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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산행/충북 알프스

2009.06.13. [충북 알프스 1] 서원리→피앗재

by 사천거사 2009. 6. 13.

충북알프스 종주산행기 1  

◈ 일시: 2009년 6월 13일 토요일 

◈ 코스: 서원리 → 구병산 → 장고개 → 형제봉 → 피앗재 → 피앗재 산장  

◈ 거리: 21.8km+1.2km(접근 거리) 

◈ 시간: 10시간 26분+26분(접근 시간)


 

 


05:35   오늘은 1박 2일로 충북알프스 종주 산행을 떠나는 날이다. 충북알프스는 충북 보은군 장안면 서원리에서 시작하여 구병산, 천왕봉, 문장대, 관음봉, 묘봉, 상학봉을 거쳐 보은군 산외면 신정리에서 끝을 맺는 43.9km의 거리의 능선을 말한다. 구병산의 암릉 산행, 멋진 암봉들이 늘어서 있는 속리산 주능선 산행, 속리산의 서북주능이라고 하는 문장대에서 상학봉까지의 암릉 산행이 충북알프스를 구성하고 있는데, 암릉과 암봉마다 전망이 틔어 속리산의 아름대운 산세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최근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종주 산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충북 보은군에서 1999년 5월 17일에 '충북알프스'를 특허청에 업무표장 등록을 했다.

 

4시 30분에 일어나 이것 저것 준비하고 아침을 먹고 나니 5시 30분이다. 35분에 아파트를 출발하여 문의나들목에서 청원-상주 고속도로에 진입하여 보은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보은읍에 있는 하상주차장에 차를 세운 다음, 택시를 타고 충북알프스 종주 산행 기점인 서원리로 달려 서원계곡에 가로 놓인 서원교에서 차에서 내렸다. 사실 여기는 나와 인연이 있는 곳이다. 서원교 왼쪽에는 속리산제일고시원이 있는데, 우리 아들이 여기서 3개월 동안 공부한 다음 경찰 시험에 합격을 했다. 그 때 아들을 보러 여러 번 여기에 왔었는데 오늘 다시 와보니 감회가 새롭다.

 

06:40   서원교를 건너면 바로 충북알프스 산행 안내도가 있고 여기가 시발점이라는 것을 알리는 표지판도 있다. 시발점이라 그런지 나름대로 다른 시설물도 갖추어 놓았다. 표지판 옆으로는 나무계단이 있고 구병산까지 8km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8km면 적어도 4시간이 소요될 거리다. 제법 가파른 나무계단길을 8분에 걸쳐 올라 작은 돌탑이 있는 완만한 능선에 닿았다. 능선에서는 조망이 좋아 장안면소재지와 속리산제일고시원이 서원계곡과 함께 잘 내려다보였다.

 

7시 20분, 구병산이 6.9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서 있다. 눈을 들어보니 앞으로 가야할 속리산 쪽 주능선들이 하늘을 가르고 있고 구병산 쪽 능선도 뚜렷하다. 7시 40분, 봉비리로 내려가는 갈림길 이정표가 서 있는데 구병산까지 6.1km라고 되어 있다. 날은 화창하고 아침에 불어주는 바람이 선들선들하다. 8시 8분, 안도리 갈림길 이정표에 구병산이 5.0km 남았다고 되어 있다. 벌써 3km나 걸었네. 아직 본격적인 구병산 암릉은 보이지 않는다.


▲ 서원교를 건너서 바라본 속리산제일고시원 건물 [06:41]

 

▲ 충북알프스 시발점 안내판 [06:42]

 

▲ 충북알프스 시발점에 있는 구병산 이정표 [06:43]

 

▲ 가파른 나무계단 길을 오른 다음에 만나는 미완성 돌탑 [06:51]

 

▲ 아침 햇살 비치는 능선에 서서 [06:56]

 

▲ 전망이 좋은 곳에서 내려다본 장안면소재지 [07:11]

 

▲ 속리산제일고시원과 서원계곡 [07:21]

 

▲ 속리산 방면 능선들 [07:24]

 

▲ 구병산 방면 능선 [07:29]


08:27   날카로운 바위가 늘어서 있는 칼바위능선을 지났다. 조금씩 암릉이 보이기 시작한다. 8시 48분, 서원리에서 구병산까지의 8km 거리 중간 지점에 도착했다. 구병산 쪽 암봉과 그 왼쪽으로 속리산 쪽 능선들이 보인다. 9시 18분, 삼가저수지 갈림길 이정표에 구병산이 2.6km 남았다고 적혀 있고, 한 시간 정도 지난 10시 14분, 또 다른 삼가저수지 갈림길 이정표에 구병산이 0.8km 남았다고 적혀 있다.

 

산행로 한쪽에 風穴에 관한 안내판이 서 있다. 내용인즉: '구병산 풍혈은 여름에는 냉풍이 겨울에는 훈풍이 솔솔 불어 나오는 신비스러운 대자연의 결정체로 구병산 정상에서 서원계곡 방향으로 약 30m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곳에는 직경 1m 풍혈 1개와 30cm 풍혈 3개 등 4개가 2005년 1월 19일에 발견되었습니다. 구병산 풍혈은 전북 진안군 대두산 풍혈, 울릉도 도동 풍혈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풍혈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풍혈 속에 손을 넣어 보았으나 바람의 기운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풍혈 바로 위에 철사다리가 있고 사다리를 올라가니 구병산 정상이다.


▲ 날카로운 톱날 같은 칼바위 능선 [08:27]

 

▲ 서원리에서 구병산까지의 중간 지점 [08:48]

 

▲ 4거리 안부인 백지미재 [08:53]

 

▲ 속리산 천왕봉 방면 능선들 [09:29]

 

▲ 삼가저수지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10:14]

 

▲ 구병산 정상 아래에 있는 풍혈 [10:25]

 

▲ 속리산 천왕봉 방면 능선 [10:27]


10:29   구병산 정상에 올랐다. 서원리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4시간이 조금 덜 걸렸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 구병산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아직 시간이 일러 정상에 도착하지 못한 모양이다. 정상에 있는 이정표에는 형제봉까지 거리가 13.2km라고 적혀 있다. 아이구 아직도 한참 남았네. 정상에서 100m 정도 내려가니 위성지국 갈림길 이정표가 서 있다. 구병산 산행만 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쪽으로 하산을 한다.

 

갈림길을 지나자 본격적인 구병산 암릉이 시작되었다. 암릉에는 대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어떤 곳은 밧줄이 짧아 내려오는데 고생을 했다. 다행인 것은, 조금 험한 암릉마다 쉽게 돌아가는 길이 마련되어 있어 노약자나 어린들은 그 길을 이용하면 된다. 11시에 구병리 갈림길을 지났고, 11시 11분에 절터 갈림길을 지났다. 853봉이 200m 남았다.


▲ 구병산 정상에 있는 삼각점 [10:29]

 

▲ 구병산 정상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 [10:29]

 

▲ 구병산 정상에서 본 청원-상주 고속도로와 속리산휴게소 [10:29]

 

▲ 구병산 정상에서 [10:31]

 

▲ 앞으로 가야할 봉우리들 [10:32]

 

▲ 밧줄이 짧아 고생한 구병산 암벽 [10:51]

 

▲ 발디딤판과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 구병산 암벽 [11:11]

 

▲ 지나온 능선 [11:17]


11:20   853봉에 오르니 반이 잘라진 표지석이 하나 서 있다. 사람들도 몇 명 있고. 신선대까지 암릉은 계속 이어졌다. 11시 52분, 신선대에 오르니 단체산행객이 사진을 찍느라고 바쁘다. 신선대 아래는 바로 적암휴게소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이었다. 예전에 두 번인가 이쪽으로 올라온 기억이 난다. 신선대를 지나자 암릉 구역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12시 51분, 헬기장을 지났고 10분 후에 낙엽송이 많은 평원지대를 지났다.


▲ 853봉 정상 표지석 [11:21]

 

▲ 구병산 암벽과 소나무 [11:23]

 

▲ 앞으로 가야할 능선 [11:52]

 

▲ 구병산 신선대 표지석 [11:52]

 

▲ 적암휴게소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 [11:54]

 

▲ 산행 중에 만난 조록싸리 [12:23]

 

▲ 앞으로 가야할 능선 [12:27]

 

▲ 속리산 방면 능선들 [12:27]

 

▲ 그림 같은 헬기장 [12:51]

 

▲ 일본잎갈나무 숲길 [13:03]


13:21   삼가리에서 장자동으로 이어지는 왕복 2차로 도로가 지나가는 장고개에 내려섰다. 아스팔트 도로인데 차량통행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도로를 건너 다시 능선으로 올라붙었다. 경사가 조금 급한 길 양쪽으로 온통 참나무다. 구름이 아름답게 떠 있는 헬기장을 지나고 산신각이 있는 안부를 지나 2시 39분, 동관음에서 장자동으로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동관음고개에 도착했다. 형제봉까지는 3.5km가 남았다.

 

미리 예약을 해놓은 피앗재산장에 전화를 걸어 오늘 그곳에서 묵을 거라고 확인 연락을 했다. 3시 34분, 못재에 도착함으로써 마침내 백두대간과 만났다. 2007년 11월 25일 백두대간 종주 산행을 할 때 아내와 함께 걸었던 길이다. 신선대에서부터 줄곧 혼자였었는데 백두대간 능선에 이르자 사람들이 보인다. 4시 7분 갈령삼거리에 이르렀고 다시 24분을 더 걸어 형제봉에 도착했다. 


▲ 삼가리에서 장자동으로 넘어가는 도로가 지나가는 장고개 [13:21]

 

▲ 참나무 숲 길 [13:42]

 

▲ 아름다운 구름이 떠 있는 헬기장 [13:54]

 

▲ 안부에 있는 성황당 삼신각 [14:02]

 

▲ 동관음에서 장자동으로 넘어가는 도로의 동관음고개 [14:39]

 

▲ 왼쪽 끝 봉우리가 속리산 천왕봉 [14:56]

 

▲ 구병산 능선 [14:57]

 

▲ 백두대간에 있는 형제봉 [15:20]

 

▲ 못재에 있는 이정표 [15:34]

 

▲ 갈령삼거리에 있는 이정표 [16:07]


16:31   암봉으로 되어 있는 형제봉 정상을 올라가니 다른 산행객 한 명이 반갑게 맞아준다. 지난 5월 5일에 이곳에 왔다가 길을 잘못들어 피앗재에서 내려간 적에 있는데 피앗재산장 주인이 보은까지 차를 태워주어 신세를 졌다고 한다. 내가 오늘 피앗재산장에서 묵을 거라고 하니 꼭 안부를 전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 분이 주신 오이를 맛있게 먹고 형제봉을 내려와 피앗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창 걷고 있는데 피앗재산장 주인으로부터 어디쯤 왔느냐고 묻는 전화가 왔다. 5시 9분에 피앗재 도착, 여기서 피앗재산장이 있는 만수동까지는 1.2km 거리다. 너덜지대와 시멘트 포장도로를 지나 만수동에 내려서니 왼쪽에 있는 집 정원 나무에 표지기가 잔뜩 걸려있다. 피앗재산장이었다. 


▲ 형제봉 정상에서 속리산 천왕봉을 배경으로 [16:31]

 

▲ 형제봉 정상에서 바라본 속리산 천왕봉 [16:36]

 

▲ 피앗재에 있는 안내판 [17:10]


17:35   피앗재산장, 국립공원에 있는 산장 건물 규모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냥 일반 가정집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그 산장을 운영하는 두 분 내외의 순수하고 소박한 삶의 모습이나 산행객들에게 대해주는 따뜻하고 인정이 넘치는 마음씨는 거의 감동적이다. 산장 마당에 들어서자 벽에 걸린 '피앗재산장'이라는 아름다운 현판이 정면으로 보인다. '여보세요'라고 부르자 머리가 긴 남자주인이 문을 열고 나왔다. 키가 키고 호남형 얼굴이라 첫인상이 아주 편안해보였다. '여기까지 오느라고 고생하셨다'는 말과 함께 우선 샤워를 하고 나서 막걸리를 한 잔 하자고 한다.

 

짐을 방에 들이고 샤워장에 들어갔다. 일단 머리부터 감는데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숫제 머리를 송곳으로 콕콕 찌르는 것 같다. 심장이 얼어 붙을 것 같아 몸에는 대충 물을 뿌리고 닦았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그냥 사용하는 모양이다. 옷을 갈아 입고 밖에 나오자 막걸리와 표고버섯회 안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표고버섯 농사를 짓는다는 주인이 마련한 특별 안주였다. 막걸리 잔이 돌아가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고 곧 이어 안주인이 저녁을 내왔다. 얼큰한 김치찌개와 정결한 각종 채소 반찬은 입맛에 너무나 잘 맞았다.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인천에 살던 두 양주는 백두대간 종주 산행을 함께 하다가 산이 좋아져서 2006년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이곳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속리산 천왕봉이 마주 보이는 이곳 만수동은 피앗재에서 불과 1.2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백두대간이나 충북알프스 종주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곳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저녁, 아침을 제공하고 점심 도시락까지 싸주면서 3만원만 받으니 거의 봉사 수준이다.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오니 7시 20분이다. 막걸리의 취기와 함께 피곤이 몰려온다. 순식간에 잠에 빠지고 말았다. 


▲ 피앗재산장 건물 벽에 걸려 있는 현판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