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담그기
◈ 일시: 2023년 11월 27일 월요일
◈ 장소: 우리 집
06:40 김장철이다. 우선 김장이라는 제목의 동요를 한번 살펴보자.
김장을 담그려면 내가 있어야죠
싱싱하고 파란 배추가 있어야죠
배추가 있어도 내가 있어야죠
싱싱하고 빨간 고추가 있어야죠
고추가 있어도 내가 있어야죠
싱싱하고 하얀 마늘이 있어야죠
모두 다 있어야죠 김장을 담그려면
배추 고추 마늘 모두 다 있어야죠
동요에 나오는 대로 배추, 고추, 마늘만으로 김장을 담글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김장을 하는 데에는 이 세 가지는 기본이고 훨씬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쪽파, 미나리, 무, 갓 등의 채소와 굴, 새우 등의 해산물에 육수와 젓갈도 준비해야 한다. 물론, 김치의 제조방법이 지역마다, 가정마다 다르기 때문에 준비해야 할 재료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배추를 직접 구입해서 소금에 절였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판매용 절임배추를 사용한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우리 집은 작년까지만 해도 20kg짜리 절임배추 4박스를 담갔는데 올해는 3박스로 줄였다. 절임배추는 김장 담그기 전에 2시간 정도 소금물을 빼는 게 좋다. 기본 재료 준비가 다 되어 양념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간다. 내가 맡은 역할은 쪽파, 미나리, 무, 갓 썰기. 한 마디로 말해서 단순노동이다.
▲ 김치 소에 사용될 골파, 무우 등 준비 [06:45]
▲ 쪽파 썰기에 돌입 [06:45]
▲ 뿌리 부분은 가늘게 쪼개고 [06:57]
▲ 절임배추 소금물을 빼는 중 [06:58]
▲ 아내는 무엇을 하시나? [06:58]
▲ 쪽파 썰기 [07:00]
▲ 미나리 썰기 [07:10]
▲ 무 썰기 [07:55]
▲ 아내는 기본 양념 만드는 중 [07:55]
08:52 아내가 만든 기본 양념에 내가 썰어놓은 채소 재료를 넣고 버무리는 작업, 오늘 김장 담그는 전체 과정에서 가장 힘든 일이다. 우리나라 김장의 기원은 알 수 없으나, 문헌상으로는 고려시대의 이규보(1168~1241)가 쓴 시에 무를 장에 담그거나, 소금에 절인다는 내용으로 김장이 언급되어 있고, 지금과 같이 초겨울에 김치를 담근 기록은 19세기 문헌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고 한다.
▲ 기본 양념에 채소 썰은 것은 넣고 버무려야 한다 [08:52]
▲ 갓 썰기 [08:52]
▲ 김장 양념이 다 만들어졌다 [09:39]
▲ 절임배추와 김장 양념을 한 곳으로 이동 [09:39]
▲ 절임배추와 김장 양념 준비 완료 [09:40]
09:50 준비 완료, 드디어 본격적으로 절인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는 작업에 들어간다. 배추 잎 사이사이에 양념을 잘 버무려 넣어야 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버무려야 할 배추가 줄어들고 덩달아서 양념도 줄어든다. 아내와 마주 보며 김치를 담그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제주에 사는 아들네에게 보낼 것 2박스, 딸네에게 보낼 것 3통, 나머지는 우리 것. 이제는 겉절이를 버무릴 차례다.
2013년 12월 5일, 제8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김장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김장을 위해 모이고,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행위가 인류가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산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치는 단순한 발효채소가 아니라 젓갈류, 양념, 향신료 등이 가미된 우리 고유의 복합 발효식품으로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조상의 지혜와 슬기가 결합된 걸작품이다. 이제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김치를 즐겨 먹고 있다.
▲ 절임배추에 김장 양념을 버무리는 작업 [10:11]
▲ 오른쪽은 내가 버무리는 자리 [10:11]
▲ 제주에 사는 아들네에게 보낼 김치 2박스 [12:41]
▲ 딸네집에 보낼 김치 3통 [12:43]
▲ 우리가 먹을 김치 [12:45]
▲ 겉절이를 마감하는 중 [12:45]
13:30 이사하는 날에는 짜장면을 먹어야 하듯이 김장하는 날에는 수육이 빠질 수 없다. 돼지 삼겹살과 아롱사태를 삶아 금방 버무린 겉절이와 함께 먹는 맛은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에 신선한 굴을 곁들이면 맛이 배가된다.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소주 한 잔을 들이켠 후 겉절이에 싼 수육 한 첨을 입에 넣고 씹는 맛이란, 두 말이 필요 없다.
▲ 김장의 백미는 역시 수육과 생굴, 그리고 겉절이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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