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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트레킹/네팔 에베레스트

2009.01.18. [Everest 15] 루크라

by 사천거사 2009. 1. 18.

에베레스트 트레킹 제15일 

◈ 일시: 2009년 1월 18일 일요일

◈ 장소: 루크라 

◈ 회원: 충북 네팔오지학교 5차 탐사대



06:30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눈 덮인 암봉이 햇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변하고 있다. 날씨는 좋은 모양이다. 일단 이곳 날씨가 좋다면 문제는 카드만두 공항의 안개다. 아침을 무우국으로 먹었는데 스탭들이 해주는 식사는 오늘 아침이 마지막이라고 보아야 한다. 대원 조편성 결과 1차로 떠나는 12명에 속하게 되어 비행기표는 받았는데 비행기가 언제 올지 모르겠고, 기다린다는 것은 일단 지겹다.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는 기다림은 더욱 그렇다. 그래도 기다림에는 꿈과 희망이 들어 있다. 그래서 막연한 기다림이란 의미가 없는 말이다.


▲ 아침 해에 황금색으로 물든 루크라 앞산 암벽 [07:00]

 

▲ 오른쪽 암봉 정상이 햇빛에 불타고 있다 [07:00]

 

▲ 까마귀들이 놀고 있는 어둠이 가시지 않은 롯지 마당 [07:01]


10:30   카트만두에서 비행기가 떴다는 소식에 일단 공항으로 내려가 탑승 수속을 밟았다. 서너 대의 비행기가 연달아 도착하면서 속속 사람들을 태우고 떠났다. 그러나 우리가 타고갈 예티 항공 비행기는 한 대가 온 후 감감 무소식이다. 물론 다른 회사 것도 마찬가지고. 신현대 가수가 공항 로비에서 산노래를 몇 곡 불러 흥을 돋운다.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이 모두 즐거워한다. 

 

2차로 도착한 비행기 중에 예티항공은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다른 항공사 비행기표로 교환하여 7명이 비행기 한 대로 떠났다. 12명 중 탈락한 5명은 누구일까? 김영진 청소년대원은 0순위, 내가 물귀신처럼 최창원 선배를 끌어내렸고, 정동벽 부단장이 자진해서 남았다. 남은 한 명은? 바로 김영식 대장인데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가 중량 초과로 비행기에서 내리는 불운을 겪게 되었다. 얼마 후 공항직원들이 모두 철수를 했다. 다른 승객들도 모두 공항을 떠났다. 그런데 우리는 왜 남아 있는 거지? 


▲ 아침 햇살이 퍼지고 있는 루크라 공항 활주로 [10:59]

 

▲ 루크라 공항에 1차로 도착한 비행기 [11:14]

 

▲ 우리 대원 7명이 탄 비행기 [12:53]

 

▲ 우리 대원 7명을 태운 비행기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12:56]


13:20   허탈한 마음으로 롯지에 돌아왔다. 오늘 7명만 카트만두로 떠나는 바람에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음식 담당 스탭을 모두 보냈으니 우선 당장 식사가 문제다. 롯지에 볶음밥을 점심으로 준비를 시켰다. 오전 내내 신경을 써서 그런지 배가 몹시 고프다. 기다리는 것은 지루한 것, 세상에 하는 일 없이 가만히 있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은 없다. 롯지에서 만든 볶음밥은 그냥 먹을만 했다. 점심 후 비행기 운행이 취소되었다는 통보가 왔다고 전해준다. 공항직원들이 철수한지가 언젠데...... 

 

15:15   이제부터 뭐하나? 이럴 때 마시는 것이 술이다. 최창원 선배, 박종익 부대장과 함께 루크라 시내로 럭시를 찾아 나섰다. 시내 거리가 거의 끝나는 지점에서 한 남자에게 럭시를 마실 수 있는 곳을 물었더니 바로 앞집을 안내해준다. 럭시를 직접 만드는 곳으로 안주인이 무척 예쁘다. 야크 고기를 안주로 주문하여 럭시 3병을 마셨다. 럭시 한 병에 150루피, 안주까지 모두 1050루피. 박종익 부대장이 값을 지불했다. 


▲ 롯지가 줄지어 있는 루크라 거리 [15:24]

 

▲ 루크라 거리를 걷고 있는 최창원 선배와 박종익 부대장 [15:25]

 

▲ 선술집의 내부 구조는 거의 모두가 비슷하다 [15:32]

 

▲ 보기와는 달리 칼라텔리비전과 오디오 세트가 있다 [15:33]

 

▲ 선술집에서 박종익 부대장, 최창원 선배, 안주인 [16:52]

 

▲ 찌아를 만드는 통을 다뤄보는 박종익 부대장 [17:04]


17:30   롯지로 돌아오니 대원들이 편을 갈라 공터에서 족구를 하고 있었다. 시간이 남아 도니 뭔가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겠지. 닭고기로 저녁을 먹고 나서 방에서 최창원 선배님이 사온 양주 작은 것 2병을 김태영, 이범훈, 김영식 대장과 함께 마셨다. 이어 다시 낮에 럭시 마셨던 곳으로 최창원, 박종익, 이범훈 대원과 함께 가서 야크 고기를 안주 삼아 럭시 3병을 마셨다. 비용 1050루피는 내가 지불. 오랜만에 얼큰하게 취해서 롯지에 돌아와 잠에 빠져들었다. 새벽에 잠에서 깼는데 웬 강아지 우는 소리가 천지를 울린다. 젖을 뗀 강아지가 어미를 찾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