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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국도 도보旅行

2005.07.16. [도보旅行 1] 청주→옥천 도보여행

by 사천거사 2005. 7. 16.

단독 도보 여행

◈ 일시: 2005.07.16.(토) - 07.17.(일) 1박 2일

◈ 장소: 청주 → 옥천


7월 16일(토요일)

 

1학기 여름 방학을 하는 날이다. 그 동안 계획해 온 도보 여행을 실행에 옮기는 날이기도 하다. 학교를 파하고 집에 돌아오니 오후 1시 30분 정도 되었다. 어제 저녁에 준비해 놓은 짐을 꾸렸다. 생각보다 배낭이 묵직하다. 평지를 걷는 것이라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을 했는데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무거운 짐은 발에 하중을 가중시키고 결국은 걷는 이틀 동안 계속 부담이 되었다.

 

14:07  거실에서 기념사진을 한 장 찍고 아파트를 나섰다. 아내는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걱정이 되는 눈치다. 어깨에 맨 배낭이 조금 무거웠지만 발걸음은 가볍다.


▲ 아파트 거실에서 출발 전에


14:17  진천에서 대전으로 이어지는 17번 국도에 이르렀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보도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덕성초등학교 앞을 지나는데 선영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 보려고 학교에서 서둘러 왔는데 못보았다고 서운해한다. 밤고개를 지나면서 이전 연구원까지 걸어가면서 이 길을 지나던 생각이 난다.

 

14:40  청대 4거리에 도착했다. 시내에서의 도보 여행은 인도가 있어 차량으로부터의 안전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되지만 시내를 벗어나면 인도가 없어 위험하다. 시내에서는 시끄럽고, 매연이 심하고, 횡단보도마다 신호등에 걸려 서야 하는 문제점도 있다.

 

15:17  상당공원, 청주 백화점을 거쳐 육거리에 도착을 했다. 만보계를 보니 6,129보를 걸었다. 이곳 육거리는 17번 국도와 보은으로 가는 25번 국도가 갈라지는 곳이다. 집에서 준비해간 물을 한 잔 마시고 사진을 찍었다. 재래시장이지만 아케이드 형식으로 만든 후 활성화가 많이 된 시장이다. 도로변에 좌판을 놓고 대부분 채소를 파는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줄지어 않아 있다.


▲ 청주 육거리재래시장

 

▲ 청주시 육거리


16:00  꽃다리를 건넌 다음 교대, 남중, 충북고를 지나 도교육청 앞 잔디밭에 도착을 했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건만 습도가 높고 기온도 높아 땀이 비오듯 한다. 물을 마셨다. 평소에 산행을 할 때에도 물을 별로 마시지 않는 편인데 물이 무지하게 먹힌다. 배낭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다리도 아프고 발바닥이 후끈거리며 따갑다.


▲ 충청북도교육청 입구


16:20  청주시를 벗어나 청원군 남일면에 들어섰다. 이제부터는 인도가 없어지고 갓길을 걸어야 한다. 달리는 차의 위험성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17:00  대련리에서 휴식을 취했다. 아내에게서 '어디 쯤 가고 있느냐'고 문자가 왔다. 얼렸던 물이 미지근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얼린 물은 배낭 안에 넣어 놓는 것이 훨씬 더 늦게 녹는다.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서 모자를 꺼내 썼다. 차가 지나갈 때 마다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려고 한다.


▲ 청원군 남이면 대련리


17:45  남이면사무소(척산)에 도착을 했다. 여기서부터 가구단지가 현도까지 이어진다. 청원군이 가구로 유명한데 이곳부터가 소위 '가구단지'인 것이다.


▲ 남이면에 있는 남이 농협

 

▲ 청원가구단지


18:00  다시 휴식을 취했다. 배고 고파 매점에서 연양갱, 자유시간 각각 1개, 포카리스웨트 1병을 사서 먹었다. 비용은 1,600원. 왼쪽으로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간다. 고속도로 표지판에 '청원 IC 2km'라고 적혀 있다. 한 여름인데 고추잠자리가 떼지어 비행을 하고 있다. 고추잠자리는 가을에 나오는 것이 아닌가?


▲ 경부고속도로 표지판


18:40  왼쪽으로 청원인터체인지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상수허브랜드가 눈에 들어온다.


▲ 상수허브랜드


19:00  오른쪽을 '청원가구마을'이 눈에 들어 온다.

 

19:15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아무 데나 여관이나 모텔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다. 벌써 5시간 넘게 걸었다. 그런데 식당은 간혹 눈에 띄나 숙박할 곳은 없다. 이대로 신탄진까지 가야하나. 물론 처음 목표했던 곳은 신탄진이지만 현 상태로는 쉬는 것이 나을 것 같다.

 

19:35  광림특장차 회상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날이 점점 어두워진다.

 

19:55  현도중학교 앞에 도착을 했다. 아내가 전화를 했다. 어디까지 갈 거냐고. 잠을 잘 곳이 없어 부득이하게 신탄진까지 가야겠다고 응답을 하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20:15  신탄진 3km 전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도 3km가 남아 있다니! 한 시간은 가야한다. 사방이 깜깜하다. 앞에서 달여오는 자동차의 전조등 불빛이 무섭다.

 

20:25  조금 경사진 언덕을 오르니 신탄진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도시 불빛이 이렇게 반가운 적이 예전에 있었던가! 불빛은 환한데 아직도 먼 거리다.

 

20:35  충북 도계를 지나 대전광역시로 들어섰다. 금강 다리 입구에 있는 장어구이집에서 고기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다. 금강 다리를 건너 신탄진 시내로 들어섰다.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밥맛이 전혀 없다. 수퍼에서 연양갱 2개, 자유시간 2개, 파워레이드 1병(총 3,200원)을 샀다.

 

20:55  여관에 들어왔다.(20,000원) 35,061보를 걸었다. 집에 전화를 했더니 선영이가 받는다. 안심을 시켜놓고 양말을 벗었다. 왼쪽 발 뒷꿈치에 물집이 잡혔고, 오른쪽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다. 그래서 그렇게 따끔거린 것이었구나. 바늘이 없어 성냥을 칼로 깎아 찔렀으나 뚫리지 않아 그냥 두어보기로 했다. 샤워를 하고 연양갱과 자유시간을 하나씩 먹고 11시 쯤 잠자리에 들었다. 


▲ 하룻밤을 묵은 한성장 모텔


7월 17일(일요일)

 

06:00  휴대전화 알람을 듣고 잠에서 깼다. 몸이 피곤한 것은 모르겠으나 발의 물집이 문제다. 다시 시도를 해서 물집을 터뜨리고 물을 뺐다. 창문을 열고 바깥을 보니 밤 사이에 비가 내린 것 같다. 지금은 비는 내리지 않고 하늘이 잔뜩 흐려있다.

 

07:10  세수를 하고 짐을 꾸린 다음 여관을 나섰다. 물집 잡힌 곳이 따끔거렸지만 가는 데 까지는 가보기로 했다. 비가 조금씩 내린다. 일요일이라 거리는 한산하다. 조금 걸어가니 17번 국도가 고가도로로 연결되어 있는데 길이 없는 것 같아 왼쪽에 있는 1차로로 접어들었다. KT$G 오른쪽으로 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설마 시내로 가는 길이 하나 뿐이겠는가. 그런데 길을 잘못 들었다. 길이 갈라지기에 왼쪽으로 접어들었더니 아파트가 나타나며 길이 막혔다. 다시 돌아와서 오른쪽 길로 들어섰더니 공장지대가 나타나며 역시 길이 막혔다. 오른쪽에 있는 철길을 육교로 건너가야 하는데 그만 놓친 것 같다. 한 시간 정도를 헤맨 것 같다. 발이 계속 따끔거린다. 도저히 원위치할 기분이 아니어서 들어온 택시를 잡았다. 택시 기사가 어느 산에 가느냐고 묻기에 밀양까지 걸어간다고 하니까 어이 없어 한다. 잠깐 만에 원위치했다. 대전역 방향을 물으니 육교를 건너 고가도로로 올라가라고 한다. 길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젠장!


▲ KT&G 건물 담을 따라 난 도로


08:35  고가도로를 지나 계속 걸었다. 오른쪽으로 경부고속도로가 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발이 후끈거리고 따갑다. 거의 고문 상태다. 날이 개이면서 해가 비친다. 땀이 비오듯 흐른다.


▲ 대전역 11km 전 이정표


09:50  회덕역이 나와야 하는데 아무리 걸어도 모습을 들어내지 않는다. 한참 후에야 회덕역이 보인다. 옆에 있는 수퍼에서 2% 1병(1,000원) 산 다음 마셨다. 다시 대덕구청이 나오기를 바라며 걸었다. 더위를 먹었는지 밥을 먹고 싶지가 않다. 대덕구청도 멀다. 10시 10분에 휴식을 취하고, 11시 10분에 다시 휴식을 취했다. 발이 후끈거린다.


▲ 회덕역 이정표


11:50  마침내 대덕구청이 나왔다. 물을 한 벙 사서 마셨다(500원). 


▲ 대덕구청 표지판


12:30  대덕구청을 지나 대전역에 도착을 했다. 이제는 항문 주위가 헤졌는지 털에 찔려서 아프기 시작했다. 그 통증이 만만찮다. 발바닥이 아픈 것은 문제도 되지 않는다. 털을 이리저리 재배치하니까 조금 괜찮다. 여러가지가 문제다. 대전역 옆에 있는 식당에서 콩나물 해장국을 시켰다.(3,000원) 식욕이 당기지 않아 반쯤 먹고 자리를 떴다. 


▲ 대전역을 지나며


13:14  얼마 걸으니 옥천으로 가는 4번 국도와 갈라지는 교차로에 도착을 했다. 왼쪽으로 방향을 전환하여 길을 건너서 계속 걸었다.

 

14:10  판암 인터체인지 앞 잔디밭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왼쪽 4번 국도로 계속 걸었다. 4차로가 끝없이 이어져 있다. 수퍼에 들러 물 2병(1,000원)을 산 다음 계속 걸었다. 옥천 12km, 영동 40km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아, 먼 거리다. 다리는 아프지 않은데 문제는 물집 잡힌 발이다. 언덕을 넘어 옥천을 향해 무더위 속에서 햇볕을 받으며 아픈 발을 끌고 혼자 외롭게 계속 걸었다. 아, 이게 무슨 청승이란 말인가. 그래도 가야한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세천을 지나 옥천을 향해 계속 걸었다.

 

16:10  마침내 옥천군에 들어섰다. 아침부터 7시간을 걸었다.


▲ 옥천군 이정표


17:05  옥천 5,5km 전 버스정류장이 있다. 수퍼에서 물을 2병 샀다. 발이 아프고 체력도 많이 약해져서 목적지인 이원까지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옥천에서 내려(950원) 다시 시내버스로 이원까지 갔다(900원). 이원에서 내려 여관을 찾았으니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발을 떼어 놓으려는데 오른쪽 발바닥이 따가와서 도저히 걸을 수가 없다. 길 한 쪽에 앉아 양말을 벗었다. 왼쪽 발 뒷꿈치와 네 번째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고, 오른쪽 발바닥에는 앞부분 전체와 뒷꿈치가 물집이 잡혔다. 도저히 걸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발을 절룩이며 옆에 있는 택시부에 들러 택시를 타고 다시 옥천으로 나왔다.(10,000원) 

 

18:20  직행버스 정류장에서 시간표를 보니 7시 정각에 청주가는 버스가 있다. 현재 시간 6시 35분. 집에 전화를 걸어 도저히 걸을 수가 없어 귀환할 것이라고 하니 아내는 반가와하는 눈치다. 남은 물을 실컷 먹었다. 청주행 버스요금 3,800원. 7시 40분쯤에 청주에 도착하여 택시를 타고 집에 오니 8시다. 19시간 걸은 거리를 한 시간 정도에 돌아온 것이다. 양말을 벗은 발을 보고 아내와 딸이 놀란다. 짐을 벗어 놓고 샤워를 했다. 온 몸이 피곤하다. 비록 실패는 했지만 이틀 동안 정말 실컷 걸었다.


후기

 

이번 도보 여행은 계획과 준비에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우선 발의 물집 문제를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예전에 30km 거리의 등산을 했을 때에도 물집이 잡히지 않아 평지를 걷는데 무슨 물집이 잡히겠느냐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오산이었다. 산길에서는 발의 여러 면이 접지를 하는 데 반해 평지에서는 발의 일정 부분에 계속 하중이 가해진다.

 

그리고 바람이 통하지 않는 등산화에 양말을 3개씩 신은 것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발이 뜨거워지만 우리 신체 메카니즘은 열을 식히기 위해서 물이 모인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배낭 무게였다. 필요없는 짐을 너무 많이 가져가서 발에 실리는 하중이 증가한 것이다. 비록 이번은 실패했지만, 겨울방학 동안 옥천부터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