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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 길

2017.04.14. [산티아고 순례길 2] 마드리드→생 장 피에 드 포르

by 사천거사 2017. 4. 14.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2

 

일시: 2017년 4 14일 금요일 맑음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스페인

 코스: 마드리드 → 팜플로나  생 장 피에 드 포르

 회원: 5




05:00   오늘은 마드리드를 떠나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출발지인 프랑스의 생 장 피에 드 포르까지 버스로 이동을 하는 날이다. 새벽 2시에 눈이 떴다. 한국 시각으로는 오전 9시다. 세상은 조용하고 할 일은 없다. 휴대전화를 켰다. 영국 쓰리(Three)사에서 생산한 데이터 용량 3GB, 사용기간 90일 짜리 유럽유심칩을 구입해 비행기 안에서 기존 유심과 교체했기 때문에, 이제부터 통신은 카카오톡이나 보이스톡으로만 가능하고 일반전화나 문자는 사용할 수 없다. 


와이파이를 이용해 인터넷 검색을 한참 하다 별로 재미가 없어 휴대전화를 던져놓고 다시 눈을 감았으나 잠이 제대로 올리가 없다. 온갖 상념에 사로잡혀 몸만 뒤척거리다 5시 쯤에 일어났다. 어제 미리 사두었던 빵과 음료수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6시 40분 경에 호텔 문을 나섰다. 밖은 캄캄하다. 구글맵 내비게이션을 작동시킨 후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버스 터미널의 규모는 엄청나게 컸다. 어디서 어떻게 버스를 타야 하는지 잘 몰라 몇 군데를 돌아다니며 문의를 했더니, 한국에서 인쇄해 간 예매표는 티켓으로 교환할 필요가 없으니 그냥 타라고 한다. 1층 28번 승강장에서 팜플로나로 가는 PLM 버스에 올랐다.


▲ 어제 구입한 식품으로 아침 해결 [05:46]


▲ 하룻밤을 묵은 AC 호텔 출발 [06:42]


▲ 마드리드 버스 터미널을 향하여 [06:49]


▲ 팜플로나 가는 버스 예매표: 1층 28 승강장 [07:00]


▲ 대합실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팀원들 [07:06]


▲ 팜플로나로 가는 PLM 버스 [07:17]


07:30   버스가 출발했다. 목적지인 팜플로나 도착 시각이 오후 1시 15분이니 이동 시간은 5시간 45분이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버스에 탄 손님은 우리를 포함해 15명 정도, 굳이 예매를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이 버스는 속도 빠른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있었다. 마드리드 시내를 통과하면서 구름 많은 하늘에 붉은 해가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마드리드 시내를 벗어나자 도로 양쪽으로 넓은 평원이 펼쳐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밀밭, 푸른 밀밭이 평원을 덮고 있었다.


끊임없이 모습이 변하는 우리나라의 풍경을 동적인 풍경이라고 한다면, 계속 넓은 평원만 펼쳐져 있는 스페인의 풍경은 정적인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10시, 버스가 고속도로를 벗어나 왕복 2차로 도로에 진입했다. 도로 옆으로 주택들이 많이 보인다. 잠시 후 도로 옆을 걸어가는 순례자들이 차창 밖으로 보였다. 밀밭 사이로 줄을 지어 걸어가는 순례자들을 보자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며칠 후에는 우리도 저 순례자들처럼 저 길을 걸어가고 있겠지.


버스는 우리들이 까미노를 걸을 때 하룻밤을 묵을 산토 도밍고, 나헤라를 거쳐 로그로냐 정류장에 잠시 멈추어 섰다. 버스에서 내려 물 3병을 구입하고 화장실에 다녀오는데 팀원들이 빨리 타라고 손짓을 한다. 아니 어째서 이놈의 버스는 몇 시간 동안 화장실 갈 시간도 주지 않고 계속 달리기만 한단 말이냐. 그랬다. 그 버스는 실내에 화장실이 있었다. 그걸 몰랐네. 로그로냐 출발, 다른 승객들이 모두 내려 58인승 버스에 달랑 우리 팀 5명만 남았다. 창밖으로 까미노를 걷고 있는 순례자들이 또 보인다.  


▲ 차창 밖 풍경: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평원 [08:53]


▲ 차창 밖 풍경: 자전거 순례자들 [10:24]


▲ 차창 밖 풍경: 벨로라도 거리 [10:36]


▲ 차창 밖 풍경: 산토 도밍고 거리 [10:52]


▲ 차창 밖 풍경: 로그로냐 거리 [11:39]


▲ 로그로냐 버스 정류장 [11:46]


▲ 58인승 버스에 승객은 우리 팀 5명이 전부 [12:07]


▲ 차창 밖 풍경: 멀리 까미노를 걸어가는 순례자가 보인다 [12:13]


▲ 유채꽃밭 뒤로 보이는 그림같은 마을 [12:14]


▲ 차창 밖 풍경:  이름 모르는 도시 거리 [12:32]


▲ 팜플로나 시내 진입 [12:51]


13:10   긴 시간 끝에 팜플로나 버스 터미널에 버스가 도착했다. 여기서 2시 30분에 출발하는 ALSA 버스를 타고 프랑스 생 장 피에 드 포르까지 가야 한다. 어디서 어떻게 ALSA 버스를 타는지 몰라 한국에서 예매한 표를 안내 데스크와 매표창구에 보여주며 문의를 했더니 두 군데 모두에서 '파이브 투 트웰브'라고만 응답을 한다. 무슨 소린가? 나중에 알고 보니, 5에서 12번 승강강 중 한 군데에 버스가 들어오니 그곳에서 버스를 타라는 말이었다. 그것 참, 해석하기 힘드네.


버스 타는 곳을 알았으니 일단 점심을 먹기로 했다. 마침 터미널 안에 식당이 있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처음에는 간단히 햄버거 정도를 먹으려고 했으나 치킨(chicken), 포크(pork) 등이 적힌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시간적 여유도 있고 해서 어떤 요리인지도 모르면서 한번 시켜보았다. 생전 처음 먹어 보는 스페인 요리맛은? 우리나라 음식맛과 거의 다름이 없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스페인 식당에서의 음식 메뉴 선택은 까미노를 걷는 내내 우리에게는 늘 심각한 문제였다.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 아메리카노 커피를 한 잔 마셨더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대합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생 장으로 가는 ALSA 버스에 올랐다. 2시 30분 버스 출발, 승객 중에는 등산 복장을 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대부분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 생 장으로 가는 사람들일 게다. 왕복 2차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려 수비리를 통과한 버스가 산을 하나 넘어 간다. 피레네 산맥을 넘어가는 길인 모양이다. 피레네 산맥을 넘으니 바로 프랑스 생 장이다.


▲ 팜플로나 버스 터미널에 있는 식당 [13:13]


▲ 팜플로나 버스 터미널 안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 [13:20]


▲ 점심으로 먹은 돼지고기 요리 [13:21]


▲ 생 장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14:16]


▲ 팜플로나에서 생 장으로 가는 ALSA 버스 [14:19]


▲ 차창 밖 풍경: 꽃이 피어 있는 푸른 초원 [15:18]


▲ 차창 밖 풍경: 피레네 산맥을 넘어오는 도로 [15:40]


▲ 생 장 거리 풍경 [16:11]


16:12   까미노 출발지점인 프랑스 생 장 피에 드 포르에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거리에 들어서니 배낭을 맨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물론 대부분이 내일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에 나설 사람들이다. 생 장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순례자 사무실에 들러 크레덴샬(Credencial: 순례 여권)을 발급받는 일이다. 크레덴샬은 순례자 숙소인 알베르게(Albergue)에 묵을 수 있는 순례자 증명서다. 말도 잘 통하지 않고 해서 그냥 배낭을 맨 사람들을 따라 언덕을 올라갔더니 길 왼쪽으로 순례자 사무실이 보였다.


사무실 안에 들어가 순서를 기다린 후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고 크레덴샬을 발급받았다. 발급비용 2유로. 기부금 1유로를 내고 배낭에 매달고 다닐 가리비 껍질도 하나 집어들었다. 까미노 순례자의 상징이자 길안내 표지로도 사용되는 가리비 껍질은 까미노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예전에 순례자들이 생 장에서 까미노 걷기를 시작해 산티아고를 거친 후 다시 땅끝 마을인 피스테라에 도착하여 바닷가에 널려 있는 가리비 껍질을 주워 배낭에 매달고 돌아온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무실을 나와 오늘밤을 묵을 공립 알베르게를 찾아갔다. 생 장에 있는 공립 알베르게는 사무실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 위 왼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알베르게는 순례자들이 저렴하게 묵을 수 있는 숙소를 말하는데, 공립과 사립이 있고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곳도 있다. 일반적으로 공립이 사립보다 가격면에서 유리하다. 알베르게는 수 명에서 수십 명까지 한 방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며 방에는 순례자들이 사용 할 이층 침대가 설치되어 있다. 알베르게 접수처에 크레덴샬과 여권을 보여주고 방과 침대를 배정받았다. 사용료 10유로. 배정 받은 침대에 배낭을 내려놓는 순간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 아! 이제부터 정말로 순례길 걷기가 시작되는구나!  


▲ 생 장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렸다 [16:13]


▲ 생 장 거리 풍경 [16:18]


▲ 스페인 문(La porte d'Espagne) [16:21]


▲ 길 왼쪽에 있는 순례자 사무실 입구 [16:25]


▲ 크레덴샬을 발급받고 있는 순례자들 [16:27]


▲ 공립 알베르게를 향하여 [16:46]


▲ 생 장에 있는 공립 알베르게 입구 [16:47]


▲ 알베르게 창밖으로 보이는 생 장 마을 풍경 [17:06]


▲ 이층 침대가 설치되어 있는 알베르게 [17:16]


17:50   시간도 그렇고 해서 시내구경도 할 겸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생 장은 그리 큰 도시가 아니라서 한 바퀴 둘러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 노트르담 성당과 이웃해 있는 스페인 문을 지나면 생 장 시내를 흘러가는 나이브 강이 나온다. 플로께 광장에서 바라보는 나이브 강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내일 피레네 산맥을 넘으며 먹을 빵과 오렌지, 요구르트, 사과, 물 등을 구입한 후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들어갔다.


까미노가 지나가는 곳에 있는 있는 식당에는 거의 대부분 '순례자 메뉴'라는 것이 있다. 순례자 메뉴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채, 메인 요리, 디저트가 바로 그것이다. 각 부분은 다시 서너 가지 종류의 요리로 구성되어 있어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이 선택의 문제가 만만치 않다. 영어로 작성된 메뉴는 그런대로 무슨 요리인지 짐작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대충 찍는 수밖에 없다. 순례자 메뉴에는 바게트 빵과 포도주가 무료로 제공된다. 가격은 식당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개 10유로 정도로 보면 된다. 이곳은 12유로.


애피타이저 역할을 하는 전채로 혼합 샐러드(mixed salad), 메인 요리로 치킨을 시켰다. 물론 다른 팀원들은 나름대로 다른 음식을 시켰다.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은 바게트 빵과 레드 와인이다. 와인 맛은 일품이었다. 혼합 샐러드가 나왔다. 배추, 오이, 토마토 등의 채소에 통조림 참치를 곁들였다. 양이 엄청나다. 올리브 기름과 식초를 부어 섞어 먹었는데 샐러드만 먹었는 데도 배가 부르다. 전채를 다 먹어야 메인 요리가 나온다. 닭고기 요리가 나왔다. 배가 불렀지만 다 먹었다. 내일 피레네 산맥을 넘으려면 많이 먹어야 한다. 디저트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나니 배가 엄청나게 부르다. 정말 오랜만에 포식을 했다.


▲ 알베르게 옆 등나무에 꽃이 피었다 [17:53]


▲ 생 장 시내를 흐르는 나이브(Nive) 강 [18:03]


▲ 생 장 시내를 흐르는 나이브(Nive) 강 [18:21]


▲ 생 장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 [18:23]


▲ 생 장 중심 거리(Rue de la Citadelle) [18:31]


▲ 내일 점심으로 먹을 빵 구입 [18:41]


▲ 식당에서 순례자 메뉴를 기다리며 [19:11]


▲ 순례자 메뉴 전채: 혼합 샐러드 [19:21]


▲ 순례자 메뉴 메인: 닭고기 요리 [19:30]


20:13   저녁을 먹고 알베르게로 돌아오는 길, 서머타임이 적용되어 그런지 날은 환한데 불빛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생 장은 까미노의 출발지인 만큼 도시 전체가 순례자 위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식당도 그렇고, 기념품 가게도 그렇고, 숙박업소도 그렇다. 알베르게로 돌아와 잠시 숨을 돌린 후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성채 전망대에 올랐다.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의 전쟁에서 전략 요충지였던 생 장에 쌓았던 성채로 지금은 역사적 기념물로 남아 있고 성채 안에는 중학교가 자리잡고 있다.


전망대에서는 생 장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푸른 나무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주택과 건물의 하얀 벽, 그리고 붉은 지붕이 전형적인 유럽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는 생 장은 동화에 나오는 마을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이제 내일부터 10kg에 가까운 배낭을 메고 36일 동안 장장 864.6km를 걸어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한편,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그 만큼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현재 시각 9시 17분, 내일을 위해 자야 할 시간이다. 


▲ 저녁식사 후 알베르게를 항하여 [20:17]


▲ 순례자 모습을 한 인형들 [20:19]


▲ 성채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 [20:32]


▲ 왼쪽으로 보이는 성벽과 건물 [20:34]


▲ 성채 전망대에서 바라본 생 장 시내 [20:39]


▲ 성채 전망대에서 바라본 생 장 시내 [20:40]


▲ 전망대 옆에 있는 건물 [20:43]


▲ 오늘밤을 묵을 알베르게에 귀환 [2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