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양산-시루봉 산행기
◈ 일시: 2007년 5월 6일 일요일
◈ 장소: 희양산 998m / 시루봉 914m / 괴산군 연풍면
◈ 코스: 은티마을 → 희양성터 → 희양산 → 시루봉 → 은티마을
◈ 시간: 4시간 20분
07:40 청주 아파트 출발. 날은 흐려있고 안개도 끼어 있다. 오늘 산행 대상지는 희양산과 시루봉인데 서로 인접해 있어서 한 번에 다녀올 수 있다. 희양산은 대학에 다닐 때 암벽훈련을 하러 자주 찾던 곳이고 시루봉은 처음이다. 시루봉이란 이름의 산은 우리나라 도처에 있다. 증평, 괴산을 거쳐 연풍에서 주진리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지난 주에 다녀온 마분봉과 마찬가지로 희양산도 은티마을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08:55 은티마을 주차장에 도착. 승용차가 두 어대 세워져 있고 산행준비를 하고 있는 등산객들이 보인다. 어김없이 주차료 2,000원을 받으러 나온다. 주차장을 벗어나니 오른쪽으로 모양이 아름다운 노송들이 반겨준다. 괴산군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 나무들이다. 다리를 건너기 전 주막집도 이채롭다. 이 집을 거쳐간 산꾼들의 온갖 낙서와 자취가 건물 안팎으로 가득하다. 김을 넣어 무친 도토리묵과 찌그러진 주전자에 담아 내오는 막걸리가 맛있다.
주막집 앞 다리를 건너면 길이 갈라지는데 왼쪽이 희양산과 시루봉으로 가는 길이다. 오늘 산행 코스는 희양산을 먼저 올랐다가 시루봉을 들른 다음 은티마을로 하산하는 것으로 정했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걸었다. 포장도로가 끝나면서 삼거리가 나타났다.
▲ 은티마을 입구에 있는 노송들, 괴산군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 은티마을 주막집, 도토리묵과 막걸리가 주 메뉴다
09:20 희양산과 구왕봉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 '희양산 90분, 구왕봉 100분, 은티마을 20분'이라고 이정표에 적혀 있다. 또 한 쪽에는 백두대간 노선 정비에 관한 안내판이 서 있다. 백두대간 산행을 하기에 편리하도록 도로를 정비한다는 내용의 안내판이었다. 길을 따라 굽어도니 실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지난 번 구왕봉에 산행 때 무너진 계곡 옆으로 난 좁을 길을 올랐던 기억이 새롭다. 국립공원 입장표 폐지에 이어 백두대간 노선 정비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 공사가 진행중인 백두대간 노선 정비 현장
09:30 희양성터와 지름티재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 예전에는 늘 지름티재에서 왼쪽 사면길을 따라 희양산을 올랐었는데 오늘은 희양성터 쪽으로 오르기로 했다. 왼쪽으로 난 산길을 내려가 계곡을 건넜다. 처음은 조릿대가 양쪽으로 도열을 한 부드러운 산길이었으나 점차 돌길로 바뀌었다. 그래도 경사는 그리 급하지 않았다.
▲ 조릿대가 양쪽으로 나 있는 평탄한 산길
09:40 계곡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오다 보니 넓은 사각형 바위가 계곡에 가로질러 놓여 있다. 희양폭포다. 말이 폭포지 평평한 바위 아래로 물이 떨어지는 것인데 물이 흐를 때보다 말라있을 때가 더 많다. 폭포 바위를 건너니 계곡 옆으로 완만한 사면길이 계속 이어졌다. 백두대간 노선 수리 표지기를 비롯해서 많은 표지기 달려 있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인 모양이다. 해가 구름 사이로 들락날락거린다. 계속되는 돌길이다.
▲ 희양폭포, 물을 흐를 때는 보기에 좋지만 건폭으로 있는 날이 더 많다
10:00 산행 시작한지 한 시간 가량 되어 잠시 휴식을 취했다. 긴 계곡길이 끝나가는지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열리고 있다. 날벌레들이 자꾸 얼굴에 달라든다. 귀찮다. 이름 모를 새소리가 계곡에 울려퍼진다. 아름답다.
▲ 잠시 휴식을 취하며
10:15 희양성터에 도착. 자연석으로 쌓은 성터인데 한쪽에 희양성터에 관한 안내문이 서 있다. 성터에서 왼쪽은 시루봉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희양산으로 가는 길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두 군데 다 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어 출입을 금해 놓고 있다. 하지만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이 길을 막아 놓는다고 산행객들이 다니지 않을까? 국립공원 통행금지구역을 50만원 과태료를 낼 각오로 다니는 사람들인데. 백두대간 통행금지구역에 대한 행정당국의 생각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곳에도 울타리 양쪽으로 길이 나 있다. 희양산 쪽으로 방향을 잡고 꽤 급한 경사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 자연석으로 쌓은 희양성터
10:22 오른쪽으로 지름티재 하산길이 나타났다. 지름티재에서 희양산을 오를 때 이 길로 올라오는데 마지막 부분은 세미클라이밍이 필요한 급경사의 바위벽이다. 자칫 잘못하면 추락을 할 염려가 있어 상당히 조심을 해야 할 구역으로 알려져 있다. 삼거리를 지나 조금 올라가면 희양산 정상부 능선에 닿게 된다. 여기서는 전망이 좋다. 오른쪽으로 지름티재 건너 구왕봉이 보이고 길게 뻗은 백두대간도 한 눈에 들어온다. 바위로 되어 있는 정상부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바위벽에 붙어 자라난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자주 눈에 띤다.
▲ 지름티재에서 올라오는 길, 급경사로 산행에 조심해야 할 지역이다
▲ 정상부 능선에서 본 구왕봉 모습
▲ 정상부 암벽에서 자라는 소나무들
10:40 희양산 정상에 도착. 정상의 모습은 한국 100대 명산에 속하는 유명세와는 달리 너무나 초라했다. 변변한 정상 표지석 하나 없고 작은 케언 위에 누군가가 페인트로 쓴 듯한 표지석 하나가 달랑 세워져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를 추측해보면 다음과 같다. 희양산은 원래 경북에 속한 산이고 그 아래 봉암사라는 절이 있는데 봉암사는 조계종에서 운영하는 스님들의 수련도량으로 일반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지름티재에서 봉암사쪽으로 넘어갈 수 없고 봉암사 쪽에서도 희양산을 올라갈 수 없다. 따라서 경북 쪽에서나 충북 쪽에서나 희양산에 대해서는 관심이 별로 없는 것이다. 봉암사 방향에서 희양산을 오를 수 있는 날은 일년 중 딱 하루, 사월초파일에만 가능하다.
정상에서 하산을 하다가 처음으로 산행객을 만났다. 부부인 듯한데 남자가 앞서 오고 여자가 조금 뒤처져서 오고 있었다. 앞에 오는 남자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는데 묵묵부답이다. 입은 옷이나 장비로 보아 꽤 산을 많이 다닌 사람으로 보이는데 왜 인사를 받지 않았을까. 부인하고 싸웠나? 지난 1월 네팔 트레킹을 갔을 때 트레킹 도중 만나게 되는 외국인에게 'Hi!'라고 인사를 하면 어김없이 'Hi!'라고 응답을 해주었는데. 산에서 사람을 만나면 반갑지 않은가?
▲ 희양산 정상, 변변한 정상표지석 하나 없다 이유는?
11:00 희양성터에 도착. 왼쪽은 아까 올라온 길이고 성터을 따라 직진하면 시루봉으로 가게 된다. 어디서 단체 산행객들이 왔는지 왼쪽 희양폭포 계곡 쪽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온 산이 울리도록 웃어제끼는 사람, 큰 소리로 상대방을 부르는 사람, 야호를 외치는 사람... 조용한 산중을 온통 소리로 채우며 뒤흔들고 있다.
생각해본다. 과연 혼자 산에 왔으면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군중심리에 동참하여 목소리를 높이는 산행객들을 보면 진정한 산꾼이 아니고 단지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러 온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책에 의해 다른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줄은 모르고. 봉우리를 하나 넘을 때까지 산은 요란했다.
▲ 시루봉 가는 길에 만난 각시붓꽃
11:33 삼거리 이정표에 도착. '시루봉 20분, 은티마을, 희양산 40분'이라고 이정표에 적혀 있다. 은티마을 쪽은 하산할 때 사용할 길이다. 경사가 거의 없는 평원 위로 길이 나 있다. 평원 위에는 각종 야생화가 가득하고.
▲ 삼거리 이정표, 은티마을은 하산할 길이다
11:42 시루봉과 이만봉 갈림길에 도착. '희양산 50분. 이만봉 60분, 시루봉 10분'이라고 이정표에 적혀 있다. 백두대간은 오른쪽인 이만봉 쪽으로 가야한다. 시루봉은 왼쪽으로 가야 하는데 길 오른쪽은 평원이고 한쪽에 헬리콥터 착륙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비교적 완만한 능선길을 10여분 올라가니 시루봉 정상이다.
▲ 삼거리 이정표, 백두대간은 이만봉 쪽으로 가야한다
11:55 시루봉 정상에 도착. 정상 공간은 그리 넓지 않았지만 오석으로 된 정상표지석이 번듯하게 자리잡고 있다. 전망은 괜찮은 편으로 방금 다녀온 희양산의 모습도 보인다. 기념사진을 찍고 하산. 이만봉과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한 후 우측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가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올라온 길 우측으로 계곡길이 있기에 그 길을 이용했다. 길 옆 언덕을 야생화가 뒤덮고 있다. 길은 분명하지 않았지만 표지기도 종종 보이고 해서 계속 따라 내려갔다.
▲ 시루봉 정상에서
▲ 시루봉에서 본 희양산
12:13 계곡을 거의 다 내려갔는데 길이 좌우로 갈라졌다. 왼쪽으로 올라보니 단체 산행객들이 모여 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다. 꼴도 보기 실은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우측이 은티마을로 내려가는 하산길이다. 하산길은 사면길에서 계곡길, 다시 능선길에서 계곡길로 이어졌다. 조금 지루하다 할 정도로 긴 하산길이었다. 하산 도중 길 옆에 다래순이 보여 조금 뜯었다. 지난 번 보다 조금 세어진 것 같다. 이 하산길 계곡에는 다래덩굴이 꽤 많았는데 어른 팔뚝보다 굵은 것도 보였다.
▲ 하산길 계곡의 다래덩굴
13:01 넓은 수렛길에 도착. 수렛길은 왼쪽으로 휘감아 올라가고 있었다. 수렛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맞은편으로 악휘봉에서 마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은티마을에서 올라가는 안부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다. 지형을 살펴보니 지난 번 마문봉을 갈 때에는 우측으로 가야 할 것을 좌측으로 갔기 때문에 길을 헤맨 것으로 판단되었다. 너무 엉뚱한 길로 들어선 것이었다. 이제는 마분봉, 악휘봉, 구왕봉, 희양산, 시루봉 산행에 관한 내용은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
▲ 시루봉 하산길에서 본 마분봉, 오른쪽에서 두 번째 봉우리
13:11 갈림길에 도착. 이 삼거리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시루봉으로 올라가게 되고 오른쪽으로 가면 구왕봉과 희양산으로 올라가게 된다. 지름티재도 오른쪽으로 가야한다.
▲ 시루봉과 희양산, 구왕봉 갈림길 삼거리, 왼쪽으로 가면 시루봉이 나온다
13:15 주차장에 도착. 아침보다 승용차가 많이 늘었으며 관광버스도 두 대나 서 있다. 토마토로 잠시 허기를 달랜 다음 왔던 길을 되짚어 청주에 도착하니 14시 30분이다. 희양산과 시루봉은 백두대간에 인접해 있기는 하지만 대간 코스에서는 10분 이상 벗어난 지점에 있다. 백두대간 종주를 하는 사람들은 과연 이 산들을 다녀 갈까 아니면 그냥 지나쳐 갈까?
'기획 산행 > 한국 100名山'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7.07.14. [한국 100名山 33] 경북 문경 주흘산 (0) | 2007.07.14 |
---|---|
2007.06.06. [한국 100名山 32] 충북 괴산 중대봉→대야산 (0) | 2007.06.06 |
2007.04.14. [한국 100名山 30] 경남 창녕 관룡산→화왕산 (0) | 2007.04.14 |
2007.02.10. [한국 100名山 29] 전북 순창 강천산 (0) | 2007.02.10 |
2007.02.08. [한국 100名山 28] 경남 통영 지리산 (0) | 2007.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