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악산 산행기
◈ 일시: 2015년 10월 31일 토요일 맑음, 매서운 찬바람
◈ 장소: 황악산 1111.4m 경북 김천
◈ 코스: 직지사 주차장 → 운수봉 → 백운봉 → 황악산 → 형제봉 → 신선봉 → 망봉 → 직지사 → 직지사 주차장
◈ 시간: 4시간 44분
◈ 회원: 청주 사람과산 산악회 안내 산행
07:00 오늘은 사람과산 산악회에서 안내하는 황악산 산행에 참가하는 날이다. 김천 황악산은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에 속하는데 2009년 11월 28일 평산회에서 다녀온 산이다. 그때는 신선봉에서 길을 잘못 들어 한참 동안 도로를 걸어 주차장으로 돌아온 경험이 있다. 청주체육관 앞을 출발한 버스가 서청주나들목에서 중부고속도로에 진입해 남쪽으로 질주한다. 오늘 날씨는 아주 화창하다. 추풍령나들목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벗어난 버스가 이번에는 4번 국도와 903번 지방도를 따라 직지사 주차장을 향해 달려갔다.
▲ 경부고속도로 옥천휴게소 [07:53]
08:52 넓은 직지사 주차장에 버스가 섰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상점들이 많은 상점가를 지나 직지문화공원 왼쪽 길을 따라 올라간다. 시간이 일러 그런지 길은 한산한 편이다. 김천세계도자기박물관 앞에서 길이 갈라지는데 좌우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다. 오른쪽 길을 따라 가기로 했다. 백수문학관을 지난 후 왼쪽 능선쪽으로 올라갔다. 길은 널찍하고 걷기에 좋다. 사명대사길 이정표가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데 무언가 모르게 조금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 직지사 주차장에 버스 정차 [08:52]
▲ 조금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상점들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08:55]
▲ 길 오른쪽 직지문화공원 [08:58]
▲ 직지문화공원 풍경 [08:59]
김천세계도자기박물관
김천세계도자기박물관은 재일교포 2세인 복전영자[福田英字]가 2005년에 유럽의 도자기와 크리스탈 작품 1,019점을 기증하면서 만들어졌다. 김천세계도자기박물관은 4,585㎡의 부지에 600㎡ 면적의 지하1층, 지상1층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박물관에는 모두 3개의 전시실과 1개의 영상실이 있다. 제1전시실은 기획전시실로 도자기의 역사와 종류를 알려주는 정보 전시를 비롯한 상설 전시를 진행하고 있으며, 제2전시실은 유럽 도자기를 전시하고 있다. 제3전시실은 크리스탈 및 유리 제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영상실에서는 세계 도자기 역사 및 제작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김천세계도자기박물관에서는 상설 전시 이외에도 도자기 페인팅 체험 작품전, 이스탄불에서 불어온 바람 특별전, 도자기로 보는 사군자 기획전 등 다양한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다. 김천세계도자기박물관은 백자청화모란문호, 청자상감초화문완을 비롯한 한국도자기 30점, 로열크라운더비 병, 크라운화병 등을 포함한 유럽도자기 503점, 랄리크 사자, 무라노 앵무새, 빅토리안 촛대을 포함한 크리스탈 작품 512점 등 총 1,063점에 달하는 도자기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일반 요금은 1,000원, 학생 요금은 500원이다.
▲ 길 오른쪽 김천세계도자기박물관 [09:02]
▲ 여기서 오른쪽으로 진행: 왼쪽으로 가도 된다 [09:03]
백수문화관
백수문학관은 1960년대를 대표하는 김천 출신 시조 시인 정완영(鄭椀永)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세운 문학관으로서 ‘백수(白水)’는 정완영의 호이다. 정완영 시인이 소장하고 있는 물품과 문학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실, 창작 활동을 펼칠 집필실, 자료실, 세미나실, 수장고, 편의 시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 길 오른쪽 백수문학관 [09:03]
▲ 10월의 마지막 날에 본 장미꽃 [09:17]
▲ 길은 넓고 걷기에 좋다 [09:12]
09:14 이정표에 적힌 사명대사길(직지문화모티길) 쪽 능선으로 올라붙었다. 사명대사길과 직지문화모티길은 김천 모티길에 속하는 트레킹 코스다. 10분 가까이 걸어가자 정자와 벤취가 있는 사거리 안부가 나오는데 황악산에 오르려면 곧장 가야 한다.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고 조금씩 고도가 높아지는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졌다. 가뭄에 콩 나듯 나타나는 빨간 단풍나무가 지루함을 달래준다. 대부분이 숲길이라 조망은 거의 없다. 그냥 타박타박 걷는다.
▲ 여기서 왼쪽 능선으로 올라간다 [09:14]
▲ 본격적인 능선길에 진입 [09:18]
▲ 정자가 있는 사거리 안부 [09:23]
▲ 사거리 안부는 직지요양원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이다 [09:23]
▲ 길은 대체로 걷기에 좋다 [09:29]
▲ 약간의 오르막 경사가 있는 길 [09:33]
▲ 가끔 나타나는 단풍나무 [09:34]
▲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길 [09:37]
▲ 길 왼쪽으로 보이는 소나무 군락지 [09:41]
09:43 전망이 트이는 헬기장에 올라섰다. 파란 하늘 아래 드러난 황악산 능선이 나를 부르고 있다. 20분 정도 오르막길을 걸어 표지석과 이정표가 있는 해발 680m의 운수봉 정상에 도착했다. 오늘 걷는 길 중에서 운수봉부터 신선봉 갈림길 삼거리까지는 백두대간에 속하는데 2007년 9월 30일에 걸었던 코스다. 그게 벌써 8년 전이네. 운수봉으로 떠나 황악산 쪽으로 가는 길, 계속 경사가 심한 오르막이다. 그런데 바람은 왜 이렇게 차가운 거야? 오른쪽에서 칼바람이 불어온다. 버프를 꺼내 귀와 뺨을 감싸니 조금 낫다.
▲ 전망이 트이는 헬기장 [09:43]
▲ 헬기장 주변 가을 풍경 [09:43]
▲ 여기는 짧은 내리막 구간 [09:53]
▲ 오르막 경사가 매우 가파르다 [10:01]
▲ 운수봉 정상에 있는 이정표 [10:03]
▲ 운수봉 정상에 있는 표지석 [10:04]
▲ 운수암을 경유해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 [10:07]
▲ 나무가 깔려 있는 계단 길 [10:13]
▲ 나무가 깔려 있는 계단 길 [10:17]
10:20 이정표가 서 있는 곳에서 길이 90도 정도 확 꺾인다. 길은 계속 오르막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회원들도 없고 이젠 혼자 걷는 몸이다. 바람은 계속 불어오는데 몹시 차다. 10월에 동사한다는 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면 저체온증 증상이 나타나고 28도 이하가 지속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가을철에도 보온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30분 정도 올라가자 억새 지대가 나타났다. 황악산 정상이 멀지 않았다는 증거다.
▲ 산행로가 90도 가까이 꺾이는 지점 [10:20]
▲ 쉬어갈 수 있는 벤취도 있고 [10:24]
▲ 다시 오르막길: 오른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매섭다 [10:28]
▲ 고도가 높아지자 나무의 잎이 거의 다 떨어졌다 [10:34]
▲ 짧은 바위 구간 [10:37]
▲ 앞서 가고 있는 회원 [10:41]
▲ 독야청청 하리라 [10:45]
▲ 억새 지대: 황악산 정상이 코 앞이다 [10:51]
▲ 정상 아래 억새 지대 [10:52]
10:52 황악산 정상 직전에 곤천산으로 가는 길이 오른쪽으로 갈라지고 있다. 해발 1111m의 황악산 정상에 오르자 허름한 돌탑, 표지석 등이 보이는데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하는 수 없이 셀카를 찍고 정상을 떠나 바람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람은 아까보다 많이 약해졌다. 15분 후 해발 1054m의 형제봉 정상을 지났다. 예전에는 황악산과 형제봉 근처에서 능여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폐쇄가 된 모양이다. 앞서 가고 있던 회원 2명을 만났다.
▲ 황악산 정상 직전에 서 있는 곤천산 갈림길 이정표 [10:52]
▲ 황악산 정상 표지석 [10:53]
▲ 해발 1111m의 황악산 정상에서 [10:54]
▲ 황악산 정상부 [10:54]
▲ 황악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직지사와 김천 시내 [10:54]
▲ 황악산 정상을 떠나 바람재 쪽으로 [10:55]
▲ 해발 1046m 형제봉 정상 [11:09]
▲ 산행로 왼쪽으로 바라본 김천 시내와 직지사 [11:15]
11:19 삼거리 갈림길 이정표를 만났다. 바람재는 백두대간 길이고 직지사로 내려가려면 신선봉 쪽으로 가야 한다. 왼쪽 능선을 따라 20분 정도 걸어가니 신선봉이다. 여기서는 반드시 이정표가 가리키는 직지사 방향으로 가야 한다. 2009년에 여기서 능선을 따라 곧장 가는 바람에 903번 지방도에 내려서서 한 시간 가까이 차도를 걸어간 적어 있다. 신선봉에서 직지사 방향으로 접어 들면 경사가 급한 내리막 길이 시작된다. 통나무 계단을 밟으며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 신선봉 갈림길 이정표: 백두대간은 바람재 쪽으로 간다 [11:19]
▲ 신선봉으로 가는 내리막길 [11:22]
▲ 여기는 평탄한 길 [11:29]
▲ 해발 935m인 신선봉 정상에 있는 이정표: 직지사 쪽으로 간다 [11:40]
▲ 커다란 바위를 우회하고 [11:45]
▲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 [11:50]
▲ 계속 이어지는 내리막길 [11:58]
12:05 황악산 정상 부근 백두대간 능선에는 나뭇잎이 거의 다 떨어져 황량하기 그지 없었는데 아랫쪽으로 내려오자 단풍이 슬슬 보이기 시작하더니 오늘 걸어온 길에서 가장 화려한 모습의 단풍 나무들이 나타났다. 단풍은 단순히 빨간색만 있는 것보다 노란색이 간간이 섞이고 또 푸른색이 주변에 곁들여져야 더 화려하게 보인다. 주연이 있으면 조연이 있기 마련인데 조연 때문에 주연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해발 680m의 망봉에서 왼쪽으로 내려간다.
▲ 황악산 망봉 가는 길 단풍 [12:05]
▲ 황악산 망봉 가는 길 단풍 [12:05]
▲ 황악산 망봉 가는 길 단풍 [12:08]
▲ 황악산 망봉 가는 길 단풍 [12:09]
▲ 황악산 망봉 가는 길 단풍 [12:10]
▲ 왼쪽에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 있다 [12:11]
▲ 망봉으로 올라가는 길 [12:13]
▲ 해발 580m의 망봉에 있는 이정표 [12:16]
12:22 다시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다. 단풍나무들이 또 나타나는데 아까처럼 단풍 색깔이 선명하게 곱지 않고 칙칙하다. 또 잎들이 바싹 말라 건드리면 바스러질 것 같다. 다 가뭄 때문이다. 지속되는 가을 가뭄이 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큰 일이다. 물이나 공기는 그냥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는가. 바야흐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시멘트 포장도로에 내려섰다. 직지사 담장이 보인다. 실질적인 산행은 다 끝이 났나 보다.
▲ 다시 내리막길이 시작되고 [12:22]
▲ 왼쪽으로 보이는 황악산 백두대간 능선 [12:24]
▲ 그런대로 단풍이 조금 보인다 [12:29]
▲ 길 왼쪽으로 바라본 풍경 [12:32]
▲ 포장도로에 서 있는 이정표 [12:40]
▲ 갈림길 이정표 [12:43]
▲ 왼쪽 직지사 담장 [12:43]
12:45 직지사 경내로 들어갔다. 직지사는 대가람이다. 역사적으로는 1600년이 넘은 가람이지만 임진왜란 때 절집이 모두 전소되어 새로 지었다고 한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때 파괴된 귀한 문화재가 얼마나 많은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게 바로 전쟁이다. 직지사 경내를 둘러본 후 문화공원에 마련되어 있는 탁자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산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데 직지사와 문화공원에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하긴 지금이 여행하기에 아주 좋은 만추의 계절이 아닌가.
직지사
직지사를 찾아가는 길은 아름다움을 만나기 위해 숲 속의 오솔길을 걸어가는 호젓함이 있다. 백두대간을 이어가는 황악산의 수려한 계곡을 따라가는 맑은 물과 짙은 숲의 터널은 1,600년의 역사를 가진 고찰로 사람들을 안내한다. 신라 초기 눌지왕 때 신라에 불법의 가르침을 전하러 온 고구려의 승려 아도화상이 황악산의 깊은 계곡을 가리키며 거대한 사찰이 자리 잡을 곳이라 예언하였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이라 하여 직지(直旨)라는 명칭을 지닌 사찰은 아도화상의 영험한 예언대로 동국 제일의 가람이라는 칭송을 받는 사찰이 되었다. 천 년 묵은 칡나무와 싸리나무로 한 기둥씩 만들었다는 일주문을 지나 나타나는 사찰의 경내는 약 10㏊에 이르는 넓은 터를 보여준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 일주문을 제외하고 모두 전소되었던 사찰은 삼국시대의 본래 모습은 찾기 힘들지만 대웅전 삼존불의 뒤에 걸린 삼존불탱화와 약사전의 석조약불좌상 등 수많은 보물과 성보박물관을 갖추고 있다. 사람들의 가장 많은 시선을 받는 전각은 천 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는 비로전이다. 현세의 고통을 신도들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한다는 수많은 부처님으로 모두 조금씩 다른 모습이라 더욱 신비하고 한 분 한 분의 부처님을 살펴보는 특별함이 있다. 천분의 부처님 중 단 한 분은 부처님의 탄생을 상징하는 탄생불이다.
▲ 직지사 경내로 들어가는 중 [12:45]
▲ 직지사 만세루 [12:50]
▲ 직지사 대웅전 [12:50]
▲ 직지사 경내 나무들 [12:56]
▲ 동국제일가람 황악산문 [13:11]
▲ 색채의 조화 [13:19]
▲ 직지문화공원 풍경 [13:28]
▲ 직지문화공원 풍경 [13:28]
▲ 직지문화공원 풍경 [13:29]
13:39 우리 버스가 서 있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후미 도착 예정 시각이 한참 멀어서 회원 2명과 함께 막걸리나 한 잔 하러 식당가를 찾았다. 대충 아무데나 들어가 파전과 동동주를 시켰는데 아, 정말 실망이었다. 2009년 11월에 이곳에 들렀을 때는, '선비고을'이란 식당이었는데, 더덕구이 하나, 해물파전 하나, 동동주 한 동이로 5명이 포식을 한 경험이 있다. 그때의 그 경험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들어간 식당에서는 골파 몇 가닥에 오징어 다리 두어 개 정도 넣어서 종잇장처럼 얇게 부친 해물파전과 막걸리를 투가리에 부은 것 같은 동동주가 나왔다.
아, 어떻게 해서 직지사 음식골목이 이 지경으로 뜨내기 장사를 하는 곳으로 변했단 말인가. 지금은 정보화 시대라 금방 소문이 날 텐데... 음식 장사는 멀리 봐야지 눈 앞의 이익만 쫓다가는 결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법이다. 부디 벽에 붙여 놓은 '모범음식점' 표지에 어울리는 음식을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회원들이 어느 정도 모이자 준비해 온 내장탕으로 저녁을 먹고 4시에 출발, 청주로 돌아온 시각이 6시, 이렇게 해서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며 능선을 걸은 화악산 산행은 무사히 끝이 났다.
▲ 우리 버스가 서 있는 주차장에 다시 도착 [13:39]
▲ 막걸리 한 잔 하러 가는 중 [13:55]
▲ 내장탕으로 이른 저녁을 먹고 [15:08]
▲ 경부고속도로 황간휴게소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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