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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산행/충북 알프스

2009.06.14. [충북 알프스 2] 피앗재→신정리

by 사천거사 2009. 6. 14.

충북알프스 종주산행기 2   

◈ 일시: 2009년 6월 14일 일요일 

◈ 코스: 피앗재산장 → 피앗재 → 천황봉 → 문장대 → 관음봉 → 묘봉 → 상학봉 → 신정리 

◈ 거리: 22.1km+1.2km(접근 거리) 

◈ 시간: 9시간 57분+34분(접근 시간)


 

 


04:30  휴대전화 알람소리에 잠이 깼다. 밤새도록 두어 번 잠에서 잠깐 깨었을 뿐, 어제 저녁 7시 20분부터 지금까지 계속 잠을 잔 셈이다. 세수를 하고 짐을 꾸리고 나니 아침을 먹으라는 전갈이 왔다. 어제 저녁에 오늘 아침 5시에 아침을 먹을 거라고 했는데 정확하다. 담백한 콩나물국에 맛갈스런 반찬을 곁들여 아침을 먹은 후 도시락을 받아들고 산장을 나섰다. 앞으로 가야 할 속리산 천왕봉이 아스라이 정면으로 보인다. 참고로, 피앗재 산장에 대한 정보는 다음과 같다.

 

피앗재山莊

 

주소: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만수리 47-3  TEL (043) 543-1058산장지기: 서성수(다정) 안주인(다감) TEL 016-761-7761


▲ 피앗재산장 방 벽의 낙서들 [04:50]

 

▲ 피앗재산장에서 바라본 속리산 천왕봉 [05:30]


05:35  산장 앞에서 기념사진을 한 장 찍은 다음 산장 주인 '다정'님의 배웅을 받은 후 피앗재를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싸한 아침 공기가 콧속으로 파고든다. 세상은 조용하고 아침 일찍 일어난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만 숲속에 울려퍼지고 있다. 이렇게 혼자 긴 산행을 하는 것이 백두대간 종주를 혼자 할 때 빼고는 처음이다. 여러 사람이 같이 하는 산행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지만 혼자 하는 산행의 재미도 그에 못지 않다. 그건 해본 사람만 안다.

 

어제 저녁에 내려섰던 피앗재에 다시 올랐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다. 충북알프스 종주를 멋지게 한번 끝내보자. 피앗재에서 천왕봉까지는 5.8km 거리인데 667봉을 지나 한참을 가야 했다. 거리가 멀지만 한 발 한 발 걸을 때마다 천왕봉이 점점 내게로 다가오고 있으니 걱정할 게 없다. 걷는 자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국립공원이 시작된다는 표지판 있는 곳, 대목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이다. 2007년 6월 17일 한남금북정맥을 하기 위해서 대목리에서 여기로 올라온 적이 있다. 여기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매우 급한 오름길이라 힘이 많이 들었다. 어느 산이나 정상에 오르기가 녹녹하지 않다는 것을 산에 갈 때마다 느낀다. 정상 바로 아래 한남금북정맥이 분기되는 지점에 출입금지 표지판이 서 있다. 예전에는 없었는데...


▲ 피앗재산장 건물 앞에서 [05:35]

 

▲ 다시 올라온 백두대간의 피앗재 [06:09]

 

▲ 속리산 천왕봉과 주능선이 흐릿하게 보인다 [06:33]

 

▲ 산행 중에 만난 기린초 [06:35]

 

▲ 속리산 천왕봉과 주능선 [06:55]

 

▲ 속리산 천왕봉 [07:05]

 

▲ 속리산국립공원 지역을 알리는 안내판 [08:12]

 

▲ 한남금북정맥이 분기되는 곳 [08:29]


08:34  천왕봉에 올랐다. 해발 1068m로 속리산의 주봉인데 문장대보다 4m가 더 높다. 암봉인 천왕봉에는 나보다 먼저 올라온 사람이 지도를 들고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여기가 천왕봉이 맞나요? 예, 맞는데요. 그런데 왜 정상표지석이 없지요? 속리산국립공원 당국에서는 원래 天王峰이었던 속리산 주봉의 이름이 일제강점기 때 天皇峰으로 바뀐 것을 작년 10월부터 천왕봉으로 바로 잡아 사용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天皇峰'이라고 적혀 있던 정상표지석을 제거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새 표지석을 세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명색이 국립공원의 주봉인데 표지석 하나 없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상표지석이 없다보니 처음 속리산을 찾은 사람들은 이곳이 정상이라고 확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천왕봉을 내려서는데 또 한 사람이 문장대 쪽에서 올라온다. 부지런도 하지. 장각동으로 갈라지는 길 오른쪽에 헬기장이 있고 조릿대 숲을 지나니 비로봉의 암벽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상환암으로 내려가는 길을 지나자 석문이 나타났고 주변의 거대한 바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입석대와 신선대 암봉이 아름답다. 입석대 아래에서 비로산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고 있다.


▲ 속리산 천왕봉에서 [08:34]

 

▲ 장각동으로 갈라지는 길 옆 헬기장 [08:44]

 

▲ 비로봉 아래에 있는 석문 [08:55]

 

▲ 속리산 주능선의 거대한 바위들 [09:00]

 

▲ 천왕봉과 암봉 [09:03]

 

▲ 주능선 왼쪽에 있는 바위 [09:03]

 

▲ 속리산 주능선의 암봉 [09:17]

 

▲ 속리산 주능선의 암봉 [09:25]

 

▲ 함박꽃나무(일명 산목련) [09:26]


09:34  신선대휴게소에 들렀다. 앞뜰 식탁에는 세 사람이 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고 한 여자분이 컵라면을 먹고 있다. 커피 생각이 나서 한 잔 시켰다. 한 잔에 1,500원이다. 원두커피인가 했더니 일회용 봉지커피다. 하긴 이 꼭대기까지 운반하려면 그 만큼 받아야겠지. 커피잔을 받아드니 구수한 커피향이 후각을 자극한다.

 

2,000원 주고 물을 하나 사서 보충을 한 다음 휴게소를 출발하여 문장대 쪽 돌계단을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암벽을 파서 만든 돌계단을 올라간 후 문장대와 통신탑을 보며 계속 걸었다. 이윽고 헬기장이 보이고 문장대 아래 법주사와 화북에서 올라오는 길이 만나는 곳에 이르렀다. 사람들이 꽤 있다. 음식점과 매점은 깨끗하게 사라졌다. 상전벽해가 되었네. 


▲ 신선대휴게소 메뉴 [09:34]

 

▲ 멀리 문장대가 흐릿하게 보인다 [09:57]

 

▲ 음식점과 매점이 철거된 문장대 [10:03]

 

▲ 문장대 왼쪽에 있는 아름다운 암벽 [10:03]


10:08  문장대 표지석이 있는 곳에 올랐다. 문장대는 여러 번 올라가보았으니 생략하고 오른쪽에 있는 출입금지 구역을 넘었는데 아무래도 백두대간 길이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표지석 왼쪽으로 돌아가니 '탐방로 아님' 표지판과 함께 목책이 설치되어 있다. 이 쪽으로 내려가는 모양인데..... 슬쩍 주위를 둘러보고 목책을 넘었다. 목책 너머는 급경사 내림길이었다. 987봉에 올라 문장대를 바라보니 사람들이 오글오글하다. 관음봉으로 가는 길은 암릉이었다. 그러나 위험한 곳은 모두 밧줄이 매어져 있어 크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었다. 또 이정표는 없어도 페인트로 진행 방향이 표시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도 없었다.


▲ 문장대 표지석 뒤로 보이는 문장대 [10:08]

 

▲ 관음봉으로 가는 충북알프스 종주길 [1016]

 

▲ 관음봉 쪽 987봉에서 본 문장대 [10:25]

 

▲ 문장대에서 뻗어내린 백두대간 [10:39]

 

▲ 암봉에 고인 물에 올챙이가 살고 있다 [10:50]

 

▲ 뒤에 있는 것이 관음봉 [10:50]

 

▲ 암벽에 매어져 있는 밧줄 [10:53]

 

▲ 문장대에서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암봉들 [11:25]


11:33  넓은 암반이 펼쳐져 있는 관음봉에 올랐다. 해발 982m. 꼭대기에 정상표지석이 있는데 올라가기가 겁이 난다. 관음봉은 전망이 좋은 곳이라 문장대에서 천왕봉 쪽으로 뻗은 주능선 암릉과 밤티재 쪽으로 뻗은 백두대간 암릉, 그리고 이곳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이 한눈에 보였다. 나무와 바위가 적당히 어울려 장관을 이루고 있다. 금강산 못지 않다. 앞으로 가야 할 묘봉과 상학봉 쪽 암릉도 잘 보였다. 과연 속리산의 서북주능답다.

 

관음봉에 있는 흔들바위 옆에서 점심을 먹었다. 피앗재산장에서 싸준 도시락, 김치와 장아찌가 반찬의 전부였지만 정성이 담뿍 담겨 그런지 꿀맛이었다. 관음봉 정상에도 물웅덩이가 몇 개 있는데 여기도 웅덩이마다 올챙이들이 오글거리고 있었다. 도대체 어미 개구리는 여기에 물이 고여 있는지 어떻게 알았을까? 대단한 종족번식 본능이다. 비가 계속 오지 않아 저 웅덩이의 물이 말라버린다면? 그러지 않기를 바라며 관음봉을 떠났다.

 

관음봉에서 속사치까지는 계속 내리막인데 별로 좋아할 것이 없다. 그 만큼 또 올라가야 하니까. 북가치까지는 887봉과 879봉을 넘어야 했는데 그 두 암봉을 지나는 길은 예상외로 그리 험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소나무가 연신 나타나는 산행로는 걷기에 좋았으며 사람이 없어 호젓해서 또 좋았다. 887봉을 지나면서 3명의 산행객을 만났는데 그들은 묘봉으로 가야할 것을 길을 잘못들어 관음봉 쪽으로 왔다가 다시 묘봉 쪽으로 가는 사람들이었다. 묘봉과 관음봉은 정반대쪽에 있는데......


▲ 관음봉에서 바라본 문장대 [11:33]

 

▲ 관음봉에서 바라본 묘봉과 상학봉 [11:33]

 

▲ 관음봉에서 바라본 문장대와 속리산 주능선 [11:35]

 

▲ 관음봉에서 바라본 문장대와 백두대간 능선 [11:35]

 

▲ 거대한 암봉인 관음봉에서 [11:37]

 

▲ 관음봉에 있는 흔들바위 [11:38]

 

▲ 올챙이가 자라고 있는 관음봉 바위샘 [11:38]

 

▲ 4거리 안부인 속사치 [12:10]

 

▲ 뒤에 있는 것이 관음봉 [13:01]


13:17  법주사와 용화리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4거리 안부 북가치에 내려섰다. 사람들이 많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도 있고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도 있다. 묘봉으로 오르는 급경사길에는 내려오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대부분이 상학봉과 묘봉을 거쳐서 내려오는 사람들일 것이다. 해발 874m의 묘봉에 오르니 문장대에서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충북알프스 능선이 잘 보인다. 상학봉의 하얀 암벽도 잘 보인다.

 

묘봉에서 상학봉으로 가는 길은 밧줄을 타고 커다란 바위를 수 없이 오르내려야 한다. 할 일 없는 사람이 세어 보았는데 36군데라나. 문제는 상학봉에서 묘봉 쪽으로 오는 단체산행객들이 많아 밧줄을 잡고 오르내리는 곳에 정체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커다란 바위 아래로 줄을 잡고 내려오는 산행객이 끝이 없어 양해를 구하고 먼저 올랐다. 그런데 누군가가 궁시렁거린다. 그럼 자기들만 내려오고 나는 그들이 다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란 말인가. 산행을 할 때도 예의가 있고 배려가 있다. 자신의 욕심만 먼저 채우려는 사람은 언젠가 그 대가를 받게 마련이다.


▲ 4거리 안부인 북가치 [13:17]

 

▲ 묘봉 정상에서 바라본 관음봉과 문장대 [13:37]

 

▲ 묘봉에서 바라본 상학봉(가운데) [13:38]

 

▲ 묘봉 정상에서 [13:39]

 

▲ 山선배인 故고상돈 산악인 추모비 [13:40]

 

▲ 묘봉에서 내려오는 암벽의 밧줄 [13:47]

 

▲ 상학봉 가는 길: 단체산행객이 암벽을 내려오고 있다 [13:58]

 

▲ 바위벽이 아름다운 상학봉 [14:19]

 

▲ 상학봉 가까이서 바라본 묘봉(왼쪽) [14:28]


14:30  해발 834m의 상학봉에 도착했다. 철사다리가 놓여 있는 정상에는 몇 사람이 올라가 사진을 찍느라고 바쁘다. 나도 한 장 찍고 싶었지만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 같아 그냥 지나쳤다. 자, 이제 신정리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충북알프스 종주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활목고개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신정리가 원래 코스다. 또 지난 번에 미남봉 산행을 할 때 활목고개로 내려간 적이 있어 이번에는 신정리로 내려가기로 했다.

 

상학봉을 지나자 사람들이 거의 없다. 더군다나 이쪽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은 더 드물다. 30분 정도 걸었더니 운흥리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에 이정표가 서 있다. 매봉 쪽으로 조금 더 진행을 하다 왼쪽 능선길로 들어섰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인지 가끔 표지기가 보이고 자취가 흐릿하다. 그래도 감각적으로 사람이 다닌 길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능선 왼쪽으로 신정리에서 묘봉으로 올라가는 계단길이 보인다.

 

마침내 신정리에서 묘봉으로 이어지는 임도에 내려섰다. 여기가 어디 쯤인가? 15분 정도 걸어 내려가니 오른쪽으로 상학봉으로 올라가는 임도가 갈라지고 있다. 아, 이리로 올라가면 매봉 아래 안부에 닿는구나. 지난 번 미남봉 산행을 할 때 운흥리에서 올라왔던 곳에 닿는구나. 그렇다면 능선을 조금 덜 걸었네. 그래도 상관은 없다. 힘이 모자라서 그 쪽으로 가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 상학봉 정상 암봉 [14:30]

 

▲ 운흥리로 내려가는 갈림길 이정표 [15:02]

 

▲ 능선에서 내려다본 묘봉으로 올라가는 길 [15:11]

 

▲ 매봉과 미남봉 쪽 능선 [15:13]

 

▲ 임도로 내려선 지점 [15:52]

 

▲ 애기업은 바위 갈림길 이정표 [15:56]

 

▲ 상학봉으로 가는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 이정표 [16:06]


16:06  임도를 따라 계속 내려가니 신정리 마을이다. 택시를 부를까 하다 혹시나 해서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보은으로 가는 시내버스 시간을 물었더니 4시 55분에 있다고 한다. 지금이 4시 20분이 30분 정도만 기다리면 된다. 37번 국도변에 있는 졍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이틀 동안 걸은 덕분인지 다리가 뻐근하다. 버스는 어김없이 4시 55분에 왔다. 손님은? 나 혼자다. 이런 이 큰 버스를 한 대 대절했네. 장갑에서 손님이 한 분 더 타서 모두 2명이 보은까지 그 버스로 왔다.

 

보은읍에서 버스를 내린 다음 우선 수퍼마켓에 들러 포카리스웨트를 한 병 사서 단숨에 마셨다. 갈증이 확 가시는 기분이다. 하상주차장에서 차를 찾아 보은나들목에서 청원-상주 고속도로에 진입한 다음 서청주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주말 오후였지만 차가 그렇게 밀리는 편은 아니었다. 차가 밀린들 어떠랴. 산행이 모두 끝났으니 뭐가 걱정인가. 집에 도착하여 샤워를 한 다음 아내와 함께 집 앞에 있는 장어구이 식당에서 소주를 마시며 충북알프스 종주 산행을 무사히 마친 것을 자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