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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국내 行事

2023.11.10. [국내行事 44] 어머니 장례식

by 사천거사 2023. 11. 24.

어머니 장례식

◈ 일시: 2023년 11월 10일 금요일~14일 화요일
◈ 장소: 괴산 성모병원 / 청주 성모병원 장례식장 / 청주 목련공원 목련원 / 운곡리 선영 /
           충북 괴산-청주-괴산 


▲ 괴산 성모병원: 괴산군 괴산읍 서부리 752-2
 

▲ 청주 성모병원: 청주시 청원구 주중동 589-5

 

▲ 청주 목련공원 목련원: 청주시 상당구 월오동 55

 

▲ 충북 괴산군 청안면 운곡리 선영


2023년 11월 10일 금요일


12:15  어머니가 입소해 계시는 요양원 사무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어머니가 며칠 전부터 숨이 차다는 말씀을 자꾸 하셔서 괴산 성모병원에 진료를 의뢰했으니 병원에서 연락을 할 거라는 내용이었다. 이전에도 폐렴에 걸려 청주 성모병원에서 2주일 넘게 입원하며 치료를 받으신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런 건가. 나이 든 분이 폐렴에 걸리면 거의 다 돌아가신다는데... 걱정이 앞선다.   


12:48  괴산 성모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 상태가 위중하니 빨리 와보는 게 좋겠다고 한다. 서울에 사는 동생들과 아내에게 소식을 전하고 서둘러서 병원으로 가고 있는데 다시 독촉 전화가 왔다. 가능하면 빨리 오라고. 이거 어머니 임종도 못 보는 거 아냐.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에 들렀더니 내과에 가서 담당의사를 만나보란다. 엑스레이 사진을 가리키며 담당의사가 설명하는 내용: 폐 한쪽은 기능이 거의 상실된 상태고 다른 한쪽이 폐렴에 걸렸는데 현재 혼수상태다. 폐렴 치료는 하고 있지만 돌아가실 시간이 가까워진 것 같다.

일단 연명치료는 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작성하고 어머니를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겼다. 어머니 머리 위에  설치되어 있는 모니터의 숫자가 오르락내리락한다. 손을 잡아보니 거의 얼음장 수준이다. 살아 있는 사람의 손이 이렇게 차가울 수가 있나. 서울에 사는 막냇동생이 오고 이어서 첫째 동생 부부가 내려왔다. 곧 돌아가실 거라는 의사의 말과는 달리 어머니는 계속 그렇고 그런 상태. 사람의 목숨이 쉽게 끊어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18:00  저녁시간이 되어 시내에 있는 서울식당에서 올갱이 해장국으로 저녁을 먹고 돌아오자 얼마 후 둘째 부부가 서울서 내려왔다. 강릉에 사는 여동생은 어머니 임종 후에 연락을 하면 오라고 일러두었다. 8시 의사 회진, 오늘밤을 넘기기 힘들 거라고 한다. 글쎄요, 사람 목숨이 그리 만만치 않을 텐데요. 이전에 양아버지가 돌아가실 때에는 혼수상태가 나흘이나 지속된 적도 있다.

날씨가 엄청 추워졌다. 자동차 안에서 히터를 틀고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해야 할 정도다. 자동차 계기판에 나타난 온도는 영하 1도. 휴대폰 충전을 마치고 차에서 내려 병원으로 돌아오는데 오한이 날 정도로 몸이 덜덜 떨렸다. 병원에는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첫째와 둘째 부부는 모텔로 가고 막내와 나는 병원에서 의자에 앉아 대기.


▲ 괴산 성모병원 [22:42]


2023년 11월 11일 토요일

 
01:10  세상 조용하다. 낮시간에 왁자지껄하던 병원이 이렇게 밤이 되면 깊은 산속에 있는 절간처럼 조용해지는 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환자들이 낮에는 아프고 밤에는 안 아픈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추운 거야. 난방을 하는 병원 안도 춥다. 챙겨온 옷이 없어 얇은 옷으로 그냥 버텨야 하는데 정말 춥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인 것 같다.
 
05:00  자다깨다 보니 아침이 돌아왔다. 어머니는 밤새 안녕하신가 보다. 병실에 들러 수치를 살펴보니 많이 호전된 것 같다. 그런데 알 수 없다. 언제 악화될지. 아내가 돌아가시기 전에 어머니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고 해서 일단 청주로 가서 아내를 데려왔다. 우리가 해드릴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 그저 기다릴 뿐. 그런데... 모니터 수치가 거의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며 어머니가 사람을 알아볼 정도로 의식을 회복하시는 게 아닌가. 임종하기 전에 의식이 한번 돌아온다고 하는데 그런 건가? 어쨌든 금방 돌아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아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 일단 동생들에게 서울로 가서 대기하라고 했다.


▲ 적막이 감도는 괴산 성모병원 [01:19]

 

▲ 아직 깨어나지 않은 성모병원 [04:45]

 

▲ 아내를 데리러 청주 아파트로 왔다 [07:33]

 

▲ 어머니의 의식이 돌아왔다 [09:49]

 

▲ 여전히 의식을 차리고 있는 어머니 [11:17]

 

▲ 모니터에 나타난 수치는 거의 정상이다 [11:19]
 

▲ 의식을 차리신 어머니 모습 [11:30]


12:00  아내가 낮시간을 지키기로 하고 나도 일단 집으로 왔다. 점심을 차려먹고 깜박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저녁 때다. 부랴부랴 간단한 짐을 챙겨 병원으로 와 아내를 증평까지 데려다 준 후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아내가 병원 측에 영양제를 놔달라고 부탁을 했단다. 돌아가실 분에게 영양제가 무슨 필요가 있겠냐만 혹시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어머니는 여전하시다. 사람을 알아보고 간단한 말도 할 수 있으신 모양이다. 나도 알아보신다.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우렁된장찌개에 소주 한 병, 술이 술맛이 아니다. 다시 병원으로 간다.

19:55  의식이 돌아오니 고통이 찾아오는 모양이다. 간병인이 힘들어? 한 마디 했는데 그 이후로는 계속 힘들어고만 하신다. 당연히 힘드시겠지, 그 고통을 누가 알겠습니까. 중환자실에 있는 5명의 환자들, 모두 나름대로 사연이 있겠지만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참 안쓰럽다. 그래도 나름대로 한평생을 살아온 분들인데. 산소포화도 수치가 70대를 나타내고 있다. 90대가 정상이라는데 폐기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막냇동생이 내일 오겠다고 한다. 서울서 내려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닐진대, 그러라고 했다. 어머니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고통이었다. 병실에서 나와 1층 진료실 앞에 있는 긴 의자에 누웠다. 좁은 공간이라 낙상의 위험이 있지만 다른 마땅한 곳이 없다. 술기운을 빌려 잠을 청해 본다. 비몽사몽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 청주 아파트에서 다시 병원으로 출발 [16:56]

 

▲ 저녁을 먹은 장금이밥상 식당 [19:05]

 

▲ 우렁된장찌개에 소수 한 병 [19:17]

 

▲ 길 옆에 있는 조형물 야경 [19:46]

 

▲ 혈압은 정상인데 산소포화도 수치가 72 [20:32]


2023년 11월 12일 일요일  

 
05:18  잠에서 깼다. 옷을 두툼하게 입은 탓에 별로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영하 6도란다. 가을이 가는 둥 마는 둥 겨울이 찾아왔네. 병실에 들렀다. 밤사이에 어머니는 다시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산소포화도 수치가 60대로 떨어졌다. 폐기능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증거다. 노인 질환에서 폐렴이 오면 거의 회복불능이라고 한다. 어쩌겠나, 받아들여야지.

08:13  나와 교대를 하기 위해 시내버스를 타고 온 아내를 증평에서 만나 병원으로 데려온 후 나는 집으로 왔다. 샤워를 하고 막 늦은 아침을 먹으려고 하는데 아내가 어머니께서 10시 30분에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해왔다. 이런!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운명하셨네. 임종 자식은 따로 있다더니, 양아버지가 돌아가실 때에도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아내가 임종을 지켰는데 이번 어머니 임종도 아내가 지켰네.

 
11:20  동생들에게 임종 소식을 알리고 괴산 성모병원으로 달려갔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하얀 천에 덮여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니 저절로 눈 앞이 그냥 흐려진다. 청주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연락해 보니 비어 있는 빈소가 딱 하나 남아 있었다. 예약. 미리 들어 놓은 예다함 상조회사에 연락을 했다. 장례식장은 청주 성모병원, 장지는 괴산군 청안면 운곡리 선영, 화장 처리 등을 알려주고 사망진단서를 발급 받은 후 어머니 시신 운구 차량을 따라 청주를 향하여 달려간다.


▲ 산소포화도 수치가 60대로 떨어졌다 [05:20]

 

▲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어머니 [05:20]

 

▲ 자동차가 강추위에 얼어붙었다 [08:59]

 

▲ 아내를 다시 병원으로 데려왔다 [08:59]
 

▲ 산소포화도 수치가 사라졌다 [10:30]
 

▲ 어머니 사망진단서: 사인은 폐렴 [11:20]

 

▲ 하얀 천에 싸여 있는 어머니 시신 [11:24]

 

▲ 어머니 시신을 운구할 차량 [11:36]


12:35  청주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도착. 장례식장 측, 예다함 측과 구체적인 사항 계약을 마치고 나니 동생들이 속속 도착했다. 휴대폰으로 지인들에게 부고장을 보내고 나자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온다. 앞으로 3일을 잘 버텨야 할 텐데... 그때 장례지도 실장님이 하는 말: 화장장을 알아보니, 청주목련원세종은하수공원은 아예 자리가 없고 대전정수원에 딱 한 자리가 있는데 그게 오후 3시 30분이란다. 그렇다면 빨라야 6시에 장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말인데 깜깜한 밤에 장례를 치루어야 한다는 말인가? 실장님이, 청주목련원에 취소 자리가 나면 알려달라고 해놓았으니 일단 기다려보자고 한다. 방법 없네.
 
시간이 지나면서 조화가 계속 도착하고 저녁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조문객도 띄엄띄엄 찾아오기 시작한다. 저녁시간이 되자 조문객들도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90 평생을 사시면서 4남 1녀 5남매를 두셨다. 모두 성혼을 했고 11명의 손자 손녀가 태어났다. 시골에서 억척같이 농사를 지으면서 자식 3명을 서울에 있는 사립대학을 보냈고 한 명은 청주에 있는 대학을 보냈다. 그 시절에 우리 마을에서 자식을 대학에 보낸 집은 우리 집 밖에 없었다.


▲ 청주 성모병원 장례식장 어머니 빈소 [17:21]
 

▲ 지금은 조문객이 없는 시간 [17:34]


2023년 11월 13일 월요일  

 
01:00  한밤중의 장례식장은 적막에 싸여 있다. 지난밤 괴산 성모병원도 밤중에는 그랬다. 산 사람이 있는 곳이든, 아픈 사람이 있는 곳이든, 죽은 사람이 있는 곳이든 밤에는 똑같이 고요하다. 오후 3시에 어머니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입관 의식을 치루었다.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청주 목련원에 자리가 났단다. 그것도 아침 7시 30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자식들 고생할까 봐 도와주신 모양이다.
 
점심시간부터 찾아오기 시작한 조문객이 저녁시간에는 절정을 이루었다. 장례식장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는데, 밤 10시가 넘어서자 조문객의 방문이 뚝 끊어졌다. 지극히 긍정적인 현상이다. 예전에는 상가에서 고스톱을 치면서 밤을 새우는 게 일상적인 일이라 상주들도 덩달아 밤을 새우는 경우가 많았는데 말이다. 어머니가 병원에서 딱 3일 앓고 돌아가신 것도 우리에게는 크나 큰 복이었다. 그만큼 자식들이 고생을 덜 하게 해 주신 것이다.


▲ 한밤중 접대실 모습 [01:19]

 

▲ 가족 안내판 [07:52]

 

▲ 70여개의 화환이 들어왔다 [07:53]

 

▲ 휴게실에서 [07:54]

 

▲ 테이블을 가득 채운 조문객들 [19:40]


2023년 11월 14일 화요일  

 
04:30  발인일이다. 7시 30분이 화장시간이라 5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발인제를 올린 후 청주시 월오동에 있는 목련공원 목련원으로 이동을 했다. 청주시 목련공원은 청주시 상당구에 위치한 화장장, 공동묘지, 장례식장, 봉안당이 모여있는 추모시설이다. 전국평균 화장률이 90%가 넘다 보니 화장시설이 부족해서 4일장을 지내거나 매장을 하는 경우까지도 있다고 한다. 2시간 정도 걸려 화장 절차가 모두 끝이 났다. 어머니는 작은 항아리에 반쯤 담긴 뼛가루로 변신을 하셨다.


▲ 발인일에 마지막으로 바라본 빈소 [04:51]

 

▲ 가족들 아침 식사 [05:51]

 

▲ 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운구 [06:30]

 

▲ 운구 차량에 시신을 실었다 [06:31]
 

▲ 목련공원 목련원에서 대기 [06:53]

 

▲ 청주 목련공원 목련원에서 운구 준비
 

▲ 목련원 화장로 쪽으로 운구

 

▲ 화장로로 들어가는 모습
 

▲ 화장이 모두 끝났나 보다

 

운곡리 선영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탑승 [09:12]


09:55  충북 괴산군 청안면 운곡리에 있는 선영에 도착했다. 이북에서 1.4후퇴 때 월남하신 아버지 4형제와 큰 어머니 두 분이 묻혀 있는 곳이다. 포클레인으로 작업을 하고 유골함을 묻고 흙을 덮고 봉분에 잔디를 입힌 후 봉분제를 지내는 것으로 공식적인 장례절차는 모두 끝이 났다. 청주로 돌아와 가족 모두가 함지박에서 소머리국밥으로 점심을 먹은 후 서로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숨 가빴던 5일 동안의 인륜지대사는 이렇게 끝이 났다.


▲ 운곡리 선영에 도착 [09:55] 

 

▲ 묘지 작업 중 [09:57]

 

▲ 마지막으로 유골함을 한 번씩 만져본다 [10:24]
 

▲ 무덤 안에 유골함 안치

 

▲ 무덤에 흙을 채우고 있다

 

무덤에 흙을 채우고 있다 [10:28]
 

무덤에 흙을 채우고 있다

 

▲ 봉분에 잔디를 덮고 있다 [11:22]
 

봉분에 잔디를 덮고 있다

 

▲ 봉분제를 지내고 있다

 

봉분제를 지내고 있다 [11:40]

 

▲ 청주 율량동 함지박에서 가족들 점심 식사 [13:19]


18:40  아들 가족은 제주에 살고 있어 평소에는 육지에 오기 힘든 상황, 이번에는 할머니 장례식에 참가하기 위해 가족 모두가 출동했다. 오늘밤을 집에서 보내고 내일 제주로 돌아간다고 해서 아들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손녀 아이들의 소고기가 먹고 싶다는 말에 용담동에 있는 한우전문식당 육화담길을 찾아갔다. 주문한 메뉴는 우대갈비, 가격은 조금 있지만 맛은 아주 좋다. 얘들아 많이 먹어라. 일년에 몇 번 못 보는 아이들이니 어찌 정이 가지 않겠는가. 


▲ 청주 용담동에 있는 한우전문식당 육화담길 [18:43]

 

▲ 육화담길에서 [18:44]

 

▲ 육화담길에서 [18:44]

 

▲ 주문한 메뉴는 우대갈비 [19:03]

 

▲ 소의 꽃갈비 부위를 손질한 우대갈비 [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