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묘소 방문
◈ 일시: 2025년 1월 18일 토요일 / 맑음
◈ 장소: 운곡리 선영 / 충북 괴산군 청안면 운곡2리
▲ 괴산군 청안면 운곡2리 선영
▲ 괴산군 청안면 운곡2리 선영
나는 아버지가 두 분이다. 나를 낳아준 아버지와 나를 길러준 아버지로, 두 분은 서로 형제 사이였다. 아버지 4형제 중에서 셋째가 첫아들을 낳자 첫째 형에게 양자로 보냈는데 그게 바로 나다. 기억이 없을 나이에 양자로 가서 중3 때 그 사실을 처음 알았지만, 크게 놀라지도 않았고 또한 생활의 변화도 전혀 없었다. 사실 양자 문제는 어른들이 한 결정이었고 내 의지와는 무관한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번복을 해서 되돌릴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이북 황해도가 고향인 양부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1.4 후퇴 때 34살의 나이로 동생 3명과 함께 이남으로 넘어오셨다. 뿔뿔이 흩어진 채로 남쪽으로 내려온 아버지 4형제는 휴전이 된 후 모두 생존하여 서로 수소문을 한 끝에 극적으로 서로 만나게 되었다. 이북에서 넘어올 때부터 이남에서 만날 때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과정이 얼마나 파란만장했는지 대하소설 한 권을 쓰고도 남을 정도다. 그렇게 양부는 공주, 생부는 괴산, 둘째와 넷째는 천안에서 터를 잡고 살다가 모두 돌아가셔서, 지금은 괴산군 청안면 운곡2리 선영에 나란히 누워계신다.
어제는 2015년에 돌아가신 양부의 기일이었다. 98세에 돌아가셨으니 장수하신 편이다. 양부는 이남에 내려온 후 국립공주결핵병원에 재직하시던 중, 대구 삼육학원으로 발령이 나서 7년 정도 근무하셨다. 직장에서 퇴직 후 대구와 증평에서 의류가게를 운영하시다 그만두고 집에서 죽 생활하셨다. 내가 초중고를 대구에서 다녔던 이유도 바로 아버지의 근무지 때문이었다. 오늘 양부의 무덤을 찾았다. 소주 한 잔 따라놓고 절 두 번 하고. 아버지 덕분에 제가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 괴산군 청안면 운곡2리 선영 [15:30]
▲ 괴산군 청안면 운곡2리 선영 [15:30]
▲ 선영에서 바라본 우리 집 [15:31]
▲ 양부 묘소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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