주차장 길 건너에 있는 대명가든과 느티나무집을 왼쪽으로 끼고 1차로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승용차를 여러 대 댈 수 있는 동암마을 회관이 나타났다.
앙성온천
보련산 북쪽 38번 국도변에 위치한 앙성온천은 탄산온천수로 알려져 있다. 평균 2,700ppm의 높은 탄산함유량을 자랑하는 이 온천은 심장질환과 혈액순환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요통, 고혈압, 변비, 비만증 등에 효험이 높고, 피부미용에도 도움을 준다. 탕에 들어가면 피부에 스며든 탄산가스가 모세혈관을 자극하여 확장시켜주는 작용으로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고, 이에 따라 혈압이 내려가며 심장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는 심장천의 기능을 한다. 또한 온천수를 마시면 위장활동이 왕성해지는데, 특히 식후에 마시면 복부의 압박감과 팽만감이 사라지고 배뇨작용이 촉진된다. 탄산은 피부혈관을 자극하여 혈액순환을 좋게 해서 심폐기능을 높이기 때문에 심폐천이라 불리기도 한다.
앙성온천은 개발 주체에 따라 충온온천지구, 돈산온천지구, 중원온천지구, 능암온천지구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는데, 유황온천인 충온온천을 제외한 3개 지구는 모두 탄산온천이다. 입욕료는 4,000~5,000원.
돈산리 마을
돈산리 마을 이름에는 흥미로운 얘기가 전해진다. 이 마을을 에워싸고 있는 보련산에서 쏟아져내린 돌멩이가 하도 많아 '돌산리' 또는 '돈담'으로 불리다가 돈산으로 바뀌었다는 설이다. 또는 고려 공민왕 때 신돈(?~1371)을 기리기 위해 그 후손들이 '돈' 자를 첫머리에 넣고 돈산리로 부르게 됐다는 얘기도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현재 돈산리에는 영월 신씨 후손들이 20여 가구나 살고 있다.
13:30 동암마을회관 앞 공터에 도착. 꽤 넓은 공간이 텅 비어있다. 잔뜩 흐린 날씨에 비가 곧 쏟아질 것 같다. 오늘 밤부터 비가 온다고 했으나 하늘이 하는 일을 인간이 어떻게 알 수 있으랴.
▲ 산행기점인 동암마을회관
13:39 산행 출발.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끝나고 시멘트 포장도로가 이어졌다. 계류 오른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커다란 나무가 있는 곳에서 왼쪽 계류를 건너야한다. 잘 살펴보면 사람이 다닌 흔적이 있다. 계속 올라가면 길이 끝나고 계곡으로 내려가게 된다.
▲ 나무 있는 데서 계류를 거너야 함
13:44 계류를 건너 포장이 안 된 차도로 올라서면 오른쪽에 산행 안내도가 서 있다. 안내도가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위에 차량통행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채석장 사업이 모두 끝났기 때문에 차량통행을 금지한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차단기를 지나 다시 조금 올라가면 오른쪽 동암계곡을 가로질러 사방댐이 설치되어 있고, 왼쪽으로는 사업이 모두 끝난 후 조경사업차 나무를 심어 놓은 채석장이 흉한 모습으로 동암계곡을 내려다보고 있다.
▲ 계류를 건너면 볼 수 있는 산행안내도
▲ 동암계곡의 사방댐
▲ 사방댐 맞은편에 있는 채석이 끝난 채석장
13:56 나뭇잎에서 후두둑 소리가 나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하늘을 보니 많이 올 비는 아닌데 그래도 만만치가 않다. 조금 기다리다가 준비해 간 비옷을 꺼내 입었다. 한참을 기다리면 비가 그칠 것 같은데 6시 30분에 청주에서 저녁약속이 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었다.
오른쪽으로 일자형 건물이 하나 나타났다. 지도에는 왕용사라고 절로 표시가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산신령도사'라는 간판이 달린 굿당이다. 건물을 지나면서 길은 좁아지고 웃자란 나뭇가지들이 앞을 가로 막는다. 그래도 동암계곡을 따라 왼쪽으로 난 길은 평탄하면서도 뚜렷하다. 비가 많이 잦아들어 비옷을 벗었다. 시원한 바람을 쐬니 온 몸이 상쾌하다.
▲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왕용사
▲ 평탄한 오름길
14:20 비가 완전히 그치고 해가 구름 사이로 들락거린다.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은 계곡 왼쪽길이 계속 이어져 있다. 길 옆에 산딸기가 붉게물들어 손길을 유혹한다. 마음 같아서는 퍼질러 앉아 실컷 따 먹고 싶은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몇 개 맛만 보고 자리를 떴다. 비는 그쳤지만 바람이 전혀 불지 않아 무덥다.
▲ 산행로 양쪽에 산딸기가 지천이다
14:40 멀리 하늘이 열리는 것이 보인다. 완만하던 산길이 경사가 제법 급해졌다. 정상이나 안부 막바지에 이르면 경사가 급해지는 것이 거의 일반적이다. 없어도 될 것 같은데 친절하게도 안부까지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그나마 바닥에 늘어져 있어 무용지물에 가깝다.
▲ 안부 지적 급경사길의 밧줄
14:48 능선 안부에 올랐다. 왼쪽은 쇠바위봉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이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기둥에서 떨어진 이정표에 '보련산 정상 1.2km'라고 적혀 있다. 계곡길부터 따라오는 날벌레들이 계속 따라붙으며 괴롭힌다. 이 놈들은 지치지도 않나. 나뭇가지를 꺾어 휘둘러도 그 때뿐. 마지막 방편으로 고글을 꺼내 썼다. 눈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되니까. 조금 가파는 능선을 30분 정도 올라가니 정상이다.
▲ 안부에 있는 떨어진 이정표
15:15 보련산 정상에 도착. 정상에는 무덤이 하나 있고 정상 표지석이 4개나 있다. 이 산꼭대기에 묘를 쓴 이유가 뭘까? 고인을 위해서? 자손을 위해서? 무덤 옆에는 케언이 하나 있고 그 옆으로 이정표가 서 있다. 정상에서 미륵산, 십자봉, 백운산, 천등산, 인등산, 지등산, 수레의산, 국망산, 승대산, 원통산이 보인다고 하는데 나뭇잎에 가려 정확한 모습을 살펴볼 수는 없었다.
▲ 보련산 정상 표지석과 케언
▲ 정상에 있는 이정표
▲ 정상 기념 사진
15:25 하산 시작. 하산은 동암계곡 왼쪽으로 난 능선을 탄다. 북서쪽 능선을 따라 15분 정도 걸으면 708 봉에 이르게되고 이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휘도는 능선길로 약 40m 가면 오른쪽에 바위가 있는데 바위를 돌아서 쳐다보면 영락없이 스핑크스의 모습을 닮았다. 여기서 계속 북서릉을 타면 굴바위를 경유하여 하남고개로 내려가게 된다. 돈산리로 하산하려면 스핑크스 바위 왼쪽 벽 하단부로 내려서야 한다.
능선길은 뚜렷하게 나 있고 진달래 군락지를 지나면 아름다운 노송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왼쪽 마련리 계곡 채석장에서 발파하는 소리가 들린다. 능선을 거의 다 내려왔는데 길이 없어졌다. 안내서에는 무덤과 송전탑을 지나야한다는데 보이지 않는다. 대충 어림짐작으로 마을로 내려왔다. 여기가 어딘가? 지형을 살펴보니 차를 세워둔 곳에서 왼쪽으로 꽤 떨어진 곳이었다.
▲ 스핑크스 바위
▲ 하산길의 멋진 소나무숲
16:21 돈산리 마을에 도착. 38번 국도까지 나가지 않고 오른쪽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살펴보니 시멘트 포장도로가 오른쪽으로 나 있었다. 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는 수렛길이 다시 연결되어 동암마을로 이어져 있었다. 오른쪽에 송전탑이 있기에 혹시 표지기가 있는가 살펴보았더니, 송전탑 오른쪽으로 표지기가 보인다. 아, 저기로 내려오는 거였구나. 길 옆 밤나무에 꽃이 만개하여 향기를 사방에 흩날리고 있었다.
▲ 고압송전탑 오른쪽으로 산행로가 나 있다
▲ 동암마을회관 가기 전에 만난 꽃이 만개한 밤나무
16:32 주차를 해놓은 동암마을회관에 도착. 산행을 하는데 모두 3시간이 걸렸다. 차를 돌려 감곡, 음성, 증평을 지나 청주에 도착하니 오후 5시 50분이다. 6시 30분에 모임이 있으니 서둘러야겠다. 보련산은 계곡길로 올랐다가 능선길로 내려올 수 있는 한남금북정맥 충주지맥에 있는 산으로, 이웃한 앙성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산이다. 오전에 한나절 산행을 마치고 오후에 온천욕을 하면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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