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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 트레킹/충북 보은 불목이 옛길

2024.10.01. [불목이 옛길 2] 충북 보은 불목이옛길/멍에목성지

by 사천거사 2024. 10. 1.

속리산 불목이옛길-멍에목성지 걷기

◈ 일시: 2024년 10월 1일 화요일 / 흐림, 비
◈ 장소: 불목이 옛길 / 멍에목성지 / 충북 보은
◈ 코스: 주차장 → 불목이옛길 → 삼가저수지 → 멍에목성지 유턴 주차장
◈ 거리: 18.13km
◈ 시간: 4시간 14분 


 

 


 



08:50  매년 9월은 한국천주교회에서 정한 순교자성월이다. 순교자성월에는 그리스도를 증언하기 위해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을 기리고 추모하는 기도와 행사를 진행하는데, 그 행사의 일환으로 청주교구에서는 지난 9월 28일 삼가저수지에서 멍에목성지까지 평신도 도보성지순례를 거행하였다. 비록 9월은 지났지만 나도 그 길을 한번 걸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불현듯 떠오른 것은, 이미 두 번이나 걸은 적이 있는 불목이옛길이 그 길과 연결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정이품송에서 삼가저수지까지 조성되어 있는 불목이옛길을 걷고 이어서 멍에목성지까지 계속 걸어가면 되겠네. 올 때는? 갔던 길로 되돌아오면 되지. 도전!

청주 아파트 출발, 미원과 보은을 거쳐 속리산을 향해 달려간다. 평일이라 그런지 도로는 무척 한산한 편, 정이품송이 빤히 보이는 곳에서 상판리로 들어가는 오른쪽 도로에 진입하자 곧바로 주차장이 나온다. 차가 한 대도 없다. 주차. 불목이옛길 안내문이 서 있네. 어디 보자.

 

불목이옛길은 상판리에서 불목이고개를 넘어 삼가리까지 가는 길이다. 삼가리는 충북 보은군과 경북 상주시를 연결하는 길목으로 옛날 보부상들이 속리산 지역 특산물인 대추, 버섯을 사러 왔고 주민들은 숯을 외지에 가서 팔았다고 한다. 해발 465m의 불목이고개는 한남금북정맥에 속하고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에 떨어지는 비는 한강과 금강으로 나뉘어 흘러 들어간다.

불목이옛길 안내도를 잠깐 확인하고  출발, 주차장에서 1km 거리에 있는 새목이까지는 마을길이라 포장이 되어 있다. 송이 입찰지역 입산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게 보인다. 요즘은 송이값이 얼마나 하나? 송이가 나기는 나나?


▲ 청주 아파트 출발 [08:54]
 

불목이옛길 주차장에 주차 [10:03]
 

정이품송 안내문 [10:04]
 

▲ 길 건너편에 서 있는 정이품송 [10:04]
 

불목이옛길 안내문 [10:04]
 

불목이옛길 안내도 [10:05]
 

송이 입찰지역 입산금지 현수막 [10:07]
 

▲ 길 옆에 피어 있는 여뀌꽃 [10:15]
 

새목이에 서 있는 이정표: 삼가리 쪽으로 진행 [10:16]


10:17  새목이에서 불목이까지는 비포장 임도가 이어진다. 포장길에서 벗어나 흙길을 걸으니 좋다. 포장길은 인공이요, 흙길은 자연이다. 인공이 좋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자연이 더 좋다. 2021년 10월 말 이곳을 찾았을 때 기대하지 않았던 화려한 단풍에 눈이 호강했었는데, 지금은 철이 아니라 주변이 온통 푸르기만 하다. 아무도 없는 널찍한 길을 혼자서 걷고 있자니, 지금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산티아고 순례길, 다 끝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또 그립네.


논습지와 생태계 보호 안내문 [10:17]
 

▲ 임도 수준의 불목이옛길 [10:22]
 

망개나무와 하늘다람쥐 안내문 [10:24]
 

수크령이 시들어가네 [10:28]
 

복분자는 아직 생생하고 [10:28]
 

수변림과 생태계 보전 안내문 [10:33]
 

▲ 길 오른쪽에 있는 작은 연못 [10:34]
 

▲ 생태계교란종인 미국쑥부쟁이 [10:36]
 

온난화가 없앤 경칩 안내문 [10:38]
 

도깨비방망이 전설 개암나무 안내문 [10:41]


10:43  임도에서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데크 계단에 올라섰다. 어? 밤송이다. 떨어진 밤송이 옆으로 밤알도 보이네. 이따 돌아올 때 주워가야겠다. 한남금북정맥이 지나가는 불목이에 도착했다. 고개 모양이 부처님의 눈을 닮았다고 해서 불목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천왕봉에서 이곳 불목이를 거쳐 갈목재까지는 한남금북정맥 길이지만 출입금지 구간이다. 왜? 나도 모른다. 이전에 이곳 불목이에 왔을 때는, 한번은 여기서 되돌아갔고 또 한번은 갈목재 쪽으로 진행했었다. 따라서 불목이에서 삼가리로 내려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가리로 내려가는 데크 계단에 들어섰다. 제법 긴 데크 계단이 끝나자 야자매트가 깔려 있는 길이 잠깐 이어진다.


▲ 데크 계단 옆에 서 있는 이정표: 삼거리 쪽으로 진행 [10:43]
 

▲ 오르막 데크 계단 [10:43]
 

▲ 야자매트가 깔려 있는 길 [10:44]
 

한남금북정맥이 지나가는 불목이에 도착 [10:48]
 

불목이 안내문 [10:48]
 

불목이에 서 있는 이정표: 삼가리 쪽으로 진행 [10:48]
 

▲ 첫 번째 내리막 데크 계단 [10:49]
 

▲ 데크 계단이 끝나는 지점 [10:52]
 

▲ 걷기 좋은 불목이옛길 [10:54]


10:55  삼가저수지로 내려가는 두 번째 데크 계단에 들어섰다. 처음에는 별거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려가는 계단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계단이 모두 몇 개인지 궁금하네. 계단의 끝은 바닥이었다. 다시 임도 수준의 널찍한 길을 따라 10분 가까이 걸어가자 이정표가 서 있는 삼거리가 나타났다. 왼쪽은 불목이옛길 정식 코스이고 오른쪽은 포장이 된 조금 빠른 길이다. 어디로 가도 상관은 없는데 오늘은 오른쪽 길을 선택했다.


▲ 내리막 두 번째 데크 계단 [10:55]
 

▲ 두 번째 데크 계단이 끝나는 지점 [11:01]
 

▲ 계단을 내려서면서 만난 이정표: 삼거리 쪽으로 진행 [11:01]
 

▲ 걷기 좋은 불목이옛길 [11:03]
 

▲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가을 야생화 [11:03]
 

이진하 의병 안내문 [11:04]
 

▲ 지금은 구절초가 피는 철 [11:06]

▲ 길 왼쪽 돌 징검다리로 진행 [11:07]
 

▲ 삼거리에 서 있는 이정표 [11:10]


11:13  왕복 2차로인 비룡동관로와 만나는 지점에 도착하자 삼가저수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삼가1교를 건너가니 왼쪽으로 도화리 가는 길이 갈라지고 있다. 도화리는, 화북면 장각동과 함께, 속리산 천왕봉으로 올라가는 산행 최단 코스의 시발점이다. 잠시 후, 만수계곡을 따라 피앗재산장으로 올라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피앗재산장은 2009년 6월 1박 2일 동안 충북알프스 종주 산행을 할 때 하룻밤을 묵은 곳이다. 갑자기 추억 돋네. 20분 후, 화서 갈림길 지점에 도착했다. 


▲ 왕복 2차로인 비룡동관로와 만나는 지점 [11:13]
 

삼가1교를 건너간다 [11:15]
 

삼가저수지 물그림자 [11:15]
 

▲ 잔물결이 일고 있는 삼가저수지 [11:16]
 

도화리 갈림길 지점 도착: 비룡동관로 따라 진행 [11:17]
 

▲ 보은은 대추의 고장 [11:23]
 

만수계곡 갈림길 지점: 구병리 쪽으로 진행 [11:24]
 

▲ 저수지 건너편으로 보이는 삼가1교 [11:33]
 

▲ 길 옆에 피어 있는 둥근잎유홍초 [11:40]
 

화서 갈림길 지점: 구병리 쪽으로 진행 [11:43]


11:43  삼가2리 마을을 지나 도로를 따라 구병리로 가는 길, 참고 참았던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봄비 같은 가을비다. 20분 후, 멍에목복합커뮤니티센터에 걸려 있는 현수막 하나를 만났다. 지난 9월 28일 삼가저수지에서 이곳 멍에목성지까지 걸어온 성지순례에 관한 현수막이었다. 비록 그때에는 성지순례 행사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오늘 이렇게 왔으니 그것으로 만족이다.
 
멍에목성지 주차장에는 승용차들이 가득했다. 오늘 성지방문을 온 사람들이 많구나. 멍에목성지는 어떤 곳인가?
 
멍에목은 천주교 박해 때 신자들에 의해 비밀 신앙 공동체인 교우촌으로 형성된 마을이다. 정해박해(1827년)와 병인박해(1866년) 때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 살았으며, 이곳 신자들은 혹독한 고문과 형벌에도 신앙을 버리지 않고 순교했다. 멍에목은 최양업 신부와도 인연이 깊다. 박해 시대에 12년 동안 전국을 다니며 수많은 신자들에게 세례를 준 최양업 신부는 멍에목 교우촌 신자들에게도 세례를 베풀었다. 당시 세례 받은 신자들의 이름은 대부분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지만, 기적적으로 최 신부에게 세례 받은 3명의 이름이 밝혀졌고 놀랍게도 모두 멍에목 교우촌 신자들이었다. 청주교구는 2016년 8월 12일 멍에목 교우촌의 교회사적 의미를 반영하여 성지로 지정하고 담당 신부를 임명했다.
 
멍에목성지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전에 구병산 산행을 할 때 몇 번 이곳을 들른 적이  있는데,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장과 바닥, 사방벽이 모두 나무로 되어 있다. 하얀 천이 덮여 있는 제단이 참 단순하면서도 소박하다는 느낌이 든다. 특이하게도 제단 왼쪽에 있는 감실 뒤에는 병풍이 둘러쳐져 있었다. 간단히 기도를 올리고 성당에서 나와 유턴,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다시 걸어 출발지점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삼가2리 마을을 지나 구병리로 간다 [11:43]

 

구병산 산행객 전용 주차장 [11:58]

 

구병리 멍에목마을 안내판 [12:01]
 

평신도 도보 성지순례 안내 현수막 [12:02]
 

멍에목성지 주차장에 도착 [12:09]
 

멍에목성지 성당 [12:10]
 

멍에목성지 성모님 [12:10]
 

멍에목성지 성당 내부 [12:12]
 

멍에목성지 성당 제대 [12:12]
 

멍에목성지 성당 감실 [12:13]


12:17  길 옆에 피어 있는 금잔화가 비에 젖어 더 고운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구병리 마을을 벗어나자 빗줄기가 조금씩 강해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바닥에서 물방울이 튈 만큼 세게 내리는 비는 아니다. 그런데... 아까 올 때 걸었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가다 보니 돌아갈 때 들르려고 했던 불목이옛길 정식 코스를 그만 놓치고 말았다. 할 수 없네, 되돌아갈 수도 없고. 그냥 계속 걸어간다.


▲ 비에 젖은 금잔화 [12:17]
 

▲ 마을 어귀에 있는 소나무숲 [12:19]
 

화서 갈림길 지점: 보은 쪽으로 진행 [12:35]
 

▲ 비가 내리고 있는 삼가저수지 [12:36]
 

▲ 저수지 건너편으로 보이는 삼가1교 [12:45]
 

만수계곡 갈림길 지점 [12:53]
 

도화리 갈림길 지점 [12:59]
 

▲ 차도에서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길에 진입 [13:03]
 

▲ 삼거리에 도착: 정이품송 쪽으로 진행 [13:06]
 

불목이옛길을 통제하고 있네 [13:07]


13:14  불목이로 올라가는 첫 번째 데크 계단 앞에 섰다. 아까 내려올 때 계단의 길이가 무척 길던데 계단 개수가 몇 개나 되나 한 번 세어볼까? 하나, 둘, 셋... 백... 이백... 오백 팔십 셋. 엄청나네. 야자매트길을 잠깐 걸어가자 또 나타난 데크 계단, 이건 또 몇 개나 되나. 이백 구십 일곱. 그러면 합이? 모두 팔백 팔십. 거, 계단 한번 대단하네.
 
힘들게 불목이에 올라왔으니 이제 새목이를 거쳐 주차장까지 돌아갈 일만 남았다. 아참, 밤 주워야지. 실한 놈으로 마흔 개가량 주웠다. 집에 가서 맛있는 군밤 만들어 먹어야지. 널찍한 불목이옛길에 내려서서 발걸음을 빨리했다. 비도 그쳤겠다 경사가 없는 길이라 신바람이 난다. 새목이를 거쳐 주차장에 도착하는 것으로 오늘 걷기는 모두 끝이 났다. 18.13km, 4시간 14분. 양호하네.


▲ 오르막 계단이 시작되는 지점 [13:14]
 

▲ 야자매트가 깔려 있는 길 [13:26]
 

▲ 두 번째 오르막 계단 [13:30]
 

불목이에 도착: 정이품송 쪽으로 진행 [13:34]
 

▲ 널찍한 길로 내려간다 [13:45]
 

▲ 길 왼쪽에 있는 작은 연못 [13:54]
 

새목이 삼거리에 도착: 정이품송 쪽으로 진행 [14:09]
 

▲ 단풍나무 한 그루가 가을을 알리고 있다 [14:15]
 

불목이옛길 주차장에 도착 [14:20]
 

▲ 걷기 일정을 모두 마치고 아파트에 귀환 [15:26]
 

▲ 오늘 주워온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