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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충북山行記

2012.03.24. [충북山行記 104] 충북 제천 십자봉

by 사천거사 2012. 3. 24.

십자봉 산행기

◈ 일시: 2012년 3월 24일 일요일 

◈ 장소: 십자봉 983.2m / 충북 제천 

◈ 코스: 원덕동 → 능선갈림길 → 십자봉 → 도계갈림길 → 안부 →

           왕소나무 → 원덕동 

◈ 시간: 6시간 5분 

◈ 회원: 평산회원 8명


 


07:30   오늘은 평산회에서 제천 백운에 있는 십자봉 산행을 하는 날이다. 십자봉을 산행 대상지로 삼은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 평산회의 김석언 회원이 3월 1일자로 백운중학교 교장에 부임했는데, 축하도 해줄 겸 백운면에 있는 산을 정한 것이다. '촉새봉'이라고도 하는 이 산은 원주시 귀래면과 도경계를 이루는 능선 위에 위치하고 있다.

 

집결장소인 신흥고 체육관 앞에서 회원 7명이 모여 홍세영 회장님 차와 내 차에 나누어 타고 제천시 백운면을 향해 떠났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지만 오전 중에 개인다는 예보가 있어 크게 비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 시간 정도 걸려 중앙탑휴게소에 도착,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주변 산에 눈 하나 보이지 않던 풍경이 다릿재터널을 지나면서 180도로 바뀌었다.

 

뭐냐 하면, 주변 산이 온통 눈천지였다. 터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봄과 겨울이 공존하고 있었다. 강원도에 눈이 왔다는 뉴스는 들었지만 제천도 이럴 줄은 정말 몰랐다. 회원들이 아이젠 걱정을 한다. 백운면소재지에서 덕동계곡으로 들어가는 도로에 눈이 쌓여 있어 운전을 하는데 여간 조심이 되는 게 아니다. 그나마 차량 통행이 별로 없는 것이 다행이다. 주변에 보이는 것은 하얀 눈 뿐이다.  


▲ 중앙탑휴게소에서 바라본 조정지댐 [08:33]

 

▲ 중앙탑휴게소에서 바라본 남한강 [08:33]


09:20   원덕동 버스종점 공터에 차를 세웠다. 곧 제천에 집이 있는 김석언 회원이 도착해서 모두 8명이 산행에 나서게 되었다. 눈은 솔솔 내리는데 바람은 없다. 백운산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서 있다. 오른쪽은 상학동마을과 상리계곡을 거쳐 백운산으로 가는 길인데 예전에 백운산 산행을 할 때 내가 올랐던 코스다. 왼쪽은 오두치를 경유해서 백운산으로 가는 길인데 거리가 꽤 된다. 십자봉은 왼쪽으로 가야 한다.

 

덕동교를 지나 눈 덮인 도로를 걸어 올라갔다. 방금 지나간 듯한 자동차의 바퀴 자국이 기차 선로처럼 평행선을 이루며 도로를 따라 뻗어 있다. 잠시 후 도로 오른쪽에 있는 집 앞에서 바퀴 자국은 끝이 났고, 그 다음부터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순백의 눈 길이 펼쳐졌다. 백련사로 가는 길이 오른쪽으로 갈라지고 있다. 눈이 포근히 내려 앉은 산사의 모습은 어떠할까? 자못 궁금하다.

 

백련사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따른다. 주변의 건물이 완전히 없어지고 전봇대를 따라 계속 길이 이어지는데, 속세를 떠나 은둔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기분이 점점 커져간다. 주변은 사방 모두가 눈이요, 눈꽃이요, 눈꽃이요, 눈이다. 세상의 어느 이름 있는 화가라도 감히 그릴 수 없는 천하의 절경을 자연이 그려 놓았다. 그래서 자연은 최고의 예술가다. 


▲ 산행 들머리: 원덕동 마을에 있는 시내버스 종점 [09:25]

 

▲ 백운산 갈림길 이정표 [09:27]

 

▲ 덕동교를 건너고 있는 회원들 [09:29]

 

▲ 눈은 계속 조금씩 내리고 [09:33]

 

▲ 백운사 갈림길 표지석 [09:36]

 

▲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 雪上初步 [09:37]

 

▲ 걸음을 멈추고 잠시 뒤돌아서서 [09:37]

 

▲ 믿기 어려운 3월 말 풍경 [09:41]

 

▲ 눈 무게에 가지가 휘어진 나무 앞에서 [09:44]

 

▲ 늠름한 평산회원들 [09:44]


09:45   오두치를 거쳐 백운산으로 가는 갈림길 이정표와 산행안내도가 보인다. 십자봉은 왼쪽으로 가야 하는데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러진 소나무 가지들이 길을 막고 있다. 예전에 일본 다이센 산행을 갔을 때 해변에 심어 놓은 소나무들이 폭설 때문에 하나 같이 가지가 부러져 폭격 맞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기억이 새롭다. 별로 무게가 나가지 않을 것 같은 눈 때문에 그 굵은 나무가지들이 부러진다니 정말 자연의 힘은 대단하다.

 

십자봉 가는 길로 들어섰다. 문명의 잔해는 찾아보기 힘든 순수한 자연 만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길 옆 사면에서 눈 무게를 못이긴 소나무 가지가 부러지면서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른다. 떨어진 나무가지에서 눈바람이 피어오른다. 나무가 부러지는 것도 자연의 섭리다.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경사가 별로 없는 널찍한 길이 계속 이어졌다. 오른쪽으로 비닐하우스가 보인다. 눈풍경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비닐하우스다.


▲ 십자봉 갈림길 이정표 [09:45]

 

▲ 눈 무게 때문에 부러진 소나무 가지들 [09:46]

 

▲ 눈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09:47]

 

▲ 춘분이 지난 3월 말의 진풍경 [09:49]

 

▲ 온 세상이 하얗다 [09:49]

 

▲ 내린 눈 속으로 발목이 잠긴다 [09:56]

 

▲ 세상은 고요하고 눈만 조금씩 날린다 [09:58]

 

▲ 마지막 비닐하우스 [10:01]


10:04   산행안내도가 서 있는 갈림길 지점에 도착했다. 김지홍 회원이 단골 메뉴인 포도즙을 하나씩 돌린다. 매번 고맙네. 갈림길에서 십자봉으로 곧장 올라가는 왼쪽으로 운행 방향을 잡고 산행에 나섰다. 처음 얼마 동안은 길이 좋더니 잠시 후에는 길 찾기가 어렵게 되었다. 어찌 된 건지 이 산에는 표지기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산행로에 눈이 쌓여 어디가 어딘지 분간을 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선두가 이리 저리 길을 잘 찾아 앞으로 나아간다. 눈꽃은 온 산을 뒤덮었는데 스패츠를 하지 않은 등산화 속으로 자꾸 눈이 파고 든다.


▲ 갈림길에 있는 산행 안내도 [10:04]

 

▲ 갈림길 지점에서 잠시 휴식 [10:05]

 

▲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 [10:11]

 

▲ 여기까지는 길이 좋다 [10:13]

 

▲ 슬슬 길이 험해지고 [10:15]

 

▲ 환상의 눈꽃 [10:17]

 

▲ 머리 조심! 고개 숙여! [10:23]

 

▲ 김지홍 회원이 앞에서 러셀 중 [10:30]

 

▲ 휴식 중인 김지홍 회원과 김석언 회원 [10:37]

 

▲ 내리막길도 있고 [10:41]

 

▲ 환상의 눈꽃 [10:46]

 

▲ 다시 올라가는 길 [10:47]

 

▲ 잠시 내려가는 길 [10:51]


10:55   정자가 있는 임도에 올라섰다. 유재철 고문님이 쵸코파이를 두 개씩 주신다. 감사합니다. 임도 옆에 이정표가 하나 서 있는데 내용물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어디로 올라가야 하나? 왜 이 산에는 표지기가 하나도 없지? 정말 이상한 산이네. 일단 임도를 따라 왼쪽으로 가보는데 영 그 길이 아닌 것 같다. 원 위치!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다시 주변을 살펴 보니 맞은 편 사면에 길처럼 보이는 곳이 있다.

 

일단 올라가 보니 길이다. 그러면 그렇지. 임도부터는 사면길 경사가 만만치 않았다. 15분 정도 걸어 긴급구조 표지를 만났다. 길을 제대로 든 모양이다. 발목 이상으로 빠지는 눈을 김지홍 회원과 김석언 회원에 선두에 서서 번갈아 가며 러셀을 한다. 힘도 좋지. 곧 무너져내릴 것 같은 눈꽃들이 나무마다 피어 있다. 해가 나면 곧 스러지겠지만 지금은 최고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 임도에 있는 정자에서 [10:56]

 

▲ 임도에서 바라본 십자봉 주능선 [11:01]

 

▲ 임도 따라 가면 안 된다, 원 위치 [11:10]

 

▲ 임도에서 다시 사면을 오르는 회원들 [11:15]

 

▲ 오르막 경사가 심하다 [11:23]

 

▲ 긴급구조 표지가 있는 것을 보니 길은 제 길이네 [11:30]

 

▲ 여기는 조금 평탄한 길 [11:31]

 

▲ 사람이여? 동물이여? [11:34]

 

▲ 환상적인 눈꽃 [11:40]

 

▲ 김석언 회원이 러셀 중 [11:56]


12:04   구름 사이로 언뜻 언뜻 해가 비치기 시작했다. 올라가는 길의 경사가 점점 심해진다. 유재철 고문님의 스틱 맨 앞부분이 빠져 나갔는데 눈 속에 파묻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그것 참, 이럴 때는 눈이 별로 고맙지가 않네. 주능선에 들어섰는지 가뭄에 콩 나듯 표지기가 보인다. 산에 표지기 다는 것을 환경 문제로 돌리는 사람도 있지만, 길이 제대로 나 있지 않은 곳에서 만나는 표지기 하나는 정말로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다.


▲ 가끔 파란 하늘이 보이기도 하고 [12:04]

 

▲ 힘이 들면 말이 없다 [12:06]

 

▲ 환상적인 눈꽃 [12:06]

 

▲ 겅사가 심한 오르막길 [12:08]

 

▲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 [12:11]

 

▲ 환상적인 눈꽃 [12:17]

 

▲ 고도가 높아지며 상고대가 나타났다 [12:17]

 

▲ 정상이 멀지 않았다 [12:21]


12:23   해발 985m의 십자봉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는 아랫도리가 눈에 묻힌 표지석이 두 개 있고 이정표도 한 개 서 있었다. 주변 경치를 조망하면서 내가 가져간 찹살떡을 하나씩 간식으로 먹었다. 아직 갈 길은 먼데 점심 준비를 하지 않았으니 간식이라도 틈틈이 먹어야 한다. 구름 사이로 가끔 햇살이 비치면서 파란 하늘을 보여준다. 하늘이 확 벗겨지면 장관일 텐데. 너무 욕심이 지나친 건가?


▲ 십자봉 정상에 있는 이정표 [12:23]

 

▲ 해발 985m의 십자봉 정상에서 [12:23]

 

▲ 십자봉 정상에서 [12:25]

 

▲ 정상에서 본 주변 풍경 [12:33]

 

▲ 어라, 하늘이 많이 벗겨졌네 [12:34]

 

▲ 홍세영 회장님 [12:36]

 

▲ 김지홍 회원 [12:37]

 

▲ 지학근 회원 [12:37]

 

▲ 유재철 고문님 [12:38]

 

▲ 나도 한 장 찍고 [12:38]

 

▲ 십자봉 정상부의 모습 [12:42]


12:42   정상을 출발하여 삼봉산 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정상 바로 아래에 헬기장인가 넓은 공터가 있다. 공터에서는 앞으로 가야 할 능선이 잘 보였다. 능선에는 눈이 더 많다. 눈바람이 분다. 춘분이 지났는데 눈 속을 걸으며 눈바람을 맞는게 정상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언제 어디서 이 시기에 이런 눈을 즐길 수 있겠는가.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삼봉산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 정상에서 내려가고 있는 홍세영 회장님 [12:42]

 

▲ 앞으로 가야 할 능선 [12:42]

 

▲ 헬기장 앞으로 가야 할 능선이 보인다 [12:43]

 

▲ 헬기장에서 바라본 원덕동 방향 [12:45]

 

▲ 보이는 것은 눈 뿐이다 [12:50]

 

▲ 발목이 푹푹 들어간다 [12:57]

 

▲ 환상적인 눈꽃 [13:04]

 

▲ 도경계에서 배재로 가는 길과 삼봉산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13:13]

 

▲ 이 눈은 언제 녹나? [13:25]


13:35   왕소나무가 있다는 봉우리를 향해 삼봉산 쪽으로 계속 걷는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눈바람이다. 버프로 얼굴을 가렸는데도 바람이 자꾸 파고든다. 참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가 바람에 떨고 있다. 안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가파른 길을 올랐는데 왼쪽에 봉우리가 있고 주변에 소나무가 많다. 여기서 내려가는 건가? 좀 더 가볼까? 조금 더 진행을 했는데 아무래도 아까 그 봉우리에서 내려가야 할 것 같다. 원 위치! 


▲ 눈 길은 계속 이어지고 [13:35]

 

▲ 참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 [13:45]

 

▲ 안부에서 쉬고 있는 회원들 [13:57]

 

▲ 사면을 걷고 있는 회원들 [14:05]

 

▲ 멋진 소나무가 있는 지역 [14:06]

 

▲ 여기서도 길을 잘못 가고 있네 [14:07]


14:21   왕소나무가 주변에 있는 봉우리에서 원덕동 마을 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좁은 능선에 경사가 좀 있었지만 길은 뚜렷했다. 내가 맨 앞에서 러셀을 했는데 스패츠를 하지 않은 등산화 속으로 눈이 계속 들어간다. 들어간 눈이 녹아서 질척거리기 시작한다. 25분 정도 걸어 임도에 내려선 다음 다시 15분 정도 내려가니 비닐하우스가 보였다. 이제부터 길은 탄탄대로다. 계곡 오른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간 다음 다리를 건너 아까 우리가 올라갔던 왼쪽 길로 들어섰다. 여기서 원덕동까지는 5분 거리였다. 


▲ 김지홍 회원 [14:23]

 

▲ 아무도 밟지 않은 눈 덮인 하산길 능선 [14:30]

 

▲ 하산길에 바라본 십자봉 주능선 [14:34]

 

▲ 임도에 내려섰다 [14:45]

 

▲ 눈이 쌓인 사면을 내려오고 있는 김석언 회원 [15:01]

 

▲ 비닐하우스 건물이 보인다 [15:02]

 

▲ 덕동계곡 지류에 놓여 있는 작은 다리 [15:26]

 

▲ 왼쪽 소로가 산행 날머리 [15:27]


15:32   원덕동 버스종점에 도착, 오늘의 공식적인 십자봉 산행은 일단 끝이 났다. 눈은 계속 쏟아진다. 질척거리는 양말을 갈아 신고 후미를 기다리며 늦은 점심을 먹을 만한 곳을 찾고 있는데, 수퍼 아줌마가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곤드레밥집이 있다고 한다. 회원들이 모두 도착했고 아줌마가 일러준 곤드레밥집으로 들어가 곤드레밥과 막걸리를 시켰다.

 

사람의 인연이 다 그렇던가. 오가는 대화 속에 알고 보니, 이 음식점 주인의 형이 제천에 있는 모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인데 우리 회원 중에 그 분을 아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세상은 넓고도 좁다. 그래서 말이나 행동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 배가 출출하던 차에 맛이 괜찮은 곤드레밥을 한 그릇씩 뚝딱 비우고 음식점 밖으로 나오니 눈이 그쳐 있다. 김석언 회원과 작별 인사를 하고 나머지 회원들이 청주로 돌아왔는데, 춘분이 지난 3월말에 예상치 못한 멋진 눈산행을 하게 되어 정말 기분 좋은 그런 하루였다.  


▲ 다시 돌아온 원덕동 버스 종점 [15:32]

 

▲ 원덕동에 있는 음식점 토담에서 늦은 점심을 기다리며 [16:01]

 

▲ 토담의 메뉴 [16:04]

 

▲ 곤드레밥을 먹은 음식점 토담 [17:10]

 

▲ 토담과 함께 운영하는 덕동펜션 [17:10]

 

▲ 토담 입구에서 홍세영 회장님 [17:12]

 

▲ 원덕동 마을에서 바라본 십자봉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