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 일시: 2024년 9월 29일 일요일 / 맑음
◈ 장소: 서운동성당 /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서운동
◈ 회원: 아내와 함께
10:00 오늘은 연중 제26주일이자 천주교에서 정한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사도좌와 뜻을 같이하여,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과 이민자들에게 더욱 깊은 사목적 관심을 기울이고자 2001년부터 '이민의 날'을 지내고 있었다. 주교회의 2021년 춘계 정기 총회에서는, 이 명칭을 보편 교회에 맞추어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World Day of Migrants and Refugees)로 변경하였다.
오늘 복음 내용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말은 다음 두 가지이다.
하나,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둘,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그때에 요한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어떤 사람이 스승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저희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 저희는 그가 그런 일을 못 하게 막아 보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막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로 나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그리스도의 사람이기 때문에 너희에게 마실 물 한 잔이라도 주는 이는, 자기가 받을 상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 나를 믿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자는,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던져지는 편이 오히려 낫다.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그 꺼지지 않는 불에 들어가는 것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네 발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발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절름발이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또 네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 던져 버려라. 두 눈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외눈박이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지옥에서는 그들을 파먹는 구더기도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않는다." -마르코 복음 9,38-43,45,47-48-
먼저 예수님이 하신 말씀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라는 내용을 살펴보자. 이 말씀은 우리를 따르지 않는 사람, 즉 우리와 다른 사람이 기적을 일으키는 것을 시기하는 요한 제자의 말에 대한 예수님의 답변으로, 다른 사람의 구원 행위를 시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님은 구원사업을 하러 이 세상에 오신 분이다. 비록 우리와 다른 사람이 구원사업을 하고 있더라도, 예수님의 구원사업과 같은 구원사업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을 배척하지 말고 우리 편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법당에 있는 불상에 붉은 페인트로 십자가를 그어 놓고 '사탄아 물러가라!'라고 소리친 사람이 있었다. 부처님이 사탄이면 불교신자들은 모두 악마를 숭배하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공공장소에 설치되어 있는 단군상의 머리를 자른 경우도 있었다. 우상숭배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런 논리라면 타 종교에서 보면 예수상은 우상이 아니겠는가. 물론 위에서 일어난 일들은 독단적인 사고를 가진 광신도들이 벌인 극단적 행태라고 볼 수 있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그런 독단적인 사고의 위험성을 경계하신 것이다. 불교든, 이슬람교든 우리와 같은 구원사업을 하고 있다면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참고로, 우리가 가르치는 교리만 믿고 우리 교회를 다녀야만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교회가 있다면 100% 이단이라고 보아도 틀림이 없다.
'손이 죄짓게 하거든 손을 자르고 발이 죄짓게 하거든 발을 자르고 눈이 죄짓게 하거든 눈을 빼 던지라'라고 하신 예수님의 두 번째 말씀은 이해하기가 쉽다. 간단명료하다. 죄를 지으면 하느님 나라에 갈 수 없고 지옥에 떨어지게 된다. 그러니 천국에 가고 싶으면 죄를 짓지 마라.
하지만 육체를 지닌 나약한 인간이 죄를 짓지 않을 도리가 없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죄를 짓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천국에 갈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이 아닌가?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런데 방법이 있다. 바로 고해성사다. 지은 죄를 진심으로 통회하고, 회개하고, 반성한 후 고해성사를 통해 죄의 사함을 받을 수 있다. 그러면 죄를 짓더라도 고해성사만 받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 아니다. 천국은 그렇게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톨스토이가 쓴 '죄와 벌'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있듯이 죄에는 반드시 벌이 따른다.
고해성사를 통해서, 지은 죄는 면제받았지만 죄에 따르는 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벌을 잠벌이라고 한다. 잠벌은 보속을 통해서 면제받을 수 있다. 그래서 고해성사를 하면 신부님이 죄에 상응하는 보속을 주신다. 그렇다면, 죄는 면제받았지만 보속을 하지 않아 잠벌이 있는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가? 죄가 없으니 지옥에는 가지 않지만 잠벌이 있으니 천국에도 갈 수 없다. 그런 사람들이 가는 곳이 바로 연옥이다. 잠벌을 가진 영혼들은 연옥에 머무르면서 천국에 갈 날을 기다리게 된다. 문제는, 연옥에 있는 영혼은 천국에 가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도 방법은 있다.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해 줄 수 있다. 끊임없는 기도와 선행을 통해서 연옥 영혼을 천국에 갈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간구하는 것이다. 연옥 영혼을 위해 우리가 바칠 수 있는 기도로는 연옥 영혼을 위한 묵주기도, 식사 후 기도, 구원을 비는 기도 등이 있다. 연옥 영혼들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기도하자. 그래야 내가 죽어서 연옥을 가 있을 때 이 세상 사람들이 천국에 갈 수 있도록 빌어주지 않겠는가.
▲ 청주 서운동성당 [09:57]
▲ 서운동성당 성모동굴 [09:57]
▲ 서운동성당 제대 [09:58]
▲ 미사가 끝났어요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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