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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충북山行記

2012.01.01. [충북山行記 101] 충북 옥천 마성산

by 사천거사 2012. 1. 1.

마성산 산행기 

◈ 일시: 2012년 1월 1일 일요일

◈ 장소: 마성산 497m / 충북 옥천군 옥천읍

◈ 코스: 소정리 마을회관 → 사목재 → 마성산 → 동평성터 → 용봉 → 양수리 → 옥천역

◈ 시간: 5시간

◈ 회원: 아내와 함께



09:15   오늘은 2012년 새해 첫 날이다. 지난 해 마지막 날에 산행을 했으니 새해 첫 날에도 당연히 산행을 해야 아귀가 맞지 않겠는가. 오늘은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고 저녁에 미사에도 참례해야 하기 때문에 가까운 옥천에 있는 마성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마성산은 높이가 497m에 불과하지만 천태산에서 대성산, 장룡산, 마성산으로 이어지는 '천상장마' 종주 산행의 종착점이 되는 산이기도 하다.

 

청주 아파트 출발, 서청주나들목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는데 아직 눈은 내리지 않고 있다. 옥천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산행들머리인 소정리로 가려면 시내버스를 이용해야 하므로 옥천시외버스정류장으로 차를 몰았다. 정류장에 도착해 보니 시내버스가 출발하는 곧은 따로 있었다. 시내버스정류장 근처에는 차를 세울 데가 없어 길 건너 옥천역 앞 광장 귀퉁이에 차를 세웠다. 

 

10:10   주차를 마친 다음 시내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그런데 이리저리 둘러봐도 10시 30분에 출발하는 소정리를 거쳐 가풍리로 가는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거지? 정류장 옆에 있는 건물 문에 시내버스 시간표가 붙어 있어 살펴보았다. 오 마이 갓! 2011년 8월 1일부로 변경된 시간표에는 가풍리로 가는 버스가 10시에 출발한다고 되어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시간표에서 30분이 앞당겨진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탔다. 다행히 거리가 짧아 소정리 마을회관까지 미터 요금으로 4,600원이 나왔다.


▲ 주차를 한 옥천역 앞 광장 [10:11]

 

▲ 옥천 시내버스 정류장 [10:17] 

 

▲ 옥천 버스노선 시간표 [10:18]


10:30   소정리 노인정 앞에 택시가 섰다. 택시에서 내려 노인정 건물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걷는 것으로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섰다. 잔뜩 참았던 하늘에서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瑞雪인가. 경부고속철도 아래를 지나 왼쪽으로 난 마을길로 들어서서 사목재를 겨냥하고 걸었다. 계속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하얀 집 두 채가 있는 곳까지 걸었다.

 

하얀 집으로 들어가는 길 입구 왼쪽으로 작은 산길이 나 있었다. 계곡을 따라 나 있는 산길을 따라 5분 넘게 걸어 임도에 올라섰다. 사목재로 이어지는 임도에는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이 제법 쌓여 있었다. 처음 눈을 밟으며 올라가는 아내가 무척 즐거워한다. 눈은 희끗희끗 소리 없이 날리고 세상은 고요하다. 새해 첫 날을 맞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이렇게 고요한 산길을 걷는 것도 참맛이 나는 일이다.


▲ 소정리 노인정 건물 [10:30]

 

▲ 앞에 보이는 것은 경부고속철도 [10:33] 

 

▲ 멀리 마성산 정상이 아련하다 [10:47] 

 

▲ 걸으면 더워지니 구스다운 자켓을 벗고 [10:49]  

 

▲ 하얀 집 왼쪽으로 돌아간다 [10:56]

 

▲ 시멘트 포장도로에서 왼쪽 계곡길로 꺾어 들어가는 지점 [11:00] 

 

▲ 사목재로 올라가는 임도 [11:06] 

 

▲ 임도를 걷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11:14] 

 

▲ 임도에 제법 눈이 많이 쌓였다 [11:22] 

 

▲ 사목재 꼭대기 부분 [11:30]


11:31   사목재에 올라섰다. 사목재에서 임도를 따라 계속 내려가면 장룡산 산림욕장으로 갈 수 있고 군서면 금천마을로 내려갈 수도 있다. 사목재에서 왼쪽은 장룡산(장령산)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마성산으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 능선으로 방향을 잡고 얼마를 오르니 억새가 군락을 이룬 평지가 나타났다. 눈을 맞은 억새가 유별나다. 억새밭에서 마성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에는 35분 정도가 걸렸다. 


▲ 사목재 오른쪽이 마성산 들머리다 [11:31]

 

▲ 능선에 있는 억새밭에서 [11:44]

  

▲ 방향을 바꾸어서 또 한 장 [11:44]  

 

▲ 눈 맞은 바위가 예술작품이다 [11:59] 

 

▲ 대천리 망기미 마을로 하산하는 길 이정표 [12:17]


12:20   커다란 돌탑이 여러 개 서 있는 해발 497m의 마성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마성산성에 관한 안내문이 하나 서 있을 뿐 별다른 정상 표지석이나 이정표는 없었다. 새해 첫 날이라 조금 야한 포즈로 사진을 찍은 후 허물어진 산성돌로 쌓았음에 틀림없는 돌탑 아래 앉아 컵라면 요리를 시작했다. 눈바람 부는 산속에서 마시는 따끈한 컵라면 국물의 맛은 먹어 본 사람만 안다.

 

소박한 성찬을 맛있게 먹은 다음 허물어진 성돌을 조심스럽게 밟으며 마성산 정상을 내려갔다. 눈이 띄엄띄엄 내리는 능선길을 20분 가까이 걷자 길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봉우리에 도착했는데, 길 양쪽에 모두 표지기가 붙어 있어 어느 길이 용봉으로 가는 길인지 알 수가 없다. 그때 나무에 붙어 있는 작은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정표는 왼쪽으로 용봉을 가리키고 있었다.

 

누가 만들어 달았는지 모르지만 참 고마운 일이다. 길을 확실히 알 수 없는 곳에서 만나는 표지기 하나, 작은 이정표 하나, 보잘 것 없는 안내판 하나가 산에 다니는 사람에게는 큰 힘이 된다. 그나저나 옥천군 지자체 당국자들은 산에 영 관심이 없는 사람들인 모양이다. 옥천에 있는 어느 산을 다녀봐도 번듯한 이정표나 표지석이 없다. 그러니 옥천에 있는 산에 사람들이 올 리가 없다. 갈림길에서 30분 정도 걷자 헬기장이 보인다. 


마성산 성터

 

이 성은 마성산 정상에다 고리형의 석성을 북쪽으로 경계토록 쌓았으며, 동쪽과 서, 북쪽에는 망대를 만들어 동쪽은 옥천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고, 서쪽은 군서면과 멀리 성터산성(군서면 은행리 상은 부락)과 사양성(군서면 사양리)이 보이며 북쪽으로 동평성(옥천군 군서면 동평리)과 삼성산성(옥천읍 양수리)이 내려다 보인다. 옛날 기록에는 언급된 바 없으나 경계 방향이나 축성 방법으로 보아 신라에서 쌓은 성으로 짐작된다.


▲ 마성산 정상에 있는 돌탑 뒤에서 [12:21]

 

▲ 엉성한 마성산 정상 표지석 [12:23] 

 

▲ 해발 497m의 마성산 정상에서 [12:23] 

 

▲ 왜 잡아 당기는 거야 [12:25] 

 

▲ 분위기 좋고 좋고 [12:27]

 

▲ 산성돌로 쌓은 돌탑들 [12:30] 

 

▲ 따끈한 컵라면 국물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12:39]  

 

▲ 대천리로 하산하는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 [13:01] 

 

▲ 앞으로 가야할 봉우리들 [13:18] 

 

▲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한 장 [13:18]


13:31   헬기장에 도착했다. 사방이 트인 곳임에도 조망이 좋지 않아 막힌 곳과 다름이 없다. 헬기장에서 10분 정도 걷자 오늘 처음 만나는 이정표가 하나 서 있는데, 동평산성까지는 50m 거리이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진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계속 내리는 눈을 맞으며 동평성터를 지나 해발 437m의 용봉 정상에 올랐다.

 

용봉 정상에는 삼각점과 정상 표지석이 있고 용봉산성에 관한 안내석도 있었다. 안내석에는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마안봉형 석축산성으로 둘레가 250m 정도 된다고 적혀 있다. 용봉 정상을 떠나 삼성산으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 계속되는 완만한 내리막 능선길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눈보라가 몰아친다. 얼마나 기세가 드센지 뺨이 얼얼할 정도다. 새해 첫 날 이런 눈바람을 맞는 것도 큰 행운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동평성터

 

이 성은 삼국시대 전형적인 고리형 석성으로 북서쪽을 주로 경계토록 쌓았는데 서쪽에는 암벽으로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요새지이며 군서면 일대가 발 아래 내려다보이고 북쪽으로는 서화천과 식장산이 한눈에 보인다. 성 안에는 신라시대의 토기조각이 발견되고 축성 방법으로 보아 신라 때 쌓은 성으로 짐작된다. 


▲ 헬기장에서 하늘 한 번 보고 [13:31]

 

▲ 정식으로 자세를 잡고 [13:31] 

 

▲ 고요한 숲길에 사람은 우리 뿐이다 [13:37] 

 

▲ 계속 내리는 눈을 맞으며 [13:44]  

 

▲ 동평산성의 잔해 [13:53]

 

▲ 동평성터 표지석 [13:54] 

 

▲ 해발 437m의 용봉 정상에서 [14:16]  

 

▲ 눈이 내리고 있는 용봉 정상에서 [14:17] 

 

▲ 하얀 능선길이 꿈길 같다 [14:25] 

 

▲ 계속 이어지는 백색의 미로 [14:42]


14:49   갈림길에 도착했다. 곧장 능선을 따라가면 삼성산을 거쳐 가화 아파트 앞에 내려서게 된다. 내 욕심으로는 계속 가고 싶지만, 지금까지 눈바람을 맞으며 꽤 오랫동안 걸어 준 아내 생각도 해야겠기에 오른쪽으로 나 있는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눈덮인 산길을 20분 정도 걸어 양수리 마을에 도착했고, 곧 차들이 왕래하는 큰 도로에 나서 주민에게 옥천역 가는 길을 물었더니 지름길을 자세하게 가르쳐준다.

 

차를 세워둔 옥천역에 도착하자 갑자기 눈보라가 세차게 몰아쳤다. 그 동안 내린 눈이 차 위에 소복히 올라 앉아 겨울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차 안에 들어가니 천국이 따로 없다.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5시에 청주에 도착, 아파트 옆에 있는 삼겹살 집에서 소주를 마시며 임진년 첫 날 하염없이 내리는 눈과 함께 다섯 시간을 걸은 마성산 산행을 마감했다.


▲ 삼성산과 양수리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14:49]

  

▲ 양수리로 내려가는 하산길 [14:54] 

 

▲ 멀리 양수리 마을이 보인다 [14:58] 

 

▲ 도로변에 있는 반사경을 이용해서 [15:03]  

 

▲ 눈이 내린 양수리 마을 [15:03] 

 

▲ 도로 오른쪽에 있는 돌탑과 석장승 [15:08] 

 

▲ 옥천역 앞 광장에 있는 정지용 시비: '향수'와 '할아버지'가 새겨져 있다 [15:27] 

 

▲ 눈이 덮여 있는 우리 차 [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