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3. [국내行事 185] 원수를 사랑하라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 일시: 2025년 2월 23일 일요일
◈ 장소: 서운동성당 /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서운동 90-1
◈ 회원: 아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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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연중 제7주일이다. 지극히 인자하신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외아드님을 통하여 조건 없는 사랑을 밝혀 주신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새로운 마음을 주시어, 원수까지도 사랑하고 우리에게 잘못한 이도 축복하게 해 주시기를 청하자.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말을 듣고 있는 너희에게 내가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 주고,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에게 축복하며, 너희를 학대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네 뺨을 때리는 자에게 다른 뺨을 내밀고, 네 겉옷을 가져가는 자는 속옷도 가져가게 내버려두어라. 달라고 하면 누구에게나 주고, 네 것을 가져가는 이에게서 되찾으려고 하지 마라.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은 사랑한다. 너희가 자기에게 잘해 주는 이들에게만 잘해 준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그것은 한다. 너희가 도로 받을 가망이 있는 이들에게만 꾸어 준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고스란히 되받을 요량으로 서로 꾸어 준다.
그러나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에게 잘해 주고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꾸어 주어라. 그러면 너희가 받을 상이 클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자녀가 될 것이다. 그분께서는 은혜를 모르는 자들과 악한 자들에게도 인자하시기 때문이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단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단죄받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너희 품에 담아 주실 것이다.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되받을 것이다.” - 루카 6,27-38 -
영화와 드라마, TV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매우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들을 언제, 어디서나 무제한으로 모든 기기에서 볼 수 있는 플랫폼인 넷플릭스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화가 올려져 있다. 그 다양한 영화를 고르기 쉽게 장르별로 분류를 해놓았는데, 그중에는 복수를 다룬 장르도 있다.
대체로 어떤 내용이냐 하면, 억울한 죽음이나 피해를 당한 자식의 원수에게 아버지나 어머니가, 부모의 원수에게 아들이나 딸이, 배우자의 원수에게 남편이나 아내가 칼을 휘두르거나 총을 쏘거나 무자비한 폭력을 사용하거나 해서 복수를 한다. 또한 힘 있는 자나 권력기관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행한 갑질 행위에 보복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원수를 갚는다.
사실, 억울한 죽음이나 피해를 법이나 권력기관에서 제대로 처리해 주지 않는 경우, 피해자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복수심에 불타 보복행위를 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런 보복심은 인간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어, 자신과는 상관이 없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억울한 사건을 접하면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흥분하고 열을 올리고 목소리를 높인다. 복수해라, 원수를 갚아라, 보복해라, 되갚아주어라.
그런데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원수를 사랑하라. 그런데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원수를 용서하기도 어려운데 사랑하라니! 원수가 누구인가, 원한을 품을 정도로 증오하는 사람이나 집단을 말한다. 그러면 원수를 갚아야지, 원수를 사랑하라니. 아무리 예수님이라도 너무 하신 거 아닌가? 조금 그렇기는 하지만 어쨌든 예수님이 허투루 하신 말씀은 한 마디도 없지 않은가.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악을 악으로 갚지 말라는 말씀으로 해석해야 한다. 아울러 악을 심판하는 일은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이 하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인간의 법이지 하늘의 법이 아니다. 하느님에 보시기에 원수는 갚을 대상이 아니라 용서하고 사랑해야 할 대상이다.
사실, 원수를 사랑하는 것은 고사하고 용서하는 것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다. 예수님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인간인 우리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하셨다. 이는, 용서에는 한계가 없으며 하느님께서 우리를 끊임없이 용서하시는 것처럼 우리도 다른 사람을 그렇게 용서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수님은, 인간의 본성이 쉽게 상처를 받고 복수하려는 마음을 품기 쉽지만 그리스도인은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며 끊임없이 용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시고 있다. 물론 이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닌다.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가 쉽지 않은 일을 하면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쉬워진다. 그러니 하늘나라에 들어가고 싶으면 어렵더라도 원수를 용서하려고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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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 서운동성당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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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운동성당 성모동굴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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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운동성당 제대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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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사가 끝났어요 [11:46]