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구곡 물놀이
◈ 일시: 1990년 7월 1일
◈ 장소: 화양구곡(충북 괴산 청천)
화양구곡
화양구곡(華陽九曲)은 충북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 속리산 북쪽의 도명산 자락에 자리한 유명한 계곡이다. 이 화양구곡은 화양동계곡(華陽洞溪谷)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트레킹에도 적당하고 물놀이에도 적당해 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32번지방도로가 지나는 화양동 입구 삼거리에서 화양구곡의 끝이라 할 수 있는 파천까지는 약 5km 거리로 왕복 10km 정도이다. 파천까지 길도 아스팔트와 보도블럭이 잘 깔려 있고 높낮이도 심하지 않아 거리가 10km여도 누구나 무난히 걸을 수 있어 트레킹 코스로는 비교적 쉬운 코스이다. 특히 안쪽의 주차장에서 파천까지는 3.7km밖에 되지 않아 트레킹 코스로는 오히려 좀 짧은 편이다. 그러나 물놀이를 즐기기에는 단연 돋보이는 계곡이 화양구곡이다. 곳곳에 넓은 너럭바위들이 많고 중간 중간 모래사장도 있으며, 물의 깊이도 낮아 여름이면 가족 단위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화양구곡의 출발점은 32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화양동 입구 삼거리부터 시작된다. 이 삼거리에서 화양동 방향으로 접어들면 바로 매표소가 나오고 이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화양구곡의 제1곡인 경천벽(驚天壁)이 나온다. 계곡 옆의 큰 바위인데, 하늘을 놀라게 한다는 이름처럼 그 정도로 큰 바위는 아니다. 경천벽 앞의 계곡도 밋밋한 편. 경천벽을 뒤로 하고 아스팔트 길을 따라 걸으면 주차장이 나온다. 이 주차장을 지나 계속 아스팔트길을 걸으면 수중보 앞의 다리가 나오는데, 이 다리를 건너면서 본격적으로 화양구곡이 시작된다. 이 길을 조금 더 걷다 보면 물 건너편으로 멋지게 생긴 수직 바위가 보인다. 저절로 사진기를 들게 만드는 경치인데, 이 바위 앞이 화양구곡의 제2곡인 운영담(雲影潭)이다. 운영담이란 이름은 물이 너무 맑아 구름의 그림자가 비추는 담이라는 뜻인데, 꼭 이 지점이 물이 더 맑지는 않다. 이 이름 역시 과장이 적지 않다. 그러나 운영담 앞으로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어 야유회 등의 단체객들에게는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다. 운영담을 지나면 길 양쪽에 긴 사각 돌기둥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곳이 하마소(下馬所)이다. 이름처럼 말에서 내려야 하는 곳인데, 이 하마소에는 사연이 깃들어 있다. 화양구곡은 조선 중기의 대학자였던 우암 송시열을 빼고 지나갈 수는 없는데, 이 하마소 역시 거슬러 올라가면 우암 송시열과 관련이 있다.
송시열은 조선의 선조 때부터 숙종조까지 여러 관직을 두루 거친 인물로, 효종과 함께 북벌계획을 추진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송시열과 북벌에 관계는 좀 더 정리해 보아야 할 점이 있고, 어쨌든 송시열이 벼슬을 떠나 머문 곳이 이곳 화양구곡이다. 금사담 옆에 암서재를 지어놓고 이곳에 머물렀는데, 후에 후학들이 이 화양구곡에 송시열의 위패를 모시는 화양서원을 열었다. 그후 조선 말기로 접어들면서 서원들의 횡포가 극에 달했는데, 그때 이곳이 서원 앞이니 말에서 내리라는 의미의 하마소가 생긴 것이다. 이 화양구곡의 하마소에서 흥선대원군이 말에서 내리지 않았다가 화양서원의 유생들에게 봉변을 당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후에 흥선대원군은 서원철폐령을 내려 몇 곳을 제외한 나머지 서원들을 강제로 문을 닫게 했는데, 화양서원도 그때 철폐되어 지금은 폐허만 남았다.
하마소를 지나면 바로 만동묘정비가 있던 자리가 나온다. 이 자리는 송시열의 유언에 따라 임진왜란 때 우리를 도와준 명나라 임금의 제사를 지내던 곳이라 한다. 조선시대 지나쳤던 사대주의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후에 일본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이 자리에 있던 만동묘정비를 훼손해 땅에 묻었다고 한다. 그 후 이 비석이 발견되었는데 어디에 보관되고 있는지 이 자리에는 없다. 한반도를 놓고 벌였던 중국과 일본의 각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만동묘정비 자리 옆에는 화양서원의 자리가 있다. 지금은 주춧돌과 축대만 남아 풀만 무성한데, 과거에는 아주 위세를 떨치던 서원이라 한다. 이 화양서원 앞에는 화양서원의 내력을 적어 놓은 화양서원 묘정비가 있는데, 이 묘정비 옆으로 내려가면 계곡 건너편으로 있는 읍궁암(泣宮巖)을 볼 수 있다. 읍궁암은 화양구곡의 제3곡으로, 효종이 갑자기 죽자 이곳에 머물던 송시열이 새벽마다 이 바위에 나와 효종을 생각하며 울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바위이다. 그러나 바위 자체는 그리 볼 만한 바위는 아니다. 읍궁암을 200m 정도 지나면 화양구곡의 제4곡인 금사담(金砂潭)이다. 화양구곡 중에서 가장 아기자기한 곳으로 화양구곡에서 으뜸으로 꼽는 곳이 이 금사담이다. 계곡의 형태도 멋있지만 이곳 금사담도 물놀이를 하기에 아주 좋다. 운영담 앞이 단체객들이 차지하는 곳이라면 이곳 금사담은 넓은 공간이 없기 때문에 가족 단위로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깔고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금사담 옆으로는 우암 송시열이 머물던 암서재(岩捿齋)가 있다. 경치좋은 금사담 옆 커다란 바위 위에 올라앉은 집으로 우암 선생의 높은 풍취와 안목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당쟁으로 한평생을 보낸 우암 선생은 그래도 거의 선인의 경지에 올랐던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암서재의 운치는 단연 돋보인다.
금사담과 암서재를 지나면 차례로 제5곡인 첨성대(瞻星臺)와 제6곡인 능운대(陵雲臺), 제7곡인 와룡암(臥龍巖)이 차례로 나오는데, 그리 눈길을 잡아끌 만한 특징은 없다. 와룡암을 지나면 도명산으로 향하는 다리가 나오는데, 이 다리로 올라서면 제8곡인 학소대(鶴巢臺)를 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휘어져 내려오는 계류 옆으로 멋진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가 학소대이다. 경치가 좋아 학이 머물며 노닐던 자리라 한다. 다리를 빠져나와 다시 보도블럭 길을 따라 조금 비탈진 길을 오르면 고갯마루에 출입금지 팻말이 있고, 그 옆에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화양구곡의 마지막인 제9곡 파천이 나온다. 이곳은 넓고 편평한 바위가 있어 이 바위 위로 계류가 잔잔히 흐르는 곳인데, 화양구곡의 다른 곳과는 사뭇 경관이 다르다. 아기자기한 느낌은 없지만 넓고 흰 바위가 시원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이곳 파천이 화양구곡 트레킹의 마지막이다. 올랐던 길을 돌아 내려오는 것으로 화양구곡의 여행은 끝이 난다.
주차장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면 왕복 7.4km 거리로 2시간~2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물론 계곡에서 잠시 발을 담그고 쉬어가기에 따라 시간은 더 길어진다. 화양구곡은 곳곳에 물놀이하기에 좋은 곳이 많아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쉬어 가는 것이 좋다.
▲ 화양구곡 텐트 앞에서 선우
▲ 화양구곡 텐트 안에서 아이들
▲ 화양구곡 텐트 안에서
▲ 화양구곡에서
▲ 화양구곡에서
▲ 화양구곡에서
▲ 화양구곡에서 밥을 짓는 중
▲ 화양구곡에서 식사 준비 중
▲ 화양구곡에서
▲ 화양구곡에서: 잠자리가 앉았네
▲ 화양구곡에서
▲ 화양구곡에서: 어딜 보는가?
▲ 화양구곡에서: 왜 웃는가?
▲ 화양구곡에서 선우
▲ 화양구곡에서 선영이
▲ 화양구곡에서
▲ 화양구곡에서
▲ 화양구곡에서
▲ 화양구곡에서 선영이와 선우
▲ 화양구곡에서 아이들 물놀이
▲ 화양구곡에서 선우
▲ 화양구곡에서 선우
▲ 화양구곡에서 선우와 친구
▲ 화양구곡에서 선영이
▲ 화양구곡에서 아이들
▲ 화양구곡에서 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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