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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국도 도보旅行

2006.01.18. [도보旅行 2] 옥천→청도 도보여행

by 사천거사 2006. 1. 18.

국도 183km 도보여행기 

◈ 일시: 2006년 1월 18일 수요일-22일 일요일(4박 5일간)

◈ 장소: 옥천-청도 국도 / 총거리 183km


2005년 여름방학 때 시도했던 '청주-밀양'간 도보여행은 사전 지식 부족과 여러 가지 준비의 미비로 옥천에서 중단되었었다. 2006년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나머지 구간인 옥천에서 밀양까지의 도보여행을 하기로 마음 먹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 다음 재도전에 나섰다.


제1일차

2006년 1월 18일 수요일 옥천→영동 28km

 

09;25  어제 저녁에 꾸려 놓은 배낭을 매고 아파트를 출발. 아내가 차로 가경터미널까지 데려다 준다는 것을 버스를 타고 가겠다고 했다. 아파트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데 마침 가경터미널 가는 버스가 온다. 운이 좋다. 버스 요금 850원. 아침이라 그런지 날씨는 조금 쌀쌀한 편이다. 10시 10분에 가경터미널 도착. 10시 30분 발 옥천행 직행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에 탄 손님은 나를 포함하여 모두 6명. 버스 요금 3,800원. 그래도 운행 수지가 맞나? 연신 휴대전화가 울린다. 홍세영 회원이 김영옥 회원 전화번호를 문의했고, 김영철 친구가 카페에 사진 올리는 법을 물어온다. 학교에서도 전화가 한 번 왔다.

 

11:20  옥천 톨게이트 통과 바로 하차. 4번 국도 도로표지판이 보인다. 대구까지 계속 4번 국도를 따라 걸어야한다. 옥천읍사무소 통과. 그런데 이 4번 국도는 대전에서 옥천까지 새로 만들어진 도로가 아니라 옛날 도로였다. 디귿자 모양으로 거의 2km를 걸어서 왕복 4차로 4번 국도와 만났다. 영동 26km라는 표지판이 서 있다.


▲ 옥천읍사무소 건물


12:00  영동 26km 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 1km 걷는 데 13분이 걸렸다. 오른쪽으로 고속철도가 나 있고 KTX가 지나간다. 저 기차를 타면 밀양까지 얼마나 걸릴까? 원래는 왼쪽으로 자동차를 마주 보며 걷는 것이 원칙이지만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잘 나 있어서 오른쪽으로 걸었다. 왼쪽으로 걷는 경우 경사가 급한 언덕길과 급커브길은 조심해야 한다. 언제 차가 출몰하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 화물트럭 운전기사가 옥천조폐창 위치를 묻는다. 나도 초행이니 알 수가 있나.


▲ 4번 국도에 있는 영동 26km 전 이정표


12:23  영동 24km. 겨울 답지 않게 날씨가 화창하다. 발걸음도 가볍다. 12시 35분-영동 23km. 12시 46분-영동 22km. 13시 13분-영동 20km. 국도에는 1km 마다 거리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목표지점까지 얼마의 거리가 남았는지 알 수 있어 편리하다. 또한 1km 씩 거리가 줄어드는 즐거움은 걸어본 사람만 안다.

 

13:23  구짐티 삼거리에 도착. 이원과 무주로 가는 501 지방도가 갈라지는 곳이다. 도로 옆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 있는 '두꺼비가든'에서 선지해장국을 점심으로 먹었다. 가격 4,000원. 아내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다.


▲ 점심을 먹은 두꺼비 가든


14:00  출발. 이원묘목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양쪽으로 묘목밭이다. 이제 농촌도 옛날 방식의 농업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지역적인 특성화를 이루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원은 묘목으로 성공한 지역이다. 북한에 묘목을 보냈다는 기념비가 서 있다. 14시 13분-영동 18km.

 

14:25  열심히 걷고 있는데 트럭 한 대가 경적을 울리면서 멈추고 운전기사가 '어디까지 가는지 모르지만 타시지요'라고 한다. 그냥 걷는 거라고 하면서 사양을 했다. 태워 달라고 손을 들어도 잘 서지 않는 것이 요즘 인심인데 정말 고마운 아저씨다. 아마 자가용 같았으면 절대 서지 않았을 것이다. 14시 38분-영동 16km.

 

14:50  영동 15km. 보은국도관리청 직원 3명이 간이설치물을 이용하여 과적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내 모습을 보더니 어느 산에 가느냐고 묻는다. 밀양까지 걷는 중이라니까 모두 놀란다. 놀랄만도 하지. 15시 1분-영동 14km. 15시 18분-영동 13km. 왼쪽으로 금강이 흘러간다. 금강이 이쪽으로 흘러갔나? 15시 30분-영동 12km. 오른쪽으로 옥계폭포 가는 길이 나왔다. 옥계폭포는 예전에 한 번 다녀온 적 있다. 갑자기 오른쪽에 있는 집에서 개 2마리가 튀어 나오며 달려든다. 꽤 큰 개였는데 소리치며 발길질을 하니까 돌아간다. 복날이 멀어서 힘을 쓰나? 15시 43분-영동 11km.

 

18:00  오늘 목표지인 영동 도착. 금수장모텔에 짐을 풀었다. 숙박비 30,000원. 양말을 벗어보니 전혀 물집이 잡히지 않았다. 다리 통증도 거의 없다. 샤워를 한 다음 돼지갈비와 소주 한 병을 곁들여 저녁을 먹었다. 비용 9,000원. 집에 전화를 했더니 아내는 영화 '왕의 남자'를 보러 갔고 선영이가 받는다. 아무 이상 없다고 전한 다음 휴식을 취했다. 안티푸라민을 양쪽 다리에 발랐다. 잠을 청했다. 그런데 이 모텔이 철로 옆이라서 수시로 기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소형 냉장고에서 나는 소음도 만만치가 않다. 자주 잠에서 깨었다.


제2일차

2006년 1월 19일(목) 영동→김천 45km

 

06:00  기상. 몸이 상쾌하다. 오늘은 걸어야 할 거리가 상당해서 조금 일찍 서둘렀다. 6시 20분 모텔 출발. 아침은 가다가 적당한 곳에서 먹으면 된다. 7시 31분 - 김천 38km. 도로는 왕복 2차로다. 국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왕복 2차로인 곳이 적지 않다. 차를 마주보며 왼쪽으로 걸었다.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차들이 질주한다. 포도의 고장 답게 길 양쪽이 온통 포도밭이다.

 

07:44  김천 37km. 오른쪽에 샤토마니 포도주 공장이 보인다. 작년 여름 스카우트 캠퍼리에 참가했을 때 스카우트 대원들과 견학을 했던 곳이다. 7시 56분-김천 36km. 날은 잔뜩 흐려 있다. 영동지방에 대설주의보가 내렸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비라도 오면 어쩌나. 날은 따뜻하다. 8시 8분-김천 35km.


▲ 영동 샤토마니 포도주 공장


08:20  김천 34km. 몸에서 땀이 난다. 날씨가 춥지 않은 것이 큰 다행이다. 앞에서 일어난 자동차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승용차 2대의 심하지 않은 접촉사고라서 사람은 다치지 않았는데 차는 견인을 할 정도였다. 작년에 겪은 교통사고 생각이 났다. 늘 조심해야지. 8시 22분에 황간면 진입. 8시 36분-김천 33km. 8시 44분-김천 32km. 흐린 날이 서서히 개면서 해가 모습을 들어낸다. 다행이다. 정류장에 할머니 두 분이 차를 기다리다가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신다.

 

09:00  노근리 사건 현장 50m라는 표지판이 서 있다. 왼쪽으로 나란히 가던 경부선 철도 지하도가 모습을 드러내고 흰 페인트로 총탄 자국을 표시한 것이 보인다. 한쪽으로 노근리 사건에 관한 현황판과 게시판, 사무소, 간이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다.


▲ 노근리 사건 현장


09:18  황간 IC 4km 전. 왼쪽으로 경부고속도로가 있고 자동차들이 시원스럽게 달린다. 차에 탄 사람들이 부럽다. 고개가 하나 나타났다. 추측컨데, 이 고개를 넘으면 황간일 것 같다.  해가 찬란하게 빛나는 맑은 날씨다. 지금까지 아침 먹을 곳이 계속 없었는데 아마 황간면소재지에 가야 있을 것 같다. 9시 20분-김천 29km. 9시 33분-김천 28km. 9시 47분-김천 27km.

 

09:50  황간면 태림식당에서 올갱이 국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가격 5,000원. 주인 아주머니가 이런 얘기를 해주신다. 한 번은 두 명이 음식을 잔뜩 시켜 먹고 도망을 쳐서 황간역까지 가서 잡은 적이 있다고. 음식값을 내지 않고 그냥 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린가?

 

10:20  출발. 화창하던 날씨가 다시 흐려졌다. 백화산으로 가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 온다. 백화산, 좋은 산이지. 이제 27km 정도 남았으니 몸만 견뎌준다면 시간상으로는 김천까지 무난할 것 같다. 아직 컨디션은 정상이다. 무엇보다 발에 물집이 생기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10시 36분-김천 26km.

 

10:44  김천 25km. 오른쪽으로 경부고속도로와 경부선 철도가 나란히 달리고 있다. 마을 이름이 '애교리'라는 표지석이 서 있다. 이름 좋다. 걷다보니 마을 이름도 별의 별 것이 다 있다.


▲ 동네 이름이 멋지다, 애교리


11:03  추풍령면에 진입. 왕복 2차로가 끝나고 4차로가 시작되었다. 여기서부터 약 14km 정도는 마을과는 상관 없이 새로 난 도로였다. 정말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차량 통행도 매우 뜸했다. 11시 10분-김천 23km. 바람이 꽤 차다. 11시 22분-김천 22km. 11시 35분-김천 21km. 11시 47분-김천 20km.

 

11:55  왼쪽 발 뒷꿈치가 조금 이상하다. 길 옆 정류장에서 양말을 벗고 살펴보니 아니나다를까 뒷꿈치에 작은 물집이 잡혀 있다. 작년 여름방학 때 작은 물집을 방치했다가 그것이 커져서 도보여행을 실패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바늘을 꺼내 물집의 물을 뺀 다음 일회용 반창고로 테이핑을 했다. 물집이 생기는 데에는 신발끈을 어떻게 매느냐도 상당히 중요하다. 12시 8분 - 김천 19km. 12시 20분-김천 18km.

 

12:27  경북 김천시 봉산면에 진입. 인가는 전혀 없고 자동차 길만 네 줄기 뻗어 있다. 외로운 길이다. 오른쪽으로 새로 만든 경부고속도로 6차로 고가도로가 함께 달리고 있다. 점심은 어디서 언제 먹나. 12시 33분-김천 17km. 12시 45분-김천 16km. 12시 57분-김천 15km. 13시 9분-김천 14km. 13시 24분-김천 13km. 12시 36분-김천 12km. 12시 50분-김천 11km. 드디어 마을이 있는 도로와 만났다. 오른쪽으로 구도로와 연결 되어 있는 도로였다. 김영철 회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격려 차 걸었다고. 너무나 고맙다. 피로가 한숨에 달아난다. 이런 친구가 있어 좋다. 14시 4분-김천 10km. 14시 16분-김천 9km.


▲ 경북 김천시 봉산면 이정표

 

▲ 4차로 도로와 경부고속도로


14.25  길 옆 '춘희가든'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김치찌개, 가격은 4,000원. 주인 아줌마가 아주 신명이 많고 재미있는 분이었다. 디지털 카메라를 건네 주면서 사진을 한 장 찍어달라고 부탁드렸더니 생전 처음 찍어본다며 초점도 맞추지 않고 그냥 꾹 누른다. 도보여행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내 인물 사진이다. 명작이다.


▲ 음식점 주인이 찍은 사진


14:50  다시 출발. 길 양 옆으로 인도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니 김천 시내가 가까워진 모양이다. 길어야 8km. 오른쪽 발바닥이 이상하다. 정류장에서 양말을 벗어보니 발바닥 뒷부분에 물집이 잡힌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바늘을 꺼내 찔러 보았으나 물은 나오지 않는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오래 걸어서 그냥 발바닥이 아픈 거였다.

 

15:03  김천 8km. 15시 17분-김천 7km. 15시 31분-김천 6km. 길 옆은 시내가 가까워지면서 온통 비닐하우스 천지다. 가끔 포도밭도 눈에 띈다. '영남 제일문 김천'이라는 관문이 높이 솟아 있다. 김천시 우회도로를 통하여 계속 걸었는데 모텔이 없다. 17시 쯤 택시를 탔다. 길을 모를 때에는 택시가 최고다. 운전기사는 매우 친절한 분으로 행선지를 물은 다음 내일 아침에 출발하기 좋은 곳에 있는 모텔로 안내해 주었다. 택시요금 1,500원.


▲ '영남 제일문 김천' 관문


17:10  모텔 하얀성, 숙박비 30,000원. 아주 깨끗한 곳이었다. 집에 전화를 했더니 선영이가 받는다. 얼마 후 아내가 안부를 물어왔다. 다리 컨디션은 양호, 물집은 오른쪽 발에만 작은 것 하나, 발바닥 뒷부분에 통증, 양쪽 새끼 발가락 발톱 부분 통증. 샤워를 한 후 물집 치료를 하고 나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이모 순대'에서 돼지머리 국밥과 소주 한 병, 6,000원. 막노동자로 보이는 두 사람이 들어와 주인아줌마에게 막걸리를 외상 달라고 한다. 아줌마는 못마땅한 눈치로 막걸리 한 통, 사발 2개, 김치 몇 쪽을 갖다 놓는다. 인심 사납다. 저녁을 먹고 나니 피로가 밀려 온다. 오늘 꽤 많이 걸었기 때문이다.


▲ 김천 하얀성 모텔


제3일차

2006년 1월 20일(금) 김천→왜관 32km

 

07:45  기상. 어제 조금 많이 걸은 탓도 있고 또 오늘은 가야할 거리가 어제보다는 적기 때문에 늑장을 부렸다. 발바닥 통증은 자고 나니까 없어졌다. 아마 딱딱한 곳을 계속 밟아서 생긴 통증이었던 것 같다. 걷기 시작하면 다시 통증이 살아나겠지.

 

08:30  모텔 출발. 오늘이 대한인데 날씨는 화창하다. 날씨가 좋은 것만 해도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아내에게 출발 보고를 하고 오른쪽 인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오른쪽 복숭아뼈 부분이 아프기 시작했다. 등산화에 닿은 부분이라서 그런가 하고 생각하며 거즈를 대보았는데 마찬가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것은 마찰이 문제가 아니라 발목 자체의 통증이었다.

 

09:20  길 옆 '삼도봉 식당'에 불이 켜져 있기에 식사가 되느냐고 물었더니 밥은 안 된다고 한다. 남편인 듯한 남자가 주방에 있는 아내인 듯안 아주머니에게 '라면은 되느냐'고 묻자 '물만 있으면 되지'라고 아주 신경질적으로 남편에게 답을 한다. 상황으로 보아 둘이 다툰 것 같다. 남편 쪽이 힘을 못쓰는 것을 보니 잘못은 남편에게 있는 것 같고. 계란 푼 라면 한 그릇. 가격 2,000원.

 

09:40  김천에서 왜관까지는 왕복 2차로인데 4차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차량 통행은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많았다. 갓길도 좁아 차가 지나갈 때마다 부딪칠 것만 같다. 어제 지나 온 '영동-김천' 구간은 차량 통행이 거의 없음에도 왕복 4차로인데, 이렇게 차량통행이 많은 구간이 아직 왕복 2차로인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10:02  왜관 27km. 왕복  4차로 확장공사로 만들어 놓은 임시도로로 걸으니 차량도 없고 아주 편안하다. 10시 29분-왜관 25km. 10시 44분-왜관 24km. 10시 57분-왜관 23km. '운곡2리'라고 하는 마을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충북 괴산에 있는 내 고향 이름인데. 왼쪽으로 고속철도가 있고 KTX가 질주한다. 거의 소리도 나지 않는다. 11시 13분-왜관 22km. 11시 26분-왜관 21km.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산성에 간다며 차 세워 놓은 곳을 묻는다. 11시 41분-왜관 20km. 12시 21분- 왜관 17km.


▲ 공사중인 도로


12:41  오른쪽 발목과 양쪽 새끼발가락 발톱의 통증 때문에 길 옆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땀에 젖은 양말을 벗고 마른 양말로 갈아 신었다. 정류장 맞은편은 공터 였는데 왜관 쪽에서 오던 에쿠스와 소나타 승용차가 좌회전을 하더니 공터로 들어갔다. 소나타를 몰고 온 여자가 차를 세운 다음 에쿠스 조수석으로 옮겨 타고 에쿠스는 곧 김천을 향해 달려 나갔다. 여자는 30대 초반, 남자는 40대 초반. 두 사람은 어떤 사이이며 지금 어디로 가는 걸까?

 

13:14  왜관 14km. 13시 22분, 칠곡군 북삼읍 진입. 금오산도립공원입구에 있는 '은지골 식당'에 들러 밥을 먹을 수 있느냐고 물으니, '밥 종류는 안 된다'고 한다. 오늘은 밥 먹을 팔자가 못되나 보다. 칼국수를 시켰다. 가격 3,000원. 금오산은 구미 방향(앞쪽)에서 올라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뒷쪽에서 올라가는 길도 있다. 대구에 사는 이종사촌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저녁에 대구에 도착할 예정인데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 구미 금오산


14:00  식당 출발.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항문 주변이 아프다. 지난 여름방학 때도 그런 현상이 있었는데 마찰에 의해 피부가 벗겨진 모양이다. 따끔거리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경험해본 사람만 그 고통을 안다. 참고 걷는 수밖에. 14시 3분-왜관 13km. 14시 17분-왜관 12km. 14시 30분-왜관 11km. 속이 불편하다. 화장실이 어디에 있나? 들판에 널린 것이 다 화장실이지. 14시 50분-왜관 10km. 밀양에 사는 동서에게서 안부 전화가 왔다. 15시 3분-왜관 9km. 왕복 4차로 도로가 다시 시작되었다. 왜관이 가까워진 모양이다. 15시 18분-왜관 8km.

 

15:37  약목역 도착. 이 역 앞에는 장승이 여러 개 세워져 있었다. 일반적인 역과는 다른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16시-왜관 5km. 16시 34분-왜관 3km. 길을 걷다 보면 마주오는 차에 탄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나를 쳐다본다. 표정도 가지가지다. 웃는 사람, 손짓을 하는 사람, 놀라는 사람. 과연 그 사람들은 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 장승이 서 있는 약목역


17:00  왜관 운성장 모텔에 투숙. 숙박비 25,000원. 시설도 좋고 값도 가장 저렴했다. 아내에게 도착 보고한 후 짐정리 및 샤워.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다. 막창구이 2인분에 소주 1병. 가격 13,000원. 주인 아줌마가 '어디서 왔느냐'고 묻기에 '청주에서 왔다'고 하니까 '청주에는 막창구이 같은 것 없지요?'라고 한다. 청주가 왜관보더 훨씬 큰데 막창구이집이 없다니. 모텔에 돌아와 몸 상태를 점검하니 부위별로 조금씩 통증은 있지만 정상이다. 취침.


▲ 왜관 운성장 모텔


제4일차

2006년 1월 21일(토) 왜관→대구 35km

 

07:10  기상. 몸 상태가 가뿐하다. 8시 20분 출발. 날씨는 화창한데 약간 쌀쌀한 편이다. 8시 26분-대구 34km. 8시 55분에 낙동강 다리를 건넜다. 강바람이 차다. 처음으로 마스크를 했다. 강물에는 청둥오리인지 철새들이 떠다니고 준설공사도 한창이었다. 둔치를 이용한 야구장이 이채롭다. 낙동강에 비친 해가 아름답다. 9시 3분-대구 31km. 9시 16분-대구 30km. 9시 30분-대구 29km. 왼쪽으로 경부고속도로가 있는데 전광판에 '북대구 13분, 경산 27분'이라는 빨간색 글자가 보인다. 자동차로 15분 거리를 하루 종일 걸어야 하는구나. 9시 45분-대구 28km.


▲ 낙동강에 해가 비치고


09:50  '구미기사식당'에서 늦은 아침을 먹었다. 김치찌개, 가격 4,500원. 아내에게 몸 상태가 양호하다고 안부 전화를 걸었다. 10시 15분-출발. 10시 30분-대구 27km. 10시 42분-대구 26km. 날씨는 매우 화창하다. 10시 55분-대구 25km. 11시 7분-대구 24km. 왼쪽으로 천주교 '신나무골 성지'가 자리잡고 있다. 11시 20분-대구 23km. 11시 45분-대구 21km. 11시 55분-대구 20km. 신동에 가까워지니 아카시아 나무가 자주 눈에 띈다. 이곳은 아카시아 나무가 많아서 꽃이 피는 때면 아카시아 축제가 열리는 지역이다. 12시 10분-대구 19km. 12시 21분-대구 18km. 12시 34분-대구 17km. 12시 46분-대구 16km. 12시 56분-대구 15km. 13시 10분-대구 14km. 지천초등학교 쪽으로 길을 접어 들었다.


▲ 천주교 신나무골 성지 건물


14:20  삼계탕으로 점심을 먹었다. 가격은 7,000원. 배가 고프면 맛하고는 상관 없다. 15시에 식사를 마치고 출발. 비닐하우스 밭을 지나 금호강 둑을 따라 걸었다. 도시를 통과할 때에는 신호등 때문에 짜증이 나는데 이렇게 걸으니 그런 방해을 받지 않아 좋다. 경부고속도로의 왼쪽과 오른쪽을 옮겨 가며 중앙선도 없는 도로를 계속 걸었다. 마주 오는 차가 곧 부딪칠 것 같다. 산격대교를 건넌 다음 택시를 탔다. 이종사촌 동생을 범어로타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상 걸어서는 불가능하다. 대구 시내의 교통은 큰 문제였다. 좁은 도로에 밀려드는 차들. 택시요금 7,800원.

 

19:00  범어로타리에서 이종사촌 동생을 만났다. 나와 나이는 같지만 생일이 늦다. 집에 전화를 했더니 받지 않아 아내 휴대전화로 했더니 밀양이라고 한다. 밀양이라니? 사정을 알아보니, 오늘 차를 몰고 아내 혼자 밀양까지 왔다는 것이다. 차로 청주시내만 돌아다니던 사람이 그 먼 밀양까지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려왔다니. 나보다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이라 미리 근처에 있는 '마이더스 모텔'에 방을 잡은 후 동생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갔다. 숙박비 40,000원. 소양구이를 안주로 소주를 2병 마셨다. 술이 당겼지만 내일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제5일차

2006년 1월 22일(일) 대구→청도 45km

 

06:15  모텔 출발. 5시에 눈을 떴다. 일찍 떠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잠을 깨운 것이다. 오른쪽 네 번째 발가락에 물집이 생겨 처치를 했다. 바람이 차고 날은 어둡다. 일요일 새벽인데도 대도시라 그런지 차량 통행이 많다. 편의점에 들러 500원 주고 생수를 한 병 산 다음 경산 가는 길을 물었더니 친절하게 어디에서 몇 번 버스를 타라고 일러준다. 그 사람 눈에는 내가 밀양까지 걸어갈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을 테지. 25번 국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도로가 무척 넓다. 세어보니 왕복 12차로나 된다. 6시 30분-경산 10km.

 

07:15  날이 서서히 밝아 온다. 바람이 차다. 도보여행을 시작한 후로 오늘이 가장 춥다. 우측 인도를 따라 계속 걸었다. 대구지하철 2호선이 함께 달리고 있다. 대구를 상징하는 Colorful Daegu라는 아치형 조형물이 이채롭다. 8시 39분에 경북 경산시 중산동에 진입.


▲ Colorful Daegu 조형물


09:10  '가마솥 식당'에 들러 곰탕을 아침으로 먹었다. 가격 6,000원. 아내에게 안부 전화. 밀양까지는 걸어서는 못 갈 것 같고 청도까지 가게 되면 버스를 타고 밀양으로 가겠다고. 9시 35분 출발. 어제까지 말짱하던 발목이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특히 오른쪽 발목의 통증이 심하다. 10시 21분-청도 25km. 10시 31분-청도 24km. 10시 44분-청도 23km. 10시 56분-청도 22km. 외로운 고행길이다. 만나는 사람은 달려오는 차량 속에 탄 사람들 뿐이다. 11시 8분-청도 21km. 11시 20분-청도 20km. 11시 33분-청도 19km. 11시 49분-청도 18km. 12시 6분-청도 17km.

 

12:00  도로가 다시 왕복 2차로로 줄어들었다. 발목의 통증이 심해서 걷는 속도가 느려졌다. 이전까지는 1km에 12분~13분 걸렸는데 지금은 평균 15분 이상 걸린다. 작년 여름방학 때는 물집 때문에 옥천에서 포기를 했는데 이번은 발목 통증이다. 계속 같은 부위에 압박을 가해서 생기는 통증 같다. 어쨌든 청도까지는 가야한다. 12시 20분-청도 16km. 12시 51분-청도 14km. 휴게소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 잔 뽑아 마셨다. 가격 300원.

 

13:03  청도 13km.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별로 생각이 없다. 라이온스 클럽에서 세운 청도에 관한 글인 모양인데 무슨 뜻인가? 13시 20분-청도 12km. 청도는 감의 고장인데 그래서 그런지 마을과 언덕마다 감나무며 심지어 가로수도 감나무다. 왼쪽으로 대구에서 부산으로 가는 새고속도로가 계곡을 가로 질러 달리고 있다. 25일에 개통이라고 하던데. 13시 39분-청도 11km. 13시 55분-청도 10km. 14시 8분-청도 9km. 14시 21분-청도 8km.


▲ 청도군 표지석


14:38  청도 7km. 왼쪽으로 높은 건물이 솟아 있고 넓은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하다. 온천이었다. 청도에도 온천이 있나? 하긴 어디든지 깊이 뚫으면 뜨거운 물이 솟아나는 않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수질이 문제지. 조금 가니까 이번에는 더 높은 건물에 더 많은 차들이 도로까지 이어져 서 있다. 용암온천이라는 간판과 함께 선전을 하는 현수막들이 줄지어 걸려 있다. 연신 차들이 들락거린다. 관광차도 많다. 올 때 한 번 들러볼까?

 

14:53  청도 6km. 청도는 소싸움으로도 유명한 곳인데 왼쪽으로 투우경기장이 눈에 들어온다. 지방자치 시대이기때문에 각 지방마다 특색있는 사업과 축제 등을 잘 운영하여 수입을 올리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15시 7분-청도 5km. 15시 23분-청도 4km. 오른쪽으로 청도읍이 보인다.

 

16:15  청도 시외버스정류장에 도착. 드디어 목적지에 이르렀다. 원래 밀양이 목적지였지만 현재의 발목 상태로는 힘들 것 같다. 이것으로 만족하자.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아내에게 전화를 한 후 버스 시간을 알아보니 이런 황당한 일이 있나. 16시 5분에 밀양가는 차가 있었고 그 다음은 19시 4분에 있었다. 아니 3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정류장 관리인이 기차역이 바로 옆에 있으니 그리 가보라고 한다. 그렇지, 기차를 타면 되지. 기차역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밀양 사는 처남에게서 전화가 왔다. 차를 가지고 갈테니 기다리라고. 반가운 말이지. 얼마 후 처남이 오고 밀양까지 24km 거리는 차에 몸을 실은 채 도보여행을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