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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경남山行記

2011.11.06. [경남山行記 23] 울산 울주 고헌산

by 사천거사 2011. 11. 6.

 

고헌산 산행기

 

 ◈ 일시: 2011년 11월 6일 일요일

 ◈ 장소: 고헌산 울산 울주군 1034m

 ◈ 코스: 신기마을 → 주능선 → 고헌봉(서봉) → 고헌산 → 고헌사 → 신기마을

 ◈ 시간: 4시간 14분

 ◈ 회원: 동서 박근영과 함께 

 

 

 

 

07:00   오늘은 밀양에 있는 처가에 온 김에 고헌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영남 알프스를 이루고 있는 여러 산 중에서 해발 1000m가 넘는 것이 7개가 있는데, 그 중에서 아직 고헌산을 오르지 못했다. 밀양에는 동서도 함께 살고 있어 이번 산행에 동행을 하기로 했다. 차를 몰고 동서가 사는 아파트에 들러 서로 만난 다음 콩나물해장국으로 아침을 먹으러 갔다.

 

동서가 단골로 다닌다는 그 해장국집은 콩나물을 듬뿍 넣고 해장국을 끓였는데 맛도 좋고 가격도 3,500원으로 싼 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다.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24번 국도를 따라 울산 쪽으로 달렸다. 가을비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지만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었다. 밀양에서 울산으로 이어지는 24번 국도는, 남명리 부근 10km 정도를 제외하고 거의 4차로 공사가 이루어져 신나게 달릴 수 있었다. 이 구간에 있는 가지산터널은 국도 최장터널로 알려져 있다.

 

가지산터널

 

가지산터널은 울산-밀양간 국도 제24호선에 위치한 터널로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궁근정리와 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를 잇는다. 길이는 울산 방향이 4.58km, 밀양 방향이 4.534km로, 길이 4.6km인 죽령터널 다음으로 긴 터널이면서 동시에 최장 국도터널로 잘 알려져 있다. 2008년 4월 24일에 개통되었으며, 가지산 산악 지역을 통과하는 기존국도의 사고위험을 해결해 주는 동시에 주행거리 단축으로 물류 및 유류비 절감이 이루어지고 있다.

 

▲ 아침을 먹은 밀양의 콩나물해장국집 [07:31]

 

08:35   산행들머리인 신기마을 그린코아 아파트 아래 도로변에 차를 세웠다. 산행 준비를 하고 그린코아 아파트 단지 안으로 걸어들어가 주민에게 궁근지로 가는 길을 물었더니 어쩌구 저쩌구 가르쳐준다. 아파트 단지를 빠져 나와 왼쪽으로 나 있는 도로를 따라 걸어갔다. 도로 오른쪽은 주택부지로 정리를 해놓고 수요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포장도로가 끝나면서 '정희심리건강연구소'라고 새겨진 나무가 하나 서 있는 곳에 도착했다. 여기서 길이 갈라지고 있었다.

 

궁근지가 오른쪽에 있는 것을 보니 길을 잘못 든 것 같은데 그래도 왼쪽보다는 위로 올라가는 길로 들어서야 할 것 같다. 무슨 용도인지 꽤 넓은 길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그 길은 곧 끝이 났고 돌로 만든 계단길이 산위로 나 있었다. 다시 올라붙었다. 일단 길이 있으니 가는 거다. 그러다가 길이 끊어지면? 다시 찾거나 없으면 만들어 올라가면 된다. 없는 길을 만드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그것은 아는 사람만 안다. 

 

▲ 신기마을 그린코아 아파트 아래에 주차 [08:37]

 

▲ 정희심리건강연구소 표지판 [08:47]

 

▲ 널찍한 길이 계속 이어졌다 [08:52]

 

▲ 널찍한 길에서 돌계단길이 산으로 나 있다 [08:55]

 

▲ 돌계단길을 올라오고 있는 동서 [08:55]

 

▲ 산행로 오른쪽의 폐허가 된 대형 비닐하우스 [08:55]

 

08:56   왼쪽 사면에 4각정자가 있어 잠시 휴식을 취했다. 무슨 용도로 지어놓은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거의 사용이 안 되고 있었다. 정자 오른편으로 나 있는 길 아닌 길을 따라 걸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길 마저도 곧 모습을 감추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하나. 산세로 보아 계속 위로 올라가거나 오른쪽으로 가면 제대로 된 길과 만날 것 같다.

 

산에서 길을 잃은 적이 한두 번도 아니니 크게 걱정은 되지 않는다. 대충 감을 잡고 위로 그리고 오른쪽으로 계속 진행을 했다. 다행히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고 또 가시나무나 찔레나무도 없어 수월하게 진행을 할 수 있었다. 정자에서 20분 정도 걸어 마침내 오른쪽으로 올라오는 정식 산행로와 만났다. 그럼 그렇지. 아마 궁근지 오른쪽으로 올랐다면 이 길을 따라 왔을 것이다. 제대로 된 길을 걸으니 걷기에 좋다. 그래서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말이 생겨났나.

 

▲ 웬 4각정자가 다 있네 [08:56]

 

▲ 너덜지대인데 그냥 직진 [09:12]

 

▲ 제대로 된 등산로를 찾았다 [09:24]

 

▲ 산 아랫쪽이라 그런대로 단풍이 남아 있다 [09:30]

 

▲ 큰 나무들은 잎이 거의 다 떨어졌고 [09:37]

 

▲ 작은 관목들은 아직 잎을 매달고 있다 [09:46]

 

▲ 그리 길지 않은 너덜지대 [09:47]

 

09:52   주능선 같은 능선에 올라섰다. 이쪽으로의 오름길은 대체로 완만한 편이다. 높이가 1000m가 넘는 산인데 크게 가파른 곳이 없다. 가을이 많이 깊어졌는지 바닥은 온통 낙엽 천지다. 그러다 보니, 걷는 길이 적당하게 푹신하다. 비는 계속 추적거리는데 서서히 운무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점점 주변의 운무가 짙어진다. 구름 속에 들어선 모양이다. 고헌봉은 어디에 있나, 조금 지루하네.

 

▲ 주능선에 올라선 동서 [09:52]

 

▲ 낙엽이 온 산을 덮었다 [09:59]

 

▲ 서서히 운무가 내려앉기 시작하더니 [10:03]

 

▲ 운무는 점점 짙어지고 [10:15]

 

▲ 철 늦은 구절초 두 송이가 외롭다 [10:19]

 

▲ 신비의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10:19]

 

10:42   고헌봉 정상에 올랐다. 정상표지석에 '고헌봉 1035m'라고 적혀 있다. 전망이 좋다는데 사방이 안개에 싸여 있어 지척도 분간하기 어렵다. 게다가 정상 노릇을 하려고 하는지 비바람이 세차게 불어대고 있었다. 셔츠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왔는데 도저히 힘들어서 윈드자켓을 꺼내 입었다. 따뜻하고 포근하다. 대충 사진을 찍고 고헌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개 때문에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어 표지석에 있는 낙동정맥 화살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돌탑이 몇 개 보이고 널찍한 내리막길이 계속 이어졌다. 한참을 가도 계속 내리막이다.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것 같다. 다시 고헌봉으로 올라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길은 낙동정맥의 외항재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괜히 헛고생만 했네. 고헌봉에서 오른쪽으로 좁은 내리막길이 나 있었다. 그 길이 바로 고헌산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어째 이 중요한 위치에 이정표 하나 없는지 모르겠다. 고헌봉에서 고헌산까지는 모두 데크로 연결되어 있었다. 

 

▲ 고헌봉 정상에서 동서 [10:42]

 

▲ 해발 1035m의 고헌봉 정상에서 [10:43]

 

▲ 비가 내리는 고헌봉에서 [10:43]

 

▲ 외항재 쪽으로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는 중 [11:03]

 

▲ 고헌봉 정상부의 돌탑들 [11:05]

 

▲ 고헌산 방향으로 내려가다 바라본 고헌산 정상부 [11:10]

 

▲ 앞이 잘 안 보이는 고헌산으로 가는 길 [11:10]

 

▲ 고헌봉에서 고헌산으로 가는 길은 데크로 되어 있다 [11:11]

 

11:17   해발 1034m의 고헌산 정상에는 표지석과 돌탑, 이정표 등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는데, 안개 속에 비는 내리고 바람은 불고 해서 분위기가 엉망이었다. 원래 예정은 소호령 쪽으로 진행을 하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곳에서 하산을 하는 것이었는데, 비가 계속 내리고 바람은 불고 전망도 없고 해서 그냥 여기서 고헌사 쪽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정상에서 고헌사로 직접 내려가는 길은 아주 좋지 않았다. 일단 경사가 급하다. 게다가 어중간한 돌이 깔려 있는 돌길이다. 내리는 비 때문에 물에 젖은 바닥이 낙엽 때문에 보이지 않아 아주 미끄럽다. 이 길로 직접 올라가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것 같다. 해발 고도가 높은 곳은 나뭇잎이 거의 다 떨어졌는데 아래로 내려오자 가끔씩 단풍이 든 잎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이제 가을도 거의 끝나가나 보다.

 

▲ 고헌산 정상에서 동서 [11:19]

 

▲ 해발 1034m의 고헌산 정상에서 [11:19]

 

▲ 내려가기가 아쉬어서 한 장 더 [11:19]

 

▲ 비가 와도 폼은 잡아야지 [11:19]

 

▲ 고헌산 정상에 있는 이정표 [11:20]

 

▲ 두부모같이 반듯하게 잘려진 바위 [11:35]

 

▲ 빛 바랜 단풍나무 한 그루가 외롭다 [11:44]

 

▲ 나무들이 거의 옷을 벗었다 [11:51]

 

▲ 단풍나무도 가끔 눈에 보이네 [11:57]

 

▲ 비에 젖은 가을산의 나무들 [12:05]

 

▲ 비에 젖은 가을산의 나무들 [12:09]

 

12:17   마침내 지루한 하산길을 끝내고 고헌사 경내로 내려섰다. 시간을 계산해 보니, 정상에서 고헌사까지 쉬지 않고 계속 내려왔는데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 돌길에다 경사가 급하고, 낙엽이 덮여 있는 길에 비까지 내리고 있으니 빨리 걸을래야 걸을 수가 없었다. 고헌산 아래 자리잡고 있는 고헌사는 고즈녁한 산사로 단풍에 들러싸여 촉촉한 가을비에 젖고 있었다. 분위기가 아주 평화롭다.

 

고헌사에서 신기마을로 내려가는 길, 가로수와 오른쪽 계곡의 단풍이 곱다. 마을이 보이면서 비가 거의 잦아들어 오는 둥 마는 둥 하다. 도로 오른쪽 마을에 모양이 비슷한 건물들이 창고로 쓰이거나 빈 건물로 남아 있었다. 아마 예전에 누에를 치던 잠실이었던 모양인데 지금은 소용이 없어진 탓에 그냥 방치가 되고 있는 것 같았다. 세월의 무상함을 엿볼 수 있는 풍경이다. 마을길을 걸어 차를 세워둔 곳에 도착하는 것으로 오늘 산행은 끝이 났다. 오늘 비록 짧은 거리였지만, 또 전망이 없어 조금 아쉬었지만, 가을비 내리는 만추의 산을 다녀온 것으로 그 모든 것은 다 상쇄되었다. 

 

▲ 고헌사 경내로 내려서는 동서 [12:17]

 

▲ 단풍과 범종각 [12:18]

 

▲ 고헌사 대웅보전 [12:19]

 

▲ 고헌사 감로수 앞에서 [12:24]

 

▲ 고헌사 표지석 [12:25]

 

▲ 고헌사에서 내려가는 그림같은 길 [12:25]

 

▲ 도로 오른쪽 계곡의 단풍 [12:28]

 

▲ 마을에 내려와서 바라본 고헌산 방면 [12:40]

 

▲ 예전에 잠실이었던 건물들이 지금은 폐허가 되었다 [12:43]

 

▲ 차를 세워둔 곳에 다시 돌아왔다 [1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