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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트레킹/말레이시아 키나발루산

2008.01.03. [키나발루山 트레킹 2] Fairy Garden Resort→Rabanrata 산장

by 사천거사 2008. 1. 3.

키나발루山 트레킹 제2일차 

일시: 2008년 1월 3일 목요일

◈ 출발: 키나발루 공원(Kinabalu Park) Fairy Garden Resort

◈ 경유: Mesilau Gate

◈ 도착: 키나발루 공원(Kinabalu Park) Rabanrata 산장 

◈ 회원: 평산회원 10명



04:30  눈을 떴다. 여행지에서의 잠은 늘 그렇듯이 선잠이다. 아무리 늦게 자도 일찍 잠이 깬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들려오는 저 소리는 무엇인가? 옆방에서 샤워하는 소리? 비가 내리는 소리? 바람이 부는 소리? 계곡 물이 흐르는 소리? 소리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발코니로 나가 밖을 쳐다보았으나 비가 내리는 것 같지는 않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 눈을 감았으나 정체불명의 그 소리는 좀체 그칠 줄을 모른다. 설마 비는 아니겠지. 비소리라면 밖에 나갔을 때 비가 오는 것이 보였을 텐데. 괜히 걱정이 앞선다. 김인호 氏의 말에 의하면 날씨가 좋을 거라고 했는데. 하긴, 고산지역의 날씨는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니 어제가 맑았다고 오늘도 맑으라는 법은 없다. 

 

05:40  후두둑 거리는 소리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다시 발코니로 나갔다. 비다. 그것도 심하게 내린다. 그런데 왜 이렇게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거지? 이유는 지붕이 함석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양철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는 모두가 알 것이다. 오늘 산행만 아니라면 이 빗소리가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산행을 앞 둔 처지에서는 걱정이 태산이다. 그저 그쳐주기만 바랄 뿐. 

 

06:10  비가 그쳤다. 방금 전만 해도 하루 종일 비를 퍼부을 것만 같던 날씨였는데.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산장 아랫마을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동화책에나 나옴직한 그림같이 평화로운 산속 마을이 산장 아래에 자리잡고 있었다. 일단 비는 그쳤지만 잔뜩 흐린 날씨라서 언제 다시 비가 내릴지 모르는 일이다. 아침 식사를 하러 내려온 회원들 모두가 걱정스런 표정이다. 어쨌든 하늘이 하는 일이니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 Fairy Garden Resort에서 내려다 본 마을 모습 [06:22]

 

▲ Resort 아래 마을에 운무가 피어오르고 있다 [06:30] 

 

▲ Fairy Garden Resort 안내판 앞에서 [06:57]

 

▲ 운무가 한쪽 계곡을 완전히 덮고 있다 [07:40]

 

▲ Fairy Garden Resort 건물 앞에서 [07:50]

 

▲ Fairy Garden Resort 건물 앞에서 문상욱-김영옥 부부 [07:52] 


07:55  Fairy Garden Resort 출발. 산행에 불필요한 짐은 산장에 남겨 놓고 꼭 필요한 것들만으로 배낭을 꾸렸다. 김인호 씨가 '고맙습니다'가 말레이어로 '트리마카시'라고 일러준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 하기 때문에 웬만한 것은 영어로 소통을 할 수 있다. 산장에서 메실라우 게이트까지는 버스로 20분 남짓한 거리였다. 

 

08:19  메실라우 게이트(Mesilau Gate)에 도착. 해발 2,000m 지역으로 우리의 키나발루山 산행 기점이다. 키나발루山 산행은 팀포혼 게이트(Timpohom Gate)를 기점으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올라간 곳으로 내려오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메실라우 게이트로 올라서 팀포혼 게이트로 내려오는 코스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관리사무소에 들러 입산신고를 하고 Name Card를 받은 다음 포터에게 아내의 짐을 맡겼다. 아무래도 고산 지역이라 몸을 가볍게 하고 올라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Mesilau Nature Resort 안내판 

 

▲ Mesilau Nature Resort 안내판 앞에서 이규필-조해숙 부부

 

▲ 메실라우 게이트에서 본격적인 산행 준비를 하고 있는 회원들

 

▲ 메실라우 게이트 관리 사무소 건물

 

▲ 메실라우 게이트 관리 사무소 건물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떠나기 전 기념 촬영

 

▲ 메실라우 게이트 관리사무소 건물에서 [08:34]

 

▲ 우중 산행을 하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회원들 [09:24] 

 

▲ 우중 산행을 하다가 잠시 휴식과 포즈를 취한 회원들 [09:36] 


09:40  제1쉼터에 도착. 오른쪽 산에 몇 줄기 폭포가 하얀 선을 그으며 산 아래로 달리고 있다. 왼쪽으로는 그 유명한 키나발루산의 화강암 바위벽이 보이고. 그러나 곧 운무가 그 바위벽을 화면에서 지워버렸다. 키나발루산을 등정을 위해 메실라우 게이트 코스를 올라오고 있는 다른 팀을 만났다. 서구형의 외국인들인데 성큼성큼 잘도 걷는다. 부럽다.


▲ 제1쉼터에서  


10:18  제2쉼터에 도착. 비는 계속 내린다. 쓸데 없는 비가 왜 계속 오는 거야? 한국에서는 산에 갈 때마다 눈이 오더니 말레이시아에 오니까 비가 온다. 비보가 날라왔다. 이규필 회원 부인인 조해숙 선생이 체력이 달려서 부부가 함께 하산을 했다는 것이다.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코타 키나발루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아쉽다. 하지만 무리한 산행은 더 큰 문제를 불러 일으킬 수 있으니 어쩌면 현명한 판단을 내렸는지도 모른다. 죽어라고 힘들여서 올라왔는데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다. 벌어 놓았던 거 다 까먹는다.


▲ 제2쉼터에서  


10:30  메실라우 기점 2km 지점 통과. 내린 비가 합쳐져 폭포가 되어 흘러 내리고 있다. 비는 계속 내리고 내리막길도 계속 이어졌다. 산행로 주변에서 열대우림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온다. 10시 47분, 메실라우 기점 2.5km 지점 통과. 11시에 제3쉼터에 도착. 11시 11분에 메실라우 기점 3km 지점 통과. 다리를 2개 건너고 나니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산행 속도는 더디다. 11시 34분, 메실라우 기점 3.5km 지점 통과. 11시 41분, 제 4쉼터에 도착. 12시 정각에 메실라우 기점 4km 지점 통과. 12시 27분에 메실라우 기점 4.5km 지점 통과. 

 

12:47  제5쉼터에 도착. 점심을 먹었다. 좁은 쉼터 안에서 간신히 비를 그으면서 서서 도시락을 먹었다. 처량하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옛말 치고 틀린 것 없다. 닭다리와 사과 등으로 구성된 도시락은 내용물은 별 것 아니었지만 남김없이 먹었다. 먹어야 걸을 수 있다. 먹어야 산다. 특히 오늘처럼 비를 맞아서 체온을 많이 뺏기는 날에는 더 많이, 더 자주 먹어야 한다. 고산에서 체온 손실은 고산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가능한 한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 점심 식사 후 사진 한 장 [13:13] 

 

▲ 메실라우 게이트 기점 5.5km 지점 [13:48] 

 

▲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지학근 회원 부부 [13:50] 

 

▲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인호 가이드와 포터들 [14:06] 


14:13  제6쉼터에 도착. 메실라우 코스에 있는 마지막 쉼터다. 이제 조금만 올라가면 팀포혼 게이트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게 된다. 삼거리에서 2km를 올라가면 오늘 목적지인 라반라타 산장에 이르게 되고. 비가 그쳐서 걷기에 좋다. 열대 우림의 숲냄새가 그대로 전해온다. 산행로 옆에 네펜데스 종류의 식충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네펜데스(Nepenthes) 

 

상록 덩굴식물이며 온실에서 관상용으로 심는다. 땅 위에 줄기를 뻗거나, 큰 나무에 엉켜붙는 등 자라나는 형태는 각각이다. 잎은 잎자루·잎몸·덩굴·벌레잡이주머니로 이루어지는데, 잎은 어긋나고 긴 타원형이며 길이 10~15cm 정도로 중륵(中肋)이 길게 자라서 끝에 벌레잡이통을 만든다. 통 한쪽에 2개의 날개가 있고 긴 털이 돋으며 통 입구에 뚜껑 같은 부속체가 있으나 여닫지 않는다. 뚜껑과 통 입구에 꿀샘이 있어서 벌레를 유인하고 통의 입구는 미끄럽기 때문에 벌레들이 통 속으로 떨어지기 쉽다. 통 속에는 소화액이 분비되므로 떨어진 벌레는 소화 흡수된다. 통의 크기·형태·빛깔 및 무늬 등에 따라서 종류를 구별한다.

 

 

꽃은 2가화(二家花)로 지름 8mm 정도의 흑자색 단성화가 가지 끝 수상꽃차례[穗狀花序]로 밀생한다. 잎이 자라서 뚜껑이 열리면 세균이 번식하고, 펩신 외에 트립신을 분비한다. 벌레가 들어가면 통의 내벽에서 유기산이 분비되므로 소화력이 커진다. 네펜데스속에는 79종이 있는데, 각각의 개체는 변화무쌍하며 지방에 따라 고유한 모양과 성질을 지닌 것이 많다. 주로 중국 남부·인도차이나·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자라는데, 특히 수마트라섬과 보르네오섬에 많은 종류가 있다.


▲ 잠시 휴식을 취하며, 비옷은 언제 벗나? [14:13]  

 

▲ 비가 그친 산길을 걷고 있는 회원들 [14:28] 

 

▲ 산행 중에 만난 네펜데스 종류의 식충식물 [14:30] 


14:33  삼거리에 도착. 팀포혼 게이트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다. 팀포혼 게이트 쪽에서 말레이시아 학생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팀포혼 게이트 코스를 이용하고 메실라우 게이트 코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거의 전부라고 한다. 팀포혼 코스는 메실라우 코스보다 거리가 2km 짧지만 주변 경관은 메실라우 코스가 훨씬 좋다. 좋은 것을 보려면 그만큼 고생을 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법이다. 비가 그쳐 걷기에는 불편하지 않지만 계속되는 오름길이라 힘이 많이 든다. 서서히 고소 증세가 올 높이가 가까워지기도 했다.


▲ 삼거리에서 나백주-천성아 부부와 함께  

 

▲ 팀포혼 게이트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서 

 

▲ 삼거리에서 김지홍 회원과 함께 

 

▲ 삼거리에서 지학근-남연옥 부부와 나백주-천성아 부부 

 

▲ 비가 그친 틈을 타서 잠시 비옷울 벗고 [14:55] 

 

▲ 다시 비옷을 입고 휴식을 취하다 [15:13] 

 

▲ 가파른 오르막에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15:37] 

 

▲ 운무가 피어오르는 키나발루산을 배경으로 [15:40]  

 

▲ 막강의 평산회원들 [15:42]

 

▲ 아래녘으로 잠시 해가 비치기도 하는데 [15:43] 

▲ 부부팀 중에서 유일하게 키나발루山을 등정한 지학근-남연옥 부부 [15:48] 


15:52  제7쉼터인 Willosa Shelter에 도착. 구름은 잔뜩 끼어 있지만 비는 오지 않고 산 아래 먼 하늘은 푸른 빛이다. 쉼터를 지나 조금 올라가니 팀포혼 게이트 기점 5.0km 지점 표지판이 나타나고, 이어서 관목 숲 사이로 계단식 산행로가 나타났다. 왼쪽의 키나발루山 암봉은 여전히 구름에 싸여 있다.


▲ Willosa Shelter에 도착해서 

 

▲ Willosa Shelter 건물 모습 

 

▲ 팀포혼 게이트 기점 5km 지점 [15:59] 

 

▲ 관목 숲길을 오르고 있는 회원들 [16:00] 

 

▲ 운무에 싸인 키나발루산을 향하여 [16:00] 


16:25  마지막 쉼터인 Paka Cave Shelter에 도착. 해발 3,052m다. 이제 오늘의 종착역인 라반라타 산장도 멀지 않았다. 10여분 후 팀포혼 기점 5.5km 지점 표지판을 지나고, 아름다운 꽃이 핀 지역과 고사목 지대를 지나 올라서니 제법 넓은 터가 나타났다. 라반라타 산장 바로 아래에 있는 헬리콥터 착륙장이었다.


▲ Paka Cave Shelter 

 

▲ 팀포혼 게이트 기점 5.5km 지점 [16:40]

 

▲ 잠시 휴식을 취하며 [16:52]

 

▲ 산행 중에 만난 고사목 지대 [17:03]  


17:26  헬리콥터착륙장에 도착. 뒷쪽으로 3층으로 된 라반라타 산장 건물이 보이고 그 뒤로 키나발루山의 거대한 화강암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산장의 고도는 해발 3,273m로 고산 증세가 서서히 나타날 높이다. 우리 회원들은 아직까지는 고산 증세 때문에 크게 고생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혹시 모르지. 고산 증세를 겪고 있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있는지.


▲ Rabanrata Resthouse 아래에 있는 헬리콥터 착륙장에 도착해서 

 

▲ 헬리콥터 착륙장에 도착한 회원들 

 

▲ Rabanrata Resthouse 뒤로 솟아 있는 키나발루산 암봉들 

 

▲ 평산회의 발전과 내일 새벽 정상 등정을 위하여! [17:31]

 

▲ 순수한 평산회원들만 찰칵, 이규필 회원이 빠져 아쉽다 [17:34] 


2충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 한국 사람은 우리밖에 없는 것 같았고 그 외에 일본인을 비롯한 각국의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뷔페식 저녁 식사를 한 다음 3층에 있는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남자들은 침대가 모두 10개인 방이었는데 2층으로 되어 있었다. 따뜻한 물이 나온다고 했지만 나는 양치와 세수만 했다. 산행을 하면서 샤워를 한다는 것은, 내 상식으로는, 사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깟 하루 샤워 안 한다고 무슨 탈이 나겠는가? 네팔에서는 15일을 그냥 버텼는데. 산행은 관광과는 다르다. 관광은 글자 그대로 그냥 보면서 즐기면 되지만 산행은 자기와의 싸움이다. 편안함만 추구하는 사람은 산행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런 사람들은 관광에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19:00  침대에 누웠으나 잠은 오지 않는다. 방에 있는 사람들이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역력하다. 세상이 조용한데도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 많이 걸어서 피곤한데도 잠이 오지 않는다. 잘 시간이 넘었는 데도 잠이 오지 않는다. 왜? 이유를 모르겠다. 자꾸 시계만 들여다보게 된다. 그냥 빨리 시간이 흘러갔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