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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트레킹/일본 다이센·히루젠

2011.01.06. [다이센/히루젠 山行 1] 청주→동해

by 사천거사 2011. 1. 6.

다이센-히루젠 山行 1

◈ 일시: 2011년 1월 6일 목요일

◈ 장소: 다이센 1709m / 일본 돗토리현 / 나카히루젠  1202m / 일본 오카야마현  

◈ 코스: 청주 → 동해 → DBS 훼리

◈ 회원: 청주 산사랑산악회 안내 산행


 

 


11:00   오늘은 산사랑산악회에서 안내하는 일본 다이센과 히루젠 산행을 떠나는 날이다. 택시를 타고 청주 실내체육관 앞에 도착하니 함께 산행을 할 박운용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준다. 11시 조금 넘어 47명의 회원을 태운 버스가 강원도 동해를 향해 출발, 서청주나들목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평일이고 낮시간이라 도로에 차가 별로 없다.

 

12:30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로 차가 들어갔다. 점심으로 고구마빵을 사고 원두 커피를 한 잔 시켜 먹고 마셨다. 이제는 식사를 꼭 밥으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버려야 한다. 버스 출발, 날은 화창한데 며칠 째 계속되는 한파가 오늘도 여전하다. 올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고 추운데 이건 비단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니다. 차창에 서린 입김이 차 안에서 얼어붙을 정도로 바깥 날씨가 춥다.


▲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 [12:32]


14:25   동해고속도로 동해휴게소에 차가 또 들렀다. 화장실 타임.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이 불어대는 휴게소에서 바라보는 동해의 푸른 물이 막혔던 가슴을 확 뜷어준다. 저 먼 수평선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어릴 때 꿈꾸었던 무지개가 과연 저 너머에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 무지개를 잡을 수 있을까. 망상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난 버스가 묵호항을 향해 달린다.


▲ 동해고속도로 동해휴게소 [14:26]

 

▲ 동해휴게소에서 바라본 기곡해수욕장과 망상오토캠핑 리조트 [14:27]

 

▲ 동해휴게소에서 바라본 동해 [14:27]


14:50   묵호항 활어판매센터 앞에 차가 섰다. 훼리에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술이라도 한 잔 하려면 안주가 필요한데 여기서 회를 떠가 안주로 삼으라는 이야기다. 괜찮은 발상이다. 나는? 혼자서 술을 마실 수도 없고 해서 회는 포기했다. 주어진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도로를 따라 바닷가 쪽으로 걸어갔더니 '묵호항 수변공원' 안내 조형물이 있고, 계단을 올라가니 바닷가 제방을 따라 산책로가 나 있었다. 여기도 역시 바닷바람이 매서운데 그래도 앞이 확 트인 곳에서 온통 바다만 보노라니 그쯤 추위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늘 새삼 느끼건데 모든 자연은 정말 오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 묵호항 활어판매센터 [14:53]

 

▲ 묵호항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 [14:54]

 

▲ 묵호항 수변공원 안내 조형물 [15:01]

 

▲ 수변공원 산책로에서 바라본 동해 [15:04]

 

▲ 수변공원 산책로에서 바라본 동해 [15:05]


15:55   동해항 국제여객터미널 앞에 차가 섰다. 우리가 일본 사카이미나토 항까지 타고 갈 배는 DBS 크루즈훼리인데 2009년 6월 29일에 첫 출항을 했다. 현재 일본 사카이미나토 항(거리 386km, 약 14시간 소요)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거리 811km, 약 25시간 소요)을 왕복 운행하고 있다. 이번 산행을 안내해줄 가이드 이상진 氏를 만났다. 중년 나이에 일본山을 많이 다닌 경험이 있는 분으로 취미 삼아 가이드 일을 하고 있었다.

 

배는 만원이었다. 스카우트 단원들 80명을 포함한 여러 단체 여행객들이 우리와 한 배를 탈 사람들이었다. 이 훼리는 2,200,000원 짜리 VIP실부터 10만 원도 안 되는 이코노미 스탠다드 C실까지 다양한 종류의 선실을 갖추고 있었다. 우리는? 당연히 가장 값이 싼 스탠다드 C실이다. 비행기를 탈 때보다 훨씬 간단한 출국수속을 밟은 다음 계단을 이용해서 훼리로 올라갔다.


▲ 동해항 국제여객터미널 [15:57]

 

▲ 버스에서 내린 회원들 [15:57]

 

▲ 터미널 안 출국수속 대기 중인 스카우트 단원들 [16:33]

 

▲ 동해항과 사카이미나토 항을 오가는 DBS 크루즈 훼리 [17:09]

 

▲ 훼리에서 바라본 동해항 부두 풍경 [17:11]


17:20   다인 선실인 1301호에 들어가보니 사람 한 명이 간신히 발을 뻗고 누울 수 있는 공간에 매트리스, 시트, 담요, 베개가 각각 하나씩 분배되어 있었다. 이거 완전히 지리산 산장 분위기네. 내 자리인 26번을 찾아보니, 천만다행으로 오른쪽 가장자리였다. 일단 배낭을 내려놓고 매트리스를 편 다음 다리를 쭉 펴고 누웠다. 오매, 편안한 거. 깜박 잠이 들었는데 누군가가 어깨를 흔든다.

 

내 왼쪽 옆 두 자리를 차지한 부부가 묵호항에서 떠온 회를 펼쳐놓고 소줏잔을 기울이다 나를 깨운 것이다. 같이 먹자며 잔을 권한다. 마다할 내가 아니지. 회를 안주 삼아 권커니 자커니 하면서 소주를 두 병이나 비웠다. 술이 들어가자 속이 훈훈해지며 함께 기분도 좋아졌다. 산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 부부도 산악회를 따라 산에 자주 가는 사람들이었는데 특히 토요산악회 회원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6시에 훼리가 출항을 했고 7시에 이층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식사가 시작되었다. 파도가 심한 편인지 배가 많이 흔들린다. 뷔페인 저녁식사는 메뉴도 그리 많지 않고 음식의 질도 그저 그런 정도였다. 특이한 것은 귀하다는 녹색홍합이 메뉴에 들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뉴질랜드에 갔을 때 처음 알게된 녹색홍합을 오늘 오랜만에 만났네.

 

저녁 후 다시 선실로 내려와 양치를 한 다음 자리에 누웠다. 사실 딱히 할 일이 없어 그냥 누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훼리에는 노래방과 나이트클럽 같은 시설도 있지만 함께 갈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몇몇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 다시 술판을 벌렸다. 비몽사몽 하면서 밤을 지새는데, 파도가 계속 심해 배가 많이 흔들리고 여기저기서 멀미하는 사람들의 왝왝거리는 소리가 동시다발로 들려왔다. 나는 멀미를 하지 않으니 복 받은 몸으로 태어났다고 보아야 한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 DBS 크루즈 훼리 다인실 풍경 [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