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바다낚시
◈ 일시: 2008년 4월 27일 일요일
◈ 장소: 경남 남해 남해대교 앞 바다
◈ 회원: 박준구, 차윤택, 황인영, 이효정(4명)
06:31 모텔 문을 나섰다. 어제 저녁에 안주가 좋아 조금 술을 과하게 먹은 탓인지 머리가 그리 개운한 편은 아니다. 모텔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가니 해산물을 파는 수산시장이다. 이른 시간인데도 상점마다 불을 밝히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 특히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부지런해야 먹고 산다. 남들보다 먼저 일어나고 늦게 자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기가 아니던가. 시장 입구에 있는 봉정식당에서 가정식 정식으로 아침을 먹었다. 어제 마신 술 때문에 입맛이 좋지는 않았지만 반찬이 맛이 있어 밥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7시에 식당 출발. 오늘의 낚시 장소인 남해대교 앞 바다를 향해 떠났다. 가는 도중에 낚시점에 들러 갯지렁이를 미끼로 샀는데 그 값이 장난이 아니다. 갯지렁이 고급품 100g에 자그만치 8천원이라니 한우 특수부위 가격보다 더 비싸다. 이 고급 미끼를 어떤 놈들이 물어댈지 자못 궁금하다. 낚싯배가 떠날 선착장으로 가는 길 양쪽 논과 밭에 마늘이 파랗다. 이곳 남해는 온통 마늘 천국이다. 듣기에는, 전국 마늘의 30%가 남해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갈 때 마늘쫑이라도 사가야겠다.
▲ 남해 수산시장 새벽 풍경 [07:00]
▲ 아침 식사를 한 봉정식당 [07:00]
07:45 남해대교앞 선착장에 도착. 우리가 배를 타고 나갈 곳인데 무슨 항인지 이름은 모르겠다. 다른 짐은 차에 그대로 두고 낚시도구와 아이스박스만 배에 실었다. 정원이 5명인 통통 어선이 남해대교를 오른쪽으로 두고 바다로 힘차게 나아갔다. 어제는 바람이 많이 불어 걱정을 했지만 오늘은 파도가 전혀 없고 해수면이 마치 유리알 같았다. 스쳐 지나가는 무인도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하동 화력발전소가 잘 보이는 곳에 배가 정박했다. 하늘은 계속 부옇다.
▲ 남해 대교 직전에 있는 어촌 선착장
▲ 선착장에 어선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다
▲ 우리를 바다로 데려다 준 선장이 사는 마을
▲ 우리가 타고 나갈 배에 올랐다 [07:51]
▲ 바다에서 바라본 남해대교 [07:53]
▲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들 [07:55]
07:56 드디어 바다낚시가 시작되었다. 지난 번에 신문에서 본 글이 생각난다. '낚싯꾼이 낚시에 미끼를 끼어 물 속에 드리우는 것은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세상살이도 그렇다. 세상의 먹잇감이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가 댓가 없이 주어질 때에는 늘 조심을 해야 한다. 그냥 덥석 물었다가는 미끼를 물려다 낚시바늘에 꼬인 물고기 신세가 되고 마는 것이다. 낚시에 문외한인 우리들은 전문가인 박준구 선생님으로부터 낚싯대 조종법을 배운 후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낚시를 드리웠다.
바다 풍경은 말없이 고요한데 광양제철소에서 들려오는 소음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렇다 하더라도 저곳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무슨 방지 시설이나 장치가 있겠지. 고기는? 소식이 없다. 이놈들이 다 어디로 갔나? 우리야 그저 바다에 온 것만으로도 좋은데 박준구 선생님은 초조하신 모양이다. 初魚상, 大魚상, 多魚상이 있다는데 누가 타려나? 입질조차 없어 낚싯배의 위치를 조금 옮겨 보았다.
▲ 하염 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 차윤택 선생님 [07:58]
▲ 낚싯배에 앉아서 하동 화력발전소를 배경으로 [08:01]
▲ 낚싯배에서 차윤택, 황인영 선생님 [08:01]
▲ 바다낚시 준비에 한창인 박준구 선생님 [08:01]
▲ 낚싯대 끝만 열심히 바라보고 있는 황인영 선생님 [08:31]
▲ 바다낚시에 열중인 차윤택 선생님 [08:44]
▲ 연기를 내뿜고 있는 광양제철소 [08:44]
09:18 낚시 시작한지 한 시간의 넘어서야 마침내 첫 번째 물고기가 잡혔다. 누구에게? 나다. 물고기는 자그마한 놀래미였다. 어쨌든 초어상은 내 것이다. 뒤이어 차윤택 선생님이 꽤 큰 놀래미를 낚았고 이어 박준구 선생님이 이름이 이상한 가시가 억센 물고기를 잡아 올렸다. 2시간 반이 지났는데 잡은 고기는 우리가 잡은 세 마리에 어부가 잡은 두 마리를 합쳐 달랑 다섯 마리였다. 그래도 고요한 바다에 배를 타고 흔들거리니 신선이 따로 없다. 강태공은 바늘도 없는 낚시를 드리웠다고 하지 않은가.
▲ 내가 맨 처음 놀래미를 잡아 초어상을 탔다
▲ 차윤택 선생님이 잡은 놀래미 [09:39]
▲ 오늘 바다낚시 여행에 온 힘을 쏟으신 박준구 선생님 [10:02]
▲ 박준구 선생님이 잡은 가시가 많은 고기 [10:19]
▲ 고기가 잘 안 물리네 [10:37]
10:50 몇 마리 못 잡았지만 일단 잡은 고기로 회를 떠서 소주를 한 잔 먹기로 했다. 놀래미 두 마리를 회를 떠서 소주와 양주를 먹기 시작했다. 박준구 선생님이 멸치의 일종인 보리멸을 잡아 올려 역시 양주 안주로 사용이 되었다. 손가락 굵기만한 보리멸을 회로 뜨는 박준구 선생님의 솜씨가 달인 못지 않다. 요거 고기만 좀 잘 잡히면 정말 신선이 따로 없는데 고기가 협조를 안 하네.
▲ 일단 잡은 고기로 회를 뜨고 있는 박준구 선생님 [10:50]
▲ 직접 잡은 고기로 회를 떠서 소주 한 잔 [11:08]
▲ 우리 낚싯배 선장님 [11:08]
11:34 다시 자리를 옮기고서 차윤택 선생님에게 입질이 왔다. 낚싯대가 활같이 휜다. 큰 놈이 잡혔나 보다. 수면에 가까워지자 모습을 드러내는데 고기 모양이 넙적하다. 저게 뭐야? 도다리다. 크다. 저런 것도 낚시로 잡히는구나. 갑자기 배 안에 환호성이 터지고 얼굴에 웃음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황인영 선생님은 왜 소식이 없지? 모두가 안타까워하는데 마침내 놀래미 한 마리가 올라왔다. 뒤 이어 또 놀래미, 그리고 작은 도다리를 계속 잡아 올렸다. 뒷심이 세다. 나는 잡기 힘들다는 우럭도 한 마리 잡았다. 우리는 재미 있었건만 박준구 선생님은 조황이 좋지 않아 실망이 큰 것 같다.
▲ 커다란 도다리를 낚아 올린 차윤택 선생님
▲ 차윤택 선생님이 잡은 도다리
▲ 잡은 도다리를 들고 기념으로 한장
▲ 박준구 선생님이 잡은 보리멸 [11:39]
▲ 황인영 선생님이 잡은 놀래미 [11:46]
▲ 놀래미를 한 마리 잡자마자 낚시하는 모습이 진지해진 황인영 선생님 [12:01]
▲ 고기가 다 어디 갔나? [12:08]
▲ 또 다시 놀래미를 잡아 올린 황인영 선생님 [12:11]
▲ 황인영 선생님이 잡은 도다리 [12:35]
▲ 배에서 본 남해대교의 모습 [13:49]
▲ 낚시는 기다림이다 [14:06]
▲ 내가 잡은 우럭 [14:25]
14:47 선착장에 배를 댔다. 짐을 내리고 선장 동생이 하는 신선횟집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잡은 물고기가 충분해서 회를 더 시킬 필요가 없었다. 자연산 도다리, 우럭, 놀래미 등으로 구성된 회는 신선하면서도 씹히는 맛이 좋았다. 여기서도 소주를 2병 해치웠다. 앉았다 하면 기본이 2병 이상이다. 운전을 하시는 박준구 선생님이 술을 안 드셔서 그렇지 만약 함께 거들었다면 그 양은 훨씬 더 늘어났을 것이다.
먹다 남은 회를 도시락에 포장한 다음 횟집을 나섰다. 만 원씩 주고 산 마늘쫑을 한 푸대씩 들고 차에 올라 청주를 향해 출발했다. 잔뜩 먹었으니 이제 청주까지 가는 일만 남았다. 그나 저나 운전 하느라고 술도 못 드신 박준구 선생님에게 너무 미안하다.
▲ 낚시를 마치고 돌아온 선착장
▲ 배에서 선착장으로 내려오고 있다
▲ 일렬로 잘 서 있는 고깃배들
▲ 조개껍데기가 쌓여 있는데 용도는 잘 모르겠다
▲ 낚싯배 선장 동생이 운영하는 신선횟집 [14:53]
▲ 신선횟집에서 우리가 잡은 고기로 푸짐하게 먹었다 [15:23]
18:41 인삼랜드 휴게소에 도착. 영산홍이 화려하게 피어 있는 휴게소 쉼터 벤취에서 아까 식당에서 가져온 회를 안주 삼아 소주를 한 병 마셨다. 우리가 잡은 것이라 그런지 더 맛이 좋다. 옆을 지나가는 아저씨가 있어 권했더니 달려든다. 먹어 보더니 감탄을 한다. 그럴 만도 하지. 연휴 끝이지만 차가 크게 밀리지는 않았다. 서울로 갈 사람들은 이미 다 올라갔나 보다.
청주에 무사히 도착, 산행과 바다낚시를 곁들인 주말 여행이 무사히 끝이 났다. 바다와 어우러진 설흘산 산행도 좋았거니와, 비록 많이 잡지는 못했지만 망망대해에 낚시를 드리웠던 바다낚시 경험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산이면 어떻고 바다면 어떠랴. 자연으로 떠나는 그 자체가 좋은데 말이다.
▲ 영산홍이 잘 어울려 피어 있는 인삼랜드 휴게소
▲ 포장을 해 온 회를 마지막 파티를 연 인삼랜드 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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