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트레킹 제3일차
◈ 일시: 2007년 8월 6일 월요일
◈ 출발: 이도백하
◈ 경유: 용정-도문
◈ 도착: 연길
◈ 회원: 아내와 함께
05:30 기상. 오늘은 이도백하를 떠나 용정과 도문을 거쳐 연길까지 이동을 하게 된다. 호텔에서 뷔페식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호텔 앞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호텔에 묵은 것을 알고 아침부터 나와 있는 것이었다. 주로, 장뇌삼, 영지. 손수건 등을 팔고 있었는데 아내는 손수건을 몇 장 샀다. 시간이 있어 호텔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새로 지은 대부분의 건물은 맨 아래 층은 상점이고 이층부터는 아파트식 주거지역이었다.
▲ 하루를 묵은 용욱 호텔 모습
▲ 호텔 옆 이도백하 거리 모습
▲ 호텔 옆 건물 모습
07:43 버스 2대로 출발. 시내를 조금 벗어나니 도로 양쪽이 소나무 숲인데 철책으로 보호를 하고 있었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이 소나무들은 미인송(일명 장백송)으로 모두 호적이 있다고 한다. 덧붙여서, 중국 사람들 중에는 호적이 없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기 있는 미인송은 모두 호적이 있고 나무를 해치면 엄한 벌을 받는다고 일러준다. 호적을 가진 나무? 세상이 넓다 보니 별의 별 일이 다 있다.
이도백하진을 벗어났다. 중국은 성-시(현)-진의 행정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진은 우리나라의 면에 해당한다나. 중앙선이 없는 도로를 따라 버스는 달린다. 중앙선이 있는 곳도 있고. 원추천인국이 도로 양쪽에 많이 피어 있다. 피나무꿀을 판매하는 곳에 들러 잠깐 휴식. 상점의 간판을 보면 위는 한글이 적혀 있고 아래에는 한자가 적혀 있다. 규정이란다. 또 어떤 경우에는 한글을 앞에 쓰고 한자를 뒤에 쓴 간판도 있었다. 이곳은 장뇌삼으로도 유명한데 푸른 비닐로 덮어 재배를 하고 있었다.
▲ 미인송(장백송) 숲
▲ 피나무꿀을 파는 곳
09:38 청막골 휴게소에 도착. 커다란 한글 간판이 걸려 있다. 단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기념품을 판매하는 제법 큰 휴게소였다. 중국에서 물건을 구입하기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그 물건이 가짜가 아닐까 하는 것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물건이 히트를 치면 그 다음 날 수백 개의 짝뚱 제품 공장이 생기는 곳이 중국이라고 한다. 시원스레 뻗은 도로를 버스는 또 달린다.
▲ 청막골 휴게소 모습
▲ 상점이 있는 거리 모습
▲ 원추천인국이 아름답게 피어 있는 도로
▲ 제법 잘 지어진 주택 모습
10:20 묘향려행기념품전람관에 도착. 북한에서 운영하는 기념품 판매소다. 작은 방에 들어가니 앞에 상품을 진열해 놓은 곳이 있고 벽에는 자수로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곧 북한 여성이 들어와 우황청심원에 대한 약효 등을 설명하며 상품 선전을 하였다. 안궁우황환 6개 한 곽에 22만원. 너무 비싸다. 구매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람관 문을 나서는 우리들을 바라보는 북한 아가씨의 눈빛이 왠지 서글픈 것 같다. 버스는 다시 출발. 완전히 수학여행을 다니는 것 같다. 단체 관광이니 그럴 수밖에. 주유소에 들러 버스에 기름도 넣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주유소 옆에서 담배 피우다 혼 나고. 다 그런 건 아닌데 몰상식한 사람들도 꽤 있다.
▲ 묘향려행기념품전람관 옆에 있는 비석
▲ 묘향려행기념품전람관
▲ 전람관 옆애 있는 중국 주택 모습
13:00 용정시에 진입. 중국농업발전은행 이층에 있는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상호도 간판도 없는 곳인데 사람들은 많다. 물론 모두 한국인이다. 음식도 한국 음식이고. 버스 출발. 일송정을 멀리서 구경했다. 일반적으로 일송정을 정자로 알고 있는데 원래는 정자 모양을 한 소나무였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그 소나무를 베어냈고 그 후 베어낸 소나무 모양을 한 정자를 세웠다고 한다. 버스가 다리를 건너는데 가이드가 해란강이라고 일러준다. 예전에는 꽤 큰 강이었는데 점점 작아지고 있다며 기상이변에 따른 현상일 거라고 말한다.
▲ 점심을 먹은 음식점이 이 은행 이층에 있다
▲ 은행 건물 앞에서
▲ 용정시 거리 모습
▲ 용정시를 흐르는 해란강
▲ 용정시 거리 모습
14:00 용정시에 있는 용정중학교에 도착. 그 안에 대성중학교 건물이 남아 있었다. 안내원의 설명에 의하면 독립운동의 혼이 들어있는 역사적 건물이라고 한다. 안내원의 설명을 들은 후 방명록에 서명을 하며 장학금으로 만원을 기탁했다. 학교 건물 앞에 윤동주 시비가 있어 기념사진도 찍고. 14시 32분에 도문을 향해 출발.
▲ 대성중학교 건물이 있는 룡정중학 교문
▲ 대성중학교 건물을 배경으로
▲ 윤동주 시비 앞에서
15:14 두만강 건너 북한땅이 보이는 곳에 잠시 정차를 했다. 북한 땅 야산은 거의 대부분이 밭으로 개간이 되어 있었고 아래에는 주택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멀리서나마 같은 민족이 살고 있는 북한 땅을 바라보며 마음이 잠시 혼란스러워졌다. 한 나라가 강대국에 의해 반으로 나뉘어져서 서로 다른 길을 달려왔는데 사는 모습이 왜 이렇게 달라졌는지. 언제 다시 같은 모습으로 살아 갈련지. 버스는 두만강을 오른쪽에 두고 계속 달렸다. 마침내 두만강 물을 만질 수 있는 도문에 도착했다.
▲ 멀리 보이는 산은 두만강 건너 북한 땅
▲ 멀리 보이는 산은 두만강 건너 북한 땅
15:41 도문강에 도착. 도문강은 두만강의 중국명이다. 북한과 중국의 국경선을 이루고 있으며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강변에 있는 상점에서 우리나라의 트롯트가 울려퍼지고 있다. 이곳이 중국인지 북한인지 한국인지 분간이 잘 안 된다. 뗏목과 같은 유람선에는 4명이 탈 수 있는데 요금은 한 사람에 5,000원이다. 노래 그대로, '두만강 푸른 물에 노젓는 뱃사공'이다.
북한 병사 2명이 강 건너에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김지홍 교장 선생님이 강변에 있는 매점에서 막걸리와 수박을 사와서 먹었는데 막걸리는 쥬스 맛이었다. 수박은 그런 대로 먹을만 했고. 화장실에 들렀다. 아, 듣던 그대로 문이 없고 칸막이만 해 놓은 곳이었다. 그나마 칸막이라도 있으니 양호한 편이라나. 이 유명한 관광지에 이런 화장실이. 중국에서 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이 바로 화장실 문화다.
▲ 도문강을 배경으로 정우종 선생 부부와
▲ 뗏목이 떠다니는 두만강, 건너편에 북한 병사 2명이 보인다
▲ 두만강의 모습
▲ 도문변경 안내판
16:20 도문 출발. 버스는 연길시를 향해 달렸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한 다음 장춘행 기차를 탈 곳이다. 가이드 대신 정우종 선생이 마이크를 잡더니 버스에 탄 사람들에게 노래를 시키며 흥을 돋운다. 사회를 보는 솜씨가 보통 수준이 아니다.
17:15 연길시 곰사육장에 도착. 수 천마리의 반달곰을 사육하는 곳이었는데 일정한 나이가 되면 쓸개즙을 빼낸다고 한다. 그렇게 빼낸 쓸개즙을 말린 것이 웅담분인데 100g에 16만 원에 팔고 있었다. 공짜로 제공하는 웅담술을 두 어잔 씩 마셨다. 곰을 저렇게 사육해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국가에서 하는 사업이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 곰사육장 앞에서
▲ 곰사육장의 반달곰들
▲ 한 쪽 다리를 들고 있는 반달곰들
18:05 골든스타호텔 이층에 있는 류경식당에 도착. 북한 사람들이 직접 북한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는 곳이었다. 넓은 음심점 테이블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모두가 이곳으로 관광을 온 한국사람들이었다. 음식맛은 우리 입맛에 맞는 일품 음식이었다. 하긴, 북한과 남한이 원래 다른 나라가 아니지 않는가. 식사를 마치고 나가려는데 가이드가 곧 공연을 할 거니까 보고 가라고 한다.
서빙을 하던 북한 여자들이 한복으로 갈아입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얼굴도 예쁘지만 그 목소리가 얼마나 곱던지. 모두들 감동의 도가니다. 조화로 된 꽃다발을 사서 주면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그냥 돈만 내고 부르는 것보다 센스가 있다.
아내와 나는 발맛사지를 신청했는데 이 호텔 이층에 발맛사지를 하는 곳이 있었다. 요금은 2만원. 가운으로 옷을 갈아입고 한 방에 6개의 침대가 놓여 있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앉아 있으니까 여자들이 들어온다. 발맛사지는 남자는 여자 맛사지사가 하고 여자는 남자 맛사지사가 해 준단다. 나이는 20대 전후. 족욕기에 발을 담그게 하고 어깨부터 맛사지를 시작했다. 상체를 맛사지 한 후 발을 맛사지했다. 약 한 시간 정도 걸렸는데 경험 삼아 받아본 것이었지만 기분상 피로가 확 풀리는 것 같았다. 발맛사지를 마친 후 호텔을 나와 대기중인 버스를 타고 연길역으로 향했다.
▲ 연길시의 거리 모습
▲ 저녁식사를 한 류경식당이 있는 세기호텔
▲ 북한 여성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 북한 여성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 목소리가 환상적인 북한 여성들
▲ 연길시의 야경
▲ 골든스타호텔의 야경
21:00 연길 기차역에 도착. 발맛사지를 받지 않은 사람들은 여기서 야경을 즐기며 기다리고 있었다. 기차표를 나누어 받은 다음 대합실로 들어갔다. 야간 기차인데도 대합실은 만원이었다. 에어 컨디셔너가 없어 사람들의 열기로 대합실은 찜통이었다. 그래도 밤이라 그런지 땀이 흐를 정도는 아니다. 마침내 개찰이 시작되고 그 많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개찰구를 빠져 나갔다. 중국 기차 침대칸은 어떻게 생겼을까?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칸막이가 되어 있는 것일까? 6명이 한 칸에서 잔다는 데 그게 가능할까? 궁금한 사항이 너무 많았다. 이런 경험을 해보는 것이 다 여행의 즐거움이 아니던가.
▲ 연길역에 도착
▲ 연길역 전경
▲ 연길역 부근 야경
▲ 연길역 부근 야경
21:50 기차가 출발했다. 열차번호는 N 124, 칸은 14차였다. 기차에 올라보니 한쪽은 복도식으로 되어 있고 다른 한쪽에 칸을 막아 3층씩 2열로 6명씩 잠을 자게 해놓았다. 우리 자리는 '008 中'과 '009 下'였다. 요금은 上, 中, 下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물론 下가 가장 비싸다. 일단 자리를 정한 다음 각자 배낭에 있는 술과 안주를 들고 한군데로 모였다.
마지막 밤 파티를 열고 있는데 중국 차장이 오더니 곧 불을 끌거라고 한다. 말대로 불이 꺼졌다. 그래도 헤드랜턴을 켜놓고 술을 먹는데 다시 오더니 해산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하겠다고 말을 한다. 다른 사람들 수면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란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아쉬움을 남기며 해산. 각자의 좁은 침대에서 잠을 청했다. 잠이 올까 걱정을 했는데 피곤함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 장춘행 기차 침대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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