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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국내 行事

2024.11.17. [국내行事 144] 최후의 심판과 예수님의 선택

by 사천거사 2024. 11. 17.

사람의 아들은 자기가 선택한 이들을 사방에서 모을 것이다.

◈ 일시: 2024년 11월 17일 일요일 / 맑음

◈ 장소: 서운동성당 /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서운동 90-1
◈ 회원: 아내와 함께 



오늘은 연중 제33주일이며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2016년 11월 '자비의 희년'을 폐막하며 연중 제33주일을 '세계 가난한 이의 날'로 지내도록 선포하셨다. 이날 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의 모범을 보여 주신 예수님을 본받아, 모든 공동체와 그리스도인이 가난한 이들을 향한 자비와 연대, 형제애를 실천하도록 일깨우고 촉구한다.
 
오늘 복음 말씀을 보자.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그 무렵 큰 환난에 뒤이어 해는 어두워지고 달은 빛을 내지 않으며 별들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하늘의 세력들은 흔들릴 것이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은 천사들을 보내어, 자기가 선택한 이들을 땅끝에서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모을 것이다.
 
너희는 무화과나무를 보고 그 비유를 깨달아라. 어느덧 가지가 부드러워지고 잎이 돋으면 여름이 가까이 온 줄 알게 된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사람의 아들이 가까이 문 가까이 온 줄 알아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하늘과 땅이 사라질지라도 내 말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와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신다." -마르코 13,24-32-


오늘 17일은 연중 제33주일이며 다음 주일인 24일은 연중 제34주일로 천주교 교회력의 마지막 주일이다. 따라서 대림 제1주일인 12월 1일은 천주교 교회력을 볼 때 새해가 시작되는 날이다. 한 해의 끝자락인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세상의 종말에 관해서 말씀하신다.
 
큰 환난에 뒤이어 해는 어두워지고 달은 빛을 내지 않으며 별들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하늘의 세력들은 흔들릴 것이다.
 
이러한 표현을 묵시문학이라고 한다. 묵시문학은 기원전 200년경부터 기원후 100년경 사이에 유다교와 그리스도교에서 성행했던 사고와 표현방식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묵시문학은, 지금은 비록 악의 세력이 세상을 지배하고 의로운 사람들이 박해를 받고 있지만 때가 되면 역사의 참된 주관자이신 하느님께서 오셔서 악의 세력은 없애시고 의로운 사람들은 구원해 주실 거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즉, 세상의 종말과 함께 최후의 심판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세상의 종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모든 사람의 죽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세상의 종말이 오기 전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으므로 우리는 각자 나름대로의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삶이 끝나는 순간 바로 죽음이 시작되기 때문에 삶과 죽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이 세상에서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없는 우리는 늘 언젠가는 다가올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가야 한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최후의 심판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이 말은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다. 예전 로마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개선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를 뒤따라오게 하며 ‘메멘토 모리’를 외치도록 시켰다고 한다. 한껏 승리감에 도취된 개선장군에게 찬물을 끼얹는 소리지만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은 이렇게 개선가를 부르고 있지만 언젠가는 당신도 죽을 것이다. 그러니 너무 우쭐대지 말고 겸손하라’는 교훈을 심어주기 위한 행동이었던 것이다.
 
누구는 부를 축적하는 것으로, 누구는 권력을 누리는 것으로, 누구는 이름을 알리는 것으로 성공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제아무리 엄청난 부와 명예와 권력을 가졌던 사람일지라도 죽을 때는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역사를 뒤흔들었던 제왕들도, 굴지의 기업을 이끌며 부를 거머쥐었던 기업가들도 살아생전 소유하던 것을 가지고 가지 못했다. 태어날 때 빈손으로 왔듯이 죽을 때도 빈손으로 간다. 한평생 쌓아온 공과 업적을 영원히 가지지 못하는 것은 불변이요 불가항력적인 법칙이다. 고대 이스라엘 왕조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솔로몬은 세상의 모든 것을 가졌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깨달은 것이 바로 ‘메멘토 모리’였다.



다시 복음 내용으로 돌아가보자.
 
그때에 사람의 아들은 천사들을 보내어, 자기가 선택한 이들을 땅끝에서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모을 것이다.
 
세상의 종말이 가까워지면 사람의 아들 곧 예수님께서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다시 오시어 그분이 선택한 이들을 사방에서 모으실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때를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깨어 기다리라는 것이 종말에 관한 예수님 가르침의 핵심이다. 그러면 종말을 준비하며 깨어 기다리는 구체적인 모습은 어떤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이미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담겨 있다. 반대로 깨어있지 못한 삶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에서 마치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는 듯 살아가는 태도를 말한다. 

종말에 완성될 하느님 나라를 희망하는 우리는 그날을 기다리며 ‘지금 여기’에서 깨어있는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일상의 만남과 사건들에 담겨 있는 하느님 뜻을 찾고 실천하는 노력, 그리고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예수님 말씀을 실천하는 애덕의 행위가 바로 깨어 있는 신앙인의 자세라고 보아야 한다. 이렇게 볼 때  '메멘토 모리'에 들어 있는 참된 의미는 바로, 언제 종말이 올지 모르니 깨어 있는 신앙인의 자세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청주 서운동성당 [10:02]
 

▲ 서운동성당 성모동굴 [10:02]
 

▲ 미사가 끝났어요 [11:42]
 

▲ 성당 화단에 피어 있는 장미꽃 [11:44]
 

성모동굴 앞에서 [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