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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마드리드 길

2024.05.09. [산티아고 순례길 마드리드 길 9]

by 사천거사 2024. 5. 9.

산티아고 순례길 마드리드 길 9

 일시: 2024년 5월 9일 목요일 / 맑음
 장소: 산티아고 순례길 마드리드 길 / 스페인
 코스: 알카사렌 → 발데스티야스 → 푸엔테 두에로
거리: 24.9km / 걸은 거리 205.5km
시간: 5시간 59분


 



00:48  잠에서 깼다. 8명이 자고 있는 도미토리, 한 명이 코를 곤다. 오랜만에 듣는 소리다. 날이 안 춥다. 어젯밤에는 담요를 두 개나 덮었는 데도 추웠는데 오늘은 하나만으로도 덥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제저녁에 비노 한 병을 다 마신 탓인지 목이 탄다.

04:10 내 위에서 천둥 치는 소리가 들린다. 귀마개 장착. 효과 만점. 주방에 들러 물을 두 컵 마셨더니 갈증이 확 가신다. 오늘 목적지는 푸엔테 두에로, 거리는 24.9km로 어제와 비슷하다. 날씨도 어제와 세임세임. 지금까지 소나무 숲길을 많이 걸었는데 오늘은 또 어떤 풍광 속에서 걸어갈지 기대만땅. 대체적으로 살펴보니 농경지, 강 옆 길, 그리고 발데스티야스부터는 도로 옆길로 이루어져 있다.

07:03  알카사렌 알베르게 출발. 마을을 벗어나는 지점에 있는 이상한 구조물들이 보여 안내문을 살펴보니 포도주 저장 시설이었다. 해가 뜨려는지 동녘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어제는 도미토리 안에서 해가 뜨는 광경을 보았는데, 어제보다 한 시간 일찍 출발했더니 오늘은 까미노에서 일출을 보나보다. 잠시 후 사방을 환하게 비추며 해가 떠오르는데 눈이 부셔 정면을 바라보기가 힘들 정도다. 해가 뜨는 모습은 언제 어디서 보아도 장관이다. 


▲ 알카사렌 공립알베르게 출발 [05:28]
 
 

알카사렌 날씨 [07:03]

 

알카사렌 날씨 [07:07]
 

▲ 포도주 저장시설 안내문 [07:09]
 

▲ 포도주 저장시설 [07:10]
 

▲ 해가 뜨려나 보다  [07:12]
 

▲ 길 오른쪽 축사 [07:13]
 

▲ 장엄한 일출 광경 [07:17]
 

▲ 혼자 하는 그림자놀이 [07:18]
 

▲ 길 왼쪽에 있는 와인 농장(Viñas Murillo,Alcazarén) [07:21]
 

N-601 도로를 건너간다 [07:23]
 

▲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 [07:36]


07:36  길 옆에 서 있는 이정표에 눈길을 한 번 주고 널찍한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자 까미노는 소나무 숲 안으로 들어간다. 이 지역에는 유난히 소나무가 많다. 자생은 아니고 모두 정책적으로 조림을 했다. 이곳 기후나 토양이 소나무가 자라는 데에 아주 적합한 모양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곳에 소나무 집단 조림지를 조성한 것은 목재보다 송진 채취를 하기 위해서 인 것 같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해? 앞에서 송진 채취 작업 현장을 여러 번 보았기 때문이다.


푸엔테 메디아나 방향으로 진행 [07:36]
 

▲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소들 [07:43]
 

▲ 널찍한 길을 따라 진행 [07:44]
 

▲ 양귀비꽃 뒤로 보이는 소나무숲 [07:49]
 

▲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는 까미노 [07:53]
 

푸엔테 메디아나 갈림길 지점: 푸엔테 두메로 쪽으로 진행 [08:02]
 

▲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 [08:17]
 

▲ 길 옆에 피어 있는 야생화 [08:26]
 

산티아고 491km 전 표지석 [08:34]
 

VA-404 도로를 건너간다 [08:48]


08:49  도로를 건넌 후 도로 갓길을 잠깐 걸어 에레스마 강을 건넜다. 잠시 후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길에 진입했다. 농경지와 소나무 숲 사이로 나 있는 길을 걸어가다 왼쪽에 테이블이 여러 개 있는 쉼터를 발견했다. 아다하르 강 옆에 유원지처럼 꾸며놓은 곳인데 스페인이나 우리나라나 강변을 좋아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아침도 먹고 쉬어도 갈 겸 테이블 하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빵을 캔맥주와 함께 먹는다. 그거 또한 별미네.


▲ 에레스마 강을 건너간다 [08:49]
 

▲ 다리 위에서 바라본 에레스마 강 [08:50]
 

▲ 마을 안내판 [08:56]
 

▲ 농경지 사이로 나 있는 길 [08:56]
 

▲ 다시 소나무 숲을 지나간다 [09:06]
 

▲ 길 왼쪽 테이블이 있는 쉼터에 도착 [09:24]
 

▲ 빵과 세르베사로 아침 식사 [09:27]
 

▲ 쉼터에 있는 성인 야고보 조형물 [09:43]
 

▲ 아다하르 강(Rio Adajar) [09:44]
 

순례자 기념 조형물 안내 표지판 [09:46]


09:49  다시 출발. 순례자 기념 조형물을 지나 농경지 사이로 나 있는 널찍한 길에 들어섰다. 밀밭에서는 곧추 선 이삭들이 따뜻한 태양아래서 한창 익어가고 있었다. 지평선 위에 발데스티야스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을에 들어서니 범프카 놀이시설이 보이고 원형경기장 같은 곳 앞에 깃대처럼 세워진 나무 끝에다 무언가를 매단 조형물도 보인다. 우리나라의 솟대 같은 건가?


▲ 길 왼쪽에 있는 순례자 기념 조형물 [09:49]
 

▲ 마을 안내판과 이정표 [09:58]
 

▲ 농경지 사이로 나 있는 길 [10:03]
 

▲ 밀이 익어가고 있다 [10:06]
 

발데스티야스 마을이 보인다 [10:19]
 

▲ 범퍼카 놀이 시설 [10:38]
 

발데스티야스 마을에 진입 [10:39]
 

▲ 원형경기장 앞에 서 있는 깃대 조형물 [10:40]
 

발데스티야스 마을 청사 [10:43]
 

▲ 마을 안내판과 이정표 [10:44]


10:44  발데스티야스 마을에 있는 천주교 성당 두 곳을 지났다. 발데스티야스 마을 주택 왼쪽 길을 따라 진행하다 마침 문을 연 카페가 있어 화장도 할 겸 들어갔다. 따끈한 아메리카노 한 잔. 스페인에 와서 두 번째로 먹는 커피다. 집에 있을 때는 하루 석 잔씩 꼭꼭 챙겨 먹었는데 순례길에서는 그게 그리 쉽지가 않네. 발데스티야스 마을을 벗어났다. 옆으로 흘러가는 아다하르 강이 보인다.


▲ 성당 앞에 있는 순례자 성인 조형물 [10:44]
 

▲ 천주교 성당(Parroquia de Nuestra Señora del Milagro) [10:45]
 

크리스토 델 암파로(Cristo del Amparo) 성당 [10:55]
 

▲ 주택 왼쪽을 따라 나 있는 길 [10:58]
 

▲ 카페에 잠깐 들렀다 [11:06]
 

▲ 따끈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며 휴식 [11:08]
 

발데스티야스 마을 표지판 [11:28]
 

▲ 철로 둑에 피어 있는 양귀비꽃 [11:30]
 

발데스티야스 마을을 벗어나는 지점 [11:31]
 

▲ 길 옆으로 보이는 아다하르 강(Adajar River) [11:32]


11:34  VA-VP-9003로를 따라 철로 아래를 두 번 통과하자 까미노가 도로 왼쪽으로 나 있는 길로 이어지는데 야, 이게 완전 꽃길이다. 길 양쪽에 이름 모를 키 작은 야생화가 쫙 깔렸다. 갑자기 데이브레이크가 부른 꽃길만 걷게 해 줄게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이런 길은 아무리 길게 걸어도 피곤함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꽃이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어떤 알 수 없는 마력을 지니고 있음에 틀림없다.


▲ 철로 아래를 통과 [11:34]
 

▲ 길 옆에 무리 지어 피어 있는 야생화 [11:39]
 

▲ 철로 아래를 통과 [11:48]
 

VA-VP-9003 도로 왼쪽을 따라 진행 [11:54]
 

▲ 까미노 사인 왼쪽으로 나 있는 길 [11:55]
 

▲ 도로 왼쪽으로 꽃길이 나 있다 [12:03]
 

▲ 길 왼쪽으로 펼쳐져 있는 야생화 꽃밭 [12:03]
 

▲ 꽃길이 따로 없다 [12:09]
 

▲ 길 왼쪽 야생화 꽃밭 [12:20]
 

▲ 노란 꽃이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곳 [12:23]


12:30  다시 널찍한 길과 VA-VP-9003 도로 왼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 오늘의 목적지인 푸엔테 두에로 마을에 도착한 후 하룻밤을 묵을 알베르게를 찾아간다. 알베르게 도착, 오스피탈레로가 반갑게 맞아준다. 오랜만에 오스피탈레로를 보네. 접수. 새요 찍고, 내일 아침을 준다기에 10유로를 기부했다. 샤워를 하고 나자 에릭 커플이 도착했다. 빨래시설이 있어 팬티와 양말, 상의 등 자잘한 것들을 몽땅 빨았다. 햇볕 좋겠다. 잘 마르겠지.


▲ 널찍한 길을 따라 진행 [12:30]
 

VA-VP-9003 도로 왼쪽을 따라 걸어간다 [12:42]
 

▲ 셀카 한 장 [12:43]
 

▲ 까미노 오른쪽 VA-VP-9003 도로 [12:49]
 

푸엔테 두에로 마을에 진입 [12:50]
 

▲ 알베르게 가는 길 표지판 [12:52]
 

푸엔테 두에로 공립알베르게에 도착 [13:01]
 

푸엔테 두에로 공립알베르게 표지판 [13:02]
 

▲ 어? 태극기가 걸려 있네 [13:04]
 

▲ 알베르게 도미토리 내 침대 [13:09]


14:07  오스피탈레로가 점심을 대접한다고 해서 에릭 커플, 미겔, 나 모두 합해서 5명이 자리를 같이 했다. 수프, 샐러드, 빵, 비노, 파인애플. 푸짐하게 먹었다. 고마운 마음에 설거지는 내가 했다. 원래 전공이니까. 로널드 커플 도착, 이렇게 해서 오늘은 모두 6명이 이 알베르게에 묵게 되었다. 휴식. 알카사렌 알베르게를 떠나면서 키를 두고 와야 하는데 그만 잊고 가져왔다. 오스피탈레로에게 반환을 부탁했더니 전화를 해서 해결해 주었다.
 
미겔이 슈퍼에 다녀왔다며 파스타로 저녁을 함께 하자고 한다. 이런 게 까미노다. 그냥 있을 수 없잖아. 에릭 커플은 비노, 로널드 커플도 후식 등을 사고, 나는 세르베사와 딸기를 샀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친교를 다지는 곳이 바로 까미노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모두 이해하고 배려를 해 주기 때문이다.

알베르게 정원에 테이블이 설치되고 상이 차려지고 7명이 둘러앉아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눈다. 직접 만든 음식은 모두 처음 먹어보는 것이지만 사실 스페인 음식은 어느 것을 먹어도 우리 입맛에 맞는다. 이번 까미노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의미 있는 저녁 만찬을 마치고 설거지에 들어갔다. 내가 음식을 할 줄 모르니 당연히 설거지는 내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설거지를 싫어하는데 실제로 해보면 설거지만큼 쉬운 게 없다. 이제 잘 시간이다. 아내는 중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모르겠네. 여보, 사랑해.


커피 1.2
알베르게 10
슈퍼 9.75
20.95 277


▲ 점심 준비를 돕고 있는 에릭  [14:07]
 

미겔과 오스피탈레로 [14:08]
 

에릭 커플, 미겔, 오스피탈레로 [14:09]
 

▲ 빨래가 잘 마르고 있다 [17:25]
 

알카사렌 알베르게 열쇠 [17:36]
 

푸엔테 두에로에 있는 슈퍼 [18:08]
 

산티아고 가는 길이 한글로 [18:55]
 

▲ 저녁 준비에 바쁜 여성 순례자들 [19:03]
 

▲ 순례자 6명이 오스피탈레로와 함께 저녁 식사 [19:09]
 

푸엔테 두에로 공립알베르게 [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