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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국내 行事

2024.12.28. [국내行事 162] 청주 율량동 청풍다감

by 사천거사 2024. 12. 28.

율량 부부 모임

◈ 일시: 2024년 12월 28일 토요일

◈ 장소: 청풍다감 / 충북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953
◈ 회원: 율량 세 부부 



오죽했으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두 사람을 꼽으라면 누가 뭐라고 해도 윤석렬이재명이다. 윤석렬은 현직 대통령으로 계엄을 선포한 것 때문에 내란죄로 국회에서 탄핵을 당해 업무가 정지된 상태이다. 야당 대표인 이재명은 대권에 도전하려는 꿈을 꾸고 있지만, 여러 개의 사법 리스크 중에서 공직선거법위반이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어 대선 출마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직을 지키려고 하는 자와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하는 자, 바로 윤석렬과 이재명이다. 이 두 사람은 '오죽했으면'이란 말과 인연을 맺고 있다. 사전에 보면 '오죽하다''정도가 매우 심하거나 대단하다'는 뜻으로 나와 있다.
 
이재명의 여러 개 사법 리스크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사법 리스크에 오죽했으면이란 말을 같다 붙이기에는 적절하지가 않다. 이재명의 오죽했으면은 형수 욕설과 관련이 있다. 때는 2014년 초, 이재명 성남시장이 셋째 형 이재선 씨의 아내 박인복 씨에게 욕설을 하면서 설전을 벌인 통화 녹취록이 유출되면서 빚어진 논란이다. 문제는 욕설의 수위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것, 여성의 거시기를 칼로 찢는다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이재명은 형보수지 찢재명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게 되었다.
 
이재명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형수에게 욕설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당시 친모에게 폭행과 폭언을 한 친형과 이를 편드는 형수에게 항의하는 과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재명은 자신의 가족사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하면서, 자신의 형 이재선이 성남시장인 자신의 공적 권한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려 해 이를 막으려다 형제간 갈등이 커졌다고 언급했다. 이재명의 옹호자들, 특히 개딸들은 오죽했으면 그런 욕설을 했겠느냐고 이재명을 감쌌다.
 
이재명과 대권 경쟁을 벌인 윤석렬은 정치적 경험이라고는 거의 없는 상태에서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성남시장에 경기도지사를 지낸 화려한 정치 경력의 이재명을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렬이 대통령 선거에서 이긴 것이다.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은, 유권자들이 윤석렬을 좋아했다기보다는 이재명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이재명의 발목을 잡은 것은 전과 4범, 형수 욕설, 그리고 사법 리스크였다.
 
정치가 뭔지도 모르는 윤석렬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정치 초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2023년 10월에 있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김태우를 공천한 것.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했던 김태우는 2018년 말 특감반과 관련한 의혹들을 폭로했고, 이 과정에서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언론 등을 통해 누설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상황에서도 2022년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해 강서구청장으로 당선됐지만, 2023년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직을 상실했다. 그런데 윤석렬이 김태우를 2023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3개월 만에 피선거권을 회복시켜 준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는 귀책사유 때문에 후보를 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윤석렬의 뜻에 따라 김태우를 강서구청장 후보로 공천하였지만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대패하고 말았다. 유권자들을 우습게 본 행태에 따른 아주 당연한 결과였다.
 
2024년 4월 총선. 김태우 사태를 바라본 국민들의 시각이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향하자 국민의힘은 한동훈을 내세워 정세의 전환을 꾀했다. 이 작전이 먹혀 들어가 초반에는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이기는 현상이 벌어졌다. 하지만 2023년 7월 벌어진 채수근 상병 사건의 외압 의혹 핵심 관련자인 이종섭 국방장관을 경질시키는 대신 호주대사로 임명한 일, 2024년 3월, 회칼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황상무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의 인사처리를 뭉기적거린 일 등이 연달아 터지면서 전세는 급변했고, 국민의힘은 개헌과 대통령 탄핵의 마지노선인 100석도 얻지 못할 정도로 추락하고 말았다.

사실, 2022년 3월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윤석렬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으로 있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인물인 조국, 추미애와 맞짱을 뜰 정도의 배포와 의기심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고구마보다 사이다를 더 좋아하는 국민들의 정서에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정치 문외한인 윤석렬이 정치의 달인인 이재명을 이길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윤석렬에게서 저 사람이면 정말 속 시원하게 하는 정치를 볼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 기대는 사정없이 무너졌다. 2022년 9월에 부인인 김건희가 자신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소에서 재미동포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 원 상당의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천 디올의 레이디 디올 WOC 파우치를 받은 사건이 드러났는데, 윤석렬은 이 사건을 제대로 해명하지 않고 그냥 덮으려고만 했다. 김태우, 이종섭, 황상무 사태에서 보여준 윤석렬의 정치적 판단은 제멋대로였고 시원한 사이다가 아니라 목을 꽉꽉 막히게 하는 고구마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채 상병 사건과 김건희 사건을 특검해야 한다고 계속 압박했지만 윤석렬은 요지부동이었다.
 
게다가 급등한 물가에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말도 안 되는 대파 가격을 운운했다가 현실을 전혀 모르는 대통령으로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여기에 돌파구를 마련해 보고자 시도했던 2024년 2월 의대정원 확대 정책은 많은 문제점만 도출시킨 채 아직도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이다. 이런저런 미숙한 정책 운영의 결과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대패하고 말았다. 한동훈의 촌철살인적 희생과 노력으로 개헌과 탄핵 저지선을 넘는 108석을 얻기는 했지만 윤석렬의 국정 운영에는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22대 국회가 열리면서 이재명이 대표로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쪽수를 앞세워서 채상병 사건 특검과 김건희 사건 특검을 계속 통과시키면서 윤석렬을 압박했고 이에 윤석렬은 계속 거부권으로 맞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작전을 바꾸어 탄핵이란 카드를 빼들었다. 탄핵 사유가 되든 안 되든 국회에서 일단 탄핵이 통과되면 6개월 동안 업무가 중지된다는 것을 노린 것이다. 대통령이 아니면 국회의원수 과반으로도 탄핵이 가능하기 때문에 192석을 차지한 야권에서 보면 그야말로 탄핵은 여반장보다 더 쉬운 일이었다.

그리하여 이재명을 비롯해서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한 수사와 판결을 내린 검사, 판사를 필두로 방통위원장, 감사원장 등을 탄핵하며 윤석렬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2025년도 예산안도 자신들 입맛에 맞게 바꾸어 통과시켜 버렸다. 윤석렬로서는 이 모두가 눈이 돌아갈 일이었다.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총선을 망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윤석렬은 이 모든 것을 더불어민주당의 탓으로 돌렸다. 더불어민주당이 자신의 국정 운영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철천지 원수가 되고 말았다.

2024년 12월 3일, 윤석렬은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극약처방으로 계엄을 선포했다. 극약처방이 뭔가, 몸에 맞으면 살지만 몸에 맞지 않으면 죽는 처방이다. 6시간 만에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난 계엄 선포의 파장은 엄청났다. 국내외적으로 탑뉴스가 되었고 국민들의 저항도 점점 더 강해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최대의 호기를 잡았다. 그동안 그렇게 탄핵을 시키고 싶었던 윤석렬이 내란죄에 해당하는 계엄 선포로 탄핵의 길을 열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12월 14일 윤석렬은 국회위원 204명의 찬성으로 탄핵이 통과되면서 업무가 중지되고 말았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비록 9번 만이지만 사법고시에 합격한 윤석렬이 과연 계엄 선포가 몰고 올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예상하지 못했다면 멍충이고 예상했었다면 또라이다. 한반도를 뒤흔든 계엄 선포는 현재, 윤석렬이 탄핵되고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관련 군 지휘관이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어느 정도 큰 불길은 잡힌 상태이다. 윤석렬은 자신의 계엄 선포가 더불어민주당의 폭주에 맞서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한 불가피한 행동이었다고 버티고 있다. 여기에 윤석렬 옹호자들은 윤석렬이 오죽했으면 계엄 선포를 했겠는가 하면서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문제는, 이재명의 형수 욕설에 대한 오죽했으면과 윤석렬의 계엄 선포에 대한 오죽했으면은 같은 말이지만 대상이 되는 사안의 중대성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형수 욕설은 사적인 일이며 도덕적인 사안이다. 이에 비해서 계엄 선포는 공적인 일이며 법적인 사안이다. 당연히 그 결과의 차이도 비교가 불가할 정도다. 오죽했어도 해야 될 일이 있고 하지 말아야 될 일이 있는 것이다.
 
윤석렬의 탄핵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선의 시계가 앞당겨졌다.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있는 이재명으로서는 결정적인 기회를 잡게 되었다.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대선이 치러지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하루빨리 대선 일정을 잡히게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대통령 권한대행인 국무총리 한덕수가 말을 잘 안 듣자 탄핵하고 더 나아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인 최상묵 경제부총리의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여권에서는 이렇다 할 대선 후보가 없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야권에서 독보적인 대선 후보인 이재명의 인기가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재명은 33~37%의 지지를 얻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나머지 60% 넘는 유권자들은 이재명을 찍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아니, 상황적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야 할 이재명인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국무총리, 대법관, 국회의원, 감사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한나라당 총재 등을 역임한 이회창이 생각난다. 이회창은 1997년 15대 대선과 2002년 16대 대선에서 김대중노무현에게 잇달아 패했다. 김대중과의 대결에서 패한 것은 이인재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정치 초보자인 노무현과의 대결에서 패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대선 패배의 여러 가지 원인 중에서, 끊임없이 이회창의 발목은 잡은 것은 바로 두 아들의 병역면제였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냄비 근성이 있어 엄청나게 중요한 일도 얼마 안 가서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다시 그 일을 되살려내는 뛰어난 재생 능력을 갖고 있는 민족이다. 사실, 정치 신인인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장본인은 이회창의 두 아들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지금의 이재명은 그 당시의 이회창과 데칼코마니라고 볼 수도 있다. 정치의 정 자도 모르는 윤석렬에게 패배한 이재명의 전과 4범, 형수 욕설, 사법리스크는 국민들의 머릿속에서 그리 쉽게 잊힐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대선 기일이 빨라져 대법원의 판결이 나기 전에 대선이 실시된다 하더라도, 이회창의 전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재명이 반드시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보장은 없다. 윤석렬의 오죽했으면은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구속을 당하게 만드는 지경에 이르게 하는 메가톤급이었다. 이에 비해 이재명의 오죽했으면은 어찌 보면 가정사에 불과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어떤 불이익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별 것 아닌 것 같은 오죽했으면이 어쩌면 앞으로 대통령 당락의 열쇠를 쥐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감히 말한다.
 
세상에는 해도 될 일이 있고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아무리 오죽해도, 해서는 안 될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17:20  2024년이 끝나가고 있다. 이제 3일 후에 청룡이 하늘로 올라가면 새롭게 푸른 뱀의 시대가 시작된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이하기 위해 율량 세 부부가 모였다. 모임 장소는 청주 율량동에 있는 청풍다감, 소고기 정육식당으로 이미 여러 번 방문했던 곳이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이층 식당으로 올라갔는데... 아니, 이게 뭐야! 그 넓은 식당에 손님이 가득하다. 경기나 엉망이니 안 좋으니 별별 말들이 많지만, 비용이 만만찮게 들어가는 소고기 식당이 만원이라니, 지독한 불경기라는 정치인들의 주장이 전혀 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다.
 
알맞게 잘 익은 소고기 맛은 일품이고, 회원들 사이에 오고 가는 대화는 명품이다. 지금 우리 나이에는 대과 없이 한 해를 보내는 것만도 복이다. 지금보다 무엇을 더 발전시키거나 향상시키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현상 유지만 하더라도 큰 복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특히 건강 쪽에서는 더 그렇다. 훈훈한 분위기의 회식을 마치고 마무리를 하기 위해 커피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따끈한 아메리카노가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청풍다감 상차림 [17:24]
 

▲ 맛있게 회식을 하고 청풍다감 출발 [19:08]
 

떡마마 카페에서 마무리 [1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