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복동천 종주 1
◈ 일시: 2012년 10월 1일 월요일
◈ 장소: 우복동천 속리산 구간
◈ 코스: 늘재 → 밤티재 → 문장대 → 신선대 → 천왕봉 → 형제봉 → 갈령
◈ 거리: 18km
◈ 시간: 10시간 7분
우복동천(牛腹洞川)
소의 배(애기보, 자궁)처럼 안전하다는 뜻으로 속리산 부근의 십승지 중에 한 곳으로 피난처의 개념으로 속리산 부근의 지명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정감록에 이런 글이 있다. "報恩 俗離山 四繒項 延地 當亂藏身 萬無一傷(보은 속리산 사증항 연지 당란장신 만무일상). 난리를 만나 보은 속리산 근처로 몸을 숨기면 만에 하나도 다치지 않을 것 이라고 나와 있다.
우복동천은 3산(도장산 828m, 청화산 970m, 속리산 1057m)과 3수(한강, 낙동강, 금강)로 나눠지는 곳으로 주변에 견훤산성, 옥랑폭포, 상오리 7층석탑, 용유계곡, 쌍용계곡 등 천혜의 비경이 있다. 상주시에서 그 십승지의 우복동(상주시 화북면 일대)을 회란석의 쌍용계곡과 연계해서 만들어낸 것이 우복동천이다. 우복동천은 갈령/회란석/쌍용계곡/시루봉/청화산/늘재/밤티재/문장대/천왕봉/갈령으로 돌아오는 37.8km의 국내 최장 원점회귀 산행 코스이다. 우복동천은 백두대간을 통과하며 많은 계곡을 끼고 있는 명산들이 우복동천에 포함되어 있다.
05:40 오늘은 추석 다음 날로 휴일이다. 원래는 아내하고 산행을 할 계획이었는데 마음을 바꾸어 우복동천 종주 산행을 하기로 했다. 우복동천은 상주시에서 만든 산행 코스인데 갈령에서 시작하여 도장산, 시루봉, 청화산, 늘재, 밤티재, 문장대, 천왕봉, 형제봉을 거쳐 다시 갈령으로 돌아오는 37.8km의 환종주 코스를 말한다. 하루에 전 코스를 다 걷기에는 조금 무리인 것 같아 오늘은 늘재에서 갈령까지의 속리산 구간을 걷기로 했다.
오늘 굳이 이 코스를 걷기로 마음 먹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늘재에서 문장대까지 가는 길이 속리산 국립공원의 출입금지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혹시 추석 다음 날은 공단 직원들이 근무를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사실 오늘 걷는 코스는 백두대간 종주를 할 때 갈령에서 늘재까지 걸었던 길인데 오늘은 그때와 비교해서 거꾸로 걷는 셈이 된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차가 달린다. 미원을 지나 청천 쪽으로 가는데 이른 새벽인데도 도로에 차들이 꽤 많다. 모두 어디를 가는 사람들인가? 어제가 추석이었는데, 그렇다면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인가, 아니면 처가에 가는 사람들인가? 청천을 지나자 차가 뜸해 졌다. 화양계곡을 지나 송면에서 화북 쪽으로 달린다. 지난 9월 22일 시루봉 산행을 하러 갈 때 달렸던 길을 지금 또 달리고 있다.
06:50 늘재 조금 아래 오른쪽 공터에 차를 세웠다. 늘재에 올라서니 청화산으로 가는 왼쪽 길에는 '백두대간'이라고 쓴 거대한 표지석이 있는가 하면 오른쪽 밤티재로 가는 길에는 출입금지 구역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같은 백두대간이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운명을 달리 하고 있다. 하긴 길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안개가 서서히 내려 앉는 오른쪽 산길로 올라섰다. 구절초가 반겨주는 고만고만한 산길을 별 생각없이 걷는다. 아침 공기가 서늘하다.
▲ 늘재 아래 오른쪽 공터에 주차 [06:50]
▲ 늘재에 있는 우복동천 이정표: 갈령까지 18km [06:51]
▲ 늘재에서 청화산까지는 백두대간이다 [06:52]
▲ 늘재는 낙동강과 한강의 분수령이다 [06:52]
▲ 산행 들머리에 있는 발원문 [06:53]
▲ 늘재 오른쪽 길로 올라붙었다 [06:55]
▲ 운무가 약하게 깔려 있는 길 [07:01]
▲ 산행로 왼쪽 풍경 [07:18]
▲ 구절초가 만발했네 [07:32]
▲ 뒤돌아서서 바라본 청화산 [07:39]
▲ 속리산 주능선이 잘 보이는 전망대 바위 [07:49]
▲ 문장대가 있는 속리산 주능선 [07:49]
▲ 전망대에서 바라본 화북 방향 [07:50]
▲ 속리산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07:50]
▲ 골짜기 마다 안개가 감돌고 [07:51]
▲ 오늘 처음 만난 바위 지대 [07:58]
▲ 조금 더 가까워진 속리산 주능선 [08:00]
▲ 아침 햇살이 퍼지는 길 [08:02]
08:17 밤티재를 넘어가는 도로에 내려섰다. 오른쪽으로 동물들이 오가는 생태통로가 보인다. 도로변에는 승용차가 몇 대 세워져 있었다. 출입금지용 철망을 따라 왼쪽으로 들어가보니 산으로 올라가는 샛길이 나 있다. 가능한 한 왼쪽으로 멀리 돌아서 다시 주능선에 진입했다. 산행객들이 마음 놓고 산에 다닐 수 있도록 출입금지가 해제되는 날은 언제일까?
왼쪽에 하얀 줄이 쳐져 있고 '송이버섯 입찰구역(적발시 민,형사상 고발 조치)'라고 적힌 현수막이 보인다. 일반인 출입금지구역이 송이버섯 입찰구역이라니 무슨 말인가? 송이버섯을 따기 위해서는 금지구역을 돌아다녀도 된다는 말인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 처음 사람을 만났다. 두 명은 산행객이고 두 명은 버섯을 따는 사람들이었다. 커다란 바위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도로에서 바라본 밤티재 [08:18]
▲ 다시 주능선에 올라붙었다 [08:28]
▲ 커다란 바위들이 모여 있는 곳 [08:42]
▲ 국립공원에서 출입금지구역을 송이버섯 입찰구역으로 허용? [08:55]
▲ 오늘 처음 만난 산행객들 [08:56]
▲ 뒤돌아서 바라본 청화산 방면 [09:01]
▲ 큰 바위 엎에 서 있는 바위 [09:05]
▲ 바위 사이로 나 있는 길 [09:24]
▲ 밧줄이 매어져 있는 바위 [09:26]
09:30 고도가 높아지면서 색이 변한 단풍나무들이 가끔 눈에 들어온다. 15분 정도 걷자 문장대가 보이고 주변 암봉들도 보이기 시작하더니 본격적인 바위 지대가 시작되었다. 바위 틈새를 밧줄을 잡고 내려가고, 커다란 바위 사이로 난 길을 지나고, 징검다리처럼 놓인 바위를 지났다. 하얀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는 문장대 능선이 점점 나에게 다가온다.
▲ 색이 변해가는 단풍나무 [09:30]
▲ 밧줄이 매어져 있는 지역 [09:33]
▲ 단풍이 꽤 많이 들었네 [09:38]
▲ 둥근 바위와 구름 [09:40]
▲ 암릉과 구름 [09:40
▲ 문장대와 주변 암봉들 [09:44]
▲ 바위 틈새로 내려가야 한다 [09:49]
▲ 바위 사이로 나 있는 길 [09:54]
▲ 징검다리 바위 [09:56]
▲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는 암릉 [09:56]
10:08 이번 구간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암릉지대에 들어섰다. 오른쪽에 붉게 물든 단풍나무 한 그루가 정겹다. 바위를 내려가 다시 바위를 오르는 구간, 예전 백두대간 종주를 할 때 쉬었던 바위도 예전 그대로다. 문장대 암봉과 암릉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을 지나자 다시 암릉지대가 나타나고 이어 그리 어렵지 않은 산길이 계속 이어졌다.
▲ 이 바위 옆을 지나면 [10:08]
▲ 오른쪽에 빨간 단풍나무 한 그루가 있고 [10:08]
▲ 바위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10:08]
▲ 끈질긴 생명력의 표본 [10:10]
▲ 백두대간 종주할 때 쉬면서 간식 먹었던 곳 [10:10]
▲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곳 [10:11]
▲ 문장대가 가까워졌다 [10:17]
▲ 바위 왼쪽으로 보이는 문장대 [10:32]
▲ 마지막 암릉 지대 [10:34]
▲ 뒤돌아서서 바라본 암봉 [10:40]
10:43 문장대 아래에 있는 헬기장에 올라서는 것으로 금지구역에 대한 불안감은 완전히 해소되었다. 문장대로 올라갔다. 천왕봉보다 3m 정도가 낮지만 전망은 훨씬 더 낫다.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한 나무와 암벽들이 주변에 온통 동양화를 그려내고 있다. 실컷 눈요기를 하고 문장대를 내려와 천왕봉 쪽으로 방향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 문장대 아래에 있는 헬기장 [10:43]
▲ 사람들이 오글거리는 문장대 [10:43]
▲ 문장대 표지석과 해발 1056m의 문장대 [10:45]
▲ 문장대에서 바라본 단풍과 암봉 [10:46]
▲ 문장대에서 바라본 관음봉과 묘봉, 상학봉 [10:49]
▲ 문장대에서 바라본 속리산 주능선과 천왕봉 [10:50]
▲ 문장대에서 바라본 헬기장과 문수봉 [10:50]
11:08 법주사와 화북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4거리에 이정표가 서 있다. 천왕봉 쪽 계단을 오르자 문수봉이다. 다시 내려와 또 계단을 올라간다. 간이매점이 있는 신선대다. 컵라면을 하나 시켜 가지고 간 약밥을 점심으로 먹었다. 문장대와 천왕봉을 오가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오늘이 추석 다음 날이니 더 그럴 것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신선대를 내려가니 경업대를 거쳐 법주사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고 있었다. 저 길로 가본 지도 꽤 오래 되었네.
▲ 화북주차장으로 가는 길과 법주사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11:08]
▲ 문수봉 올라가는 계단 [11:12]
▲ 잠시 쉬면서 한 장 찍고 [11:17]
▲ 신선대로 올라가는 계단 [11:33]
▲ 신선대에 있는 매점 [11:36]
▲ 신선대에 있는 이정표 [11:37]
▲ 해발 1026m의 신선대 표지석 [11:48]
▲ 경업대를 지나 법주사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11:51]
▲ 나무 사이로 보이는 멋진 암봉 [11:57]
12:13 바위 사이로 나 있는 길을 지났다. 고릴라 두 마리도 지났다. 오른쪽으로 감아 돌자 산죽밭 뒤로 비로봉이 보이고 그 뒤로 삼각형 모양의 천왕봉이 우뚝 솟아 있다. 석문을 통과해서 12분 정도 걷자 상환암을 경유해서 법주사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고 있다. 다시 7분 정도 올라가자 이번에는 왼쪽으로 장각동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고 있다. 천왕봉이 지척이다.
▲ 바위 사이로 나 있는 길 [12:13]
▲ 고릴라 두 마리: 내가 붙인 이름 [12:17]
▲ 비로봉 뒤로 멀리 천왕봉이 보인다 [12:21]
▲ 산행로 오른쪽에 있는 바위 [12:23]
▲ 산행로 왼쪽의 암봉 [12:23]
▲ 천황석문 [12:26]
▲ 상환암을 경유해서 법주사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12:38]
▲ 장각동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12:45]
▲ 천왕봉을 오르다 바라본 풍경 [12:52]
▲ 천왕봉 바위 틈에 구절초 한 송이가 외롭게 피었네 [12:54]
12:55 해발 1057m의 천왕봉 정상에 올랐다. 눈을 들어보니 속리산 주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일제강점기 때 바뀐 '天王峯' 명칭을 바르게 새긴 정상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찍고 형제봉 쪽으로 내려갔다. 한남금북정맥이 갈라지는 곳을 지나 급경사 내리막길을 걷다가 길을 잘못 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다시 올라가는 해프닝이 있었다. 내리막길이 끝나는 곳에 산행안내도가 서 있는데 오른쪽은 도화리에서 올라오는 길이었다. 형제봉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천왕봉에서 바라본 속리산 주능선 [12:56]
▲ 속리산 천왕봉에서 바라본 풍경 [12:57]
▲ 해발 1057m의 속리산 천왕봉에서 [12:59]
▲ 한남금북정맥이 갈라지는 곳 [13:04]
▲ 도화리 삼가저수지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 [13:27]
▲ 독성이 강한 천남성 [13:41]
▲ 암릉이 나타났네 [13:52]
▲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고 [14:12]
▲ 잡초가 자라고 있는 묵은 헬기장 [14:15]
▲ 구철초가 많이 피었네 [14:16]
▲ 속리산 천왕봉과 주능선 [14:32]
▲ 구철초가 피어 있는 길 [14:44]
▲ 속리산 천왕봉이 뒤로 숨었다 [14:58]
▲ 평탄한 길도 있고 [15:06]
▲ 암릉길도 있습니다 [15:14]
15:18 만수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피앗재에 내려섰다. 오른쪽으로 1.2km 정도 내려가면 만수계곡에 피앗재산장이 있는데 2009년 6월 충북알프스 종주 산행을 할 때 하룻밤을 지낸 적이 있다. 다시 형제봉을 향해 걷는다. 1.6km 거리니 아직도 한참을 가야 한다. 흔한 구절초꽃과 가끔 만나는 산부추꽃을 보면서 오르고 내렸다가 다시 오른다. 피앗재에서 50분이 걸려 형제봉 정상에 올랐다. 형제봉에서 갈령 삼거리까지는 내리막이다.
▲ 만수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피앗재 [15:18]
▲ 구절초가 피어 있는 암릉 [15:31]
▲ 상상력이 필요한 나무 [15:45]
▲ 산부추꽃이 반겨주네 [16:01]
▲ 천왕봉에서부터 걸어온 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16:06]
▲ 구름 사이로 햇살이 퍼지고 [16:06]
▲ 해발 832m의 형제봉 정상에서 [16:08]
▲ 형제봉에서 갈령삼거리로 내려가는 길 [16:15]
16:27 형제봉에서 8분 정도 걸려 갈령삼거리에 도착했는데 예전과 모습이 많이 변했다. 없던 벤취가 여러 개 놓여 있고 멋진 이정표도 세워져 있다. 여기서 곧장 이어지는 능선은 비재를 통해 화령으로 가는 백두대간 길이다. 갈령은 왼쪽으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 왼쪽으로 속리산 천왕봉에서 형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갈령삼거리에서 커다란 표지석이 서 있는 갈령까지 내려가는 데에는 30분이 걸렸다. 차를 세워둔 늘재까지 가야 하는데 버스가 있을리는 만무하고, 차도를 따라 왼쪽으로 올라가니 도로변 공터에 산행객 부부가 서 있었다. 어디까지 가세요? 늘재요. 그래요? 차 불렀어요? 예, 택시 불렀는데 3만 원이래요. 아이고, 잘 됐네요. 저도 늘재까지 가는데 같이 타고 가고 될까요? 그러세요.
택시비 만 원을 분담하기로 하고 동승을 허락받았다. 택시기사를 말하기를 화북에 있던 택시가 없어져서 지금은 상주에서 오는 택시를 이용해야 한단다. 늘재에서 내려 동승했던 부부와 인사를 하고 차를 세워둔 곳으로 오니 마음이 그렇게 푸근할 수가 없다. 힘든 산행 후에 밀려오는 이 편안한 감정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독특한 감정이다. 그 감정을 맛보기 위해 계속 산을 찾는지도 모른다.
▲ 갈령 삼거리에 있는 벤취와 이정표 [16:27]
▲ 갈령 삼거리에 있는 이정표 [16:29]
▲ 속리산 천왕봉에서 형제봉으로 뻗은 백두대간 [16:38]
▲ 입 벌린 바위: 내가 붙인 이름 [16:49]
▲ 갈령 바로 위에 있는 헬기장 [16:55]
▲ 갈령 표지석 [16:58]
▲ 다시 돌아온 늘재 아래 주차된 곳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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