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봉-고정봉-두바리봉-고리봉 산행기
◈ 일시: 2011년 12월 10일 토요일
◈ 장소: 문덕봉 598.1m / 고정봉 605m / 고리봉 708.9m / 전북 남원
◈ 코스: 축산단지 → 문덕봉 → 고정봉 → 두바리봉 → 약수정사 → 고리봉 → 매촌마을
◈ 시간: 7시간 6분
◈ 회원: 산/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안내 산행
07:10 오늘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안내하는 문덕봉~고리봉 종주 산행을 떠나는 날이다. 문덕봉과 고리봉은 전북 5대 암산에 속하는데, 5대 암산의 나머지로는 대둔산, 구봉산, 장군봉이 있다. 청주실내체육관 앞을 떠난 버스가 서청주나들목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올 겨울 들어 제일 추운 날답게 차창에 서린 입김이 허옇게 얼어붙는다. 서해안 쪽으로는 눈이 온다는데 잘 하면 오늘 산에서 첫눈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08:00 호남고속도로 벌곡휴게소로 버스가 들어갔다. 우동을 하나 시켜 아침으로 먹었다. 버스 출발, 익산갈림목에서 순천완주고속도로에 들어선 버스가 오수휴게소에 한 번 더 들른 다음 내쳐 달려 서남원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버스가 주생면과 금지면을 지나 축산단지가 있는 도산리로 올라가더니 수상스키장으로 이용되는 금풍제 앞에 우리는 내려놓았다.
▲ 호남고속도로 벌곡휴게소 [08:00]
09:58 버스에서 내리자 조금씩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올겨울 들어 첫눈이자 서설이다. 등산화 끈을 조인 다음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축산단지가 있는 용동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양계장을 비롯한 축사들이 산재해 있는 지역을 지나자 길이 왼쪽으로 갈라지면서 숲으로 이어졌다. 잠시 후 왼쪽에 푸른 목초지가 모습을 드러냈고 길은 다시 산쪽으로 올라붙었다.
▲ 축산단지 입구에서 산행준비 중인 회원들 [09:59]
▲ 용동마을로 들어가는 길 [10:05]
▲ 포장도로는 계속 이어지고 [10:07]
▲ 왼쪽 숲으로 들어가는 길 [10:13]
▲ 겨울인데도 푸른 빛을 띠고 있는 목초지 [10:15]
▲ 본격적인 산길 산행에 접어들었다 [10:19]
10:29 축대를 쌓은 주능선에 올라서자 길이 많이 평탄해졌다.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우리를 반겨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산에서 주종을 이루고 있는 나무는 바로 소나무였다. 내린 눈이 제법 길에 쌓여 있어 나중에 암릉을 걸을 때 미끄럽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된다. 문덕봉으로 오르는 데에는 어려운 바윗길이나 가파른 경사가 진 길은 없어 여유롭게 운행을 할 수 있었다.
▲ 축대를 쌓은 곳에 올라섰다 [10:29]
▲ 능선마다 소나무가 반겨준다 [10:36]
▲ 남쪽지방답게 산에 대나무가 서 있다 [10:39]
▲ 눈은 계속 내리고 [10:48]
▲ 길에 제법 눈이 쌓였다 [10:53]
▲ 슬슬 큰 바위들이 나타나고 [10:57]
▲ 그래도 아직까지는 길이 좋다 [11:04]
▲ 경사가 급한 곳도 가끔 있다 [11:09]
11:13 문덕봉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는 예쁜 표지석과 삼각점, 이정표가 있고, 산불감시카메라가 한 대 서 있었다. 사진 한 장 찍고 고정봉을 향하여 출발, 본격적인 암릉 산행이 시작되었다. 문덕봉에서 고정봉까지가는 데에는 23분 정도 걸렸는데 암릉길에다 내린 눈 때문에 미끄러워 빨리 걸을 수가 없었다. 물론 암릉에는 밧줄과 디귿 자 모양의 발판이 설치되어 있어 크게 위험한 곳은 없었다.
▲ 해발 598.1m의 문덕봉 정상에서 [11:13]
▲ 문덕봉 정상에 있는 이정표 [11:13]
▲ 문덕봉에서 다음 봉우리를 향해서 [11:13]
▲ 문덕봉 정상부의 모습 [11:15]
▲ 앞으로 가야 할 능선 [11:15]
▲ 암벽 왼쪽으로 우회하고 있는 회원들 [11:19]
▲ 내려가는 길과 올라가는 계단 [11:24]
▲ 이번에는 바위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11:27]
▲ 문덕봉이 많이 멀어졌다 [11:30]
11:36 해발 605m의 고정봉에 올랐다. 고정봉 정상에서는 앞으로 가야할 삿갓봉이 흐릿하게 보이고 평촌리 방면도 역시 흐릿하게 보였다. 고정봉을 지나서도 암릉길이 계속되었다. 양쪽이 낭떠러지인 바위 위에 말뚝을 박고 밧줄을 설치해놓은 곳도 있었다. 눈이 쌓인 바위가 미끄러워 보통 조심이 되는 것이 아니다. 암봉을 지나와서 뒤를 돌아보니 그 규모가 엄청나다. 작은 돌탑이 몇 개 있는 봉우리에서 그럭재까지는 계속 내리막길이었다.
▲ 해발 605m의 고정봉 표지석 [11:36]
▲ 고정봉에서 바라본 삿갓봉 [11:37]
▲ 고정봉에서 내려다본 평촌리 방면 [11:38]
▲ 소나무와 암봉 [11:43]
▲ 위험한 곳: 로프 양쪽은 절벽이다 [11:46]
▲ 발판이 설치되어 있는 바위벽 [11:51]
▲ 고정봉을 지나면 만나는 암릉지역 [11:52]
▲ 맨 뒤가 문덕봉, 그 다음은 고정봉 [11:53]
▲ 길찾기에 주의해야 할 540봉 [12:03]
▲ 철탑 아래가 그럭재다 [12:13]
12:19 해발 340m의 그럭재에 내려섰다. 그럭재는 4거리 안부로서 송내마을로 가는 길과 서매마을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이정표를 보니 고리봉까지 7km라고 적혀 있다. 고리봉에서 산행날머리인 방촌마을까지는 또 3km가 넘는 거리를 더 걸어야 하지만, 지금 같은 페이스면 산행마감 시각인 4시 30분까지는 충분히 도착할 것 같다. 물론 10km의 암릉과 계곡길이 결코 짧은 것은 아니다.
그럭재에서 철탑 오른쪽 능선에 올라붙어 얼마를 걸었다. 505봉을 지나고 다시 봉우리를 하나를 오른쪽으로 우회하게 되었는데, 삿갓봉인 줄 알았던 그 봉우리는 나중에 알고 보니 바로 두바리봉이었다. 봉우리 왼쪽으로 표지기가 많이 붙어 있는데 내리막길이고, 똑바로 뻗은 길이 또 하나 있는데 표지기가 몇 개 붙어 있다. 직감적으로 왼쪽은 삿갓봉에서 만학골로 내려가는 길이고, 직진하는 길이 고리봉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바로 잘못된 생각이었다.
눈은 계속 흩날리고 지형을 제대로 살펴볼 수 없는 것이 첫째 문제였고, 중요한 갈림길에 이정표가 없는 것이 또 하나의 문제였다. 왜냐하면 내가 선택한 길은 고리봉으로 가는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곧장 난 길에 들어섰는데 길이 제대로 나 있고 표지기도 자주 붙어 있어, 한참을 진행할 때까지는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고도가 점점 낮아지는 것을 느끼면서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고 말았다.
묵은 헬기장을 지나고 계속 내리막길을 내려가는데 멀리서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 도대체 어디로 내려가는 길인지 모르겠네. 시멘트 포장도로와 마을이 나타났다. 어딘가? 다리 건너 커다란 표지석이 보인다. 뭐라고 적혀 있나? '약수정사'라고 적혀 있다. 지도를 보니, 오 마이 갓! 내려온 곳은 고리봉과는 거리가 한참 먼 석촌마을이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먼저 차를 타고 방촌리로 갈 생각을 해보았다. 방촌리 정반대 방향으로 내려왔으니 쉬운 일이 아니다.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간다? 가능한 방법이나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그런데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니, 약수정사 오른쪽에서 고리봉으로 곧장 올라가는 산행로가 있었다. 그래, 저기로 가자. 문제는 4시 30분까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느냐 이다. 힘은 들겠지만 한 번 도전해보자.
▲ 그럭재에 있는 이정표 [12:19]
▲ 두바리봉에서 잘못 든 소나무 사이로 나 있는 능선길 [12:34]
▲ 돌무더기가 있는 봉우리 [12:42]
▲ 표지기가 나무에 달려 있다 [12:49]
▲ 어디로 가는 길인지 모르겠지만 길은 뚜렷하다 [13:04]
▲ 잡초 뿐인 묵은 헬기장 [13:21]
▲ 석촌마을 도로에 내려섰다 [13:43]
▲ 약수정사 표지석 [13:47]
13:53 고리봉 산행 들머리에 이정표가 서 있는데 고리봉까지 2.8km라고 적혀 있다. 해발 700m가 넘는 정상까지 오르려면 족히 1시간 30분은 걸릴 것 같다. 어쨌든 출발, 처음은 그래도 경사가 완만하다.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나무껍질이 모두 까맣다. 산불의 흔적이었다. 오른쪽 사면의 나무들이 모두 산불에 그을렸다. 산불, 정말 조심해야 한다.
오른쪽으로 고리봉으로 이어지는 봉우리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왼쪽으로는 삿갓봉에서 고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구름에 덮여 있다. 계속되는 암릉을 올라가는데 보통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올라야 한다. 한발 한발 오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눈이 소복히 쌓인 헬기장이 나타났다. 시각이 오후 3시인데 지금까지 먹은 것이 하나도 없다. 한쪽에 서서 빵을 하나 꺼내 늦은 점심으로 먹었다. 헬기장에서 고리봉 정상까지도 길이 만만치 않아 30분이나 걸렸다.
▲ 고리봉 산행 들머리에 있는 이정표 [13:53]
▲ 큰 산불이 났었는지 나무 밑둥이 모두 불에 탔다 [14:24]
▲ 고리봉으로 이어지는 봉우리들 [14:25]
▲ 큰 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길 [14:26]
▲ 삿갓봉에서 고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위에 구름이 덮여 있다 [14:32]
▲ 산불 흔적이 여기까지 남아 있다 [14:40]
▲ 섬진강 건너편에 있는 동악산 정상부가 구름에 가려 있다 [14:40]
▲ 모처럼 파란 하늘을 보기도 하고 [14:56]
▲ 빵 하나를 점심으로 먹은 헬기장 [15:05]
▲ 고리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15:31]
15:36 해발 708.1m의 고리봉 정상에 올랐다. 정말 힘들게 올랐다. 아무도 없다. 발자국 하나 없는 것을 보니 회원들 아무도 여기에 오지 않은 모양이다. 대충 사진을 한 장 찍고 만학골 방향으로 하산 시작, 도착 예정시간에 맞추려면 한 시간 만에 2.9km 넘게 걸어 내려가야 하는데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고리봉에서 만학재로 내려가는 길, 경사가 급하고 미끄러워 속도를 낼 수가 없다.
14분 만에 만학재에 내려섰는데 여기서는 천리마장군 묘로 가는 능선길이 갈라진다. 만학재에서 만학골을 거쳐 내려가는 길, 평범한 계곡길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온통 바위 덩어리로 되어 있는 내리막길이 계속 이어지다가 아랫쪽으로 내려가자 암반길로 바뀌었다. 문제는 바위마다 눈이 덮여 있어 미끄럽다는 것이고, 또 암반길도 이끼가 끼어 있어 제대로 속력을 낼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암반을 걷다가 한 번 쭐떡 미끄러졌다. 오른쪽 팔꿈치를 세게 부딪쳤는데 부러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한 번 미끄러지자 걷는 속도는 더 느려졌다. 발을 빨리 옮기기가 겁이 난다. 시간은 속절 없이 흐르고 계곡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날도 점점 어두워져 간다. 마침내 계곡을 건너 왼쪽 숲길로 들어갔다. 잠시 후 만학골 입구 이정표가 서 있는 곳에 도착했는데 방촌마을로 가려면 여기서 오른쪽 길로 갔어야 했다. 왼쪽 길을 따라 가니 매촌마을이 나온다.
▲ 해발 708.1m의 고리봉 정상 [15:36]
▲ 고리봉 정상에서 사진 한 장 [15:38]
▲ 만학재에 있는 이정표 [15:52]
▲ 온통 바위 투성이인 만학골 하산길 [16:03]
▲ 만학골 하류지역은 암반으로 되어 있다 [16:39]
▲ 계속 이어지는 만학골 암반지역 [16:42]
▲ 계곡을 건너 숲길로 들어섰다 [16:55]
▲ 만학골 입구에 있는 이정표 [16:56]
▲ 저녁연기가 피어오르는 매촌마을 주택 [16:57]
17:06 매촌마을 입구 도로에 도착했는데 버스는 보이지 않는다. 지도를 보니 방촌마을은 오른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버스기사분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알려주었더니 금방 간다고 그 자리에 있으라고 한다. 감사합니다. 곧 버스가 왔고 40분이나 늦은 죄로 고개를 숙이고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 버스에 올랐다. 지금까지 안내산행을 따라 다니면서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것은 처음이다.
어둠을 뚫고 버스가 달린다.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눈발이 세어지면서 차들이 서행을 하기 시작했다. 왼쪽 하행선 차로에 사고가 난 차들이 줄지어 서 있고 견인차들이 경광등을 번쩍이며 작업을 하고 있다. 눈, 특히 첫눈이 올 때 정말 운전 조심해야 한다. 다행히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눈은 잦아들고 버스도 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휴게소를 두 군데 들른 다음 8시 경에 청주 실내체육관 앞에 버스가 도착했다. 올 겨울 들어 첫눈을 맞으며, 길을 잃어가며 악전고투를 한 암릉 산행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 어둠이 깔리고 있는 매촌마을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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